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위클리>는 오스카가 후보를 발표하자마자 그를 따로 언급했다. 하지만 그가 어떤 상을 받든 안 받든. 후보에 오르든 말든 확실한 게 있다.
우리는 도저히 브래드 피트를 거부할 수 없다는 것. 파파라치가 찍은 사진조차 화보 같은 ‘인생이 화보’인 그의 수려한 외모는 물론 그 외모에 가려 지금까지도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는 그의 연기. 서서히 내딛는 세상에 대한 발걸음까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인생에서 내리는 모든 결정과 선택. 전 제가 직접 선택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며 살아요. 전 그게 좋아요. 그게 마음에 들어요. 실수가 있다면 온전히 제 실수고. 성공한다면 그것은 저의 성공이죠. 그렇게 사는 거예요.” 마흔을 넘긴(1963년생) 나이에서 오는 깨달음인지. 타고 나기를 다른 이들이 부러워할 만큼 자신감이 강한 사람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는 이번에도 선택했고 또 성공했다. <바벨>에서 눈가에 한 가득 피곤에 쌓인 (그의 나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중년의 주름을 정교하게 만들어 얼굴에 장식하고선 오열을 하며 관객의 가슴 속에 파고들었다.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그와의 작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전 보통 캐스팅할 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반대로 가는 편이에요. 예술은 무언가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경험이라는 걸 믿거든요. 리처드는 무슬림 국가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보통 미국 남자의 상징이에요. 피트는 이전에 이런 타입의 역할을 해본 적이 없죠. 도전이었어요. 그를 위기의 중년 남성으로 만든다는 것 자체에 흥분했어요. 그는 훌륭히 잘 했어요. 자신이 가진 모든 걸 제게 보여줬거든요.”
물론 귀네스 팰트로·제니퍼 애니스턴과의 결별 소식 등 사적으로 안타까운 일도 겪었던 그다.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 중 하나가 제 결혼을 실패로 보는 거예요. 결혼이 실패한 것처럼 말하죠. 완벽하지는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난 인생의 안 좋은 부분도 다 받아들인 거예요. 전 그게 아름답다고 생각하는데요. 정말로.”
피트는 지난해 1월 앤젤리나 졸리가 자신의 아이를 가졌음을 발표했고 5월 실로 누벨이 태어났다.
“책도 쓰고. 영화도 만들고. 그림도 그릴 수 있어요. 하지만 아이를 갖는다는 건 진정으로 제가 지금까지 한 일 중 가장 대단한 일입니다.”
자신의 결혼은 실패가 아니었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 “행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 무언가를 이루고. 변화하고. 인생에서 도전하고 싶은 것을 같이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 졸리의 까다로운 기준에 부합된 이 남자. 이런 그에게 비난은 오히려 어색하다.
두 사람은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 아니. 당분간 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 대신 촬영이 없으면 결혼 준비에 빼앗길 시간에 그는 유엔난민기구(UNHCR)의 친선대사로 일하는 졸리와 함께 아프리카·아시아의 난민들을 만나러 가고 있다. 영리한 배우로만 남을 수도 있는 그가 새로운 방향으로도 걸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