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2년 동안의 방학’(Deux ans de vacances)을 아시는지. ‘15소년 표류기’로 알려진 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 작품의 원제다. 소년 15명이 배에 탔다가 폭풍에 휩쓸려 표류한 다음 무인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출판사 열림원어린이는 최근 쥘 베른의 소설 다섯 권을 아동·청소년용으로 다듬어 펴내는 과정에서, ‘2년 동안의 방학’을 제목으로 삼았다. 대신 ‘15소년 표류기’를 부제로 달아 오해의 소지를 줄였다.
그간 제목이 잘못 알려진 이유는 1896년 일본에서 번역된 제목을 국내에서 그대로 따랐기 때문이다. 원제를 사용해야 소년들이 2년 동안 공동체를 이루며 성장하는 과정에 집중할 수 있다는 설명. ‘쥘 베른 걸작선’(열림원·전 20권) 등을 옮긴 김석희씨가 번역했다. 그는 “14년 전 전집을 번역할 때는 엉뚱한 작품으로 착각할까봐 책 제목을 바꾸지 않았었다”며 “그간 일본어 번역 제목을 답습해 왔는데, 이제는 바꿀 만하다고 생각했다. 원래 제목이 알려져 널리 사용되길 바란다”고 했다.
중략
제목의 뉘앙스를 바로잡는 번역 또한 많다. 출판사 그린비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이인’이라는 제목으로 낸다. 원제(L’Etranger)가 보통 사람과 다른 낯선 인간인 이인(異人)과 작품 안에 단절된 두 주인공이 존재한다는 뜻의 이인(二人)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창비는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이 몸은 고양이야’로, 영국 작가 도리스 레싱의 ‘황금노트북’을 ‘금색공책’으로 바꿔 출간한다. 각각 소설의 중심 소재를 지칭하고 있는 원문 느낌을 반영해 고쳤다는 설명이다.
작품의 제목을 바꾸는 것에 회의적인 입장도 있다. 번역의 의도가 좋더라도, 전혀 다른 작품처럼 여겨질 경우 읽히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출판사 입장에선 작품의 판매 부수를 무시하기 어렵다.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원제에 충실한 번역이라고 하더라도 대중이 고전에 대해 갖고 있는 정보가 이미 축적돼 있기 때문에, 제목을 바꾸는 것은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첫댓글 나 쥘베른 좋아해서 열림원 쥘베른 전집 모으는게 꿈인데 아직 안사길 잘했낱ㅋㅋㅋㅋ
와 평생을 십오소년표류기로 알았는데,,
대박..번역 넘나 중요한 것..
급식 때 독후감 쓰면서 이방인 왜 이방인일까 머리카락 쥐뜯었는데 . 이방인보다 이인이 훨씬 내용에 맞고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