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금요일 저녁 차항산방에 도착하니 찬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가을인가 싶더니 어느새 겨울자락이 황병산 너머 북서풍을 타고서 차항리에 내려앉는가 보다.
토요일 느즈막히 일어나 시내에서 조식후 용평으로 들어가 곤돌라를 타고서 발왕산 정상부위인 드레곤피크 앞에 서니 강한 바람에 한기가 귓전에 묻어나는듯 하다.
서둘러 골드능선쪽으로 하산로를 잡아 슬로프 옆 숲가로 들어서니 비로소 바람이 한결 누그러지며 바삭바삭한 낙엽을 밟으며 고도를 낮춘다.
골드 정상에서의 기나긴 휴식,그리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희디 흰 자태를 뽐내는 자작나무 숲을 줌인해 본다.우리 부부 둘 이외에는 아무도 없는 고요와 정적,간간히 흐르는 바람소리와 비스듬히 나무 사이를 파고드는 늦가을 오후 햇살을 벗삼아 잠시나마 저자거리의 소란스러움을 저만치 벗어 놓는다.
오솔길 같은 골드 파노라마 슬로프로 하여 레드 메인슬로프로 내려서며 산행을 마무리 해본다.레드 하단부 베이스죤에는 첫추위를 고대하듯 제설기 십여대가 시즌오픈을 기다리듯 줄지어 늘어선 모습이 가는 가을과 오는 겨울 사이로 오버랩 되면서 달리는 차창 너머로 빠르게 지나친 하루였다.
산방으로 향하는 귀로길은 용산1리-싸리재로 방향을 잡아 백오십만평(?) 규모를 자랑하는 "알펜시아 리조트(가칭)"건설 현장을 눈으로 잠깐 확인해 보며 숙소에서 하루의 피로를 길게 누인다.-알펜시아는 금욜 저녁 국무총리 일행이 다녀 갔는지 환영 현수막이 여기저기 나부낀다.2014 동계올림픽을 겨냥한 대회본부,미디어센타,노르딕과 크로스컨트리 그리고 바이애슬론등의 경기장과 각종 숙박,위락시설이 자리한다고 한다.즉 횡계시내를 대체할 새로운 다운타운이 들어서지 않을까 미리 생각해 본다.-
2.일요일 조식후 아침9시에 산방을 나서서 횡계-둔내I.C를 빠져나와 마암면-갑천을 가로질러 청일면사무소를 지나 먼드래재를 넘어 풍암리(서석) 장용일,허남렬씨 부부와 만난 시각이 정각 아침 열시다.미리 도착한 허남훈씨도 함께.이날은 지난 추석연휴때 수하리 내촌천에서 만나 이날 서석의 진산인 아미산(해발 960m)을 함께 오르기로 선약된 날이었다.
장용일씨는 컨디션이 안좋아 산행을 함께 하지 못하고 대신 차량으로 들머리와 날머리를 승용차로 픽업키로 하고, 검산1리 검산마루 팬션 입구에서 우측 등산로로 4명이 첫발을 내딛었다.(10;20)
아미산 정남향의 골짜기를 거슬러 오르며 계곡 좌측의 능선을 넘어서니 급경사의 된비알 답게 땀이 흥건하게 겉옷에 베어난다.좌측의 고양산(675m)과 동서로 이어지는 주릉에 도착하여 비로소 한숨 돌리며 한갖진 휴식과 간식시간을 즐기며 잠시나마 만추의 서정을 가슴 깊숙히 느껴본다.
휴식후 삼십여분 뒤에는 아미산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고(12;30) 준비해간 캔맥주로 정상주를 자축한후, 과일등을 들며 이넓은 산중에 우리만이 있는 호젓함에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으며 가을 햇살을 여유롭게 즐겨본다.
하산로는 정상 정남쪽의 지릉으로 내려서며 단풍나무와 물푸레나무등 4개를 깍아 각자의 등산용 스틱으로 지급해주니, 다들 입이 함지박만하게 벌어진다.
오후 두시경 산행을 마친후 장용일씨의 승용차로 곧장 수하천 냇가의 "뚜꺼비"식당으로 들어가(장용일씨의 친구분이 운영하는 식당임) 맛난 민물 잡어매운탕으로 적당히 허기진 배를 채우며 산행을 마무리 하였다.이 자리를 빌어 장용일,허남렬씨 부부에게 감사드립니다.
3.중식후 "땅"을 보기 위해 장용일씨의 안내로 근처의 팬션단지로 이동하여 한바퀴 둘러보았다.큰길에서 불과 50~100미터 안쪽의 양호한 어프로치(?),그리고 깨끗한 물줄기(계곡)등 멋진 장소였다.제2영동고속도로(하남-춘천-홍천-양양)가 지나는 인터체인지가 인근의 "동창"에 확정되었다고 하니 승용차로 불과 5분거리인 셈이다.서울에서 이곳까지 한시간이 채 안걸리는 시간이다.
잠시뒤에는 약 천여평의 고추밭에서 마음껏 고추를 딴다.이곳 명물인 "아삭이 고추"다.-씹을때 아삭 아삭 거린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묵직한 고추를 차에 실은후 4,9일 오일장인 서석 장터를 구경하며 고소한 피잣을 두봉투 셈한후 장용일,허남렬씨의 집에 들러 과일과 차를 들며 길지도 짧지도 않은 하루를 마감한다.한국시리즈 삼성의 우승소식을 시청하며...
다음에는 인근의 운무산(해발 980m)을 함께 오르기로 하고 헤어지는데 허남렬씨 내외가 고추절임과 고구마 그리고 햇은행등을 바리바리 챙겨준다.고마울 따름이다.다음 가까운 시간에 부부 내외가 차항산방으로 오기로 하고 헤어졌다.(17;30)
차항산방으로의 귀로길은 율전-뱃재-창촌-운두령을 넘어 속사-횡계I.C로 나오니 한시간 오분이 걸린 저녁 여섯시 삼십오분이다.
샤워후 한숨 붙이고 자정에 산방을 나와 막힘없는 영동고속도로로 들어서서 휴게소에 한번 들른후, 인천집에 도착하니 새벽 두시를 갓넘긴 이박삼일간의 발왕산,아미산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