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사찰 꽃살문
문살의 종류를 살펴 보았지만 재미있는 것은 창살 문양에도
나름의 규칙과 정도가 있다는 사실이다.
꽃살문, 궁중 꽃살문, 육살 꽃살문, 완자문, 궁중 완자문,
빗살문, 쇠살문, 팔각문 등 수십여가지의 창살 문양이 있지만,
쇠살문에도 사대부(5개)와 평민(3-4개)의 차이가 있고,
사찰에 쓰이는 꽃문도 각기 다르다. 팔각문 같은 문양은 대개
대청마루에 많이 사용되어졌다. 창살을 끼운 전통 창호를
고정시키기 위해서는 문틀 양 옆으로 박아 넣는 쐐기가 전부다.
하지만 빈틈없이 딱 맞는 쐐기 두 개가 전통 창호의 매끈하고도
고운 선을 수백 년 넘도록 지켜오고 있다.
운문사 소슬금강저꽃문
국립 청주박물관장으로 계신 이내옥님의 '창호지와 꽃살문'
이라는 글을 인용하면서 이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문짝은 틀과 살로 이루어지지만 제대로의 문 역활을 하게
만드는 것은 종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종이 한지(韓紙)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통일신라시대에 만든 신라지(新羅紙)
같은 한지는 종이의 본 고장인 중국에서도 고급지로서
최상품의 명성을 얻을 정도 였다고 한다. 닥나무로 만든
전통 한지는 면이 골라 광택이 나고, 조직이 치밀하여
인장 강도가 뛰어나다. 그리고 산도(酸度)도 중성이어서
오랜 세월 동안 보존이 가능하다. 이런 장점 이외에도 한지는
무엇보다 외기로 부터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주며,
공기를 유통시켜주고 또한 빛을 적절하게 투과시켜준다는
점에서 창호지(窓戶紙)로서 그 인기를 오랫동안 누려 왔다.
근대에 접어들면서 우리의 문에는 창호지가 사라지고
유리가 그를 대신하고 있다. 그러나 비록 유리창이 대세를
이루고 또한 몇몇 실용적인 이득이 있다고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빛과 공기의 투과, 온도와 습도의 조절등
어느 면에서 보아도 그렇게 장점이 많지 않다는 데에 공감할
것이다. 더욱이 창호지에 비치는 살의 아름다움은 결코
유리창이 대신할 수 없다."
신흥사 극락보전 빗살꽃문
꽃문으로 유명한 사찰
* 범어사[부산] - 팔상전,독성전,나한전(1905년) - 띠살,빗살, 우물살꽃문
* 통도사[양산] - 적멸보궁(1644년,보물144호) - 소슬연국모란꽃문,
* 신흥사[속초] - 극락보전(1749년) - 빗살연국모란꽃문, 빗살연모란꽃문
* 동화사[대구] - 대웅전(1732년) - 소슬모란꽃문,빗국화꽃문, 빗연모란꽃문
* 대승사[문경] - 대웅전(1862년) - 소슬모란꽃문, 소슬국화꽃문
* 마곡사[공주] - 대광보전 - 소슬민꽃문
* 정수사[강화] - 대웅보전(1423년,보물161호) - 꽃병꽃꽂이문
* 남장사[상주] - 극락보전(1635-1776년경) - 소슬모란꽃문, 소슬민꽃문
* 내소사[부안] - 대웅보전(1633년,보물291호) - 빗모란꽃문, 빗연모란꽃문,
빗국화꽃문,소슬모란꽃문
* 무량사[부여] - 극락전(1627년,보물356호) - 소슬민꽃문
* 운문사[청도] - 대웅보전(1653년,보물835호) - 소슬금강저꽃문
* 기림사[월성] - 대적광전(1629년,보물833호) - 소슬모란꽃문, 소슬금강저꽃문
* 쌍계사[논산] - 대웅전(1739년,보물408호) - 빗연모란꽃문, 소슬모란꽃문,
빗모란꽃문,빗국화꽃문
* 은해사[영천] - 대웅전(1849년) - 빗살문, 빗국화곷문
* 용문사[예천] - 대장전의 팔모윤장각(16세기,보물684호) - 도화,연화,
국화꽃문과 연못문
* 불갑사[영광] - 일광당 문(1870-1909년경) - 띠살문
* 불갑사[영광] - 대웅전(17세기 초,보물830호) - 소슬연꽃문,소슬금강저꽃문,
빗금강저꽃문
* 선암사[승주] - 원통전(1824년) - 모란꽃문
* 화엄사[구례] - 대웅전(1649년,보물299호) - 빗살문
* 송광사[승주] - 하사당(15세기 초,보물263호) - 날살문과 띠살문
* 영락사[영주] - 불발기꼴 문 - 우물살과 빗살
* 금산사[김제] - 대장전(17세기,보물827호) - 소슬모란꽃문
* 증심사 [광주]- 대웅전(1970년) - 소슬연화문, 빗모란잎문
* 선운사[고창] - 요사채 문 - 우물살과 띠살문
* 북지장사[대구] - 요사채 문 - 무궁화꽃문
내소사 소슬모란꽃문
날살무늬(좌,우)와 띠살무늬(가운데)로 된 송광사 하사당
아래 글은 관조 스님께서 송광사 하사당의 문살을 보고서
그 느낌을 표현한 글로 여기에 옮겨 봅니다.
송광사 하사당 문살...
오똑(?)선 길고 좁은 띠살무늬가, 양옆으로 세로살인 낮고
넓은 듯한 날살무늬(바라지)를 거느리고 있는 단출, 깔끔한
무늬이다. 이른바 삼각을 이루는 안정된 3존 형식으로
가운데에 부처가 자리해 좌우에 보살을 거느린 조화로움이다.
그러면서도 왼쪽 날살문이 오른쪽보다 더 넓다. 이는 바로
파격의 묘를 보여주는 것이자 똑 같은 것을 거듭하지 않는
예술성을 제대로 부리고 있음이다. 여기에 그 멋이 드러난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파격의 높은 격조는 불상이나 불화에서도
보이듯 부처(석가모니나 아미타) 왼쪽이 자비, 행원(行願)의
관음이나 보현이 되어 지혜를 내보이는 오른쪽의 세지나
문수보다 더 푸근하고 너그러우며 틈이 (열려)있는 상징성까지
내던져 주는 것이다. 수행자의 방(禪房)에 던져지는 이 단출한
가짐새 - 그윽한 그림자는 바로 불법의 문임을 뜻한다.
문살의 종류는 여러가지로 나누어지나 그 기본 골격은
세로살인 날(經)살과 가로살인 씨(緯)살,
그리고 빗(斜)살로 이루어져 있다.
1. 날살문
세로살의 날살만으로 짜여진 것으로 가장 초보적인 살로
매우 단출하고 깔끔한 맛을 보여주고 있다. 선(禪)을 닦는 수행승의
방에 어울리며 바라지(窓)로 많이 쓰인 것이다. 봉정사 극락전
(국보15호), 부석사 조사당(국보19호), 송광사 하사당(보물263호),
해인사 대장전(국보52호)등의 바라지에서 볼 수 있다.
2. 띠살문
날살에다 띠처럼 가로살인 씨살을 위, 가운데, 아래로 나누어
지른 것이다. 이는 날살지게에서 조금 진보된 것으로 일반집의
창호에 많이 사용되었다. 사찰에서는 초기 법당에 많이 사용
되었으나 요즈음엔 단출, 깔끔한 주심포맞배집의 문살로
자리를 잡고 있다. 봉정사 대웅전(보물55호), 부석사 조사당
(국보19호), 송광사 국사전(국보56호)과 하사당에서 볼 수 있다.
법주사 팔상전 어간 우물살문
덕수궁 우물창살
3. 우물살문
날살과 씨살을 서로 똑같은 칸으로 질러 짜나가 네모난 우물무늬를
만들어가는 무늬살이다. 날살지게와 띠살지게를 좀 변형시켜
나아간 것으로 살칸이 많아지고 촘촘하여 튼튼해 졌으나
아름다움에 따른 느낌은 반드시 띠살무늬 보다 낫다고 볼 수는
없다. 일반집에서 띠살과 더불어 흔하게 사용된 문살이다.
부석사 무량수전(국보18호)이 모두 우물살로 되어 있으며
장곡사의 상대웅전(보물162호), 안동 개목사 원통전(보물242호),
범어사 팔상전등의 문살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내소사 대웅보전 빗살문
4. 빗살문
빗살은 두 살을 45도로 경사지게 걸쳐 짜는 방식으로
마름모 무늬를 만들어가는 문살이다. 날살만이나, 띠살 또는
우물살보다 꾸밈을 더 준 것으로 바로 우물살을 모로 뉘워
솜씨를 부린 것이다. 이 빗살무늬는 주심포맞배집의 단출,
깔끔한 초기 불당에 어울리는 무늬였으나 차차 다포팔작집에도
많이 사용하게 되었다. 살과 살이 만나는 교차점에 꽃송이를
올린 꽃문으로 유행하게 된 무늬이다. 수덕사 대웅전(국보49호),
개심사 대웅전(보물143호)에서 볼 수 있으며 신흥사 극락보전,
동화사 대웅전, 내소사 대웅보전 등에서는 연꽃이나 모란,
국화들을 새긴 꽃문을 만날 수 있다.
동학사의 소슬모란꽃문
5. 소슬살문
세로살인 날살과 씨살, 그리고 빗살의 모든 문살을 다 넣어
짠 복잡화려한 무늬살이다. 곧 소슬이란 솟은 즉 돋아낸,
돋우어낸, 도드라진의 뜻으로 솟을살무늬라고도 하며
이 무늬살에는 거의가 꽃을 도드라지게 새기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다.
통도사 적멸보궁의 소슬연국모란꽃문
소슬살에는 형태에 따라 모두 다섯가지로 분류되는데
첫째로, 날살과 빗살로만 이루어져 한 점에 6살이 만나 뻗치는
것으로 거북등 무늬를 만들게 되며 여기에 꽃무늬가 새겨지면
소슬꽃문, 무늬가 없으면 소슬민꽃문이라 한다.
동화사 대웅전, 신흥사 극락보전, 운문사 대웅보전 등이
여기에 속한다. 둘째로, 날살과 씨살 그리고 빗살 모두 넣어
짠 것으로 한 점에서 8살이 만나는 복잡한 문살이다.
여기에는 통도사의 극락보전과 무위사와 남장사의
극락보전 등이 있다.
통도사 적멸보궁 꽃문 머름에 새겨진 모란무늬
* 머름(궁판)
문에서 가장 아랫 부분을 머름(궁판)이라하는데 여기에도
모란과 연꽃송이를 화려하게 빈틈없이 새겨놓았으며, 거기에
세월의 무게가 더해져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참고로 통도사
적멸보궁의 꽃문은 이 건물이 지어진 해(1644년)에 제작된
것으로 약 36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통도사 적멸보궁 꽃문 머름에 새겨진 모란무늬
통도사 적멸보궁 꽃문 머름에 새겨진 연꽃무늬
셋째로, 날살과 빗살로만 이루어지되 두 빗살이 날살 사이의
칸 가운데서 서로 만나는 꾸밈새로 한 칸 속에서 6모 테두리가
나타나게 되는 문살이다. 이 무늬는 마곡사의 대광보전처럼
소슬민꽃무늬로 나타나는게 특징이며 금강저를 새기는
살이 되거나 안팎을 슬쩍 둥그스름하게 만들어 속이 텅 빈
깊은 맛을 드러내고 있다. 넷째, 위의 첫째번 것과 반대로
가로살인 씨살과 빗살만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첫째 것을
옆으로 누인 형상이다. 용문사의 대장전 속에 있는 8모윤장각
문의 문살이 유명하다. 마지막으로 날살과 빗살로 꾸며지되
날살을 한 줄 없애버렸거나 아니면 한 칸을 더 넓게 잡은
짜임새의 문살로 날살에서 6살이 모여 뻗쳐가되 테두리는
마름모꼴을 이루는 무늬살이다. 넷째와 더불어
흔치않은 짜임새이다.
수원 용주사 대웅보전의 소슬민꽃문
동학사의 꽃무늬살문
6. 꽃무늬살문
날살,씨살과 빗살로 짠 위에 새겨진 꽃무늬가 아니라
그냥 꽃나무를 통째로 아로새겨 문짝을 만들어 짠 것을 말한다.
강화도 정수사 대웅보전과 선암사 원통전 어칸이 여기에
속하며 연꽃이나 모란꽃들을 줄기채 길게 새겨 올린 것으로
사실적이고 자연스러움이 돋보인다.
설악산 신흥사 소슬모란꽃문
문살에는 많은 종류가 있지만 여기서는 우리나라 사찰에서
만들어진 꽃문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동서고금을 통하여 예술의 최고 경지에는 항상 종교가
자리하고 있다. 우리의 불교미술 또한 예외가 아니다.
석굴암을 비롯하여 다보탑, 석가탑, 미륵보살반가사유상
그리고 고려불화 등 수많은 문화예술품 중에서 불교미술을
제외하고 나면 몇이나 남을까? 그 중에서 사찰의 법당에
달려 있는 문짝에는 별로 관심을 주진 않았다.
건축물의 아름다움과 처마, 배흘림기둥, 벽화, 주련 그리고
현판에는 많은 관심을 갖고 용어정립과 함께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었건만 문살에 대한 것은 아직 용어도 제대로 정립이
되지 않은 것 같다. 현재 발간된 몇 되지 않는 책에도
용어들이 제각각이라 더욱 혼란스러웠다.
동해 낙산사 원통보전 꽃문전경
문(門)이란 이쪽과 저쪽을 연결하여 주는 장치이다.
이쪽과 저쪽은 벽으로 차단되어 있다. 그러나 그 연결 고리가
문이다. 저 안쪽에는 신성한 부처와 극락세계가 있고 이쪽
바깥에는 사바의 고통을 안고 사는 중생이 있다.
중생이 이승의 티끌을 털고 부처의 극락세계로 들어가는
경계는 지극히 환희가 넘치는 곳이며 최상의 장엄으로 치장
되어져야 했다. 최상의 장엄은 언제나 그 소재가 꽃이었다.
불교에서 꽃(華)은 법이요 진리이며 극락이다. 그 꽃과 문이
결합된 것이 사찰의 꽃문(華門)이며 우리는 여기에서
민중의 소박하고 순수한 심성과 염원을 보게 된다.
양산 통도사 적멸보궁 소슬연국모란꽃문
절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무늬로 연꽃, 모란, 국화 그리고
금강저 등을 많이 새겨 놓는다. 연꽃은 정갈하여 꽃 가운데
꽃이고 끊임없이 우리를 깨끗하게 정화시킨다는 뜻이고,
모란은 탐스런 생김새와 향기의 으뜸으로 나타내어 우리를
저절로 가멸케 만들고 있으며, 국화는 뜻높은 이(부처)의
오래도록 머뭄(장수)를 뜻한다. 그리고 금강저(金剛杵)는
바르고 옳은 지킴이의 힘을 표현하고 있다.
그 외에도 卍무늬, 나뭇잎이나 꽃병, 6모 난 거북등무늬 등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뜻을 지닌 꽃무늬들은 절집의 길(法)과
함께 물려져, 문(얼굴)에 꾸며진 꽃밭이자
비단(錦)자리가 된다.
설악산 신흥사 극락보전 빗연국모란꽃문
이렇게 새겨놓은 꽃송이에는 빛깔을 입히는데 빨강, 파랑,
노랑, 하양, 주황 이렇게 5색을 사용하여 문골(얼굴)을
단장한다. 잎사귀엔 푸른빛이나 파란 빛으로 나타내었다.
이러한 물감으로 꽃무늬를 얼마나 곱고 그윽하며 밝게
보이도록 하는가에 온 마음을 다 쏟았다.
단청으로 곱게 장식한 꽃무늬가 오랜 세월의 비바람에
벗겨져 고색이 도는 꽃문 조각 장식에는 나이테의 가지런한
골이 드러나 또 다른 미감(美感)을 창출한다. 꽃잎의 윤곽
또한 자연스러운 마모를 거치면서 부드럽고 아름다운 선으로
거듭 태어난다. 목수의 인공에 세월의 무게가
더해지는 것이다.
[출처] 전통사찰 꽃살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