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 메세지] ---------------------
어느 중학생이 한국의 보신탕 문화를 야만인같다고 비판한 프랑스 배우 브리지도 바르도에게 보낸 편지와 그에 대한 답장입니다.
<브리지트 바르도 여사께>
먼저 당신의 신념을 위해 싸우고 계신 여사께 존경을 표합니다. 그러나 여사께서 몇 가지 한국인의 식습관에 대해 오해하는 것이 계신 것 같아 이 글을 띄웁니다. 우선 여사께서는 한국인의 삶속의 개의 의미와 유럽인의 삶에 있어서의 개의 의미를 크게 오해하신 것 같습니다. 한국인의 삶속에서 개는 소나 돼지와 다를 바 없는 가축에 불과합니다. 유럽은 개가 가축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존재가 될 수 있겠지만, 한국은 농경 사회이기 때문에 그다지 필요가 없는 개는, 오히려 농경사회에 필수적인 소보다 훨씬 못한 대접을 받습니다. 따라서 한국인에게 '개는 인생의 동반자'라는 이야기는 공감을 얻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국인의 모든 개를 다 잡아먹는 야만인은 다릅니다. 한국인도 자신의 집에서 정을 주고 키우는 개는 절대 잡아먹지 않습니다. 한국인이 먹는 개는 식용견으로서, 집에서 키우는 작은 개와는 전혀 다른 몸집이 대단히 큰 개입니다.
이 개는 소나 돼지와 마찬가지로 전문적으로 사육되어 유통되고 있으며 법에 의한 관리를 받고 있습니다. 또한 여사께서는 가축의 의미를 혼동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여사께서는 마치 전세계인들이 소나 돼지는 먹어도 되지만 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걸로 알고 계신데, 이슬람 국가들은 돼지를 먹지 않는 것을 율법으로 정하고 있으며, 힌두교 국가는 소를 신성시하여 절대 소를 해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만약 그들이 소를 먹는 당신과, 개를 먹는 우리를 본다면, 개를 먹는 우리보다는 소돼지를 먹는 당신을 더 혐오스럽게 생각할 것입니다.
또, 만약 그들이 소나 돼지의 행복을 위해서 '여사께 소돼지를 먹지 말라고 하면 여사께선 어떻게 답변하실 것입니까? 당신들이 먹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소,돼지는 그들에겐 분명 먹을 수 있는 존재는 아닐 것입니다.
여사님, 지금 당신의 앞에 앉아 있는 개를 우리가 먹는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먹는 개는 당신 앞에 앉아있는 작고 귀여운 개가 아닌 송아지 만한 덩치에 살이 돼지처럼 찐, 인간에게 먹히기 위해 태어난 불쌍한 운명을 가진 동물입니다.
당신들이 달팽이를 먹듯이 우리도 개를 먹습니다. 당신들이 달팽이를 먹는 것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하면서 우리가 개를 먹는 것을 잘못되었다고 하는 것은 우리는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여사 자신의 관점으로 한국인을 비교하려 하지 마십시오. 우리는 당신과 다른 사고관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사께서 민족 개개의 특수한 상황을 인식할 때 동물 보호를 위한 진정한 해답이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여사님 프랑스 속담에도 있듯이 바보들만이 고집을 부리는 것입니다.
- 편경우 드림 -
<한국의 용감한 경우에게>
경우군. 편지 잘 받았어요. 경우군 편지 받고 보니까 내가 좀 과격했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똑같은 동물이라도 각 나라마다 지역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고 또 인간이 부여한 의미와 가치가 다르니까 말이예요. 그렇지만 그래도 아직은 경우군 생각에 동감할 수 없는 것이 있어요.
아무리 문화가 지역마다 다르다 하더라도 생명의 고귀함이나 인간과 동물의 바람직한 관계, 인간과 자연과의 조화 등은 어느 나라나 똑같이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해요. 설령 개고기를 먹는 것이 한국의 고유한 문화요 전통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면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경우군도 보신탕을 위해 죽는 동물을 불쌍한 운명을 가진 동물이라고 했지요. 그럼 그런 운명은 늘 똑같아야 할까요. 사람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아주 오랜 세월 동안 동물과 같은 노예 생활을 해왔는데 그것이 운명이라고 받아들여야 할까요. 그것을 거부했기에 오늘날과 같은 민주주의 사회를 만든 것이예요.
그리고 나는 달팽이나 돼지고기도 먹지않는 채식주의자예요. 경우군의 글을 보니까 내가 프랑스 사람들을 모두 대표해서 보낸 것처럼 오해하고 있군요. 프랑스에도 잘못된 식문화가 있어요. 그것도 바로잡으려고 노력하고 있지요. 그렇지만 프랑스 식문화가 잘못된 것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과 한국의 잘못된 식문화와는 근본적으로 연관이 없다고 생각해요. 서로 고쳐야 할 문제이지요.
그리고 경우군은 한국에서 먹는 개와 애완용개가 구별되어 있다고 하면서 애완용 개는 작고 귀엽고 식용개는 송아지만한 덩치 큰 개라고 했어요. 그런데 내가 알기로는 한국의 이른바 똥개는 외국산 애완용과는 다르지만 농촌 가정에서 무척 귀여워하고 아끼는 개라고 알고 있어요. 그리고는 다 크면 어느 날 개고기 만드는 사람들에게 잔인하게 팔죠. 설령 식용개가 따로 있다 하더라도 왜 그 개들만이 그런 비참한 생명을 이어가야 하는지 생각해 주기 바래요.
경우군. 학교 공부 때문에 바쁠텐데 이렇게 멀리 편지를 주어서 고마워요. 우리가 이렇게 편지를 주고받다보면 뭔가 더 좋은 길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 프랑스에서 브리지도 바르도 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