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63 EBC 로 히말라야 쿰부 트랙킹
루크라에서 남체바자르까지
2016/12/19-2017/01/03
히말라야 설산은 산을 아는 이라면 누구나 선망의 대상이 됩니다. 다만 엄두를 내지 못할 뿐이지요. 4월에 안나푸로나를 둘러보고 12월에 다시 설산으로 가는 마음은 처음 그대로의 설레임입니다. 인천에서 12시 30분 출발한 비행기는 7시간 30여분만에 카트만두 공항에 닿습니다. 네팔의 환영 꽃목걸이는 이국의 낯섬을 풀어 주는 인연의 시작입니다. 시내 호텔로 가서 짐들을 점검한 뒤 여정의 설명을 듣고 가이드를 소개 받은 뒤 편안한 잠을 청합니다.
환영받은 트랙킹 팀
다음날 국내 경비행기 사정이 어떨지 몰라 도시락으로 아침밥을 대신하고 공항으로 일찌감치 나섭니다. 카트만두 공항이나 트랙킹 시발점인 루크라 사정에 따라 경비행기는 운행이 불확실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현지 사정으로 1시간이나 지연된다는 소식입니다. 그래도 가기만 한다면 일정이 그렇게 어긋나진 않을텐데 지난 안나푸로나 때 결국 비행기가 운행되지 않아 급기야 차량으로 수시간 길을 급히 달려 일정을 접은 생각이 납니다. 다행히 1시간여 지연 끝에 경비행기가 출발 합니다. 1시간여 동안 왼쪽으로는 히말라야 산군이 이어지고 오른 쪽으로는 흰구름 사이로 네팔의 시골 마을들이 산꼭대기 까지 다랭이 전답을 일구고 있는 풍경이 장관입니다.
루크라 공항에서
루크라 공항은 에베레스트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트랙킹의 시발점입니다. 같은 비행기에 짐을 다 실을 수 없어 따로 실은 짐이 늦어 또 한참을 롯지 앞에서 기다립니다. 시간이 더디게 가는 이치를 배우는 게지요. 늘 일상에서 '빨리'에 익숙했던 우리네를 히말라야에 맞게 천천히 길들이는 것 입니다. 루크라(2840)에서 팍딩(2620)의 롯지까지는 오히려 내림길입니다. 중간 지점에서 가볍게 점심을 먹고 팍딩의 롯지까지 가벼운 트랙킹을 마무리합니다.
'옴마니반메옴'네팔인들의 기도는 사방에 남아 있습니다.
우리들의 짐을 대신 지고가는 포터들의 등짐은 안스럽습니다.
롯지 앞에서 맞은 아침
롯지의 아침이 오고 출발입니다. 남체바자르(3440)까지 계속되는 오름길입니다. 너덜과 먼지 투성이 황톳길, 돌 계단, 출렁다리 그리고 말과 소들이 남긴 배설물들이 즐비한 길을 갑니다. 나를 이동할 수단은 스스로의 다리와 발이라는 몸 뿐인 오지를 그것도 다시 되돌아와야 할 길을 가면서도 설산의 기대로 나름대로 설레임입니다.
출발에 앞서 한자리에 앉아 안전을 기약합니다.
쿰부밸리 이쪽 저쪽을 연결하는 출렁다리
아직은 식물 한계 높이가 아니라 제법 숲이 무성하고 그 사이로 힐끗힐끗 쳐다보라는 듯 설산이 기웃거립니다. 봉우리 이름은 가이더한테 물어서 들어도 우리 말 같지 않아서 자꾸 잊어버리게 되지만 가이더는 나름의 의미를 더하여 우리에게 몇번이고 일러 주지만 말은 의미가 연결되어야 쉬워지는데 익히기가 어렵습니다.
가이더와 함께 이들은 셀퍼와 가이더 모두 담당할 수 있는 산꾼입니다.
쿰부 밸리의 일부입니다.
에베레스트를 중심으로 하는 국립공원입구에서 입산 신고를 합니다. 모든 사람들의 인적 상황을 점검하고 기록하는 것은 고산으로 가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한 것이니 차분히 수속을 밟습니다. 설산은 숱한 사람들을 부르기라도 하듯 세상사람들이 다가가려하고 있으나 누구나 다 산으로 갈 수는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정상이 아닌 가장 기본적인 베이스캠프까지이지만 보통 사람들이 함부로 가는 곳은 아닌 것입니다.
공원입구에서입산허가서를 기다립니다.
남체로 가는 길은 계속되는 오르막 길입니다.
에베레스트로 가는 길목 남체바자르는 쿰부 트랙킹에서 만나는 가장 큰 마을이자 중심입니다. 시장과 등산용품 상점이 즐비하고 학교까지 있는 히말라야 중턱의 꽤 물자가 풍부해 보이는 마을입니다.
남체 바자르 마을 입구에 섭니다.
후미 가이더가 도착하여 일행 모두가 숙소로 갑니다.
남체 바자르를 보며 마을 앞의 산은 설산입니다.
히말라야 쿰부 밸리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마을들을 7시간여 동안 지나와 남체 바자르에 짐을 내립니다. 숙소의 모든 것은 모두 대가가 있는 곳으로 와이파이, 충전, 물까지도 공짜가 없습니다. 모든 것이 넘치던 물질 문명의 세상에서 물자가 귀한 곳으로 후퇴한 느낌이라 다시 한번 물질을 누린 세상에서 멀어져 있음을 실감합니다. 게다가 흔하게 숨쉬던 공기 속의 산소는 고산증을 일으킬만큼이니 느림이 상용이 되는 삶의 리듬에도 적응해야 합니다. 우리는 너무 앞만 보고 달리던 일상에서 천천히 돌아가는 시계 위로 오른 것입니다. 침낭에 몸을 누이면서 다시 올 아침을 생각합니다.
2017/01/11 문경 아침도시의 산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