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파도 23년 시월에 시인 박경민
끝없이 펼쳐진 바다는
나만의 켄바스였다.
난 바다에서 마음껏 접었다
폈다를 수도없이 되내이며
나만이 볼수있는 그림을 그려갔다.
검푸른 파도는 또다른 나의 작품으로
내게 다가왔다
어느날 바다가 속삭인다
허연 속살을 쏟아내면서
바위에 부대낀다
차가운 물보라에 바위는 가라고
밀어낸다
파도는 성이났는지 더 세차게 때리며
달려든다
바위는 아파하며 주루룩 눈물을 흘린다.
성난 파도는 결국 내 발앞에 꼬꾸라지고
만다
눈물 23.10. 09 시인 박경민
어떤 이는 수도꼭지를 틀어 놓은줄
알았다고 한다
이 놈의 눈물은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진다
기쁘면 엉엉 세상을 다 얻은 듯이
쏟아 지고
슬프면 펑펑 세상을 다 산 듯이 쏟아 진다
저기 흐르는 한강의 물의 반은
내가 쏟아낸 눈물일 것이다
지친 몸 힘든 몸 눈물로 대신 아파하면
이 또한 환희의 눈물이 아니련가
내 아이들은 말한다
엄만, 눈물 공주라고
세상 그 어떤 공주가 되고 싶었으니
눈물 공주라도 된다면 커다란 안위가 아닐런가
천지 23.10.09 시인 박경민
세상 천지 천지도 모르고 산 것이
눈 앞에 펼쳐진 천지가
하늘인줄 알았다
발 아래 펼쳐진 파아란 천지는
분명 하늘이였다
하늘을 내려다 보면서
천지는 어디에 있는가
두리번 거리니
왁자지껄 감탄 소리에
아 60 평생
천지도 모르고 살았구나
빼앗긴 나라 23. 10. 09 시인 박경민
총칼로 빼앗긴 나라는 암흙이였다
살아도 산것이 아니고
죽자고 덤벼도 죽지 못했다
몸은 천갈래 만갈래 찢기고
이름도 언어도 다 빼앗겼다
수 많은 군중 속에서 열차에 몸을 숨겨
그 한 몸 불사르며 독립을 외치며
어떻게 되찾은 나라이거늘
간도로 하얼삔으로 위험을 자처 했으니
오늘의 우리가 살아간다
동백꽃 보다도 더 붉운 피를 피흘려 만든
세상이거늘 세계 강국을 만든 쾌거는
하루 아침에 폭삭 꼬꾸라져간다
손가락질 하나 잘못 눌러 나라는 나락으로 곤두박질 치는구나
폭풍우 때리던 날 23.10.27 시인 박경민
청명한 가을 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우당탕탕 굉음을 자아내면서
번쩍번쩍 하늘이 갈라지기도했다
쏟아지는 빗방울에
엄지 발톱만한 우박도 가세해서
금세 세상은 먹물로 뒤엉켰다
가을비 우산속에 이슬이 맺혀야 하는
어느 가버린 가수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80년대 스크린을 누볐던 굵은 톤의 가수다
그야말로 靑天霹靂이 떨어진거다
청초하리만치 높고 높은 10월의 하늘이다
10.29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세상 것들
에게 젊디 젊은 억울한 영혼들의 분노가 터져나왔기에 세상은 그저 침묵의 시간에 빠져든다.
ㅡㅡ 5행시 ㅡㅡ
이-- 이태원에 갔다
태-- 태어나서 처음 갔다
원-- 원없이 놀고 싶었다
참-- 참사가 났다
사-- 사전 대응은 없었다.
사월의 여운 박경민
개나리 진달래가 막 지고나니
벗꽃도
동백도
목련도 덩달아 따라진다
연산홍이 새 빨갛게 불타오르니
향이 짙은 라일락도 질세라 보라빛을 띤 채
발렁벌렁 콧구멍을 자극한다
노랑 빨강 키 작은 튤립은 서로 필세라
앞 다투어 사랑 싸움 하는데
아,, 사월의 노래가 떠오른다
꽃이 지니 사월은 여운을 남긴채
더 빨리 흐른다
수박 23. 08.12 시인 박경민
여름이 가고 있다
매미도 지쳐 울음 소리도
사그라 지고 있다
수박을 한통 샀다
여름이 다 가기전 한통 먹어야 겠기에
낑낑 사들고 들어왔다
두 딸이 다 시집을 갔으니
수박도 혼자 먹기 벅차다
요즘 세상은 수박들로 시끄럽다
왜들 애꿎은 수박을 거들먹 거리는지 모르겠다
갑자기 수박 맛이 뚝 떨어졌다
겉이 푸르니 푸른줄 알았나 보다
알고 보니 속이 씨뻘겋기에
씨뻘건 수박을 걸러내자고 외친다
하늘과 바다 박경민
하늘 끝에는 바다가 있고
바다 끝에는 하늘이 있다
하늘은 파란색이고
바다도 파란색이다
하늘엔 갈매기들이 떼지어 다니고
바다엔 물고기들이 떼지어 다닌다
하늘에 올라 바다를 보니
바다는 하늘이고 하늘은 바다로다
하늘에 두둥실 떠다니는 구름은
바다에 일렁이는 하얀 파도였다
비로소 하늘과 바다는 한몸이였다
하늘 끝에는 바다가 있고
바다 끝에는 하늘이 있다
바뀌다 24.0 01.12 박경민
세상이 바뀌니 내가 바뀐다
어제나 오늘이나 그 날이 그 날이건만
내가 어제가 아니고 오늘이 또 내가 아니다
바뀐게 어디 나 뿐이련가
시간이 자꾸 흐르니 마음도 몸도 다 바뀌어간다
세상껏 뒤 돌아보지 말자고 마음속으로 되 뇌어도 자꾸 뒤돌아 보는건
추억이 나를 붙들고 있기에
긴 한숨 속으로 자꾸 겨들어간다
이름 없이 24. 01. 08 박경민
들판의 꽃들을 보라
가꾸지 않았다고 향기가 없더냐
가꾸지 않았다고 다소곳 하지 않더냐
가꾸지 않았다고 미소가 없더냐
비록 내가 이름 없이 세상에 나왔다 한들
비록 내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한들
교만하거나 뽐내는 세상 것들에 비한다면
내 비록 이름 없이 왔다가 간들
무엇이 허무하고 무엇이 비참할끼나
들판의 꽃들이 향기를 내뿜듯
들판의 꽃들이 환한 미소를 내짓듯이
나 또한 다소곳한 몸매 무시로 내 의무를
다 한다면
이것이 이름 값을 다 한 것이 아니겠느냐.
카페 게시글
┏…시,시조,동시
시 모음
박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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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4 17:57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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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박 시인님♡
주옥같은 글
올려 주셨네요
수고하셨습니다
높은 옥고에 즐감합니다
추운 날씨에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