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강원도 산골에 가면 참 좋은데..
제비나비라고 생각되는 큰 나비들이 날아다니고 밤부터 새벽까지 두꺼비가 엉금엉금 기어다닐 겝니다.
옛날에 어느 약수터에서 요즘같은 시절을 몇달간 민박했었는데요.
참 좋았더랬습니다.
전 거기서 장작으로 때는 온돌방이 한번 뜨거워지면 아침까지 오래 간다는 것을 알았고 (한여름 낮은 더워도 밤이면 산새가 겨울처럼 차기 땜에 밤에는 불을 땐답니다.)
밭에서 갓 따서 쪄온 경운기에 실어와서 파는 찰옥수수가 몇일지난 옥수수와는 맛이 감칠나게 다르다는 것도 알았고, 또 동백잎을 뜯어다 찹살가루를 겉에 묻혀 튀겨도 먹어봤어요.(맛은 별루..)
묵던 민박집은 마당이 넓고 집으로부터 천막가리개가 널찍이 쳐져 있어
소나기 오는날, 마당의 평상에 누워 빗줄기를 바라보며 빗소리를 듣는 것도 참 좋았구요.
쨍쨍하니 맑은 날은 절간에서 틀어놓는..경문외는 소리와 목탁소리가 산중에 울려 퍼짐도 일품이었습니다.
오후부터는 햇볕이 너무 덥기 때문에 산책을 아침나절에 다녀오는데
근방을 죽 한바퀴 돌고 옵니다.
어느 민박집옆을 지나다 돌쌓인 축대에 뱀이 벗어놓은 허물도 보았고, 언덕길옆에 한참 앉아 쑥을 뜯기도 하고, 또 그 길을 죽 가다보면 중간에 개구리들의 아지트?라고 할만한 조그만 물웅덩이가 있는데 고인 물이 아니라 위에서 물이 흘러와 웅덩이에 모이고 다시 아래로 흘러가는 살아있는 웅덩이랍니다.
거기서 개굴이들은 뭐하냐..? 두마리씩 다정하게 꼭 붙어 있습니다.
짝짓기 장소더군요. 찰싹 매달려서 놓지 않는 것이 수컷일터..
사람이 다가오면 웅덩이의 그늘진 가에로 숨는데 ..업은 개굴이랑 떨어지게 하려고 나뭇가지로 살짝 건드려보는 장난도..-.-
개구리는 아주 작고 등은 초록색에 배는 빨갛다시피 하며 몸전체에 까만 얼룩점들이 있는데요. 산에도 계곡물에도 다 이렇게 생긴 개구리뿐이더군요. 제 기억으론 그것들은 새벽에 우는데 소리가 희미하고 작았어요. 풀벌레 울듯 우짖는 다고나 할까..
그래서, 그야말로 '개굴이'다운 소리는 요즘 저의 집 근처에서 들어본답니다.
아뭏든 새벽녘에 그 작고 얼룩덜룩한 개굴이를 용기를 내서 엄지와 검지로 잡아보았는데 내 손가락에서 벗어나려고 앞발, 뒷다리로 밀어내며 연한 뼈를 뒤트는게 징그러워서 금방 놓아주었지요.
건 그래도 만만히 보고 잡아 봤지만 밤이 되면 어슬렁 마당을 돌아다니는 두꺼비는 그 험상궂은 외모와 잔뜩 붙어있는 것같은 심술과 독을 뿜어낼것 같은 꺼칠한 피부에 차마 손으론 못건드려보고 나뭇가지로 툭툭 건드리니 고게 화가 나서 양볼이 불뚝해지더군요. 아니 턱밑이 부풀어오르던가? 잔뜩 독이 오른 모습에 옆방 언니랑 웃었는데 낮에는 햇볕을 피해서 은신처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아요.
한번은 낮에 꽃밭속 나뭇대기와 풀로 그늘진, 잿가루쌓인 곳에 점잖이 들앉아 있는 두꺼비를 보고 넘 귀여웠어요.
민박집엔 도시에선 보지 못하던 여러가지 꽃들이 있었는데(주인 할머니가 화단을 잘 가꾸셔서) 제주산이라는 산수국을 보고 좋아하게 되었지요.
그때 몇장 찍어서 있지만 카메라가 후져서 핀트가 흐리게 나왔어요.
그리고, 또, 강원도 산새엔 뱀도 많아서
어느 아저씨 차를 얻어타고 약수터로 들어오는 길목에서, 아마 아스팔트를 가로질러가다 차에 치었던지 죽어 자빠져 있는 큰 뱀을 발견했는데, 아저씨는 역시 먹을수 있는지부터 가늠하더군요.-_-
아저씨들은 그런가?..
살펴보시곤 못먹겠다 하시며 건너 숲으로 휙 던지셨어요.
해먹는 종이어도 그렇지, 차에 치인 것을..-_-;
두번째는 제가 묵던 민박집의 한켠의 축대로 이루어진 벽에 역시 큰 뱀한마리가
주인 할머니랑, 어머니랑, 저랑 그쪽 평상에 앉아있다 보고 놀랐는데
뱀의 크기에 놀란게 아니고, 뱀이 그 큰 몸통을 폭 2cm밖에 안될것 같은 좁은 틈새로 밀어넣고 조금씩 조금씩 그 속으로 사라진 것을 보고 혀를 내둘렀지요.
다 사라지고 난뒤엔 누가 그 좁은 틈새로 큰 뱀이 들어갔으리라곤 상상을 못하겠더군요.
같이 보던 다른 할머니가 그 틈을 돌로 막으셨어요. 나오지 말라고.
뱀이 유연한 줄은 아는데, 지 살을 그렇게 늘겼다 줄였다 하는 고무처럼 하는 줄은.. 충격이었답니다.
세번째는 아침 일찍 민박집뒤켠 언덕을 오르다(잠자리에 한눈이 팔려) 뱀이 앞에서 '쉭'하고 고개를 쳐들더군요. 제가 다가오니까 놀랬던가 봅니다. 제 바로 앞이라 물릴까봐 가만히 있으니까 고개를 내리고 스르륵 가버리는 것이었어요.
아뭏든 뱀이 많은지라 인적이 뜸한 숲길을 가거나 들풀이 우거진 속으로 발을 들여놓을땐 꼭 굵은 나뭇가지로 먼저 탁탁 칩니다. 혹시나 있을지도 모르는 뱀을 쫓으려고요. 산행을 하는 아저씨들도 두꺼운 양말과 등산화를 신고 꼭 나뭇가지 지팡이를 쥐고 갑니다.
실제로 같은 민박집에 몇달간 묵으시던 아저씨 내외도 뱀때문에 일이 났더랬어요.
저의 어머니가 그러시는데 뱀은 따뜻한 곳을 좋아해서 따뜻한 돌밑에 있곤 한다는데요.
민박집 밭 한켠에는 못쓰는, 반 잘라져 있는 도라보통이 하나 있었답니다.
그속엔 솔잎도 깔려 있고, 아저씨가 돈을 신문지에 싸서 그속에다 숨겨놓으셨던 거예요. 그러니 낮에는 햇빛을 받아서 도라보통이 뜨뜻하게 달구어지겠지요.
거기다 솔잎이 푹신한데 신문지꺼정 있으니 어케 뱀이 한마리 들어와 또아리를 틀고 있었던가 봅니다.
저녁밥 드시고 돈 숨겨논 생각 나신 아저씨, 돈을 가지러 갑니다.
손을 디미는데 손가락이 띠끔하더라나요. 첨에는 가시에 찔린 줄 알고 계속 돈을 찾다가 또 띠끔하길래 그제야 이상한 생각이 들어 보니 뱀이라 기겁을 하신 아저씨, 급하게 아주머니를 부릅니다. "oo야, oo야, 나 뱀에 물렸다."
그새 뱀은 도라보통을 빠져나와 도망가고 아저씨 내외는 물린 손가락을 싸매고 급하게 춘천병원까지 가셨답니다.
근데요, 그 물린 손가락이 꼭 뱀대가리처럼 부었더랍니다. 사람들이 그게 희한하다는데 아마도 뱀의 이빨이 삼각으로 나있어서일까요?
약수터에는 몸이 안좋은 분들이 요양을 하러 많이 찾아오는데요.
당뇨병이 있었던 아저씨는 그땜에 뱀독이 낫는데 좀 더디셨던가 봐요.
아뭏든 그 난리가 나고 나서 작은 시골엔 금방 입소문이 퍼지고 "돈을 아주머닐 주거나 부엌이나 집안에 숨겨두지, 거 얼마나 된다고 밖에다 두느냐"고 얼마간 이야깃거리가 되었지요.
그러니 산중에 요양을 갈때는 병고치려다 생각지 않는 사고 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것 같아요.
그외에도 뱀은 꽃향기를 좋아해서 찔레꽃이나 산딸기덤불, 진달래 속에 있기도 한다지요.
마지막으로, 나비가 모여드는 나무.
그렇게 큰 나비를 약수터 산중에서 처음 보았어요.
두날개를 펼치면 사람손을 펼친만큼 크거든요. 그리고, 예뻤어요.
반짝이는 잿빛날개를 찍고 싶어서 쫓아가보지만 쉴새없이 팔랑이며 꽃에 앉아서도 날개를 가만히 두지 않는지라 제대로 찍는다는게 거의 어려워요.
아마도 그런건 연속촬영되는 특수 카메라로 찍어야 잡힐것 같아요.
그런 나비들이 자주 날아다니는데 볼때마다 탐스럽고 예쁘지 않을수 없는 이유는 비단 나비의 모양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것이니까요.
생명은 살아서 움직이는 게 참 아름다워요. 표본이나 박제된 것은 자세히 들여다 볼수는 있지만 생동감에서 오는 아름다움을 잃어버리거든요.
자연사랑카페에 와서 보니 여러 분들이 산을 자주 다니시는 것 같은데요.
보기드문 꽃을 카메라에 많이 담아오시는데 사찰에 특이한 꽃과 나무가 있는줄은 몰랐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제가 본 희한한 나무도 절간에서 보았거든요.
전문가들이 계시니 듣고 아실랑가 모르겠는데, 저는 처음보는 나무였으니까요.
요맘때쯤 아마 분홍꽃이 피어있을듯 한데 꽃이 술같아요.
꽃잎이 몇장 달린 그런게 아니고 왜..방석끝이나 옷자락에 달린 술처럼 가는실이 퍼지듯 그렇게 생겼는데 하늘거리거든요.(본지 오래라..)
그런데, 그 나무를 나비가 그렇게 둘러싸고 있더군요. 그 큰 제비?나비 들이요.
보통은 한두마리 날아다니는걸 볼뿐인데 그 나무의 꽃의 하늘거림이 그렇게 제비나비들을 끌어당기기라도 하는지 수십마리가 온통 그 나무주변에서 날고 있는 모양이 참 진기한 광경이었습니다. 나비한마리의 크기도 그렇거니와..그런 광경을 보신 분이 있으신가요?^^
정말 좋은 사진기가 있으면 필히 찍어두어야할 광경이었어요.
글구 보니 그때 걸 찍을 생각을 못했는지..
저 나무가 무어냐고 물어보니 옆방언니는 작약나무라고 가켜주어서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여기와서 작약꽃사진을 보니 거와는 영 딴판이라 작약나무가 맞는 이름이 아닌 모양..
아뭏든 몇달간 민박을 하면서 참 좋은 기억이 많았습니다.
두부파는 아주머니 집에 놀러가 부뚜막의 큰 솥에 콩가루인지 콩물인지(기억이 가물가물..) 하나 가득 부어서 끓여 두부를 만드는 것도 보았고, 타고 남은 불씨가 아직 꺼지지 않는 잿더미속에 감자를 묻어두었다가 조금후 꺼내면 익어있는 것을 호호 불어가며 먹구요.
오디와 산딸기,앵두도 따먹고 오디를 따다가 술을 만들어 먹기도 했어요.
산딸기는 잘못 먹으면 체합니다. 많이 먹지 않는게 좋구요. 오디나무는 많아서 산책하다 심심하면 가서 따먹는데 어느날은 가봤더니 누군가 사람키 닿는 곳이면 손안간대 없이 싹쓸이했더군요.
민박집할머니 뒤꼍엔 앵두나무가 있어 익으면 따다 먹으라 하시길래 익을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재밌었고 앵두술도 담갔답니다.
한번은 계곡에서 말이죠. 시원한 물에 손담그며 놀고 있는데 그 큰 나비한마리가 날아와 바위위였는지? 앉았어요. 저는 이뻐서 가만히 보고 있는데 옆방언니가 다가가더군요. 저도 몇번인가 잡아보려다가 헛탕친 일이 있는지라 -조금만 다가가도 날아가니까요.- 못잡을 거라고 관두라고 했는데 어케 그게 언니손에 잡혔습니다.
저는 가까이서 들여다보게 생겼구나 잘되었다 싶었는데
순간 아찔한 일이..
아..언니가 나비의 두날개를 펼치더니 그 차디찬 계곡물 속에 담그는 것이었어요. 저는 뭔짓을 하는 거냐고 빨리 놔주라고 안달을 하는데 언니는 아랑곳 없이 싱긋 웃으며 물속에 잠긴 나비를 보는 거예요. 5초나 흘렀을까.. 다시 꺼내진 나비.
죽으면 어떻하냐고 뭐라 하는데 언니가 공중으로 휙 놔주더군요.
찬물속에서 곤욕을 치른 나비. 다행히 비틀거리진 않고 다시 두날개를 힘차게 움직이며 숲으로 사라졌답니다.(제 생각엔 괴상한 인간으로부터 도망 - -;)
저의 어머니 고향도 강원도랍니다.
뭐가 해먹는 풀인지 아셔서 계곡옆에 덤불같이 나있는 작은 나무?의 고사리같은 끝순을 따다가 볶아 반찬도 해먹어 보구요.
밭에서 솎아낸 상추를 얻어다가 쌈싸먹는 맛도 기가 막히고,
토종닭잡아 평상에서 삼계탕 해먹는 날은 왔따지요.
그런데서는, 무얼 해먹어도 맛있어요.
지금 아마 그 약수터부근의 들판은 하얀 들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을 겁니다.
얼마나 들판 가득하면 언니랑 저꽃 차에 실어다 도시에 나가 팔자는 말도..^^;
네..현실성없는 그냥 해보는 말이었지요.
저혼자 오늘 수다를 많이 떨었네요.
요즘같은 참 좋은 날씨라 그때 생각이 나서 주절거려 봤습니다.
지금은 할머니가 나이가 많이 드시고 그전부터 당뇨가 있어 혼자 계시기 힘드니까요. 집을 팔고 서울의 자녀집에 가신지 오래라 찾아가도 옛날 민박집주인이 없을 생각을 하니 서운하고, 새주인이 화단을 그대로 잘 가꾸는지도 궁금하고, 산속에 계시던 할머니가 도심의 아파트생활이 얼마나 답답할까 안되었기도 하고, 시간이 자꾸 흘러가는게 슬프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