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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형 폴더 핸드 폰(folder cell phone)이 급속도로 발전하여 신형 스마트 폰(smart phone)이 등장한지 오래다. 핸드 폰이 본래 통화 기능을 넘어 어른 아이 할것 없이 고급 장난감으로 진화하였다. 내 동기생들은 넙적한 스마트 폰을 보라는듯 연신 만지작 거렸으나 나는 하나도 부럽지 않았다. 내 어릴때 초등학교 남녀 친구들이 카톡이니 알아 듣지도 못하는 용어를 주고 받으며 킬킬데도 나는 덮게가 달린 구형 핸드 폰이 조금도 불편하지 않았다. 지하철 노인석에 앉으면 나 보다 나이 많은 분들이 스마트 폰으로 지루한 시간을 즐기고 있다. 또 어떤 이는 "아직도 011을 사용합니까."란다. " 송수신과 문자 가능하면 됐지...거기에 사진도 찎을 수 있고...뭐 우리가 젊은이 같이 전화로 영업하는 사업자도 아니고..." 참고로 나는 KTX를 타 본적이 없다. 통일호나 무궁화 아니면 새마을호다. 약속 시간이 촉박한 중요 회의나 가정사가 있는 것도 아닌데, 설사 그렇다면 미리 두서너 시간 먼저 출발하면 되지...매사 이런 시각과 사고방식이다. 며칠 전 어느 통신사 여직원이 스마트 폰을 세일 판매한다는 행사 홍보 전화를 받았다. "아버님, 한달에 얼마만 내면 되고 30분간은 공짜입니다. 2년 간만 사용하면 됩니다." " 지금 이 핸드폰도 5년 넘게 사용했는데 2년이야. 뭐." 나는 이것저것 따져 보지 않고 헐값인것 같아 덜렁 주민번호, 계좌번호등 개인 정보를 알려 주고 구입 계약을 성사시켰다. "아버님 오늘 택배로 부치니 내일 받게 됩니다." 사실 전연 필요치도 부러워 하지도 않던 스마트 폰인데 막상 내 손에 들어 온다니 기다려지는 하루였다. 다음 날 늦은 오후 스마트폰이 집에 도착하였다. 포장 박스를 뜯고 안내서에 따라 통신사 여직원과 통화를 하면서 개통 절차를 따랐다. 구 핸드폰 일련번호랑 몇가지 사항을 질문하는데 잘 알아 듣기 어려워 "내일 AS 센타 매장에 가서 전문가에게 물어서 전화하겠습니다." 일단 개통 작업을 중단하고 전화를 끊었다. 8.15 그 다음 날 토요일 신. 구 핸드 폰을 들고 가까운 AS 센타 매장을 찾아 갔다. 직원이 스마트 폰 구입 과정을 듣드니 이런 상품은 매장(off line)에서 구입해야지 전화(on line)로 구매하면 십상(90%이상) 내용과 다른 함정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어리석고 측은하다는 표정이었다. 전화로 물품을 구입해 본적이 없는 나는 약간 멍해졌다. '내가 뭘 믿고 ..."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다. 위급한 상황이 벌어지면 나이 많은 부모들은 대게 아들을 찾는 법인데 전화를 했드니 아들 역시 직원과 같은 말을 했다. 구체적 품질이나 가격 손해는 나와 아들 그리고 AS센타 매장 직원도 확실히 모르는 막연한 선입견이긴 하지만 후회와 함께 오기까지 발동하여 '반품'하기로 마음을 굳쳤다. 그러나 나는 예전 같이 젊지 않다. 판매 전문가인 통신사 직원과 살벌한 논쟁을 해보아야 질게 뻔하다. 그리고 그 분노와 스트레스를 어떻게 소화하고 감당할 것인가. 일요일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일이 순조롭지 않다면 두번 죽게 된다. 국 엎지르고 뭐(?) 딘다는 모양새다. 차라리 몇푼 손해보드라도 통 큰 마음으로 그냥 나의 불찰로 돌리자며 월요일 아침 아들에게 전화를 했드니 통신사 전화 번호를 가르쳐 달라고 하였다. 잠시후 '반품'으로 결론 지었다고 연락이 왔다. 통신사 여직원에게 다시 전화하여 "미안합니다. 택배 왕복 대금을 지불하겠습니다." 했드니 아주 밝은 목소리로 " 방금 아드님 전화 받았습니다. 신경 안쓰도 됩니다. 내일 택배 아저씨가 댁을 방문 할테니 그냥 부쳐 주시면 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나라가 예전과 달리 아무 된소리 없이 고객의 편에서 편리를 제공해 주어 감사하고 사회적 믿음이 훨씬 상향되었습니다." 그 다음 날 화요일 아침 딩동댕 우체국 택배 아저씨가 노크하였다. 반송 영수증을 받음으로써 일주일간의 스마트 폰 헤프닝은 막을 내렸다.
앞도 뒤도 돌아 보지 않고 예컨데 컴퓨터나 크게는 아파트를 구입한다면 현장에 가서 물건도 보지 않고 구매 계약을 할 것인가. 스마트 폰에 대해서 일자 무식인 내가 그런 경솔한 결심을 한 까닭은 아마도 '부럽지 않다.'는 의식 뒷켠 무의식에는 반대 급부로 스마트 폰을 소유하고 싶다는 미세한 욕구가 여러 친구를 통해 가랑비가 되어 차츰차츰 완전 옷(마음)을 젖게 한 모양이다. 나는 가끔 TV 에서 늙은이를 상대로 약을 속여 팔아 먹는 악덕 상인들의 짓거리에 그런 말도 안되는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 가는 노인들을 더 많이 꾸짖었다. 그러나 그 개연성을 충분히 이해하게 되었다. 갑자기 내 포켓 속에 때묻고 낡은 핸드 폰이 소중하게 만지작 거려졌다. "무식은 어리석음이고 어리석음은 죄이니 특히 나이들면 묻고 또 물어 보세. 지금 세상은 정보시대가 아닌가." [끝] |
첫댓글 어차피 이참에 매장에 가서 이것저것 따져보고,스마트폰으로 하심이 ? ㅋ ㅋ ㅋ
...하심이 좋겠습니다. "필승" ㅎㅎㅎ
시집간 딸이 사줘서 얼마전부터 쓰고는 있지만,글쎄 아직까지는 손에 익지 않고 늘 새손님 만나는 격---기능을 몰라서 답답도하지만 또 만지작 거리면서 하루를 지난 다오. 날개소리도 스마트폰으로 바꿔 휙휙하는 소리를---가을이 가기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