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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풀려면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향에서 투쟁전선과 단결전선을 형성시켜 나가야 한다
1. 한국 사회의 정치 지형을 보면 이합집산하고 정치 전선이 여러 개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정치 지형이 이렇게 복잡하니 사회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여전히 기득권 세력이 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2.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투쟁전선과 단결전선을 단순 명쾌하게 정리해 가야 합니다. 그래야 단결된 정치 역량의 힘으로 사회적 문제를 하나하나씩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3. 그렇다면 무엇을 위해 투쟁하고 무엇을 위해 단결해 나갈 것인가의 목표를 분명하게 밝히는 것으로 되어야 하는데, 그것은 결국 시대사적 과제가 무엇인가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왜냐하면 정의와 공정, 상식, 양심, 개혁 등 제반의 사회적 문제는 시대적 요청에 따라 제기되는 것이지 시대적 상황을 떠나서 성립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4. 지금의 시대적 요구는 형식적인 자유와 평등이 아니라 실질적인 자유와 평등을 누리고 사는 것이고, 형식적인 민주주의 아니라 직접적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지금의 한국 사회는 민의 완강한 투쟁에 의해 군사독재세력이 더는 맥을 추지 못하게 되면서 형식적인 자유와 평등, 형식적인 민주주의는 보장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측면에서 보면 참답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5. 그런데 실질적인 자유와 평등을 누리고 직접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유와 평등의 관계로 바라보기보다는 사회와 역사의 주체이자 나라의 주인인 민이 어떻게 주인의 권리를 누리고 행사하느냐의 문제로 접근했을 때 그 시대사적 요구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가 형식적으로는 보장된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질적으로 누리지 못하면 별반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실질적으로 누리게 하자면 그것은 결국 민이 어떻게 주인의 권리를 누리고 행사하느냐 하는 차원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그래서 이런 차원에서 제반 조건을 실질적으로 바꿔가야 합니다.
이렇게 보면 나라와 민족 단위에서 철저히 주권을 확보하고 고수하는 문제가 매우 중요한 요구로 제기된다는 것 또한 알 수 있습니다. 민족적 주권이 제약당하고 정당하게 행사할 수 없다면 민이 나라와 민족 단위에서 주인의 권리를 누리고 살지 못할 것은 물론이고 직접적 민주주의 자체의 실현도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6. 이런 시대사적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한국 사회에서 제기된 목표가 자주와 민주, 통일입니다. 그것도 사람은 누구나 개성을 가진 존재로서 집단을 구성하여 나라와 민족 단위로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지난날의 자주, 민주, 통일의 내용보다 훨씬 더 풍부해졌습니다.
즉 자주는 민족 자주만이 아니라 개인과 집단, 나라와 민족 단위의 모든 부분에서 주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부분으로 확장되었고, 민주 또한 반독재만이 아니라 개인과 집단, 나라와 민족 단위의 모든 부분에서 주인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와 질서 체계를 세우는 것으로 확대되었고, 조국통일 또한 한반도 전체 차원에서 민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내용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아울러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적인 기치로 애국법과 조국통일법의 제정, 빈부격차의 해소, 각종 대중단체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 체계와 그 이해와 요구를 국가 정책에 반영하는 질서 체계의 수립과 함께 일치와 입체, 통일의 방법론도 제기되었습니다.
7. 그런데 한국 사회의 정치권에서는 이런 시대사적 요구를 외면하고 자신들의 유불리에 따른 정치공학적 계산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거대양당체제이고 제3 정당의 건설입니다.
실상 거대양당체제 자체만 놓고 보면 그것이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개혁과 반개혁의 전선과 같은 양당체제가 성립된다면 이를 보고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사실 이런 전선 구도가 성립되어야 개혁세력이 압도적인 역량을 형성해서 개혁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거대양당제도가 문제가 되는 것은 개혁을 실현하기 위한, 즉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도로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이런 거대양당체제에서는 기득권 세력이 서로 권력을 나눠 먹는 식으로 되어 한국 사회가 결코 바뀌지 않는 것입니다.
제3의 정당을 건설하는 것도 그 자체로만 놓고 보면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거대양당이 계속 기득권을 누리려고 하는 조건에서 제3당을 건설하여 풀어나가려는 것은 당연한 요구입니다. 하지만 제3당을 건설했는데 그 정책이 시대사적 요구를 외면하고 거대양당과 거의 엇비슷한 정책을 내놓는다면 무엇이 달라지겠습니까? 이 또한 정치공학적인 입장으로 접근해 한자리 차지해 먹으려 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지금껏 제3당을 건설해보았자 크게 바뀐 것도 없고, 거의 실패한 모습으로 귀결되었던 것도 그 때문입니다.
이를 놓고 보면 거대양당체제를 부정하거나 제3당의 길을 걷는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시대사적 요구를 철저히 견지해 나가느냐가 관건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8. 물론 시대사적 요구를 실현하기 위한 계선이 설정되고, 그 핵심적인 기치가 제기되었다고 해서 이 모든 문제가 쉽사리 해결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합집산하는 현상을 방치한다면 제반 세력이 참답게 단합할 수 있는 길은 열리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한국 사회를 참답게 개혁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합집산하는 세력이 서로 손을 잡더라도 시대사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차원에서 단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정치공학적 계산에 따라 진행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거대양당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서 그 주류에 반발하는 세력이 나타나면서 제3의 정당의 건설이 거론되는 것과 함께 여러 군소정당이 난립하는 모습을 보이며 정치공학적 계산에 따라 움직이는 것도 여기에 그 원인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으로 총선이 진행되어봤자 나타날 결과는 보나 마나 기존 정치 지형의 답습인 거대양당과 군소정당의 모습일 것입니다. 그러면 백날 가도 세상은 실질적으로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9. 이런 상황을 극복하자면 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습니다.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계선으로 단합하여 투쟁할 수 있는 전선부터 확립해 가야 합니다. 비록 처음엔 그 수가 적게 보일지라도 그 근거 지점부터 명확히 확립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초기에 기득권 세력이 이의 전선 확립을 여러모로 방해하고 나오겠지만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계선으로 단결하고 투쟁하는 입장을 확고히 견지해 나가면서 각각의 정치 세력들이 이런 방향에 합류할 것인지, 그렇지 않을 것인지에 대한 정치적 입장을 분명하게 표명하게 해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그들의 정치적 실체를 확인시키는 과정으로 나아간다면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추세를 결코 막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실질적인 자유와 평등을 누리고 직접적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이 지금의 시대적 요구로 되는 상황에서 이를 감히 대놓고 부정한다면 그런 반개혁적 세력이 앞으로도 여전히 거대 정치 세력으로 그 존재를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처음 시기의 난관에 굴하지 않고 참다운 개혁세력이 단합하여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그 근거 지점을 마련하는 입장을 초지일관해서 굳건히 견지해간다면 그 정치적 대오는 급속히 확대되어 갈 것이고, 그에 따라 한국 사회는 거대양당체제와 군소정당의 구도가 아니라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혁세력과 반개혁세력의 구도로 형성될 것이며, 마침내 압도적인 역량으로 개혁을 실질적으로 실현해 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2023. 12. 11
우리겨레연구소(준) 소장 정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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