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초 3학년 남상우가 보낸 편지를 읽어보니
'1,2학년에 맞춘 눈높이 학습동화'와 '꼭 일등할 거야' 빼고는 제 책을 다 읽었다는군요.
그런데 '꼭 일등할 거야'라는 책은 국어학습을 위한 전집용 책이어서 낱권으로는 살 수가 없어요.
그래서...
남상우 군을 위해 '꼭 일등할 거야' 내용을 올려봅니다.
글 안선모, 그림 전인숙
낭독과 낭송은 이야기나 시를 분위기에 어울리도록 읽는 것을 말합니다. 낭송이나 낭독을 잘하려면 정확한 발음과 알맞은 속도로, 적절히 띄어 읽어야 하지요.
이렇게 하면 이야기나 시의 내용과 주제를 이해하기 쉽고 감동과 재미도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낭송과 낭독의 차이를 알고, 실제 글을 읽을 때에 멋지게 낭송, 낭독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현아는 학교 게시판에 붙어 있는 광고문을 뚫어지게 바라보았어요.
"이번 대회에도 송희가 분명 일등할 거야."
혜진이의 말에 현아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어요.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아직 하지도 않았는데."
현아와 같은 반인 송희는 지난해에 열린 제1회 동시 낭송대회에서 일등을 차지했어요.
송희는 그 대회를 위해 학원도 다녔다고 했어요.
교실에 들어와서도 현아는 내내 낭송대회 생각만 했어요.
그러자 혜진이가 현아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어요.
"현아야, 너도 낭송 대회에 나갈 거니?"
"글쎄, 아직 결정한 건 아니지만....."
말은 그렇게 했지만 현아는 대회에 나가고 싶었어요.
나가서 꼭 일등을 하고 싶었어요.
현아는 목소리에 자신이 있었거든요.
어느 날 국어 시간이었어요. 현아네 반은 읽기 시간이면 한 사람씩 돌아가며 책 읽는 연습을 해요.
"현아는 목소리도 예쁘고 발음이 정확해 아나운서가 되면 좋겠는걸. 낭독은 바로 이렇게 현아처럼 하는 거야. 띄어 읽기도 잘해야 하고 이야기에 어울리게 읽어야 하지."
현아가 책 읽기를 마치자 선생님이 활짝 웃으며 말씀하셨어요.
그 순간 현아는 아나운서가 되기로 마음을 굳혔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아이들은 현아를 '최아나'로 불렀어요.
'최현아 아나운서'를 짧게 줄여서 그렇게 부른 것이지요.
그날부터 현아는 텔레비전 뉴스를 자주 보았어요.
뉴스를 전해 주는 아나운서 언니는 목소리가 참 고와요.
발음이 명확하고 또박또박 읽기를 잘해서 그런지 뉴스의 내용이 귀에 쏙쏙 들어와요.
"엄마, 아나운서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아는 것도 많아야 하고, 발음도 정확해야 하지.
그러려면 공부도 열심히 하고 낭독 연습도 많이 해야 할 걸?"
현아는 텔레비전에선 여러 가지 뉴스를 전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어요.
그리고 현아는 마침내 결심했어요.
"엄마, 나 이번 동시 낭송 대회에 나가볼래요."
"김송희, 나도 이번 낭송 대회에 나갈 거야."
현아가 어깨를 으쓱하며 송희에게 말했어요.
"동시는 어떤 것을 할지 정했니? 동시 선정이 참 중요하거든."
"동시 선정? 그게 뭐가 중요하니? 제일 중요한 건 목소리와 똑똑한 발음이지."
"그래, 하지만 운율이 없는 동시는 노래라듯 낭송할 수 없어."
"야, 무슨 동시 낭송을 노래하듯 한다는 거야?"
현아의 말에 송희는 빙그레 웃더니 가 버렸어요.
'치, 잘난 척하기는. 이번에는 내가 일등할 거라고! 두고 봐."
현아는 송희의 뒷모습을 보고 혀를 쑥 내밀었어요.
현아는 그날부터 매일 텔레비전 속 아나운서를 보며 연습했어요.
'은쟁반에 옥구슬 같은 목소리로,
정확하고 똑똑한 발음으로,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알맞은 속도로!'
엄마, 아빠가 흐뭇한 얼굴로 현아를 바라보셨어요.
현아는 자신이 꼭 일등을 할 것 같았어요.
드디어 대회가 열리는 아침이에요.
현아는 냉장고로 달려가 날달걀을 꺼냈어요.
가창 실기 평가가 있는 날, 목소리가 잘 나오게 하려고 언니가 날달걀을 먹는 걸 봤거든요.
"몇 개를 먹어야 하지? 음, 많이 먹을수록 좋을 거야."
젓가락으로 달걀의 양끝에 구멍을 뚫었어요. 미끄덩한 달걀이 쑥 흘러내렸어요.
비릿한 냄새가 났지만 꾹 참았어요.
한 개, 두 개, 세 개. 날달걀을 세 개나 먹었어요.
강당은 구경하는 사람들로 꽉 찼어요.
사람들은 잘한 아이에게도 못한 아이에게도 똑같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어요.
드디어 현아 차례가 되었어요.
현아는 떨지 않으려고 입술을 꽉 깨물었어요.
"현아야, 잘 해. 떨지 말고 연습한 대로만 해."
송희가 다가와 현아의 손을 꽉 잡아 주었어요.
무대로 나가자 눈앞이 캄캄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다리도 후들후들 떨렸지요.
현아는 또박또박 낭송을 시작했어요.
"사슴이 맑은 옹달샘을 찾아가서 말했어."
그런데 갑자기 꺼억 트림이 나왔어요.
아무래도 달걀을 너무 많이 먹었나 봐요.
현아는 순간 당황했어요.
"옹달샘아, 나물 좀 줘."
그러자 관중 속에서 이런 소리가 들렸어요.
"나물을 달라고? 사슴이 나물을 왜 달라고 하지"
"물 달라고 해야 하는 것 아냐?"
현아는 얼른 다시 고쳐 말했어요.
"옹달샘아, 나물 좀 줘."
현아의 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어요.
무대 뒤로 들어오자마자 현아는 엎드려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어요.
'꼭 일등하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동시를 잘못 선택한 것 같아.'
하지만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었어요.
다음은 송희 차례였어요. 송희는 자기가 지은 동시 '숲으로 가자'를 낭송했어요.
숲으로 가자
김송희
엄마에게 꾸중 들은 날
숲으로 가자, 숲으로 가자
내 마음에 들어온
쪼롱쪼롱 새 소리,
졸졸졸 시냇물 소리
울적한 생각, 속상한 마음
모두모두 몰아내니까.
친구와 토닥토닥 말다툼한 날
숲으로 가자, 숲으로 가자
내 가슴에 들어온
솔솔솔 바람 소리,
속닥속닥 나무들 속삭이는 소리
나쁜 생각, 토라진 마음
모두모두 몰아내니까.
송희의 낭송을 듣고 있자니 마치 숲에 들어온 듯했어요.
현아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았어요. 잔잔한 배경 음악과 함께 송희의 목소리가 강당 안을 꽉 채웠어요.
'아, 동시 낭송은 저렇게 하는 거구나!
감정과 느낌을 넣어서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된 듯.'
송희의 동시 낭송이 끝나자 현아는 송희에게 다가갔어요.
"송희야, 너 정말 잘하더라."
"잠깐 실수를 해서 그렇지 너도 참 잘했어."
송희의 말에 현아는 고개를 푹 숙였어요.
낭송이 모두 끝나고 사회자는 수상자를 발표했어요.
"자, 마지막으로 영광의 일등은 김송희!
축하합니다.
아, 여러분, 수상이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인기상이 남았군요.
오늘의 인기상은 최현아!
비록 등수 안에는 못 들었지만 정확한 발음으로 낭송하였기 때문에 이 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때 관중 속에서 누군가 큰 소리로 외쳤어요.
"미래의 아나운서, 최현아 파이팅!"
그 사람은 현아를 보려고 회사에서 조퇴까지 하고 온 아빠였어요.(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