산삼회 제 344차 산행기 ~ 봉래산 둘레길
2011년 12월 9일
오늘의 참여자
혜종
태화
국은
아산
연암
춘성
남계
일기 예보가 오늘은 춥겠다고 옷차림을 단단히 하라고 해서 내복까지 입고 나섰지만 춥기는 고사하고 등산하기 딱 좋은 날이다.
이런 날일수록 공기는 더욱 청량해서 숨 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
배낭 메고 집을 나서는 건강이 있음에 그저 감사하는 마음뿐이다.
남포동역에서 6번 출구로 나가면 바로 영도다리 버스 정류소
71번 버스에 오르다. 승객은 우리가 거의 전부다.
아침 햇살이 눈부신 남항 바닷가가 눈아래 펼쳐진다.
수십척의 배들이 머리를 서쪽으로 향한채 정박해있다.
동서양 넘나드는 무역선들이다. 고마운 것들.
무역량 1조 달러를 달성하는데 많은 기여를 한 배들이 아닌가.
75 광장을 지나니 버스는 산복도로로 기어오른다.
시야는 더욱 넓어지고 영도 여고, 고신대, 광명고 등이 스쳐 지나간다.
봉래산 7~8부 능선쯤의 산동네에 버스 종점이 있다.
청학동이다.
봉래산 둘레길의 팻말이 간판처럼 걸려있는 산길로 접어든다.
영도 구청에서 공공근로자들을 동원하여 산책길을 잘 닦아 놓았다.
봉래산은 소나무가 주종이다.
때깔 좋은 갈비가 길에 깔려 있어 걷기가 부드럽다.
蓬萊山은 신선이 산다는 삼신산 (봉래산, 방장산, 영주산)의 하나로 쳐서 부산 지방 사람들이 높이 받들었던 산인데 일인들이 민족정신이 묻어있다고 고갈산 (枯渴山)으로 창씨개명을 해버렸다. 나무가 죽고 물이 메마른 산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지금은 조림도 잘 되어있고 따라서 곳곳에 물도 졸졸 흐르는 좋은 산이 되었다. 이름도 되찾았다.
영도는 예부터 신선 사상이 깃든 섬.
봉래산이며 청학동, 영선동, 신선동 등의 지명으로 짐작할 수 있다.
2007년 1월 15일 산삼회 회원 15명이 봉래산 정상 조봉 (395m) 에서 시산제를 올린 적이 있다.
조봉은 자봉(387m) 손봉 (361m)을 거느리고 있다.
할아버지 아버지 손자가 산봉우리가 되어 이렇게 나란히 서 있는 것이 재미있다.
그래 그런지 영도 사람들은 다정하고 순박하다고 춘성은 말한다.
영상 예술고 (전 남여상) 에서 평교사, 교장을 지냈기에 남달리 영도를 사랑한다.
영도 사람들은 영도에 들어올 때 서글퍼서 울고, 나갈 때는 정들어서 운다.
바다가 가까워서 여름에 서늘하고, 겨울에 따뜻하고, 시내 가까워서 살기가 좋다.
봉래산 둘레길은 우리가 버스를 타고 왔던 역방향으로 진행된다.
오르막이 없는 평탄한 길이다.
우리 나이에는 무릎 보호를 위해서 수직등반 보다 수평등반이 좋다.
수평등반은 주변을 살펴보기에도 좋고 먼 조망을 즐길 여유도 있다.
북항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제 1,2,3,4 부두는 컨테이너들과 크레인들이 즐비하여 아직은 부산항의 위엄이 남아있다.
중앙부두, 연안여객선 부두, 국제 여객선부두 등 귀에 익은 부두들도 여객선들을 거느리고 평화롭게 늦잠을 즐기고 있다.
그러나 이들도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진행중이어서 2014년에 북항대교가 완공되면 현재의 모습이 없어지고 친수공간으로 개발되어 시민들에게 가까이 다가올 것이라고 한다.
다리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지 교각들이 바다위에 죽죽 서 있고 곧 상판을 올릴 태세다.
그런데 다리 높이가 낮아서 큰 크루즈 선들이 들어오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문제가 되어있다고 혜종이 말한다.
시야 바로 아래에는 해양대학교가 섬 전체를 독점하고 있는 조도 (朝島) 가 있다.
부산항에서 아침이 제일 먼저 도착하는 아치섬.
우리가 교대를 졸업할 때만 해도 동삼초등학교 조도 분교가 있었다.
같이 졸업한 양덕문 형이 분교 교사로 발령을 받은 것을 친구들은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조도는 해양대학이 들어서면서 주민들이 다 뭍으로 이사하고 대학 촌이 되었다.
지금은 대학 건물이외에도 학생들 기숙사, 직원 숙소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다.
한국 제일의 해양인 양성소 조도는 그 자체가 하나의 선박으로 떠 있다.
앉기 좋은 나무 의자에 앉아 생탁 두 병과 바삭 과자 한 봉지를 비우다.
건배사가 좋다.
-남은 삼십년을 위하여! -
욕심이 너무 많나?
-푸른 하늘은 내 머리에 쓴 모자요
저 바다는 내 손에 쳐든 한 잔 술이라 -
얌전했던 율곡 이이 선생도 술이 들어가면 이렇게 호기로워졌는데 우린들 이 정도 기분이야 못 내겠는가.
봉래산 둘레길은 계속되어 동삼동 함지골로 들어선다.
함지골은 함지 모양의 골짜기란 뜻인가.
함지는 부산말로 반티?
옴팍 파여서 바람도 덜 불고 햇빛도 잘 들어 따뜻하겠다.
그래서 함지골 청소년 수련원이 자리잡고 있다.
수련원을 지나니 그대로 내리막길
봉래산 둘레길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동삼동 서민들의 거리로 들어선다.
12시다.
춘성이 소개하는 아구찜 집이 점심 손님으로 너무 복잡해서 지나친다.
(부산 최고의 아구찜 맛집이라고 춘성의 소개말이 있어서 지나가기가 아깝다.)
영선 로터리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자갈치 시장.
혜종의 주선으로 1층 한진상회 (010-9688-8039)에서 싱싱한 횟거리를 사서 2층 초장집에서 먹다.
혜종 사모님의 초등학교 동기라는 한진상회 여사장은 제일 물건 좋은 걸로
큰 접시로 두 접시 - 육질이 탱글탱글하고 살아있는 고기 그대로다.
친구의 남편이야 말로 어려운 손님, 싱싱한 우럭, 광어 대령이오.
이게 바로 회맛이다.
잔을 들고 건배사를 하기 전에 혜종의 한 마디는 우리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다.
- 작년 이때쯤 춘성과 연암이 황령산 산행을 마치고 대연동 오리 불고기 집에서
우리들이 7순이라고 깜짝 축하연을 해 준 것 기억들 하시오?
그 때 감동 먹은 나, 국은, 태화 3 인이 이제 7순이 되는 연암, 남계, 아산을 위해서 이 자리를 마련하였소.
자 우리 모두의 건강과 우정을 위하여 건배! -
1 년 전 일을 잊지 않고 이런 자리를 베풀어주니 우리 네 사람 (춘성은 7순이 되려먼 아직 한 해가 남았지만.) 정말 감사하다는 말 이외에 할 말이 없소이다.
가족들의 축하도 아직 받지 않았는데 이렇게 7순 대접을 세상에서 제일 먼저 해 줄 사람들이 친구들 말고 누가 또 있겠소이까?
이럴 때 마시는 소주가 바로
즐거워 예! 깨끗한 암반수로 만든 C1 (clean 1)!
즐겁고 깨끗하게 살자!
정말 즐거운 시간이요 술밥 간에 맛있는 자리올시다.
내 마음 나도 모르게 우정의 날개 위에 실려 저 하늘을 나오.
봉래산 청학을 타고 신선되어 영원히 살고 싶었던 영도인들의
기를 받은 하루가 아니겠소이까.
첫댓글 즐거운 하루
아름다운 하루...
"깜짝 축하연"
칠순을 진심으로 축하하오. 우리 동기들이 이제 칠순을 바라 보거나 칠순을 넘기게 되었으니 어느사이 세월이 눈깜작 할 사이에 모르게 바람같이 지나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새삼 감회가 무량합니다. 그간 무엇을 하였던가?
산삼회에 참여하지 못한 친구들의 칠순도 같이 축하를 드리는 바입니다. 허세영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