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떼의 침입, 나는 어떡하라고?
'여름에 나온 밤은 여름에 지나간다' 옛속담으로 여름은 어차피 지나갈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래도 더운건 덥다.
외출을 하려고 집을 나서려다 2층 징크벽면을 올려다보니 제법 큰 규모의 벌집이 있는 것이 아닌가? 도심 가운데 어째 이런일이...
뼈대를 완성하고 사용승인(준공검사)을 받기전 이삿짐을 들여놓은 상황인 것 같았다. 멀리서 보아도 제법 여러마리가 집을 외워싸고 집들이를 하는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지난주엔가 거실에 벌이 들어왔다고 애 엄마가 말했었다. 나는 설마 집에 몰래 들어온 주제에 (감히) 주인을 쏘는 강심장은 못될 것이라며 그냥 두기로 하였고, 엇그저께 결국 사체로 발견 돠었다.
하여간 예의도 법도도 모르는 녀석들이다. 동네에다 공동주거를 마련하다니. 내가 걸어둔 주거침입과 재물손괴 말라는 경고문까지 무시하고 건물벽을 지들 마음대로 불법 점유한 것이다.
그깟 야외 벽에다 좀 붙여지으면 어떠냐고? 그럼 혹시 거실에 들어왔다 변을 당한 친구가 우리의 동정을 살피거나 담판을 짓기위해 들어온 것인지도 모른다는 말이 되나?
하여간 말이 안되는 소리다. 민법의 물권편에는 지역권, 지상권 등 여러가지 머리 아픈 용어들이 등장하지만, 자기 땅에 허가받아 집짓는거야 누가 무슨 말을 하려 끼어 들겠는가?
그러나 자신의 실질적 지배권이 미치지 못하는 지하나 공중에 관한 문제는 계산이 조금 복잡해 진다.
아니 당신 땅밑, 땅이나 건물위의 공간도 당신꺼냐? 라고 따지면 뭐라고 답할까? 벌이야 공간에 짓지 못하고 건물벽에 붙여 지었으니 분명 법을 어건거고 ...
앞서의 지하에 관한 권리주장은 통상적으로 고층 시가지의 경우 40m, 중층 시가지의 경우 35m, 주택 지역은 30m, 농지와 임야 등은 20m다. 법률로 정해진 건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범위이다.
그런데 우리집 밑 20m로 지하철길을 낸다고 굴을 판다? 가만 있겠나? 그래서 지하철은 기존의 도로밑을 통과 하거나 시비꺼리 피해서 지하 깊은 곳을 지난다.
공중권이란 토지의 상부공간을 수평으로 구분하여 건축에 이용하는 권리이다.
공중권은 특별히 법으로 명시된 범위는 없으니 허가받으면 200층 집도 지을 수있을 것인데, 일조권이나 기타 타인의 생활권에 지장을 준다면 공중권 다툼의 대상이 된다.
우리는 어린시절 이항복과 권철의 감나무 이야기를 들었다. 이항복집 감나무가 가지를 뻗어 이웃집으로 넘어가 감이 열렸고, 그 소유를 주장하는 내용이다.
요즘법으로 따지자면 뿌리가 이항복의 집에 있으니 그쪽 소유가 맞다. 그러면 권철은 당하고만 있을까?
권철에겐 자신의 집공간으로 뻗어온 감나무 가지를 처치해 달라고 주장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 이때 소목소유자인 이항복이 응하지 않을때는 권철 스스로가 그 가지를 제거할 수 있다.
이경우 직접적인 장애가 되지 않는 가지를 함부로 자르면 권리남용이 된다. 뻔한 내용이지만 옮겨 보았다.
아무튼 그래도 벌들이 단체로 달려들어 따지면 골치가 아플 것 같아 길을 나서며 애 엄마더러 직접 대응말고, 119에 신고를 하라고 하니, 이런 것도 소방서에서 처리해 주느냐?며 순진 무궁해했다.
더위와 대항하려 땀흘리며 길을 걷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소방서에서 많은 인력들이 와서 벌집을 제거했단다. 그러면서 아이스크림이나 좀 사놓을걸 미안하더란다.
나는 그랬으면 좋겠지만 하는 수없고, 그래도 그들은 아침부터 쉽게 한건 실적을 올렸다는데, 서운해 하지 않을거라며 말로 때웠다.
참! 벌이란 녀석들도 그래도 학교에서나 공시생 시절에 법전의 기초적인 내용은 읽었음직한 공무원들이 대거 출동하였으니 꼼짝 못하고 손을 들었을 것이다. 이넘들아 그래도 법은 살아있고, 아직은 사필귀정이다.
아침저녁엔 조금 시원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아직도 한낮은 찜통더위다. 이참에 기후변화도 법으로 좀 정해놓으면 어떨까? 뭐! 강아지 더위먹어 입에 거품물고 딩구는 소리라고? 더위야 물럿거라! 내땅에서든 남의 영역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