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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하-"
얼음까지 둥둥 띄운 찬 맥주가 목구멍으로 갑자기 넘어가자 머리가 띵해진다.
맥주에 얼음을 띄우는 지 아닌지 모르지만 그냥 속이 답답해서 알싸한 알콜과 뼈 시릴 차가운 것이 좀 풀어줬으면 했다.
내가 미쳤었다. 돌았다. 제정신이 아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니... 정신에 문제가 있는 걸까?
녀석은 내 말을 듣고 피식 웃더니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런 녀석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그리고 이어서 닫힌 방문을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는 깜짝 놀랐다.
내가 방금 무슨생각을 한건지....
나도 참 큰일 날 사람이다.
"야!!! 너 정말로 공부 안할거야?"
"........"
"능력도 없는 놈이 잡고있는다고 퍽이나 좋겠다!!! 어? 행복하겠어!!!"
"평생 먹여살릴 능력 돼."
"뭐가 되는데!!! 니가 번 돈도 아니잖아!!! 그냥 가만히 물려받는 돈이잖아!!!
나라면 그런 남편 딱 질색이겠다! 정작 본인은 할 줄 아는거 하나도 없고...
여자들이 꿈꾸는게 뭔지 알아? 열심히 일하는 남편 열심히 내조하는거다!!!
넌 그따위로 해서 무슨 여자를 행복하게 해줘? 웃기지 말라그래- 허!!!"
괜히 성질을 냈다.
그냥 짜증이 났다.
아직 미친 정신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았나 보다.
"일... 하면 되잖아."
"무슨 일."
"아버지 일........"
"개뿔- 그게 니 능력이라고 생각하겠냐? 아버지 빽으로 앉아있는 자리지. 적어도 서울대정도는 졸업해야지-"
될대로 되라는 식...
이제는 나도 모른다. 이미 나간 정신 돌아오려면 시간 좀 걸릴 것 같고,
잠깐만 미치자. 속에 있는 말 다 내뱉어 버리자.
그리고 복잡한 마음, 생각 다 정리하고 편하게 살자.
왜 복잡한지도 모르지만 일단을 내뱉어 버리자.
"그럼... 넌 어땠으면 좋겠는데."
"적어도... 적어도 서울대정도는 졸업해야 하고, 순 자기 능력으로 벌어서 나 모시고 살다시피 해야 하고,
내 말도 잘 듣고, 나한텐 애교도 잘 부리고... 음... 음... "
"그래 알겠어."
"야 말 끊지마 이자식아."
"..........."
"또... 나를 제일 아껴주고... 사랑해주고... 바라만 봐도 웃음이 나고 행복하게.... 흑"
생각해 보니 서럽다.
나에게는 그런 사랑이 찾아오기는 할런지....
찾아온다면 그건 어느정도 기다려야 할지...
나는 지금 당장 사랑이 필요한데, 내 마음이... 사랑을 찾는데 언제쯤 그런 사랑이 올지...
어쩜 나에게는 평생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더 궁금한 것은 내가 사랑이라는 것을 할 수 있을런지다.
이상하게 나에게는 사랑이 찾아오지 않는다.
영화처럼 한 눈에 반하는 그런... 그런 사랑을 꿈꾼다.
아직도 사춘기의 소녀마냥...
하지만 아직도 사춘기의 소녀마냥 상상에서 그쳐버린다.
사랑이 고프다. 엄마아빠친구들의 사랑이 아닌 내가 사랑하는 이성의 사랑...
사랑을 받고도 싶지만 사랑을 하고 싶다.
미치도록......
사랑을 하면 가슴이 떨리고 설레이는 기분이 너무 좋다고 한다.
그 사람을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고 행복하고...
그 사람만 생각하며 하루가 시작하고 끝나고, 그 사람을 생각하면 미친듯이 웃음이 나고...
그런 미친 듯한 사랑을 하고 싶다.
또 그 사람과 키스를 하면 종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정말일까? 과학적으로 따지면 맞지 않는 말인데.....
그래도 그런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미신을 믿는 재미도 꽤 있다.
남아있던 맥주를 원샷해버렸다.
술에 약한지라 술기운이 돈다.
'딸깍'
녀석이 방문을 열고 나왔다.
"왜 울어...."
"나도........... 흡 나도.. 사랑 받고 싶다... 사랑 하고 싶다..."
"날 사랑해."
"미친놈.... 흡 뭐래?"
눈물을 훔치고 일어났다,
'쏴아-'
손이 시리도록 찬 물로 세수를 하자 그나마 돌던 술기운도 싹 없어진다.
"그냥 잊어라.. 나 오늘 안울었다."
녀석 센스가 영 아니다.
민망하게.. 쪽팔리게 왜 문을 열고 나온담?
그리고 저를 사랑하라니... 저게 단단히 미친거다.
순간 나는 녀석의 그 미친 발언에 순응했다.
그래 오늘은 나도 미치고 너도 미치고...
그리고 내일은 원상복귀하자.
언제 미쳤냐는 듯이....
마침 내일 휴일이니까...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네? 아직 우리 반 아이들 이름도 다 외우지 못했는데...
벌써 일주일이다.
그리고 녀석과 만난지는 한달 정도...?
"내일 각오해라. 여태껏 못한 공부 다 할테니까..."
"....."
"할꺼지?"
".........."
"니가 사랑한다는 그 여자가 싫어해. 그 여자 위해서 해."
".......... 알겠어."
"아- 일찍 자라."
"야."
"왜."
"오늘부터.. 밤 새서 공부하자."
"또 뭐야?"
"아니다. 넌 그냥 자라."
"뭐야-"
그냥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녀석을 다루는 방법이 바뀌었다.
날 좋아하느냐는 질문에서 그녀가 싫어해로....
왠지 씁쓸한 이 기분...
아직 정신이 덜 들어왔나보다.
-
'딸깍'
뭐지? 분명 내 방문이 금방 닫혔다.
그냥 무시하고 자려다가 찜찜해서 일어났다.
시계를 보니 3시...
이 집엔 녀석밖에 없을테고...
녀석인가? 그럴리는 없고...
그냥 기분탓일까?
다시 누웠다가 일어났다.
누군가가 내 방에 내가 자는 사이에 들어왔다는 것이 영 찜찜했다.
기어코 거실로 나왔다.
컴컴한 거실... 평소 어두운 것을 싫어해서 잠을 잘 때도 꼭 스탠드를 켜놓고 잠을 잔다.
어두운 거실에 혼자 있으니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래서 얼른 다시 방으로 들어가려다가 녀석의 방으로 눈길이 돌아갔다.
문이 꼭 닫혀 있었다.
천천히 녀석의 방문으로 가 슬며시 문을 여는데 밝은 빛이 새어 나왔다.
책상 위에는 문제집 중간에 펜이 끼워져 덮여 있었고, 녀석이 이불도 덮지 않고 침대에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팔이 눈을 덮고 있어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내심 아쉬웠다. 잘생긴 얼굴 좀 드러내놓고 자지...
몰래라도 훔쳐보게... 아이고, 정신이 아직도 덜 들어왔나 보다.
"그 여자가 그렇게 좋냐?"
"..........."
"좋아? 사랑해? 얼만큼?"
자는 사람 붙잡고 이러쿵 저러쿵 하는 내가 웃겨 일어나려고 할 때 녀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어?"
"좋아. 사랑해. 얼만큼인지는 모르겠다. 근데 무진장 사랑해."
"어....."
"너라면... 내가 그렇게 억지로 매어 놓는다고 하면... 행복해 질 수 있겠냐?"
"아니. 사랑해서 놓아준다는 말도 있잖아.."
"그건 자기 사랑에 자신이 없는 멍청한 인간들이 사랑을 놓치면서 폼이라도 잡으려고 내뱉는 말이야."
"아... 그런...거야?"
나는 그 말 엄청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였구나... 사랑은 알면 알수록 신기하고 빠져드는 것 같다.
"사랑에는 어느 정도의 소유욕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소유욕 강한 사랑을 꿈꿨다.
소유욕이 강한 사랑을 하면 답답하고 힘들때도 있겠지만,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더 증명해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아직까지 사랑은 나에게 상상속에서 만들고, 실행하고, 만족하는 선이 다 이다.
"그래도... 그런 식이라면 싫을것 같다..."
"왜? 능력이 없어서?"
아니, 그냥... 그게... 그 상대방이 나가 아니니까?
또 뭐래니 나는?
"그런데 서울대 안가면 나랑 살아야 하잖아."
"응."
"그러니까 서울대 가... 입학만 해도 나랑 끝내고 그 사람이랑 잘 해보면 되잖아.
서울대 가고 그 사람이 네 곁을 떠난다고 해도 네가 네 능력으로 잡아봐.
그럼 엄청 멋있겠다........"
"그런게 너는 멋있냐?"
"응. 근데 민하루."
계속 이런 사랑얘기 하다가는 나 또 눈물 나올 것 같아.
나 지금 그 여자가 질투나 미치겠어. 부럽기도 해.
나도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거든.
아직 늦은 나이는 아니지만.... 괜히 조바심 나거든.
"왜?"
"나 니 담임이야."
"학교 아니잖아."
"그래 학교 아니니까 선생까지는 안바랄께. 그래도 내가 너보다 3살 더 많아."
"얼굴은 아니잖아."
"야!!! 어쨌든 내가 나이 더 많잖아!!!"
"나는 너한테 동생이고 싶지 않다."
"그래도 동생이거든? 누나라고 해라."
"됐어."
"이게... 누나-해봐."
"안 자냐?"
"누나-해보라니까? 그럼 예쁘겠는데..."
"남자가 예뻐서 뭐래."
"말이 예쁘다는 거지- 나한테 누나라고 하면 음..."
"뭐해줄거냐?"
"음... 뭐해줄까?"
"ㅗ....."
"응? 뭐라고?"
"아니야. 그냥 관둬라. 빨리 가서 자-"
"야 누나 해봐- 아 진짜- "
"소원이야?"
"응. 소원이다."
"ㄴ...ㅏ"
"안들리거든?"
"..........."
"아 됐다 됐어. 드러워서 진짜... 동생한테 누나소리 한 번 들으려고 이 짓을 하고 앉아 있고..."
결국 참지 못하고 일어났다.
"자라-"
내가 문을 열자 녀석이 갑자기 일어나더니 어두운 거실로 나를 밀어냈다.
이런 썩어빠ㅈ...
"누나 잘자-"
'쾅!'
짜식...
"그래 동생아!!! 크큭 너 그러니까 귀엽다!!!"
-
..........자야 한다. 그런데 잠이 오지 않는다.
녀석이 누나라고 외쳤던 목소리가 계속 맴돌아 잠을 잘 수가 없다.
녀석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알면 알수록 귀여운 구석이 많는 놈...
하지만 이성으로써는 절대 아니라고.... 그저 동생으로써라고....
갑자기 생각 나는 말. '강한 부정은 곧 긍정이다.'
아 짜증나.... 그래서 내가 그 초딩놈을 좋아한다는 거야 뭐야?
-
"야- 일어나 밥줘."
뭐랜다냐.. 누가 주말 아침부터 나한테 밥을 달래는 거냐...
그래... 귀여운 하루구나.
말하는 꼬라지를 보니 일어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진다.
"야!! 빨리 밥 차려- 니가 그렇게 원하는 공부하게"
어우 이쁜것... 공부를 한다네-
그래... 그래야 서울대 가고, 나랑 끝내고, 그녀랑....
그녀를 위해서 공부한다...... 갑자기 짜증이 밀려온다.
그리고 녀석이 그녀를 위해 공부한다는 것에 짜증이 나는 것이 또 짜증이 난다.
"............"
녀석이 가만히 나를 내려다 보고 있다.
그냥 부끄럽고, 좋고... 웃음이 나고... 그래서 이불속을 파고 들었다.
"..........ㄴ..ㅏ...."
"응? 뭐라고?"
"아씨 누...나........ 밥 달라고. 뭐하는거냐? 대낮이야!!!"
역시 귀여운 녀석... 누나 한마디 했다고 얼굴이 새빨걔져서는 문을 쾅 닫고 나가버린다.
닫힌 문을 보며 웃다가 억지로 움직이지 않는 몸을 일으켜 기지개를 폈다.
오늘 아침은 뭘 먹을까...?
생각해 보니 녀석이 좋아하는 음식을 한달정도 함께했는 데도 모르고 있었다.
괜히 미안해지네...
"민하루! 너 좋아하는 거 뭐야?"
녀석의 방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녀석이 책상 앞 벽에 무언가를 붙이고 있더라...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서.'
"너 그거 뭐야?"
"자극 받아서 열공해야지. 사랑을 쟁취하는 거랜다."
"그러냐? 열심히 해봐라."
"그래. 죽도록 열심히 해서 꼭 얻어 낸다. 내가 내 손아귀에 꼭 쥐고 만다."
"그래.... 뭐 먹을래?"
갑자기 기운이 빠진다.
괜히 또 짜증이 나고... 나는 어젯밤 녀석 생각때문에 잠도 못잤는데...
녀석은 그녀를 위해라는 문구를 떡하니 붙여 놓질 않나...
아무리 사랑을 원해도 짝사랑만은 피하고 싶었는데...
아니, 내가 또 무슨 생각이야.
녀석, 사랑에 빠졌나 보네. 좋아 죽네- 부럽다- 나에게도 빨리 그런 사랑이 찾아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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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으베이비님, 빅뱅지용♥님, 케로베스님, 쁘하잉님 저번편 댓글 감사드립니다^^
드디어 시험이 끝났습니다!!!으하핫 축하해주세요.
이제부터 정상연재로 수,토 올리겠습니다.
요즘 댓글도 줄고, 조회수도 줄어서 슬퍼요ㅠㅠ
그래도 제 글 재미있게 읽어주시는 분들 계시니까 열심히 연재합니다^^
감사합니다^^
눈팅하시지 마시고, 짧게나마 댓글 남겨주세요.
업뎃쪽지 원하시면 +를 달아주세요^^
첫댓글 재밋어요 ! ! ㅎ ㅎㅎ ㅎ ㅎ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다음편도 기대해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감사합니다^^ 수요일에찾아뵙겠습니다^^
아이거짱재밋다ㅠㅠ내일올려주면안대??
아.... 써야지요ㅠㅠ 수요일까지 기다려주세요^^
힝..나누군지몰라요!?왜존댓말이야ㅠ
아니... 모른척한건데...ㅠㅠㅋㅋㅋ
오우 역쉬 잼잇는 +ㅁ+ 근데 남주이름 까먹엇다ㅠ_ㅠ 암튼 남주 귀엽움히히
아... 남주이름이 잘 안나오죠? 헤헷 민하루입니다^^ 감사합니다^^
까악까악. 기렵다>< 하루짱!
아~그런건가요? ㅎㅎ 댓글 감사합니다^^
내가 댓글다는걸 깜박하고.... ㅠㅠ
ㅋㅋㅋㅋㅋㅋㅋ댓글이궁핍하다...ㅠㅠ
알았어... 내가많이 달아주지!! 지금 난 언니네 집인데~ 언니는 어디에?
난지금내집에ㅋㅋㅋㅋ 넌지금니집에
으흐흐.... 소설 미리보기도 왠지 기분 좋은데? 후훗..
담부턴 안보여준다.ㅋㅋㅋ 더 숨겨놔야지
와 ........................ 둘이 서로 엇갈려 있나요 -ㅅ- ?................
글쎄요...흐흣 감사합니다^^
둘이너무꼬였다는!! 근데근데!! 누나누나카면서 빨개지는거너무귀여워요!!
ㅎㅎㅎ 꼬였죠... 누나는 연하의 특권이니까요^^ <뭐래-- 쨌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