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재 ] 선생님, 누나, 마누라 - 07

[홍미인]

07/

*민하루시점

 어제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술을 좀 무리해서 먹었더니 속이 쓰리다.

 독립한 이후로 이렇게 술을 마셔도 해장국 끓여 줄 사람도 없고, 일어나기도 귀찮아 쓰린 속을 부여잡고 누워있었다.

 그런데 밖에서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나더니 약간의 사람 목소리...

 그리고 그 소리가 사라졌다.

 뭔가 해서 나가보니 아무도 없었다.

 그냥 제정신이 아니여서 잘못들었나 하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다시 잠이 들려고 하는데 또 누가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왔다.

 그러더니 무슨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결혼식 어쩌고 저쩌고....

 안떠지는 눈을 억지로 떠서 밖으로 나갔다.

 누가 남의 집에 이렇게 함부로 들락거리는 거냐 짜증나게

   "아 씨발 누구야..."

   "...................."

 멍... 그래 멍이다.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와서 걸린 저 여자의 표정은 딱 멍이다.

 집에서 또 내가 놀아나지는 않는지 가끔씩 감시하라며 보내는 기사인줄 알았더니 처음보는 얼굴이다.

 또 저리 당황한 얼굴을 보니... 딱 봐도 중딩? 많아봤자 고삐리겠는데...

 아가야 네가 귀엽기는 하다만 이렇게 남의 집에 함부로 출입하는 것은 분명 범죄란다.

 첫인상: 귀여운 침입자 이정도? 아무리 그 멍때리는 표정이 귀여웠다지만 내 집에 이렇게 들어온 것은 짜증난단다.

 한참을 멍때리다가 TV화면과 내 얼굴을 번갈아 본다.

 나도 TV를 슬쩍 쳐다보니, 내가 왜 저기 나온다냐...

   {이 둘은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될 때까지 서로가 아플때나 슬플때나 기쁠때나 항상 서로를 아끼고 사랑할 것을 맹세했습니다.

   여기 계신 여러분이 이 둘의 서약의 증인이 되어 이 둘은 이로써 부부가 되었음을 선언합니다....}

 이거 뭐야 씨발.

 요즘 입이 많이 착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 어이없는 상황에 놓이니 얼마간 안쓰던 욕이 절로 나오네.

  "야 너 누구냐고."

  "닥치고 있어봐."

 닥치란다. 그 귀여운 얼굴로 그 초딩같은 얼굴로 닥차란다.

 아가 나 무서운 사람이다? 순간 당황해서 아무말도 안하고 너를 지켜보지만, 넌 귀여운 얼굴 아니였으면 벌써 죽었어.

 이거는 몇살이나 할라나?

 불쌍한것... 초딩같은 것이 어째 인생을 알기도 전에 나같이 성질 드러운 놈을 만나 고생하겠구나.

 결혼에 대해선 별 관심없다.

 이렇게 귀여운 초딩하나 키우는 거라 생각하지 뭐...

 근데 꽤 골치 아프겠네 아씨... 복잡한거 싫어하는데.

 허둥지둥 뭔가를 찾는 모습이 계속 귀엽네.

  "아빠!!!"

 그래 초딩한테는 부모가 최고의 방패막이지.

  "지금 나랑 뭐하자는 건데."

  "이 새끼가 왜 내 집 안방에서 나오는 건데?"

  "야!! 여기 내집이야!!!"

  "닥쳐보라고 좀."

 말 참 예쁘게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넌 조금이라도 덜 귀여웠다면 벌써 죽었어.

 오랜만에 내 성질을 건드는 인간이 나타났는데 이 초딩 같은 것을 패지도 못하고...

 한대라도 때릴라 치면 저 귀여운 얼굴로 날 올려다 보며 눈물을 글썽일 것 같고...

 나는 어린이의 눈물에 약한 남자이니 참아야지 어쩌리...

 그저 귀여운 초딩새끼 개기는 거 무시하고 넘어가야지...

 그 덕에 내 맘에 드는 귀여운 얼굴을 감상하니 뭐... 그냥 그렇게 넘어가주지.

 보기드문 귀여운 얼굴이니까. 그래... 참자 민하루...

 성질 죽이자 민하루....

  "나 집으로 다시 들어갈거야 그렇게 알아."

  "뭐? 1년? 지금 뭐하는 짓이냐고."

 집으로 가면 안되지 아가야.

 나는 네가 개기는 것을 네 얼굴보고 참고 있는데 네가 이렇게 내 성질 건드리고 집으로 가서

 부모의 울타리 속으로 쏙 들어가버리면 나는 성질을 참은 대가가 없잖니.

 아니다 아니다. 귀여운 얼굴도 계속보면 질리는 법.

 내가 내 성질 참지 못하고 주먹이 올라가기 전에 보내야지.

 그래, 그게 순수한 초딩의 동심을 살려주는 거야. 뭐래냐?

  "뭐야. 내 집에서 나가지?"

  "닥쳐. 안그래도 나갈거니까"

  "지금 나가."

  "나간다고!!! 짜증나는 새끼"

  "뭐?"

  "너 재수없다고 새끼야."

 아씨 안그래도 속쓰려서 짜증나 죽겠는데 왜 내 성질을 자꾸 건드리냐고 이 초딩년아.

 그 귀여운 생명체가 나가고 나서 거울을 하나 깼다.

 짜증나게 사람 성질을 왜 건드리냐고.

 정말 여러번 말하지만 그 귀여운 얼굴 아니였으면 너는 죽어나갔다.

 그 날 저녁에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그 귀여운 것이 내 마누라 란다.

 그러면서 나보고 서울대 못가면 그 귀여운 것이랑 정식 결혼을 시켜서 평생 살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엄마는 아들 성적표 꼬박꼬박 받아 보시면서 그런 말을 합니까.

 기대 안하게 하려고 대충 봤더니만...

 시험 더 개판으로 쳐야 할 필요성을 느끼며 낮에 본 귀여운 얼굴을 떠올렸다.

 귀여운 얼굴만 온다면 환영하겠지만 얼굴이 귀여우면 다 귀여워야 하는 거 아냐?

 왜 입은 드럽게 싸가지냐고.

 입을 막아버려야 사고 없이 살겠지.

 근데 진짜 불쌍한 생명이네...

 진짜로 초딩은 아니겠지만 초딩주제에 벌써부터 이런 불량한 오빠한테 시집을 오고 말이야.

 물론 나랑 한번 만나려고 애를 쓰는 여자 꽤 있지만 걔들은 이미 세상 알 것 다 알고 찌들어서

 더럽혀진 영혼이고. 오늘 본 초딩은 순수해보이던데.... 생각할수록 불쌍하네.

-

  "야."

 저게 딱봐도 나보다 어려뵈는게 퍽하면 야래.

 그 다음날 들어오더니 저러고 있다.

 아무말도 안하다가 저런 식의 싸가지로 하루에 한 번 씩은 성질을 긁어 씹..

  "야 초딩!!!"

 지가 초딩인 주제에 누구보고 초딩이래.

  "대답 안해? 초딩!!!"

  "아 씨발 왜!!!"

   '퍽!!!'

 몇일 전 욕하는 버릇을 고치겠다고 무섭지도 않은 엄포를 놓더니만 욕을 할 때마다 내 입을 때린다.

 손이 꽤 맵다.

 어느 학교를 다니는 건지... 나는 썩어서 보충 안나가는 거고, 쟤는 맑아뵈는 애가 왜 보충을 안나가냐?

 그리고 그 학교는 어떤 식인지 애가 뻑하면 주먹에 자에... 암튼 때린다.

 자유고 짱 민하루가 왜 저런 초딩에게 그냥 맞고 있냐...

 하고 묻는 다면 저 초딩의 얼굴을 보라. 저걸 때릴 수 있겠냐 저 작고 귀여운 것을?

 이제는 얼굴만 봐도 괜히 씩 하고 웃음이 나와 재수없게.

 진짜로 얼굴만 보면 좋은데... 생각보다 빨리 안질리던데...

 저 싸가지없는 입과 손이 문제라니까?

 내가 마누라라고 하면 과외선생이라고 정정하며 지도 슬쩍 욕짓거리를 날린다.

 저도 욕하면서 나만 때려...

 그런데 저렇게 욕하는 모습까지 귀여워 보인다면...

 내가 눈깔이 삐었고, 정신이 나갔고, 말 그대로 민하루 병신된거지 뭐.

 말이 되는 소리를 해.

-

 어제 또 우리 집 초딩이랑 싸우고 성질을 참자니 짜증이 나고 저 얼굴 보니 다 풀리고...

 그냥 성질내고 싶은데 성질을 낼 수가 없어서 나가버렸다.

 그리고 친구놈을 만나 또 술마시고...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르고 그냥 일어나보니 아침이였다.

 아 속쓰려... 술은 이게 문제야. 왜 깔끔하지 못하는 거야.

 우리집 초딩처럼 깔끔하게 딱딱 정리정돈 되면 좀 좋아?

 귀여운 그 초딩의 방으로 가니 자고 있는 아이... 아니, 천사.

 진짜 예쁘다. 도대체 뭘 믿고 그렇게 예쁘냐.

 깨 있을 때 못지 않게 예쁘고 귀엽고,,, 까칠한 성격도 안나오고 싸가지 입도 안움직이니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구나... 와... 침도 안흘리고 자냐?

 침 흘리고 자는 모습도 너는 예뻤을거다. 너니까.

 한참을 아이의 얼굴을 관찰하는데 움찔거리길래 능청맞게 발로 배를 찌르며 깨우던 척을 했다. 해장국을 부르며...

 똥배도 없다. 근육 하나 없이 말랑말랑한 배다.

  "뭐 어쩌라고!!!"

 깜짝이야... 안일어 나길래 그 귀여운 얼굴 좀 더 감상하려고 했더니만...

 쩝.... 좀 아쉽네.

  "아씨발.. 왜 갑자기 일어나..해장ㄱ.."

   '퍽'

 아침부터 또 맞았어!!! 씹...

 엄마는 왜 이런 때리지도 못할 것을 옆에 달아놔서 아들 매일 맞고 살게 만드는 건데.

 그래도 너니까 내가 참는다. 아니, 참을 화도 안나는구나.

 민하루 제대로 미쳤나봐.

  "뭐야!!!"

  "욕했잖아."

  "이제 그만 하지?"

  "그래. 니가 욕 그만 하면 나도 그만 때리지."

  "씨..."

  "좋아!! 바로 그거야!!! 씨발에서 발을 빼고 내일은 씨를 안하는 거야!!! 용건이 뭐야?"

  "뭐?"

  "아침부터 이렇게 선생님을 깨워댔으면 용건이 있을 거 아냐."

  "아, 해장국 끓여줘. 속 존나 쓰려."

   '퍽'

 또.... 어흑 짜증나

  "아 왜!!"

  "존나... 씨발을 안하더니 존나로 갈아 탔냐?"

  "아씨"

  "욕 줄여서 해장국 끓여 줄려고 했는데, 관둘래."

  "야!!!"

 
  "그래!! 야!!! 너 몇살이야!!!"

  "열 아홉"

  "나는?"

  "열... 여덟? 아홉? 아씨 그걸 왜 지금 물어봐!!"

 그러고 보니 얘 나이도 모르네? 뭐 많아봤자 동갑이겠지.

 아니, 동갑이래도 믿기 힘들거다. 나보다 어리겠지 뭐.

  "나 스물둘이다 이 초딩아!!"

  "뭐?"

  "나 너보다 세 살 많다고."

  "헐..."

 진짜 헐이다..........

 이게? 이 초딩같은 얼굴이? 이게 스물 둘이라고? 그걸 믿으라고?

 신님아 나랑 장난치려고 하지 마라.

 나 성질 드러워서 장난 못받아준다.

 그걸 어떻게 믿어!!!!

  "헐은 무슨... 내가 더 헐스러운거 알려줄까?"

 네가 스물 둘이라는 것보다 헐스러운 것은 없다.

  "뭐?"

  "내가 니 과외선생이잖아."

  "마누라."

  "아나 과.외.선.생 이라고 몇 번을 말하니? 초딩아 말귀 못알아들어?"

 나는 과외선생보다 마누라가 더 좋거든 아가야?

 아니... 누...누나?

 아씨 이게 어떻게 스물 둘이야?

 그냥 안믿으련다. 넌 나의 영원한 아가 오케이?

 누나는 무슨... 개나 줘버려. 개나소나 다 누나냐?

  "나 영재원 휩쓸고 다니던 사람이야. 항상 어디서든 영재와 관련된 상 지겹도록 받았고..."

  "헐"

  "영재원이 뭔지는 아냐?"

  "공부 징그럽게 하는 애들 모아서 사육하는데...?"

  "내가 초딩이랑 말을 섞은게 잘못이지..."

  "아 아무튼 말해봐."

  "나 중 2때 캐나다 가서 캐나다에서 중학교 졸업했어. 그래서 영어에 능통해."

  "헐"

  "고등학교는 일본에서 졸업했어. 그래서 일본어도 능통해."

  "헐.."

  "대학은 동경대 나왔어. 수석입학해서 2년으로 조기 졸업하고..."

  "헐... 수석입학 조기졸업? 그런데 동경대? 못들어봤는데?

   대한민국 어느 구석에 쳐 박혀있는 지 모르겠지만, 이제 그만하고 해장국 끓여줘. 뭐야 별거 아니구만."

  "미친놈아. 니가 그래서 초딩이야. 동경대!! 일본에 있는 거거든? 세계랭킹 19위 대학이야. 서울대는 50위 카이스트는 95위."

  "우와~ 헐"

  "더 쇼킹한 거는..."

 신이 나서 자기 자랑을 하는데 역시 너는 아가야.

 그냥 대충 비위를 맞춰서 신기한 척을 해주니 더 신이 나서 조잘조잘 떠든다.

 아가. 고만하고 오빠 해장국좀...

 그래 너 잘났다고.

  "다음에 알려 줄게."

  "뭔데뭔데?"

  "해장국 끓여 달라며."

  "아아 말해봐."

  "말 안해."

  "말 해."

  "됐어."

 아씨 또 김빠지게...

 신나서 떠드는 거 귀여웠는데... 쩝.

 심장도 간질간질 하고... 크큭 귀여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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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뿌 우님, 독으베이비님, 혁재소유중님, 빅뱅지용♥님, 쁘하잉님 소중한 댓글 감사합니다^^

아... 오늘 동아리에서 장기자랑 나갔다 왔는데...

이틀준비했더니만,,, 예선탈락 뜨악ㅠㅠ

힘들어 죽겠습니다 ㅠㅠ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간지빅뱅]

ㅋㅎㅎ귀엽네용ㅋㅎㅎ

[홍미인]

제가 원하는 남친상이에요^^ 감사합니다^^

[독으베이비]

풉ㅋㅋ다음편^^*ㅎㅎ

[홍미인]

토요일까지기다려주세요^^ 아~ 오늘도 제가 쪽지 보내기 전에... 감사합니다^^

[빅뱅지용♥]

오우 ㅇ_ㅇ 잼잇어여 ㅋㅋㅋ

[홍미인]

감사합니다^^

[케로베스]

심장이 간질간질.... 이거 나 만화에서 본건데!! 언닌 그 만화 안봤는데 어떻게 이걸.... 역시 언닌 대단해!! 음... 하루군은 이런 컨셉이었던 걸까? 나 뭐래니...ㅜㅜ

[홍미인]

ㅋㅋㅋㅋㅋㅋㅋㅋ아난역시천재?막이래...

[케로베스]

천재는 아니지만 천재적은 글재주를 지녔어^^ 축하!!

[홍미인]

뭥미?ㅋㅋㅋㅋㅋ이거왜이래?나이대갈여자야장담못하지만

[케로베스]

ㅋㅋㅋ 과연... 언니는 언니 자신이 잘난맛에 사는 사람인거 같어... 나만 지금 알은 걸지도 몰러-_-;;;;

[홍미인]

원래사람은자기잘난맛에사는거야. 이세상에믿을건자기자신뿐이라잖냐 ㅋㅋㅋ

[꼬마누님]

ㅋㅋㅋㅋㅋㅋㅋ 재밌어 재밌어

[홍미인]

감사합니다^^

[레니s]

꺄악 하루시점 완전재밌어요!! 하루완전귀엽다는!! 아가야? 이카면서 ㅋㅋㅋㅋ

[홍미인]

ㅋㅋㅋ 오빠가되고싶은거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