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610) - 노란 유채, 화사한 벚꽃으로 물든 남녘의 봄소식
3월 24일(토), 전날까지 다소 쌀쌀하던 날씨가 확 풀려 아침부터 푸근하다. 8시 20분 숙소 앞에 대기 중인 셔틀 버스에 올라 제20회 서귀포유채꽃국제걷기대회가 열리는 중문의 월드컵 경기장으로 향하였다. 경기장 주변은 축제무드, 곳곳에서 밀려드는 남녀노소 동호인들로 붐빈다. 낯익은 얼굴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 참가자들의 표정이 밝고 활기 있다. 언제 어디서나 이처럼 환하면 얼마나 좋을까.
접수처에서 유인물과 음료를 챙겨들고 반가운 이들과 가벼운 선물도 주고받으며 즐기는 사이 주최 측이 마련한 20여 미터 길이의 샌드위치 시식이 장관이다. 인파에 섞여 한 조각 받아 입에 물고 즐거운 시간, 이른 아침부터 이를 준비하느라 애쓴 봉사자들이 고맙다.
오전 10시, 준비체조를 마친 후 원희룡 제주도 지사의 아름다운 서귀포를 한껏 즐기라는 인사를 뒤로 하고 힘차게 출발하였다. 걷기코스는 20km, 10km, 5km의 세 종류. 우리 일행은 대부분 20km 행렬이다. 제주 올레길 6, 8코스를 따라 중문에서 외돌개, 서귀포 70리 시공원, 천지연 폭포, 서복전시관, 검은 여, 정방폭포로 이어지는 바닷길이 아름답고 곳곳에 노랗게 핀 유채꽃, 천지연 주변의 화사한 벚꽃이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나’는 노래가사를 실감케 한다.
천지연 입구에 활찍 핀 벚꽃
외돌개 지나며 영감 서리는 경관을 폰에 담느라 분주하고 봄볕 가득한 70리 공원의 풍광이 전날 기념식수 했던 저녁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제주도를 찾을 때마다 단골로 들렀던 천지연폭포를 바닷길 휘돌아 걸어서 찾으니 엊그제 핀 벚꽃이 활짝 웃으며 반긴다. 작년에는 유채꽃도 벚꽃도 아직인 듯 싶더니 그보다 일주일 늦으니 또 다른 봄이로다. 이를 일깨는 시 한 수를 음미하자.(걷는 중 어느 화장실에서 살폈다)
‘봄의 마을 서귀포
김 용 길
山을 향해
바다가 몸을 열었다
땅 위 힘줄들이
꿈틀꿈틀 기어나가
파도를 밀어내고
벼랑을 차내었다
널려 펴는 빛무리
가슴에 담으면
70리 서귀포구로
山이 돌아 눕는다’
출발 잠시 후 바닷길로 들어서는 일행
진시황의 서복이 700 동남동녀를 데리고 찾았다는 전설을 담은 서복전시관을 지나 정방폭포로 이어지는 바닷가 오솔길이 아름답다. 한국은 물론 일본과 대만을 섭렵한 지인의 말, 이처럼 멋진 오솔길은 처음이다. 너무나 아름답다.’ 아내도 동감이라며 맞장구를 친다.
점심은 각자 준비한 간편식, 걷는 도중의 체육시설 앞에서 요기를 한 후 내쳐 걸으니 바닷길 끝나고 동네로 이어지는 긴 오르막이다. 오르막 지나니 큰길, 넓은 운동장이 국제시설처럼 말끔한 서귀포중학교 지나서 도착지에 이르니 오후 네 시가 가깝다. 옆에서 걷는 중학생이 손목에 찬 시계모양의 거리표시기를 보며 22.5km라고 말한다. 어떻게 참여했느냐 물으니 걸으며 쓰레기 주으면 봉사점수에 반영된다는 대답, 꽤 많은 학생들이 함께 걸었다. 미래는 여러분이 주인, 씩씩하고 든든한 동량이 되라.
도착지점에서 숙소까지는 10여분 거리, 행보를 마치고 숙소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몸을 씻고 휴식을 취하는 중 카톡이 울린다. 제주 걷기 일정을 알고 있는 지인이 보내온 것, 오후 5시 TV에 일본인들이 걷는 소감을 말하는 것 보았다고. 사진 몇 장 전송해주니 그 중 TV에 나온 분 모습이 있다며 반가워한다. 미디어로 하나 된 세상, 피할 곳이 없구나. 당당하고 떳떳하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