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글 -
노인과 소흥주(紹興酒) ♧
소흥주(紹興酒)라는 중국 술이 있다.
가장 역사가 오래된 술로써
중국을 대표하는 술 중 하나다.
소흥 지방에서는 딸이 태어나면
술을 빚어 두었다가 시집갈 때
예물로 보내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이처럼 오랫동안 숙성시켜서일까,
술을 마시면 금세 얼굴이 달아오르지 않는다.
혀에 살며시 붙어 은근히 맛이 퍼지면서
서서히 취기가 돈다.
그리고 잔을 놓을 때쯤에는
따뜻한 입맛에 술이 깨는
참으로 명주(名酒)이며, 노주이다.
노(老)란 말 그대로 늙음을 뜻하지만,
거기에는 인생의 희로애락을
모두 체험한 노련함과 함께
참 인간의 맛이 풍긴다는
뜻까지 함축되어 있다.
연장자나 동년배 친구들에게
노형이라 부르는 것도
나이 듦이 주는 기풍을 대변하는 것이다.
특히 노대인(老大人)이란
자신의 사사로운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좀처럼 실언을 하지 않고
허례허식이 없는 큰 어른을
부르는 말이다.
"술을 마시려면 노대인과 마셔라!
이는 10년 동안 책을 읽는 것보다 낫다."는
말도 참 인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독일 태생 시인 '사무엘 울만'은
아이러니하게도 78세 나이에
'청춘'이라는 시를 썼다.
팔순을 바라보는 노 시인의 시 속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참지혜가 담겨있으며
참 인생이 스며 있다.
"나이를 먹었다고 사람은 늙지 않는다.
이상을 잃을 때 비로소 늙는다.
스무 살 나이에도 사람은 늙는다.
머리를 높이 쳐들고
희망의 물결 위에 올라 있는 한
80살이 되더라도
사람은 청춘으로 지낼 수 있다."
소흥주(紹興酒)!
아니 노주는 '울만'에게 영원히 취하지 않는
청주(靑酒)였던 것이다.
( 글쓴이 / 전 국회의장 김재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