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주룩 주룩, 토요일 홍대 앞은 전철 계단도 오르기 힘들 정도로 꽉 차 있었다.홍대로 도착하기 바로 전 장군님의 몸이 안 좋다는 메시지를 받고 홍대로 올라 가는 도중 혹시나 해서 쥔장인 맨슨 그리고 초만에게 전화를 했지만(전화는 왜 안 받는겨-.-) 들려오는 건 뚜우 뚜우 싸늘한 기계음뿐...
일단은 장군님만 믿고 나왔기에(그래 나 사실은 이번 이 공연 첨엔 별루 관심 없었다. 걍 사람들 얼굴이나 보려구 머 거기에 가을도 됐는데 마음이 허한 관계로 '띡'보니 무신 굿판에서 하는 소리 같기두 해서리 공연 보구 답답한 맘이나 풀려고 비도 오는 악조건에서도 굳이 발길을 홍대로 옮긴 것이었다) 공연을 어디에서 하는지부터 알아야 했다. 혼자 그것도 여자 혼자서 우산 쓰고 홍대 앞 프린지 메인 부스에 갔더니만 인디스트(자원봉사자)들이 내 꼬락서니를 보고 측은한 맘이 들어서인지 정말 상냥하게 "팜플릿 가져 가세요^^"라고 말을 건낸다. 그 말을 듣고 나 "네.." (비참한 심정을 들어내지 않으려 최대한 씩씩하게)
공연장은 다행히 내가 아는 곳이었다. 산울림 소극장 반대편 언덕배기 쌈지스페이스. 시간도 남았겠다 천천히 걸어가는데 젠장 다 쌍쌍이다. 암튼 솔로의 구린 냄새를 감추고자 & 날이 좀 추워서 길가 테이크 아웃 커피점에서 커피 하나 뽑아들고 유유자적하며 언덕을 올랐다. 휴~ 좀만 올라 왔는데 숨차다. 헥헥.
공연장이 있는 곳에 들어가니 이제 정말 나 혼자다. 다들 호칭이 '선배' 아님 '~님' 으악 빈속에 애꿎은 커피만 드립다 마셔댔다.
다행히 도착한 지 몇 분 안되서 공연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근데 이 공연장 왜 이리 껌껌한거냐. 온통 벽면두 까만색으루다 칠해져 있구 게다가 저 두개의 굵은 기둥은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암튼 그 기둥을 피해 자리를 잡았다.
그러고 몇 분이 흐르자 날도 안 좋은데 이 정도 사람두 많이 온 거 아냐 하는 생각이었는데 사람들이 이젠 떼로 몰려 온다. 옆 사람 왈 '50명 공연장에 100명도 더 온 것 같네" 그러니 나는 계속 혼자 온 것 같아 괜히 신경 쓰이고...
자리에 앉아 조금 시간이 흐른 후부터 어두운 공연장 모습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비좁은 무대에는 오늘 공연과 별루 관계가 없을듯 보이는 신디사이저두 보이고 정말 무슨 굿판이라도 여는지 대나무에 창호지로 무늬를 낸 것(정확한 명을 아시는 분은 좀 알려주라-.-;;)도 신기하게 보이고 새를 그린 것 같은데 먼지 잘 알 수 없어서 더 신비로운 걸게 그림도 보였다.
잠시 후 이윽고 씨알누리 대표(라장흠이라는 분이시다. 멤버중에 대표라서 그런지 공연 내내 여유만만한 분위기를 풍겨댔다^^)라는 분이 나와 소개하고 어쩌고..
드뎌 공연이 시작됐다. 이런 공연에서는 어떻게 관객 반응을 보여야 할 지 난감한 찰라 '얼쑤' '잘헌다~' 내 바로 앞 계단 뒷통수만 보이는 이 남자 연신 고개를 좌, 우로 어깨를 들썩 들썩 공연 내내 몸을 가만 두질 않는다.목소리도 듣기 좋은게 그가 시기 적절하게 추임새를 하면 나도 따라 고개를 까닥거렸다.
근데 시간이 갈수록 자꾸만 이 남자 얼굴이 보고 싶어진다. '공연 끝나구 연락처 적은 쪽지를 냅다 손에 줘주고 친구하자고 할까' 하는 엉뚱한 생각까지... (모냐 모냐 공연장에서도 계속 한쪽 머리는 이런 생각만 하는 거냐(부끄^-^;;)
암튼 관객들 다 장난 아니다. 척 보기엔 거의 학생들 아니면 그 비스므리해 보였는데 왜 이렇게 잘들 그것도 멋지게 노는 것이냐. 또 나만 풀 죽다가 나두 첫번째 공연(동해안별신굿 장단에 여러 장단을 새롭게 구성한 작품이란다. 낭중에 암.. 첨에 멀 하는 지 어리버리 걍 듣다가.. 에궁) 끝나고서야 '이렇게 쫀쫀하게 들을 수 없다'는 생각에 나두 이제부텀 긴장 풀고 하던대루 방정맞게 놀기 시작했다.
근데 이 사물놀이 공연 진짜 무슨 클럽 데이하는 분위기다. 좁은 공연장이 쨍쨍하게 울려대는 소리들로 터져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서양 헤비메탈 콘서트장처럼 몰입, 몰입 도대체 다른 생각을 할 틈을 주지 않는다. 절로 고개를 흔들고 박수를 치고 탄성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공연하는 사람, 보는 사람이 없다. 한덩어리로 어우러져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고 있었다. 공연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기뻤다. 이런 공연을 처음 알게 된 것도 그리고 정말 좋은 공연에 내가 있다는 것도 그리고 '내가 한국 사람이구나' 하는 사실도 처음으로 그렇게 기쁘게 느끼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신명나는 장고놀이가 시작됐는데 이 장고놀이는 이름만 놀이지 우와, 난타보다 한 100배는(나 넘 오버하나-.-) 더 멋있어 보였다. 비록 난타 공연을 다 보지 못했지만 넘 상업적인 냄새가 풀풀 나는 그런 공연보다 이런 공연을 상업화하면 정말 좋을텐데 하는 비장한 생각까지 하게 했다. 그리고 어쩜 앞에서 말한 그 라장흠 아저씨(대표라고 쓰니 쫌 글타 편한 걸루 하장^^)의 손은 도대체 너무 빨라 잘 보이지도 않았다(놀람 놀람 감탄 감탄)
그 다음 장타령 시간. 한 공연이 끝나면 아까 그 라장흠 아저씨가 나와서 김제동처럼(감히 김제동에 비교하다니.. 김제동 팬들에게 몰매 맞을라..) 사회를 봤다. 장타령 한 소절도 같이 배워서 모두 다 같이 하니 이건 또 무슨 랩같다. 척척 들어맞는 것이 우리말의 묘미가 이런것이갑네^^(사실 이 장타령 하면서 내 머리속 한 귀퉁이에서는 영화 8마일을 떠올렸다.. 관련이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로 봄 아닐걸..ㅋㅋ)
암튼 지난해 축구 열기때 모르는 옆 사람 어깨동무하며 열심히 불러댔던 아리랑까지(물론 윤도현의 아리랑은 아니다. 신디사이저와 기타와 그리고 대금까지 아마 씨알누리가 갖구 있는 악기 모두 출동해서 화려&스케일 만빵&기타 등으로 연주하는 동안 드뎌 맨 앞줄 오른쪽 여인네 둘의 스탠딩으로 에브리바디 스탠딩. 게중에 어떤 아저씨는 멤버중 홍일점(우와 이분도 라장흠 아저씨만큼이나 멋있었다. 어떻게 그렇게 작은 체구로 온 공연장을 그다지도 가볍게 날라다니는지.. 역시 감탄^^) 호정님(낭중에 암)앞에서 어깨를 들썩들썩...
와~~~~ 에너지 충전 100% 공연이었던 것 같다. 이런게 우리 소리, 우리 노래, 우리 놀이마당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된 것치고 나 넘 푹 빠져버렸다. 아까 그 내 앞 줄 그 남정네한테 반한것처럼 말이당..
첫댓글 카페 가족분들도 관람후기 도전해보세요.글이 몇가지 안 올라와 있군요^^
이글은 Daum카페 "딴따라 공동체 짬뽕"에서 '냠냠'이라는 아이디를 쓰시는 분의 글입니다. 김종기님과 이상진님 뒤에서 공연을 보신분 같네요.. 남정네들... 이 두사람을 지칭하는 듯하네요....... ^^
그렇지요 사부님 ㅋㅋㅋ
기둥 옆에 두여인네...^^;; 저와 제 칭구...공연 보러 온김에 본전 뽑고 가진 생각에...무조건 일어났지요...넘 재밌고..신나는 공연이었습니다...그러나 짐 생각하니 민망하네요..
아니에요 잘 노시던데 입구에서 의자 넘어질때 전 더욱 민망하더이다 공연자들과 관객들에게 말이지요 지가 그런것도 아닌디 ㅎㅎㅎ
ㅋㅋㅋㅋ 넘 재밌는게 느껴져요. ㅋㅋㅋㅋ
재미있었겠네......부럽당 ㅠㅠ;
ㅋㅋㅋ 에이~~~첫 날 못가서 아쉽지만...참..저 글 쓰신 분 다른 씨알누리 공연 보시면 거품물고 쓰러지시겠네~뭘 그정도 가지고..훗훗 그쵸 싸부님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