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 특집 결정! 맛대맛에서 이 국수를 보고는 쓰러지는 줄 알았다. 거기다가 류시원이 얼마나 맛있게 먹던지! 진짜 패널들 말대로 비빔국수 제대로 먹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후루룩 맛있는 소리는 다 내가면서 옷에도 한 방울도 양념을 안 흘리는 프로의 모습. 나는 언제 거기까지 도달할까?(소리는 자신 있지만 여기저기 흘리는 것은 T,T) 짠지를 총총 썰어 삶은 국수 위에 넣고, 고추장 양념, 파, 김가루 탁탁 털어놓고는 아줌마가 바가지에 손으로 쓱쓱 싹싹(그 소리가 얼마나 맛있게 들리던지)비빈 뒤 그릇에 턱 담아내는 것을 보고는 ‘저걸 꼭 먹으리!’라고 생각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비빔 국수는 얼마나 국수를 맛있게 삶느냐와 매콤한 소스가 관건이다. 그 위에 뭘 얹어서 함께 내는가도 중요하겠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국수의 삶은 정도, 그리고 맛있는 소스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요소를 충족시키는 비빔국수를 집 밖에서는 잘 만나보지 못했기에 ‘명동 할머니 국수’집의 비빔국수에 기대를 걸어보기로 했다.
메뚜기떼와 국수집에서 약속을 하였는데 무려 1시간이나 늦고 말았다. 식사시간을 넘어 얼마나 배가 쫄쫄 고프던지, 앞에 주차 된 차의 후드까지도 씹어먹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길 못 찾는 초록메뚜기와 레드 메뚜기를 위해 블랙 메뚜기가 마중을 나왔는데 보자마자 고개를 살래살래 흔드는 게 아닌가? 말을 들어보니 기대 이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초록메뚜기는 사람 말은 한귀로 듣고 한귀로 다 흘리기에 그 말을 무시하고 내 미각을 믿으리~라고 생각했다.
매콤하고 맛있게 비벼진 비빔국수(3000원)를 한 젓가락 딱 들어먹는데… 아뿔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먹어도 이건 내가 방송을 보면서 상상한 맛이 아니었다. 면은 그렇다 치고, 소스가 전혀 맛있지 않았다. 짜고 매운 맛만 날 뿐. 국수와 조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거기다가 후추를 넘 많이 뿌리고, 무슨 조미료가 들어갔는지 순수 양념맛을 완전히 방해하고 있었다. 맛집이 아니라 동네 분식집에서 먹는 비빔국수랑 똑 같은 맛이었다. 즉, 일부러 여기까지 안 찾아와도 된다는 얘기이다. 옆 테이블을 보니 남자 두 명이 앉았는데 나중에 그 사람들이 가고 난 뒤 다시 보니, 비빔국수가 반 이상 남겨져 있었다.
아쉽다. 정말 아쉽다. 집에서 엄마가 해주신 김치 비빔국수의 맛까지는 아니더라도 매콤하고 맛나는 비빔국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 위치 : 명동 외환은행 본점 뒤 베니건스 맞은편 작은 골목 * 전화번호 : 02-778-2705 * 영업시간 : 06:30~22:00 * 메뉴 가격 : 짠지를 이용한 비빔국수 (3,000원)/ 막국수(2,500원)/ 기타메뉴 (2,500원~3,000원)
비엔나 커피와 핫케이크 명동 `가무`
실망감에 어깨가 축 늘어진 메뚜기떼들은 얼얼한 혀를 달래기 위해 명동의 유명한 비엔나 커피 집 ‘가무’로 들어갔다. 초록 메뚜기는 이 집을 처음 가보는데, 75년부터 명동에서 비엔나 커피와 핫케이크를 판 전통 있는 집이란다. 오래된 가게 치고는 그리 분위기가 다방풍도 아니었고, 쿠션도 제법 편안했으며 음악도 분위기 있는 음악만 골라 주었다.
이 집에서 유명하다는 비엔나 커피를 찬 것(4500원)과 뜨거운 것(4000원)으로 나눠 시켜먹었다. 비엔나 커피 위에 상큼한 크림이 가득 올려져 있었고 시나몬 가루가 솔솔 뿌려져 있었다. 핫케이크를 내주는 데 위에 시럽이 전혀 뿌려져 있지 않았다. ‘그냥 먹냐?’라고 물으니 핫케이크를 살짝 손으로 잘라 크림에 찍어서 먹어보란다. 그래서 핫케이크를 잘라 크림을 듬뿍 찍어 맛보았다. 으음~ 나의 배고픔을 스르르 달래주는 이 든든함. 그리고 이 달콤함. (살은 좀 찌겠지만)
핫케이크가 다 없어지자 또 리필을 해서 먹었다. 핫케이크를 열심히 먹었더니 어느새 비엔나 커피는 식어버렸지만 그래도 나의 식욕을 든든히 채울 수 있다는 게 어디인가. (핫케이크가 따끈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찍 구워 놓은 걸 갖다 줘서 그런지 조금 미지근한 느낌이 든다. 따끈한 핫케이크와 달콤한 비엔나 커피를 먹으면 더 맛있지 않겠는가?)
* 위치 : 명동 유네스코회관(구 코리아극장 자리) 골목으로 50~70m 들어가서 오른쪽 2~4층까지 * 전화번호 : 02-776-3141 * 영업시간 : 10:00~23:00 * 휴일 : 큰 명절만 쉼 * 주차불가 * 메뉴 가격 : 비엔나커피 4,500원/아이스비엔나 5,000원 / 밀크쉐이크 6,000원
아~ 메뚜기떼의 러브리 소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를 맛보지 못하는 요즘. 넘 괴롭다. 그리고 이번에는 맛난 집을 소개해주지 못해 넘 괴롭다. 하지만! 그래도 비공식 자칭 TV 맛 평가단 메뚜기떼의 행진은 계속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