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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저추신(釜底抽薪)
솥 밑의 장작을 뺀다는 뜻으로, 타는 장작을 빼내 솥이 끓어오르는 것을 막는 것처럼 어떤 일을 근본적으로 해결한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말이다.
釜 : 가마 부(金/2)
底 : 밑 저(广/5)
抽 : 뽑을 추(扌/5)
薪 : 섶 신(艹/13)
가마솥에서 물이 끓는다. 식히려고 찬물을 붓는 것은 하수나 하는 짓이다. 아궁이에서 장작을 빼내면 된다. 그것이 부저추신(釜底抽薪)이다. 부저추신(釜底抽薪)은 주역 제10괘인 천택리괘(天澤履卦 ☰☱)에서 비롯됐다.
천택리괘(天澤履卦)는 부드러움으로 강한 것을 약하게 만드는 방법을 설명한다. 건(乾; ☰)은 무서운 호랑이다. 태(兌; ☱)는 가냘프고 어린 소녀이다. 아무리 무서운 호랑이라도 나긋나긋한 소녀의 미소와 교태에는 약하다.
노자에서 '유약승강강(柔弱勝剛强)' 즉 '유약함이 강강함을 이긴다'고 말한 것과 같다. 유약하면 일단 강자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 천택리괘(天澤履卦)의 도리이다.
또한 리괘(履卦)의 상괘인 건(乾; ☰)은 중천에 뜬 뜨거운 태양의 형상이며, 태(兌; ☱)는 지나치게 뜨거운 열기를 식히기 위한 물이 저장된 저수지이기도 하다. 천택리괘(天澤履卦)에서 유일한 음효인 육삼효는 솥에서 물이 끓을 때 아궁이에서 장작을 빼내는 형상이기도 하다.
특별한 놀이가 없었던 어린 시절에는 '그림자 밟기'를 하면서 신나게 놀았다. 간신히 따라붙어서 힘차게 그림자를 밟으면 상대는 재빨리 몸을 굽혀서 그림자를 다른 곳으로 보낸다. 공연히 허탕이기 일쑤였다. 사람을 쫓아가지 않고 그림자만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적의 모략을 분석한다고 표면에 나타난 현상만 따라 다니다가는 그림자 밟기에 서툰 아이처럼 실패하기 쉽다. 바둑을 둘 때에도 상대의 의도에 말려서 손 따라 두는 사람은 대개 하수이다.
고수는 절대로 상대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상대가 생각하지 못하는 수를 내야한다. 부저추신(釜底抽薪)은 지금 펄펄 끓고 있는 솥을 보며 우왕좌왕하지 말고 상대가 생각도 하지 못하는 아궁이에서 장작을 빼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장자(庄子)는 문왕(文王)이 주왕(紂王)의 강폭(剛暴)함을 밟고 일어나 형통하게 됐다고 말했다. 주문왕은 유리(羑離)에 갇혔으며, 한고조 유방(劉邦)은 홍문(鴻門)에서 항우(項羽)에게 죽을 뻔 했고, 오왕 부차(夫差)에게 패한 월왕 구천(句踐)은 와신상담(臥薪嘗膽)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 유로 강을 약화시키는 방법으로 상대와 싸워 이겼다.
강적과 부딪쳤을 때 정면으로 싸우면 불리하다. 상대의 세력을 약화시켜 약점을 공격해야 한다. 물이 끓어서 넘치는 것은 어떤 힘 때문이다. 그 힘의 근원은 화력이다. 불은 강렬한 힘 가운데 가장 강해 누구도 쉽게 감당하지 못한다. 그러나 불의 근원은 땔감이고 불길은 기세이다. 타오르는 불길은 함부로 대할 수 없지만, 땔감 정도는 누구나 만질 수 있다.
위료자(尉繚子) 전위(戰威)에서는 기가 실하면 싸우고, 기를 빼앗으면 도망친다고 했다. 또한 관자(管子) 치미(侈靡)에서는 진주(珠)는 불을 이길 수 있으며, 구슬(玉)은 물을 이길 수 있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음은 양과 음 모두를 제어할 수 있지만, 양은 음이나 양을 쉽게 제어하지 못하는 것이 자연계의 원리이다.
위료자(尉繚子)에서 지적한 투지는 아군과 적군 모두에게 해당된다. 아군에게는 투지를 고취시켜야하지만, 반대로 적에게는 투지를 약화시켜야 한다. 기를 빼앗으려면 마음을 공격해야 한다.
마속(馬謖)은 남만(南蠻) 원정에 나선 제갈량(諸葛亮)에게 마음을 공격하는 것이 상책이고, 성을 공격하는 것은 하책이라고 건의했다. 마속은 직접적인 군사행동보다 정치적 회유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마음을 공격하는 것은 전략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하지만, 당면한 전술적인 측면에서도 유효하다.
말장사꾼이었다가 유수에게 투항해 출세한 오한(吳漢)은 야습을 당했다. 오한은 평소처럼 잠자리에 누워서 움직이지 않았다. 군사들은 그러한 오한을 보고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다.
천천히 잠자리에서 일어난 오한은 정병을 선발해 적진으로 돌격해 대승을 거뒀다. 오한은 야습한 적과 정면으로 부딪친다면 이기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그는 침착한 태도로 아군의 기세를 정비하고, 야습한 적의 기세를 약화시켰다.
■ 부저추신(釜底抽薪)
문제의 근원부터 해결하라
釜底抽薪 不敵其力, 而消其勢, 兌下乾上之象.
솥 밑의 장작을 꺼낸다는 뜻으로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고자 할 때 사용하는 계책이다. 적의 예봉과 직접 맞닥뜨리지 않고 적의 기세를 꺾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다. 이는 물을 상징하는 태(兌)가 밑에 있고 하늘을 상징하는 건(乾)이 위에 있어 "부드러움으로 굳셈을 제압한다"는 뜻을 지닌 '이괘(履卦)'의 태하건상(兌下乾上) 괘상과 취지를 같이한다.
부적기력(不敵其力)의 '적'은 대적(對敵)의 뜻이다. 태하건상 괘상의 '이괘' 단사에 '유리강야(柔履剛也)'로 되어 있다. 음유(陰柔)인 택(澤)이 양강(陽剛)인 천(天)에 밟혀 유리하다는 취지다. 부저추신 계책은 사안을 근원적으로 해결하고자 할 때 구사하는 계책이다.
부저추신(釜底抽薪)은 전한 때 회남왕 유안(劉安)이 쓴 '회남자(淮南子)' 정신훈(精神訓)의 다음 구절과 취지를 같이한다. "펄펄 끓는 솥을 식히고자 할 때 끓는 일이 멈추지 않으면 실로 그 근본을 알아야 한다. 오직 솥을 끓게 만드는 불 자체를 제거하는 길밖에 없다."
삼국시대 초기 동탁이 하진에게 올린 상서 '상하진서(上何進書)'에도 유사한 구절이 나온다. "신이 듣건대 솥 안의 물이 끓지 않게 만드는 것으로 장작불을 빼내는 것보다 나은 방법은 없다고 했습니다."
남북조시대 북조의 북제(北齊) 출신 위목(魏牧)이 쓴 '위후경반이양조문(爲侯景叛移梁朝文)'에도 부저추신과 유사한 구절이 나온다. "아궁이 장작불을 빼면 물을 식힐 수 있고, 풀을 근원적으로 제거하려면 그 뿌리를 뽑아야 한다."
원문은 '추신지불(抽薪止沸), 전초제근(剪草除根)'이다. 부저추신은 이런 구절의 뜻을 축약해 표현한 것이다. 이는 좋지 않은 일의 근본 원인이 되는 요소를 완전히 없애 다시는 그러한 일이 생길 수 없도록 만드는 발본색원(拔本塞源)과 통한다. 발본색원은 '춘추좌전' 노소공(魯昭公) 9년 조에 나오는 말이다.
부저추신은 보급을 차단해 적의 유리한 조건을 파괴시키는 것을 뜻한다. 발본색원으로 인해 적은 수원지가 없는 물, 뿌리가 없는 나무 신세가 된다. 이는 '울료자(尉繚子)' 전위(戰威)에 나오는 다음 구절과 취지를 같이한다.
무릇 용병에는 계략을 통해 승리하는 도승(道勝), 위세를 통해 승리하는 위승(威勝), 무력을 통해 승리하는 역승(力勝)이 있다. 무력을 튼튼히 하면서 적정을 면밀히 살펴 적의 사기를 꺾고, 적진을 흩뜨리고, 설령 적이 진형을 유지할지라도 전투력을 상실하게 만든다. 이것이 도승이다.
법제를 잘 정비하고, 상벌을 분명히 하고, 무기와 장비를 완비하고, 백성으로 하여금 필승의 신념을 갖게 한다. 이것이 위승이다.
강력한 무력을 배경으로 적진을 격파해 적장의 목을 베고, 적의 성루 위로 올라가 쇠뇌를 쏘고, 적을 격멸해 그 땅을 차지하고, 대승을 거둔 뒤 개선한다. 이것이 역승이다. 군왕이 이런 이치를 알면 이 3가지 유형의 승리를 모두 취할 수 있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게 마련이다. 강력하면 강력할수록 치명적인 약점이 있게 마련이다. 기업 CEO는 부저추신을 기업전략에 구사하고자 할 경우 반드시 상대의 아킬레스건을 찾아내야 한다. 장작불을 빼낸 뒤 지혜를 다투면 마치 상대의 패를 읽으며 카드놀이를 하는 것과 같아진다.
■ 부저추신(釜底抽薪)
상대를 감당할 수 없으면 그의 기세부터 약화시켜야 한다. 부저추신(釜底抽薪)은 글자 그대로 '아궁이에서 장작을 빼냄으로써 끓는 솥을 식힌다'는 뜻이다. 솥에서 물이 끓는 것은 화력 때문이다.
화력이 강할수록 솥 안의 물은 격렬하게 끓는다. 물이 끓을 때는 아무리 식히려고 해도 불가능하다. 유일한 방법은 아궁이에서 연료를 제거하는 것이다. 끓는 물은 위험하다. 그러나 연료 자체가 위험하다고 볼 수는 없다. 불이 붙지 않은 연료에 접근한다고 데이지는 않는다.
부저추신(釜底抽薪)이 관용어가 된 과정은 다음과 같다.
후한 말에 정국을 뒤흔든 동탁(董卓)도 "끓는 물을 멈추게 하려면 장작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제의 역사학자 위목(魏牧)은 "장작을 빼내야 꿇는 물을 멈출 수 있고, 풀을 없애려면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명의 척원좌(戚元佐)와 청의 오경재(吳敬梓)도 부저추신(釜底抽薪)을 거론했다.
성현은 욕망을 금하고 선을 따르라고 했지만, 사람들은 현실을 감장하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받아 형체와 성질이 비뚤어진다. 폭군은 홀로 욕망을 자제하지 못하고 악행을 저질러 나라와 사직을 망하게 했으며, 제 목숨마저 웃음거리가 되었다.
특별한 놀이가 없던 시절에는 '그림자 밟기'를 하며 놀았다. 간신히 따라붙어서 힘차게 그림자를 밟으면 상대는 재빨리 몸을 굽혀서 그림자를 다른 곳으로 보낸다. 공연히 허탕이기 일쑤였다. 사람을 쫓아가지 않고 그림자만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적의 모략을 분석한다고 표면에 나타난 현상만 따라다니다가는 그림자밟기에 서툰 아이처럼 실패하기 쉽다.
기를 빼앗으려면 마음부터 공격해야 한다. 마속은 남만원정에 나선 제갈량에게 "마음을 공격하는 것이 상책이고, 성을 공격하는 것은 하책이라"고 건의했다. 마속은 직접적인 군사행동보다 정치적 회유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누군가에게 선동된 민중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폭발하면 끓는 물보다 더 사납다. 500만표라는 압도적인 차이로 정권교체에 성공한 이명박은 요직에 대한 인사도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라는 강풍에 맥도 추지 못하고 휘청거렸다.
기업가와 행정가로서 대단한 업적을 남긴 그는 스스로 자백한 것처럼 정치적 수완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정부와 여당인 한나라당은 권력을 잃은 좌파(?)와 반미주의자들의 선동 때문이라고 매도했지만, '촛불'의 종류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시청 앞 광장과 광화문을 메운 시위대는 솥 안에서 맹렬하게 끓고 있는 불에 불과했다.
아궁이에서 타오르는 장작 가운데에는 정권교체라는 숙원을 달성하는데 공을 세웠지만, 새로운 여권의 한 축을 이루고도 인사와 총선공천에서 제외된 박근혜의 지지자라는 장작도 있었다. 이명박은 아궁이에서 박근혜라는 장작을 꺼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사코 끓는 솥에 찬물을 붓기만 했다.
피렌체의 지배자 코지모 디 메디치는 민중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고 있었다. 그를 타도하려면 추방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었지만, 민중들로부터 인기를 얻은 그를 함부로 처리할 수는 없었다. 결국 최선의 대안은 코지모를 민중의 지지와 격리시키는 것이었다.
디롤라모 사보나롤라가 실각한 후에 피렌체의 새로운 지도자가 된 피에로 소데리니 역시 대중의 지지라는 무기를 지니고 있었다. '공화국의 자유를 열렬히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한 그는 코지모의 권력이 증대해가는 통로인 민중과의 결합을 차단하고 의회와 위원회에서 변론을 통해 정적을 공격했다. 결국 코지모는 실각했고, 소데리니는 공화국과 자신의 공멸이라는 위험에서 벗어났다고 안심했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민중의 지지라는 것은 다른 선동가에 의해 쉽게 바뀐다는 약점이 있다. 그의 반대파들은 추방된 코지모의 인기를 이용해 역공을 펼쳤다. 아궁이에서 장작을 빼내려다가 실수로 기름을 붓고 말았던 것이다.
▶️ 釜(가마 부)는 형성문자로 釡(부)는 통자(通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쇠 금(金; 광물, 금속, 날붙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父(부)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釜(부)는 ①가마(가마솥), 가마솥(아주 크고 우묵한 솥) ②솥의 범칭(汎稱) ③용량 단위(=6말 4되)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가마 밑을 부저(釜底), 기왓 가마를 와부(瓦釜), 가마 속의 고기란 뜻으로 생명이 위험한 것을 가리키는 말을 부중어(釜中魚), 솥 속의 생선이라는 뜻으로 생명에 위험이 닥쳤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부중지어(釜中之魚), 솥 안에 물고기가 생긴다는 뜻으로 매우 가난하여 오랫동안 밥을 짓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부중생어(釜中生魚), 시루에는 먼지가 쌓이고 솥에는 물고기가 생길 지경이라는 뜻으로 몹시 가난함을 이르는 말을 증진부어(甑塵釜魚), 질그릇과 솥이 부딪치는 소리를 듣고 천둥이 치는 소리로 착각한다는 뜻으로 무식하고 변변치 못한 사람이 아는 체하고 크게 떠들어댄 소리에 여러 사람이 혹하여 놀라게 된 것을 이르는 말을 와부뇌명(瓦釜雷鳴), 배를 가라앉히고 솥을 깬다는 뜻으로 필사의 각오로 결전함을 이르는 말을 침선파부(沈船破釜), 솥을 깨뜨리고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으로 싸움터로 나가면서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지 않고 결전을 각오함을 이르는 말을 파부침선(破釜沈船), 솥을 깨뜨리고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으로 싸움터로 나가면서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지 않고 결전을 각오함을 이르는 말을 파부침주(破釜沈舟), 고기가 솥 속에서 논다는 뜻으로 목숨이 붙어 있다 할지라도 오래 가지 못할 것을 비유하는 말을 어유부중(魚遊釜中), 가마솥 속에서 논다는 뜻으로 생명이 매우 위험한 상태에 놓여 있다를 이르는 말을 유어부중(游於釜中) 등에 쓰인다.
▶️ 底(밑 저, 이룰 지)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엄 호(广; 집)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氐(저)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엄 호(广; 집)部는 사람이 사는 곳을 나타낸다. 氐(저)는 벼랑의 제일 밑, 또 거기까지 도달하다, 이르는 일, 또 평평(平平)함을 나타낸다. 그래서 底(저)는 벼랑 밑의 주거(住居)였으나 나중에 물건의 밑을 나타내는 말로 되었다. ❷회의문자 底자는 '밑'이나 '바닥'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底자는 广(집 엄)자와 氐(근본 저)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氐자는 땅속 깊이 뿌리가 뻗어 나간 모습을 그린 것으로 '근본'이나 '낮다'는 뜻을 갖고 있다. 이렇게 '낮다'는 뜻을 가진 氐자에 广자가 결합한 底자는 건축물의 가장 아래쪽이라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底자는 본래 건축물의 가장 아랫부분인 '바닥'을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였다. 그러나 지금의 底자는 단순한 의미에서의 '아래'나 '바닥'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底(저, 지)는 ①밑, 바닥 ②속, 내부(內部) ③구석 ④밑절미(본디부터 있던 부분), 기초(基礎) ⑤초고(草稿), 원고(原稿) ⑥어찌, 왜 ⑦아주, 몹시 ⑧남모르게 ⑨그치다, 멈추다 ⑩몰래 숨기다 ⑪막히다, 정체(停滯)되다, 그리고 ⓐ이루다(지) ⓑ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다다르다(지) ⓒ평정(平定)하다(지) ⓓ안정(安定)시키다(지) ⓔ숫돌(연장을 갈아 날을 세우는 데 쓰는 돌)(지)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뿌리 저(柢)이다. 용례로는 수학에서 밑변의 옛 용어로 비유적으로 쓰여 어떤 분야에서 정점에 선 사람을 떠받드는 많은 사람들을 저변(底邊), 속으로 작정한 뜻을 저의(底意), 초벌로 쓴 원고를 저고(底稿), 속에 간직하고 있는 끈기 있는 힘으로 듬직하게 버티어 내는 사람의 든든한 힘을 저력(底力), 목적한 곳에 닿아서 그침을 저지(底止), 밑의 층 또는 바닥의 층을 저층(底層), 바다나 강의 바닥의 흐름을 저류(底流), 밑바닥을 저면(底面), 밑바닥이 되는 부분을 저부(底部), 바다의 밑바닥에 사는 물고기를 저어(底魚), 바다나 호수나 하천 따위의 바닥을 이루고 있는 물질을 저질(底質), 하층의 흙 또는 밑바닥의 흙을 저토(底土), 땅속의 깊은 곳에 너른 넓이를 차지하고 있는 쑥돌 따위의 커다란 암석을 저반(底盤), 밑에 댄 널빤지를 저판(底板), 공물을 바침을 저공(底貢), 속속들이 꿰뚫거나 미치어 부족함이나 빈틈이 없음을 철저(徹底), 학식이나 생각이 아주 깊음 또는 행동이나 몸가짐이 흐트러짐이 없이 바름을 도저(到底), 사물의 기초를 근저(根底), 바다 밑바닥을 해저(海底), 천정과 정반대의 점 곧 관측자가 서 있는 점을 천저(天底), 폐의 아래 바닥을 이루는 오목한 넓은 면을 폐저(肺底), 마음의 깊은 속을 심저(心底), 골짜기의 밑바닥을 곡저(谷底), 기초가 되는 밑바닥을 기저(基底), 네모진 바닥을 방저(方底), 우물의 밑바닥을 정저(井底), 하천의 밑바닥을 하저(河底), 배의 밑바닥을 선저(船底), 대지의 밑바닥을 지저(地底), 평평한 밑바닥을 평저(平底), 마음속을 흉저(胸底), 대문간에 붙어 있는 조그만 방을 낭저(廊底), 높은 재의 아래 기슭을 영저(嶺底), 산 밑이나 산 아래를 산저(山底), 골짜기의 깊은 곳을 간저(澗底), 깊은 속 또는 깊은 바닥을 오저(奧底), 바다의 밑바닥으로 끌고 다니면서 해저에서 사는 물고기를 잡는 그물을 저인망(底引網),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뜻으로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정저와(井底蛙), 크게 깨달아서 번뇌나 의혹이 다 없어짐을 일컫는 말을 대오철저(大悟徹底), 좁은 골짜기 아래의 작은 들을 일컫는 말을 곡저평지(谷底平地), 호수 바닥이 육상으로 드러나서 이루어진 평야를 일컫는 말을 호저평야(湖底平野), 우물 밑의 개구리로 소견이나 견문이 몹시 좁은 것을 이르는 말을 정저지와(井底之蛙), 바닥이 네모난 그릇에 둥근 뚜껑이라는 뜻으로 일이 어긋나고 맞지 않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방저원개(方底圓蓋), 물이 밑바닥까지 맑다는 뜻으로 지극히 청렴결백함을 이르는 말을 철저징청(徹底澄淸), 마음에 차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불만저의(不滿底意), 마음에 즐기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불긍저의(不肯底意), 산 밑에 절구공이가더 귀하다는 뜻으로 물건이 그 생산지에서 도리어 더 품귀함을 이르는 말을 산저귀저(山底貴杵) 등에 쓰인다.
▶️ 抽(뽑을 추)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재방변(扌=手; 손)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由(유, 추)로 이루어졌다. 손으로 빼내다의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抽자는 '뽑다'나 '빼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抽자는 手(손 수)자와 由(말미암을 유)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由자는 등잔과 심지를 그린 것이다. 抽자에서 말하는 '뽑다'라는 것은 손으로 무언가를 잡아당긴다는 뜻이다. 그래서 抽자는 등잔의 심지를 그린 由자에 手자를 결합해 마치 등잔의 심지를 잡아당기는 듯한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그래서 抽(추)는 ①뽑다, 뽑아내다 ②빼다 ③없애다, 제거(除去)하다 ④찢다, 부수다 ⑤거두다, 거두어들이다 ⑥당기다, 잡아당기다 ⑦싹트다, 싹이 나오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뽑을 발(拔), 뽑을 탁(擢)이다. 용례로는 용매를 써서 고체나 액체에서 어떤 물질을 뽑아 내는 일을 추출(抽出), 어떤 표시나 내용이 적힌 종이쪽이나 기타의 여러 물건 중에 어느 것을 무작위로 뽑아 어떤 일의 당락이나 차례나 분배 등을 결정하는 것을 추첨(抽籤), 일정한 인식 목표를 추구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표상이나 개념에서 특정한 특성이나 속성을 빼냄을 추상(抽象), 바쁜 가운데에서 몸을 뺌을 추신(抽身), 배우거나 익힌 것 가운데서 골라 뽑아 강을 받는 일을 추강(抽講), 결세를 빼내어 착복하는 일을 추결(抽結), 여러 사람으로부터 돈이나 물품을 거두어 들임을 추렴(抽斂), 부족한 인원을 다른 곳에서 뽑아내어 씀을 추용(抽用), 장롱 서랍을 추잠(抽簪), 싹이 돋아 남을 추절(抽茁), 꽂았던 홀을 뽑음을 추홀(抽笏), 남은 이익을 뽑아서 계산함을 추리(抽利), 많은 것 가운데서 뽑아 칭찬함을 추상(抽賞), 세액을 계산함을 추세(抽稅), 가시를 벗고 잠시 쉬는 일을 추해(抽解), 골라서 추려냄을 추발(抽拔), 여럿 속에서 뽑아 올려 씀을 추장(抽奬), 뒤에 다시 정정함을 추탁(抽琢), 식물의 화경이 나오는 일을 추태(抽苔), 정치의 잘 하고 못함과 백성의 질고 등을 살피기 위하여 지방에 파견하는 어사로 제비를 뽑아서 분담 구역을 정하였기 때문에 이르는 말을 추생어사(抽栍御史), 아름다운 문구를 늘어 놓아 글을 지음을 이르는 말을 추황비백(抽黃批白), 동산의 풀은 땅속 양분으로 가지가 뻗고 크게 자란다는 말을 원망추조(園莽抽條), 지붕 위로 올려놓은 뒤 사다리를 치운다는 뜻으로 적을 함정에 빠뜨리는 계책을 이르는 말을 상옥추제(上屋抽梯) 등에 쓰인다.
▶️ 薪(섶 신)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초두머리(艹=艸; 풀, 풀의 싹)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베다의 뜻(剪; 전)을 나타내는 新(신)을 더하여 이루어졌다. 도끼(斤; 근)로 벤 나무, 곧 '땔나무'의 뜻이다. 그래서 薪(신)은 ①섶(땔나무를 통틀어 이르는 말) ②잡초(雜草), 풀 ③봉급(俸給) ④땔감으로 만들다 ⑤나무를 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섶 시(柴), 나무할 초(樵)이다. 용례로는 땔나무와 숯을 신탄(薪炭), 땔나무를 신초(薪樵), 땔나무를 신목(薪木), 땔나무를 신채(薪採), 봉급을 신수(薪水), 와신상담을 줄여서 이르는 말을 신담(薪膽), 섶나무로 둘러 친 울타리를 신리(薪籬), 장작과 섶나무를 신시(薪柴), 땔나무를 시신(柴薪), 자기의 병을 겸손하게 이르는 말을 채신(采薪), 나무를 많이 쌓아 올림을 적신(積薪), 땔나무를 등에 짐을 부신(負薪), 땔나무를 주워 모으고 먹을 물을 긷는 수고 곧 밥을 짓는 노고라는 뜻을 이르는 말을 신수지로(薪水之勞), 섶에 눕고 쓸개를 씹는다는 뜻으로 원수를 갚으려고 온갖 괴로움을 참고 견딤을 이르는 말을 와신상담(臥薪嘗膽), 굴뚝을 꼬불꼬불하게 만들고 아궁이 근처의 나무를 다른 곳으로 옮긴다는 뜻으로 화근을 미리 방지하라를 이르는 말을 곡돌사신(曲突徙薪), 한 잔의 물을 한 수레의 장작불에 끼얹는다는 뜻으로 아무 소용없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배수거신(杯水車薪), 섶을 지고 불에 뛰어 듦 곧 자기가 짐짓 그릇된 짓을 하여 화를 더 얻음을 이르는 말을 부신입화(負薪入火), 병이 들어 나무를 할 수 없다는 뜻으로 자기의 병을 겸손하게 이르는 말을 채신지우(採薪之憂), 자식에게 땔나무 캐오는 법을 가르치라는 뜻으로 무슨 일이든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근본적인 처방에 힘씀을 이르는 말을 교자채신(敎子採薪), 쌀은 구슬 보다 비싸고 땔감은 계수나무 보다 비싸다는 뜻으로 물가가 치솟아 생활하기 어렵다는 것을 이르는 말을 미주신계(米珠薪桂), 땔나무를 안고 불을 끄러 간다는 뜻으로 재해를 방지하려다가 자기도 말려들어가 자멸하거나 도리어 크게 손해를 입음을 이르는 말을 포신구화(抱薪救火), 섶나무 위에 앉고 쓸개를 걸어 두고 맛본다는 뜻으로 원수를 갚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함을 이르는 말을 좌신현담(坐薪懸膽), 불을 안고 섶나무 위에 눕는다는 뜻으로 점점 더 위험한 짓을 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포화와신(抱火臥薪), 불타는 나무와 같이 정열로 도리를 닦으면 복을 얻음을 이르는 말을 지신수우(指薪修祐), 아주 천하고 보잘것없는 출신이나 자기의 타고난 자질을 겸손하게 이르는 말을 부신지자(負薪之資)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