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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서울 둘레길 길동무 원문보기 글쓴이: 수명산
한남정맥종주 8구간(사라진 산줄기)
일자 : 2002년 5월 15일
구간 : 버들치고개 ∼ 경부고속도로 ∼ 영동고속도로(청덕리)
도상거리 : 12.5km(답사 도상거리 : 16km)
산행시간 : 6시간 50분
아카시아 꽃향기가 은은한 오월이다. 미주가 원산지인 아카시아 나무는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 얼마 안됐지만 특유의 향기와 꽃 모양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식물이 되었다. 어딘가 빈 공간만 생기면 제일 먼저 자리를 잡고 자라는 아카시아는 생명력이 다른 식물에 비해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촉박한 땅에도 뿌리를 박고 건강히 자라는 이유는 아카시아 나무가 주변의 생물들과 공생관계를 이루고 살기 때문이다. 땅 속에서는 뿌리혹 박테리아를 끌어들여 질소비료를 공급받고 그 대가로 식물은 박테리아에게 영양분을 준다고 한다. 하얀 물감을 칠해 놓은 듯 고속도로변은 온통 한창 아카시아 꽃으로 만발하다.
09시 05분 버들치고갯마루에는 가랑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다. 통나무계단을 올라서면서 오름길이 시작된다. 한동안 오르던 정맥길은 군에서 설치한 경고문이 나타나고, 이어 이정표(상현동:2.5km, 형제봉:4.5km)를 통과하며 상현동 방향인 왼쪽으로 일반등산로를 따른다.
10분 정도 올라 약수터를 만나면서 능선에 붙으려고 하니 이번에는 아침운동을 하던 주민들이 자신들이 나중에 피해를 본다고 부대 쪽에 접근을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자기들이 이곳 지킴이라나...
다시 2분 후 #14 화생방공격 훈련장을 통과하며 군사작전도로를 따르다가 #11 진지구축 훈련장이 있는 곳에서 이정표(상현동:2.0km, 약수터:0.3km)를 만난다. 역시 상현동 방향이다.
한차례 오르막길은 이정표(상현동:1.5km, 약수터:0.7km)가 서있는 갈림길이다. 한창 울타리 공사가 진행중이다. 등산객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많은 공사비를 들여가며 울타리를 설치한다나... 정맥길은 오른쪽으로 조금 올라선 곳에 군부대 철조망을 만나면서 왼쪽으로 새로 설치중인 철조망을 따라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망가리 버스 정유장에서 횡단보도를 건너서며 제일먼저 시야에 들어오는 마루금을 확인 해보았다. 두산인재기술개발원과 골프연습장이 가로막아 이어간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움이 따른다. 벽산아파트 108동과 풍산아파트 101동을 겨냥하며 도로를 따라 오른다.
삼성쉐르빌 아파트 직전 우측 높다란 옹벽위로 골프장 철망이 올려다 보이는데 이 곳이 마루금 같다. 정맥길은 여기서 오른쪽으로 풍산아파트로 들어서서 102동과 104동 사잇길로 진입하여 울타리를 만나면서 아파트를 빠져나갈 수 있는 쪽문을 발견할 수 있다.
쪽문을 통과하며 서원마을 현대홈타운 306동을 보며 내려선다. 포장도로를 따라 305동을 우측으로 끼고 내려서니 43번 국도를 가로지를 수 있는 굴다리가 나타난다. 정맥마루금은 용인 수지9차 아파트신축 공사장으로 가로막혀있고 43번 국도를 건널 수 있는 수단이 이 곳이 적격일 것 같다.
금호아파트와 상현마을 158동을 겨냥하며 오른다. 교통표지판이 서있는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올라서며 좌측으로 마루금상에 들어서 있는 건물들을 확인할 수가 있다. 주택은행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솔개초등학교 뒤로 조금을 남아있는 마루금을 확인하며 내려선다.
LG 아파트건설현장입구에서 신호등이 있는 옹벽위로 숲이 조금은 살아있는 정맥능선을 보니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정맥꾼들 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겠지, 다시 뒤돌아보는 한국수자원공사 수지정수장, 갑자기 답답해진다.
갈 때까지 가보자고 한국수자원공사 수위실까지 오른다. 그래도 친절하게 대해주는 근무자들, 우리의 산줄기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보고 또 양해도 해보았지만 여전히 통과할 수는 없다. 여기서 보는 마루금은 수자원공사 사무실인 푸른 기와지붕을 통과하여 좌측으로 철조망 밖에 있는 봉우리를 올랐다가 다시 우측으로 176봉인 능선분기점으로 올라야 맞을 것 같다.
좌측으로 지난번 힘겹게 넘었던 100 여m 깎아지른 절개지 위로 솟아있는 봉이 소실봉이다. 소실봉은 정맥에서 벗어나 있다. 조금 더 접근해 보려고 근무자에게 양해를 얻어 왼쪽으로 철조망을 돌아 내려서서 LG 아파트 건설현장에 들어선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하지 않는가, 지난번 한참을 싸우던 그 경비한테 또 쫓겨난다. 같이 늙어 가는 주제에 너무합니다.
"막혀있어 갈 수 없는 길, 후답자들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다른 길을 찾아봅시다" 박성태씨의 말이다. 그래 우리만 간다고 대수냐, 힘없이 발걸음 돌린다. 그리고 속을 풀어야지, 슈퍼에서 목을 축인다. 기껏해야 얼음과자로...
정맥길은 다시 신호등이 있는 마루금까지 내려서서 건너편에 있는 솔개초등학교 직전까지 오르다가 왼쪽으로 성우현대아파트와 상현마을 아파트 사잇길로 따라 진행하다보니 상현자동차공업사가 나타나고 우측으로 서현중학교가 있다. 왼쪽으로 비닐하우스를 통과하며 토목공사현장으로 들어선다. 공사가 다 끝나면 이곳도 철조망으로 둘러쳐 지겠지...
한창 구조물공사(하수도 BOX) 중으로 현재는 형틀작업을 하다 중단되어있어 조금은 진행하기가 불편하다. 또 다시 지형지물이 변하겠지만 공사가 끝나면 이중철조망이 들어설 것 같아 후답자들은 철조망을 접근하여 철조망을 따르면 될 것 같다.
한차례 공사장을 따라 들어서니 이중 철조망 공사가 진행중이다. 왼쪽으로 이중 철조망을 따라 조금 올라선 곳이 능선분기점인 176봉이다. 철조망 사이로 마루금을 확인해 본다. 제대로 밟지 못한 마루금 이지만 눈으로나마 확인 해 본다. 정맥에서 벗어나서 절개지위로 남아있는 소실봉...
정맥은 울타리가 꺾이는 지점인 176봉 능선분기점에서 오른쪽으로 잡목을 헤쳐야 한다. 내려서는 길에는 담쟁이넝쿨 군락이 나타나고 지난번 만해도 축 늘어진 채 그윽한 향기를 품어내며 꽃잎을 피었던 아카시아나무...
아직까지 남아있는 꽃잎을 밟으며 이어지는 정맥길, 절개지가 나타나며 내려선 곳이 통신주가 서있는 1차선 콘크리트포장도로가 이정표(수원시 하동, 용인시 수지읍)가 서있는 수원시와 용인시 경계지점이다. 도로를 가로질러 올라서며 이어지는 정맥길은 솔잎과 가랑잎이 수북히 갈려있다. 경부고속도로를 지나는 차동차의 소음의 시끄럽게 들려오기 시작한다.
철조망이 나타난다. 잠시 따르다가 밤나무단지인 듯한 농장 철조망 안으로 들어서며 만나는 폐가 한 채, 주위엔 온통 찔래꽃이 만발했는데 그 뒤끝은 지저분한 꽃잎이 여기저기 널려있을 뿐... 철조망을 빠져나와 해주 최씨 묘지가 있는 묘지 군락을 내려서다가 잡목을 헤치고 왼쪽으로 돌아 내려선 곳이 동서유리판매상사가 건물이 있는 2차선 도로다.
2차선 포장도로를 건너 잠시 올라서는 길이 지난번과 달리 황토길로 변해 있다. 황토길을 따라 능선분기점에 오른다. 벌목으로 해놓고 장비로 길을 내고 어수선하다. 머지않아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릴 것 같은데 이곳이 지난번 나에게 선택을 요구하던 곳이다.
정맥은 여기서 왼쪽으로 잠시 숲길로 들어섰다가 내려서며 포도밭를 통과하고 밤나무단지를 지난다. 경부고속도로가 앞을 막는다. 오른쪽으로 고속도로를 통과하기 위해 내려서는 길목에는 옛 비상활주로였던 공간이 남아있고, 새로 포장 된 농로를 따라 굴다리를 통과하여 마을길을 따르다가 오른쪽으로 군부대 철조망을 돌아 정맥능선에 접근한다.
뚜렷한 길이 나있는 정맥의 능선에는 새들의 천국이다. 호남정맥에서 정겹게 다가서던 검은등뻐꾸기의 별난 울음소리, 시설물이 나타나고 녹색의 쓰러져 가는 철망을 따라간다. 철망이 끝나는 지점에서 신갈나들목을 한눈에 들어오고, 이어 중국음식점 뒤로 내려선 곳이 LG정유 그린주유소가 자리잡고 있는 23번 국도다.
신호등이 고장이 나 눈치를 보며 횡단보도를 건너 영동고속도로 굴다리를 통과한다. 정맥길은 면허시험장 정문 왼쪽으로 축대위로 올라서야 한다. 파란 보호망을 밟으며 돌아 올라가니 숲길이 열리며 노란 리본하나가 반긴다. 능선에 들어서며 좌측으로 영동고속도로와 평행을 이루고 면허시험장 울타리를 잠시 끼고 간다.
정맥의 숲은 잠시 살아있다 쉽더니 또 아파트현장이 우측으로 바짝 다가선다. 그리고 다시 나타나는 대단위 아파트단지, 여기도 상현지구 못지 않게 마루금이 사라지고 있다. 더 이상 진행하다 보면 절개지에 현장 가설울타리까지 합세하여 내려설 수도 없다. 멀리 141봉이 시야에 와 닿는다. 능선분기점인 141봉에서 좌측으로 정맥은 뚝 잘려 나가 있다.
현재론 아파트 공사현장을 통과하여 작업로를 따라 올라서면 수도시설이 있는 팔각정에서 마루금을 이어 갈 수가 있는데 앞으로는 미지수다. 난개발로 사라져 가는 정맥능선, 바라보노라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말문을 막아버린다. 우리의 산줄기 한남정맥이여 수도권을 지난다는 이유하나로....
우측으로 양지짝말의 주택들을 내려다보며 동쪽으로 내려서는 정맥꾼들 앞에는 경부고속도로가 가깝다. 뚝 잘린 도로공사현장을 지나 상미마을 이라고 답변하는 동네주민과 작별을 하고 2차선 아스팔트도로를 가로지르고 경부고속도로 굴다리를 통과한다. 그리고 아파트공사현장을 통과한다. 이제 자취를 감추었던 낯익은 한남정맥 리본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우측으로 수원골프장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또다시 철망이 가로막는다. 오른쪽으로 아파트 건설현장의 울타리를 따라 이어간다. 물도 건넌다. 하긴 한남정맥은 벌써 몇 차례의 물길을 어쩔 수 없이 건너고 말았지만....
정자에서 잠시 다리쉼을 하며 물 한 컵으로 새 힘을 얻은 정맥꾼들은 곧이어 철망은 끝이 나고 우측으로 푸른 골프코스를 보며 한차례 작은 경사길을 오른다. 비는 여전히 조금씩 내린다. 이어지는 1m 남직한 산책로, 좌측으로 영동고속도로가 시야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능선분기점에서 오른쪽으로 정맥길은 시원하게 뚫려있다. 한차례 가파르게 오른 깃대가 서있고 마치 전망대처럼 막힘없이 내려다 볼 수가 있다. 잠시 다리쉼을 하며 뒤돌아보니 원을 돌 듯이 돌아서 온 정맥능선 그리고 발아래 골프코스가 유난히 푸르러 보인다.
왼쪽으로 잠시 올라선 곳이 198봉이고, 다시 방향을 오른쪽으로 틀며 이어나가다 만나는 갈림길, 여기서 방향을 왼쪽으로 틀면서 넓게 나있는 정맥길은 곧이어 거북비에 계단까지 설치된 묘지를 만나는데 조금은 씁쓸한 마음 어찌할 수가 없다.
잡목 숲을 따라 내려서는 정맥길 좌측으로 폐건축자재 처리장이 내려다보이고, 우측에도 숲사이로 마을도 볼 수가 있다. 안부에 내려서며 언남리와 갈곡마을을 잇는 소로 길을 가로지르면서 잘게 깨어 산더미처럼 쌓아 놓아 정맥길을 침범해 밟으며 올라서는 길이 잡목 숲이 우거져 희미하다.
194봉을 올랐다가 왼쪽으로 꺾어 내려서며 영동고속도로와 경찰대학교와 법무연수원을 볼 수가 있고 그 뒤로 우뚝 솟은 산이 법화산(385.2m)이다. 좌측으로 건설쓰레기 처리장이 볼썽사납다. 녹색철망이 나타난다. 왼쪽을 철망을 따르다가 철망이 꺾이는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철망을 따라 내려서다가 절개지를 만나며 2차선 아스팔트도로에 내려선다.
구성에서 42번 국도로 잇는 어정리 도로에는 어정리 가구단지 입간판을 만날 수 있고, 도로를 가로지르며 올라서는 길 역시 숲이 우거져 희미한데 가시넝쿨마저 정맥꾼들을 괴롭힌다. 한차례 잡목을 헤치며 올라서니 가시철조망이 나타나고 길은 오른쪽으로 나있다. 목장철조망을 넘었다가 다시 빠져나와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며 이어가는 정맥길은 완만하게 밋밋한 봉을 넘는다.
평탄하게 이어지던 정맥이 또다시 정맥능선까지 침범한 전원주택단지를 만나는데 다시 좌측으로 인광도 와이드빌신축현장이 나타나며 정맥능선을 망가진 채 한사람 겨우 지날 수 있을 정도로 좌우로 수직의 가깝게 파헤쳐져 있다. 이러다가는 머지않아... 이게 무슨 우리의 큰 산줄기 한남정맥인가...
판독할 수 없는 삼각점(87년 복구)이 있는 182.4봉을 올랐다가 북동쪽으로 내려선다. 좁은 정맥길이지만 그런 대로 발에 밟히는 촉감이 부드럽다. 영동고속도로로 지나는 자동차의 소음이 싫다. 영도고속도로 지하굴다리를 통과하며 88송림가든이 있는 88골프장 진입로인 청덕리 도로에 도착한다.
그저 답답하고 아쉬운 종주를 끝내고 비 내리는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며 준비중인 백두대간 보전법이 한 단계 발전하여 정맥에도 병행되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며 하는 바램뿐이다.
신산경표의 저자 박성태님
첫댓글 신산경표의 저자 박성태님과 우리나라의 산줄기 한남정맥 마루금을 다시 확인하러 나섰던 순간이 엊그제 같은데,
세상 참 빠르네요. 지금 후답자들은 어떤 길을 어떻게 가고 있을지 참 궁금합니다. 지금 마루금은 온통 아파트 단지로 변해 있는데, 특히 용인 동백지구에 들어서 있는 아파트 단지, 한남정맥은 시작부터 경인운하로 짤리우더니 .....
예전 것이었군요.
지금은 망가진 대로 확정되었으니 그러려니 하고 다니고 있을 겁니다.
안타까운 일이군요
정맥까지 만이라도 제대로 보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