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기 커피 한잔의 여유,
‘강릉 안목커피거리’
강원도 강릉시 견소동 287-90
처음에는 강릉의 ‘당간지주’를 찾아 떠난 여행길이었다. 학산리로, 대창리로, 수문리로 당간지주를 찾아 다녔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파일을 열어보니, 그 보다는 먹거리를 찾아 떠난 여행이었다. 온통 먹고 다닌 여행, 그 자리에서 즐기기도, 때론 포장을 해가며 결국은 먹다 끝나버린 여행이었다. 홀로 여행이 대부분이 길손이기에 먹거리를 찾는 여행이 흔치는 않다. 식구와 함께였기에 가능했던 강릉 식구여행, 그래서 더 즐거웠던 길 나섬이었다.
그 중, 오늘은 강릉의 커피이야기를 먼저 해본다.
누가 뭐라 해도 강릉은 커피의 도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다도유적지 ‘한송정(寒松亭)’이 자리한 곳으로 통일신라시대 화랑들이 머물며 차(茶)를 마셨다는 곳이다. 차를 찧던 절구가 지금도 그 자리에 있으며, 차를 완성시키는 물이 지금도 흐르고 있다. 그러한 연유로 시작된 강릉의 커피사랑은 10년을 훌쩍 넘긴다.
해 마다 매년 10월이면 강릉은 커피축제의 도시로 사람들을 끌어 모은다.
올해도 10월 3일부터 6일까지 강릉에서는 제11회 강릉커피축제가 열리는데, 태풍 ‘미탁’으로 인해 조금은 어수선한 풍경을 보인다. 그래도 명실상부한 커피축제다.
강릉 아레나와 함께 강릉 커피축제의 중심, 그 곳은 ‘안목 커피거리’다.
‘강릉커피거리’, ‘강릉항 커피거리’로도 불린다. 안목커피거리의 가장 큰 매력은 카페와 바다다. 진한 커피의 향과 음악, 그리고 바다. 가로막은 것은 모래사장뿐, 그 마저도 한 폭의 그림이 되어준다.
1990년대 이 전에는 커피자판기 4, 50여대가 커피를 담당했다. 자판기의 주인에 따라 커피의 맛이 제각각이었고, 나름의 입맛에 맞는 커피를 찾아 자판기를 골랐다.
이 후, 자판기는 점점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커피 카페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지금은 20여개의 크고 작은 카페가 500여m에 들어서있다. 길손도 안목을 지나거나 방문 할 때면 몇몇의 카페에서 진한 커피 향에 취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옛 그 기분을 찾아 자판기 커피 한잔을 뽑았다. 3대의 자판기 중 가장 비싼 700원, 헤이즐넛 아이스커피다. 얼음양의 조절 잘못인지, 커피 물 양의 조절 실패인지 모르겠으나 종이컵에 철철 넘쳐흐른다. 한 모금 마시며 얼음을 아작아작 깨물면 뒷목이 뻣뻣해진다. 달달함의 투박함, 욕 많이 먹을 법한 일회용 종이컵의 편안함, 700원에 넘치는 양까지, 오히려 그러한 붉은 종이컵의 자판기 커피 한잔이 이곳 안목커피거리에는 더 잘 어울리는 듯하다. 바로 앞 해변을 걸으며 마시는 한 잔의 커피, 안목 커피거리는 여전히 매력적인 길이다.
안목커피거리에 남아있는 커피자판기는 커피거리 끝, 투썸플레이스와 커피씨엘 사이에 3대의 자판기가 자리하고 있다.
⦁안목커피거리⦁
·A : 강원도 강릉시 견소동 287-90 (창해로 14번길)
·P : 카페거리 공영주차장
또 하나의 커피 명소,
'테라로사커피공장'
테라로사는 딸 덕에 찾은 곳이다. 젊은 공간, 청춘의 기운이 품겨져 나온다. 입구부터 매장까지 막힘없이 넓은 여유가 좋다. 눈으로 보면 잘 꾸며놓은 공방 같기도, 향으로 맡으면 빵집과도 같다. 들어서고 나면 커피공장인줄 알겠는데, 커피의 순수한 맛을 만나기를 기대했던 길손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운 공간이기도 하다. 말 그대로 카페, 커피공장이라는 말보다는 도심에 위치한 규모 있는 빵집 같은 기분이다. 원두를 볶는 로스팅 과정에서 나오는 커피향이 커피공장, 카페임을 알뿐, 딸이 주문한 메뉴들은 알아듣지도 못할 커피와 빵들이다.
커피를 사랑하던 강릉사람이 차린 카페, 핸드드립도 있고, 시음도 할 수 있는 곳으로 직접 로스팅 하여 내려주는 커피의 맛이 일품이었던 것을 인정한다. 옛 시절 다방에 앉아 마시던 고급스러운(?) 찻잔의 익숙함에서 긴장이 풀어진다. 빵의 종류는 이름은 못 알아먹겠고, 그저 달달했던 기억뿐이다. 사실 커피의 이름들도 잘 모르겠다. 에센틱시즌7? 예가체퍼 G1? 구지함펠라?? 늙은 것도 서러운데 이름까지 왜 이리 지랄 맞게 복잡한지..
‘테라로사(terarosa)’, TERA는 붉은 빛, ROSA는 흙은 뜻한다고 한다. 즉, 커피재배에 가장 적합한 흙을 의미하는 것으로 ‘커피가 잘 자라는 보랏빛 땅’이라는 뜻이란다.
지난 2002년 문을 열고 카페나 호텔등에 커피를 볶아 납품하던 말 그대로 커피공장이었으나, 그 맛을 본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2005년 카페를 겸하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지금의 뒤쪽 밤나무 숲을 지나 자리한 아늑한 공간에서 커피를 즐겼으나 2017년 더 넓고, 화려한 붉은 벽돌로 지어진 지금의 자리로 옮겨왔다. 이제는 커피뿐 아니라 빵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였고, 공간의 바로 옆에는 레스토랑을 열어 제철 식재료의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규모의 느낌이 상당히 좋다. 높은 천장에 넓은 여유가 돋보이는데 반해 사람이 너무 많아 느긋한 커피의 시간을 갖기에는 야단법석이다. 주말과 휴일을 피한 평일이면 모를까? 한번쯤 “이런 곳도 있구나.” 라는 기분의 방문정도면 만족하겠다.
⦁카페 테라로사커피공장⦁
·A : 강원도 구정면 어단리 1011-1 (현천길 7)
·H : www.terarosa.com
·T : 033-648-2760
·카페 : 09:00~21:00 (20:30 주문마감)
·레스토랑 : 09:00~17:00 (16:00 주문마감)
·휴무일 : 매주 화요일
글, 사진 자유여행가 박성환
www.한국기행.kr
첫댓글 가보고싶은마음이 절로 생깁니다...가고싶다....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새해에는 복.만.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