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라이~입니다.
일본 만화에 나오는 박사들에 관한 재미있는 글입니다.
앞으로도 심심하면 애니에 대한 잼난 글을 퍼오거나 쓰도록 하죠.
무쟈게 긴글입니다. 사람에 따라 인내심을 요구할지도
만화/애니메이션 속에 등장하는 박사들!
- from 만화 박사 독본
- 편역 by sharkman
제1부 신이 만들어낸 박사들
오차노미즈 박사(お茶の水博士)
만화에 등장하는 박사를 한명만 추천하시오 라는 앙케이트가 있다고 하
자. 아마도 단독 1위는 오차노미즈 박사일 것이다. 오차노미즈 박사가 누구
냐고? 우리나라에는 코주부 박사 등으로 소개 되었던 아톰에 등장하는 코큰
박사 말이다.
영원의 히어로 철인 아톰을 '키워낸 ' 아버지로써 인지도는 압도적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박사의 이런 일면만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람 좋아
보이는 할아버지 박사라고 하는 이미지가 너무 강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실 박사는 그것과는 전혀 틀린 또다른 얼굴을 갖고 있다.
오차노미즈 박사는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해서 타임머신을 만들어 내고 뇌
와 마음의 영역에까지 파고 들어가 사고감응머신을 완성시키고 있다. 이런
기술력과 창조성을 자유자재로 발휘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21세기의 과학성
장관(오차노미즈 박사의 공식적인 직함)이라는 자리를 맡을 수 있었겠는가.
천재는 어딘지 신비적인 부분이 있다. 오차노미즈 박사도 그 예외는 아니
다. 이만큼이나 유명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경력이나 사생활등에서 불명확
한 부분이 너무 많다. 자 이제 서민적으로 신비한 오차노미즈 박사의 의문
을 파헤쳐 나가보기로 하자.
전공은 천문학이지민 획기적인 발명을 내놓다
만화 사상 가장 유명한 박사라고 한다면 역시 오차노미즈 박사다. 1951년
에 등장한 이래 40년동안, 그 인기는 줄어들 줄을 모른다. 1998년 현재까지
도 SOK경비회사의 CM이나 TV아사히계열의 프로그램에서 메인 호스트로
출연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오차노미즈 박사라고 하면 과학성장관인 동시에 철인 아톰을 키워준 아버
지라고 하는 두 가지 얼굴을 갖고 있다. 과학성장관이라고 하는 것은 행정
기관의 장이다. 즉 박사는 장관의 자리를 맡을 만큼 행정능력이 뛰어났던가
아니면 아주 아주 엄청난 과학적 업적을 남겼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오차노미즈 박사의 과학적 업적에 대해서는 비교적 언급이 적은 것으로 보
아 실은 오차노미즈 박사의 정치적 수완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오차노미즈 박사의 원래 전공은 천문학이다. 아톰을 돌보는 것으로 보아
로봇 공학이나 기계공학이라고 생각하기 쉬울 것이다. 그러나 아톰 이야기
의 제2화인 [기체인간편]에서 오차노미즈 박사의 연구소가 등장하는 장면이
있는데, 여기에는 확실하게 [오차노미즈 천문대]라고 하는 간판이 붙어 있
다. (고단샤 발행 데츠카 오사무 만화 전집중 철인 아톰 제1권 92페이지)
그러나 박사의 넘치는 재능은 그를 단순한 천문학자에 머무르게 하지 않
았다. 이후에 등장하는 박사의 발명을 열거해 보도록 하자.
오차노미즈 박사의 발명품으로써 먼저 엑토사이코스코프를 들 수 있다.
이것은 박사의 말을 빌리자면 [사람 머리속의 움직임을 그대로 스크린에 비
추어내는 기계](전광인간편 2권 195페이지)라고 하는 것처럼 인간의 사고를
특수한 감응장치를 통하여 영상화하는 것이다.
전극이 여러개 달려있는 헤드기어같은 것을 실험자의 머리에 씌우면 그
사람의 생각이 그대로 대형 모니터에 나타나게 된다. 실험체가 되어 버린
나카무라 과장(*1. 철인 아톰에 등장하는 경시청의 경부. 로봇트를 이해하는
온정가로써 안티로봇인 타와슈 경부와는 대조적이다. 항상 아톰을 친절하게
서포트해준다. 수사수완을 발휘하는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따라서 경찰관
으로서의 능력은 미지수다) 이 마음속에서 [오뎅을 먹고 싶어]라고 생각하
자 뜨끈 뜨끈한 어묵이 선명하게 모니터에 디스플레이 된다.
박사는 이 머신을 거짓말 발견기 대신으로 형사사건의 수사에 사용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다. 실제로 엑트사이코스코프로 교묘하게 범죄의 증거를
은닉하고 있는 스컹커 쿠사이(*2. 스컹크 쿠사이 - 사람 이름이지만 번역하
자면 '스컹크 냄새난다'라는 뜻이다. 만화속에서는 [아톰은 완전하지 않아.
왜냐하면 악한 마음을 갖고 있지 않으니까]라는 대사로 유명한 악역캐릭터
다. 데츠카 오사무 만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호리호리한 몸매에 볶은 머리,
척 봐서 악당같이 생긴 인물이다. 이 캐릭터의 원판은 헐리우드 배우인 리
처드 위드마크라고 한다)의 머리속을 들여다 보고 악행의 증거를 찾아내거
나 유죄를 입증시켰다.
천문학자다운 발명품으로서는 인공태양구가 있다.(인공태양구 7권)
이것은 말 그대로 소형의 인공태양으로써 명왕성과 같이 태양으로부터 멀
리 떨어진 행성의 개척용으로 박사가 개발한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인공태양구계획은 실패로 끝난다. 에너지 원으로써 핵융합을 사용했던 것으
로 생각되지만 결국 작동은 하지 못하고 만다. 이렇게 프로젝트에 실패는
늘상 따르는 것이다. 그러나 그 후의 오차노미즈박사의 대응이 너무 형편없
다.
인공태양을 그대로 쏘아올리고는 내버린 것이다. 핵오염의 우려가 있는
위험물질을 폐기한 채로 내버려 두었다는 것은 너무나도 끔찍한 일이며 과
학자로써의 모럴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인공태양은 국제적인 범
죄자인 금삼각(*3. 금삼각 - 데츠카 만화에 등장하는 악역전문 캐릭터. 대조
직의 두목이라고 하는 역할을 특기로 삼고 있다. 모델은 데츠카 오사무의
초등학생 시절의 친구라고 한다) 이 훔쳐낸 다음 그것을 완성시켜버린다. 금
삼각은 인공태양구를 무기로 삼아 각국의 정부를 위협한다. 오차노미즈 박
사의 발명은 테러의 도구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물론, 최후에는 아톰의 활약에 의해 인공태양구는 파괴되고 금삼각의 야
망은 사라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프로젝트 도중에 발생하게 된 위험
물을 비밀리에 폐기하는 실태를 벌이게 되면 당연히 스캔들로 비화되고 정
치생명과 화학자 생명은 끝장나게 되어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러나
오차노미즈 박사는 그 뒤로도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변함없이 과학성장관
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전세계를 떨게 만든 엄청난 실패를 저질
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장관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당시에는
엄청나게 인력이 부족했거나 혹은 오차노미즈 박사에게 막강한 정치력이 있
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오차노미즈 박사의 경우 그의 끝없는 재능에 대한 기대로 이런 실패들을
눈감아 준 것은 아닐까. 그도 그럴 것이 박사는 궁극의 발명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타임머신(*4. 역자주 - 타임머신의 개념을 처음으로 등장시킨
사람은 근대 SF의 원조인 H. G. 웰즈다. 원작속에 등장하는 타임머신의 형
태는 현대의 스쿠터와 비슷한 형태를 갖고 있었다. 그 이후 여러 SF작가들
에 의해 다양한 형태의 타임머신이 등장했는데 그 중에는 레이 커밍스의 작
품에서 처럼 탑이나 헬리콥터의 형태를 한 기계적인 타임머신이 있는가 하
면 일정한 공간 전체를 모두 시간이동 시키는 타임 존도 등장하게 된다. 최
근에 가장 유명한 것은 백 투더 퓨처 시리즈에 등장했던 드로리안 자동차
형의 타임머신이다) 조차도 발명했을 정도다.
타임머신으로 [우주분기이론]을 실증
오차노미즈 박사는 인류 최대의 꿈이자 SF의 궁극의 기원이기도 한 시간
여행기를 너무나도 간단하게 만들어낸다. 이 정도의 대 발명을 혼자서 해치
워 버린 것이다. 타임머신의 제작과정이란 박사가 기계 몇 개를 조립하는
장면 한 컷 밖에 없다. (타임머신편 12권 168페이지)
박사는 아톰을 테스트 파일롯으로 삼아 타임머신의 시운전을 행한다. 아
톰은 1951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도착해 보니 그곳은 새연재만화
의 주인공이 생각나지 않아서 끙끙대고 있던 데츠카 오사무의 방이다. 아톰
의 얼굴을 본 데츠카는 '괴물이다!'라고 절규하며 다니지만, 이 상황에서도
과연 '만화의 신'답게 아톰의 얼굴을 재빨리 스케치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데츠카 오사무는 새로운 연재만화 [철인 아톰]의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역자주 - 데츠카 오사무는 이렇게 자신을 작품속에 등장
시켜서 캐릭터의 한 명으로 연기하게 한 경우가 많은데 가장 유명한 것이
이 타임머신편과 [선더 라이카]라고 하는 만화에서 비중있는 조연격으로 등
장하는 장면이다)
원작에는 오차노미즈 박사의 타임머신의 원리에 대해서는 일체 설명이 없
다. 기체는 레바를 조작해서 작동시키는 트랙터같은 구조를 갖고 있다. 현재
의 물리학자들 사이에서 타임머신의 원리로 제시하고 있는 초고속입자 타키
온(* 5. 타키온 - 빛보다도 빠른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론족으
로는 질량이 허수(마이너스)인 초고속입자의 존재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
것이 타키온이다. 타키온이 존재한다고 하면 지구로부터 방출된 빛을 따라
잡는 일도 가능하며, 지구의 과거의 형태를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타키
온으로 물체를 만든다면 물체를 과거로 시간이동시킬 수도 있다고 한다. 여
담이지만 우리나라에선 이우정씨가 액션만화의 주인공으로 타키온이라는 이
름의 캐릭터를 등장시킨 일이 있다) 을 사용하거나 웜홀(*6. 웜홀 - 웜홀은
곧 벌레구멍을 말한다. 웜홀은 공간적으로 격리되어 있는 두 개의 장소가
연결되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연속선상에 놓이고 그 사이를 자유롭게
왕래하게 된다는 개념이다. 한쪽의 웜홀로 들어가게 되면 그 순간 초공가늘
통과해서 순식간에 또 한쪽의 웜홀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웜홀은 블랙홀
과 화이트홀의 개념으로 설명하는 만화, SF도 많은데 즉 블랙홀로 빨려들어
간 물체는 초공간을 통해서 화이트홀로 배출된다는 것이다)을 이용하는 방
식이 아니라는 점은 확실하다.
마치 승용차를 운전하는 것처럼 시공간을 이동할 수 있다는 편리성은 천
재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것이다.
이 타임머신은 물리학자의 영원한 과제이기도 한 타임 파라독스에도 간단
히 해답을 내놓는다. 타임파라독스는 흔히 [부모살해의 파라독스]라고도 불
리는 것으로써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자신의 부모를 죽이게 된다면 나라는
존재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 편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 아톰이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는 천마박
사의 아들인 토피오를 구해내게 된다. 아톰은 원래 교통사고로 죽은 토피오
를 되살려내려고 천마박사가 만들어낸 것이다. 여기서 토피오를 구해버리면
역사는 바뀌게 되고 아톰의 존재 그 자체가 이 세상에서 탄생하지 않게 된
다. 도와준 순간. 아톰은 소멸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런 파라독스를 알고 있
는 아톰은 갈등한다. 사고사하게 될 소년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좋을 것인
가……. 결국 아톰은 참지 못하고 뛰쳐 나가서 토피오를 구해내 버린다. 역
사는 바뀌어 버릴 것인가?
아니, 실은 역사는 전혀 바뀌지 않는다. 왜냐하면 토피오는 원래 로봇이었
기 때문이다. 아톰을 보게 된 천마박사는 그에게 자극 받아 토피오를 10만
마력의 힘을 갖춘 로봇으로 개조 한다. 즉 아톰은 개조되기 전의 자신을 구
해내게 된 것이다. 이것은 물리학자인 에베레트가 주창한 가설인 [우주분기
이론/다세계해설]을 실제로 증명한 것이다. 이 우주분기이론이란 최근의 만
화나 애니메이션, 영화에서 흔히 다루고 있는 패러럴 월드(병렬세계)를 뜻하
는 것이다. 즉 타임머신으로 과거에 도착하게 되는 순간, 모든 일어날 수 있
는 가능성의 우주가 분기해서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우주는 전혀
상호작용을 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세계의 존재를 확인할 수는 없다.
즉 아톰이 토피오의 시대로 도착하게 되는 그 순간, 토피오를 구해주는
세계와 토피오를 구해주지 않는 세계, 토피오와 만나지 않는 세계 등등 가
능한 모든 세계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처음 타임머신을 타
고 떠나게 되는 세계와 실제로 타임머신을 타고 도착한 세계는 같은 설정은
갖고 있지만 전혀 아무런 연관도 없는 별세계라는 것이다.
복잡하니까 타임머신 이야기는 젖혀두고 화제를 바꿔보자.
거대한 코는 오차노미즈 일족의 유전형질인가?
오차노미즈 박사의 외관상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뭐니 뭐니 해도 그 거대
한 코다. 박사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얼마나 특이한가 하
면 우주복을 입을 때도 그 거대한 코 때문에 헬멧을 특별주문해야 할 정도
였다. (황색의 말편, 3권 105페이지) 또한 아톰을 수리할 때에도 머리와 코
에까지 내려오는 헬멧을 착용해서 안전을 꾀하고 있다. 코로 물구나무 서기
가 가능할 정도이니 그 위력이란 상상을 초월한다. 이 코가 얼마나 귀중한
것인가 하면 박사는 적의 흉탄에 의해 코에 총상을 입게 되자(13권 67페이
지) [내 생명보다 소중한 코를!]이라고 외치고 있다.
이 정도로 코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오차노미즈 박사에게 있어서 코는 심볼인 동시에 때로는 약점으로
도 작용하게 된다. 너무나도 거대한 그 코는 절호의 공격목표가 된다. 따라
서 틈만 생기면 코는 두들겨 맞고 밟히고 잡히고 괴롭힘을 당한다. 때로는
아톰에게 조차 코를 두들겨 맞는 일까지 있다. 10만 마력의 펀치를 코에 맞
게 되자 박사의 몸 크기만큼이나 거대하게 부풀어 오르게 된다.
박사의 코는 대단히 섬세하다. 두들겨 맞으면 코에 균열이 가고, 긴장하게
되면 진땀을 흘린다. 마음이 동요되면 코에서 증기가 분출되고, 깜짝 놀라게
되면 거대한 소켓처럼 벌어지게 되고 경악하게 되면 코가 로켓처럼 날아간
다. 박사와는 별개의 생물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정도다.
하지만 때때로 코는 공격병기로도 사용된다. 코에 의한 좌우 연타나, 코를
곡괭이나 망치 대신으로 삼아 사람을 내려치기도 한다. 이럴 때의 오차노미
즈 박사의 코는 리설웨픈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이 거대한 코는 실은 오차노미즈 일족의 유전적인 특징인 것 같다. 그 증
거로 22세기로부터 타임머신을 타고 온 박사의 자손도 멋진 코를 갖고 있었
던 것이다(테스트 파일롯 편 3권)그 미래인은 박사의 증손자에 해당하며 마
찬가지로 과학자이다.
자 이제 오차노미즈 박사는 이정도로 그치고 조금 더 광기어린 과학자를
찾아가 보도록 하자. 다음으로 살펴볼 사람은 마징가 Z를 만들어낸 매드 사
이언티스트 카부토 주조 박사다.
카부토 주조박사(兜十藏博士)
카부토 집안은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집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
대인 주조 박사는 마징가 Z를 만들어냈고, 이대인 켄조 박사는 그레이트 마
징가를 만들었다. 삼대째인 코지는 마징가 Z의 조종자이자 미국에서 연구수
행을 마친 끝에 TFO라는 원반을 만들어 낸다.
삼대에 걸친 박사집안인 셈이다. 이런 집안의 내력은 초대인 카부토 주조
박사의 영향이 크다. 그의 DNA가 집안 전체를 숙명의 드라마속으로 끌어드
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버지로부터 아들에게로 천재성이 전달되고, 그 때마다 만들어내는 로봇
들도 버전업하게 된다. 자 그럼 초대인 카부토 주조 박사에 대해 살펴보자
개인 돈으로 거대 로봇을 만들어낸 부자박사
일본 공상과학만화사상 최고의 부자박사는 과연 누구인가. 그것은 바로
카부토 주조박사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매년 수억엔 단위의 수입이 들어오
게 된다.
카부토 박사는 거대 로봇 마징가 Z의 제작자이면서 연로한 사람이 많은
박사들 중에서도 또 한층 나이가 많다. 70세를 훨씬 넘긴 나이다. 아마도 신
체를 개조하지 않은 사람들 중에선 가장 나이가 많은 박사일 것이다.
이미 사회의 일선에서 물러나 은퇴한 몸이다. 그러면 매년 수억엔이라는
고소득의 원천은 무엇인가. 사실 이 수입은 모두 특허에 의한 것이다.
카부토 박사는 과거에는 유명한 과학자였다. 발명품도 그 수를 셀 수 없
을 정도. 이런 특허료가 가만히 있어도 굴러들어오는 것이다. 손자인 코지의
말에 따르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금액]이다. 손자의 말이니 안 믿
을 수는 없다.
그러나 그런 부자집 손자이면서도 코지의 생활은 너무 검소하다. 집은 수
백평에 달하는 대저택, 건물은 최신의 화려한 것이지만 생활은 대단히 검소
하다. 박사에게는 코지와 시로라고 하는 손자가 둘 있지만, 손자들도 할아버
지의 검소한 생활에 대해서 아무런 불만을 갖고 있지 않는 듯 하다.
그렇게 엄청난 수입에 이렇게 검소한 생활. 돈이 쌓이는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에도 그 거액의 돈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
을 감추랴. 실은 그 막대한 돈은 모조리 연구비로 들어가고 있었다. 거대 슈
퍼 로봇의 개발에 전 재산을 투입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사상최초의 인간 탑승형 로봇, 마징가 Z이다. 나중에 일반화 되는
모빌슈츠형 로봇의 선구자 적인 존재다.
자 여기서 카부토 주조 박사의 엄청난 점을 세가지 열거해 보자.
1. 개인 돈으로, 그것도 취미삼아 거대 로봇을 만들었다.
2. 누구의 도움도 빌리지 않고 혼자서 거대 로봇을 만들었다.
3. 원격조작 방식이 아닌, 모빌슈츠 형태의 거대 로봇을 만들었다.
카부토 박사는 누구도 해내지 못한 위대한 업적을 이룬 것이다!
[박사의 시대]최후의 박사
카부토 박사는 과학의 오래된 좋았던 시대를 대표하는 박사이다. 박사의
청년, 장년기는 박사들 개인의 독창성과 천재성에 의해 과학이 진보하던 시
기였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유카와 히데키의 중간자이론 등등. 빛나
는 재능이 과학을 미래로 전진시킨 것이다.
그러나 그런 좋은 시기는 오래 가지 않았다.
1960년대를 기점으로 [박사의 시대]는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한다. 과학
의 비약적인 진보에 맞춰 재미있으면서 환상적인 연구를 하기 힘들어진 것
이다. 세상의 박사들 앞에는 더 이상 과학의 미재발된 처녀지가 남지 않았
다. 세간을 놀라게 하는 발명이나 발견이 드물어진 것도 이때부터다.
박사들의 앞에 남겨진 것은 컴퓨터에 얽매인, 독창성과는 거리가 먼 복잡
하고 재미없는 연구 뿐…….
거기다 미국의 아폴로 프로젝트를 계기로 과학은 거대화를 시작한다. 때
로는 국가의 강력한 후원을 받아 팽대한 자금과 인력을 투입해서 행해지는
빅 프로젝트가 된 것이다.
여기에는 개인의 독창성이 개입될 여지란 없다. 아무리 뛰어난 박사라고
해도 빅 프로젝트 앞에서는 작은 톱니바퀴 하나에 불과한 것이다. 여기서
지도력을 발휘하는 것은 한줌의 톱 클래스의 인원뿐이다.
그러면 그 톱이 되기 위한 조건이란 무엇인가. 독창성, 천재성 같은 것이
아니다. 인맥, 파벌관계, 사교적입 접대…… 과학자로서의 요건은 사라지고
과학자의 탈을 쓴 정치가만이 군림하게 된 것이다. 아니 오히려 독창적이노
천재적인 과학자는 방해만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런 상황속에서 카부토 박사는 이채를 발하고 있다. 거대로봇의 설계로
부터 제조까지를 모두 혼자의 힘으로 해결하고, 더구나 자금조차도 자기 조
달하고 있다. 카부토 박사의 존재는 비대화, 산업화한 과학에 대한 강력한
안테테제인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일들을 모두 가능하게 한 것은 무수한 발명특허에 의한 거대
한 포켓마니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탁월한 박사의 두뇌였다.
거대로봇 제작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카부토 박사는 자택의 지하에 거대한 비밀공장을 갖추고는 혼자서 묵묵히
로봇제작에 열을 올렸다. 전체 길이 30미터, 중량 120톤의 거대 로봇을 노인
혼자의 힘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역자주 - 마징가 Z 의 스펙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견이 있지만 대부분의 애니메이션 자료에서 밝히는 마징가 Z의
신장은 이 책의 30미터가 아니라 18미터다. 만화의 설정과 애니메이션의 설
정이 바뀐 것일까? 거대 로봇을 제작하게 되는 많은 박사들이 무엇을 기준
으로 삼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성인 남성 신장의 10배를 키로 잡았다고 생각
한다면 계산은 편해진다)
사이즈 이야기가 나왔으니 아예 마징가 Z 및 그 후속 버전들에 대한 정확
한 스펙을 밝히고 넘어가자.
마징가 Z의 애니메이션 방영은 1972년 12월 3일부터 74년 9월 1일까지 마
징가 Z전 92회가 방영되었고, 그 다음주인 74년 9월 8일부터 75년 9월 28일
까지 그레이트 마징가 전 56회가 방영되었다.
마징가 Z의 신장은 18미터. 목둘레가 5.6미터, 가슴둘레 13.6미터, 팔뚝둘
레 5.3미터, 발둘레 6.2미터. 팔길이 7미터, 발길이 9미터, 보폭은 6.8미터다.
중량은 20톤. 놀라울 정도로 가볍다. 현대전의 총아, 지상전의 왕자 전차의
무게가 가볍게 45톤을 능가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가볍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마징가 Z의 보행속도는 시속 50km, 주행속도는 시속 360km, 점프력은 20
미터이고 수중에서는 시속 20노트의 속도로 움직인다. 제트 스크랜더를 달
았을 때만 비행이 가능한데 이때 마하 3의 속도로 하늘을 나르며 고도 2만
미터까지 상승가능하다. 파워는 65만 마력이며 엔진의 추력은 150톤이다.
동력은 광자력엔진. 조종자와의 결합은 호버 파일더라고 하는 소형의 비
행체를 사용해서 이루어지며 초기에는 호버 파일더, 나중에는 제트엔진을
장착한 제트 파일더로 바뀌게 된다.
자 대충 이정도 설명했으면 마징가 Z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질 것이다. 만
화나 애니메이션을 보고 착각하기 쉬운 것은 기계수나 마징가는 거의 사이
즈가 동일하다. 그런데 기계수들은 흔히 한손으로 전투기를 잡거나 부숴버
리게 되는데, 전투기의 경우 16-18 미터 사이즈의 것이 보통이다. 즉 기계수
와 거의 동일한 사이즈인 셈이다. 그런데 그것을 한 손으로……. 더 깊이 파
고 들어가면 짜증나므로 여기서 끊고 다시 카부토 박사에게로 돌아가자.
여하간 이렇게 거대한 로봇을 박사는 혼자서 해낸 것이다. 수만장에 달하
는 설계도를 그리고, 수십만개의 배선을 연결하고, 수만개의 파츠를 조립한
것이다. 인간 한명이 해낼 수 있는 작업량을 가뿐하게 초월한다.
물론 실제 조립이나 용접은 작업 로봇이 행한다. 지하공장에서 마징가 Z
의 제작광경을 보게 되면 연마로봇, 절단 로봇, 드릴 로봇 등 완전분업시스
템으로 작업이 진행됨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많은 종류의 로봇들을
작업하도록 프로그래밍 한 것도 보통 일이 아님은 확실하다.
마징가 Z가 정의의 사자?
마징가 Z를 둘러싼 수많은 오해중에서 가장 큰 것이 바로 이것이다. 한국
에서 무럭무럭 크고 있는 수많은 어린 양들중 99.9% 정도는 마징가 Z를 정
의의 사자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훗! 이라는 한 마디 한숨을 내쉬고 싶
어지는 일이다.
마징가 Z는 절대 정의의 사자 따위를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로봇이 아니
다. 마징가 Z가 정의의 사자로 전락하게 된 것은 어디까지나 TV시청률과
항상 TV프로그램을 감시하면서 어린이에게 조금이라도 유해한 것은 잘라버
리려고 눈에 불을 키고 있는 학부형회(PTA)에게 잘보이기 위해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이 멋대로 바꾼 때문이다. 처음 만들어졌을 때 마징가 Z는 절대무
적의 병기이자 세계정복을 위한 최고의 도구였다. 무엇보다 작가인 나가이
고우가 세상을 위해 노력할 로봇을 만들어 낼 리가 없다. 여기서 아슈라 남
작이 거느리는 철가면 군단의 공격을 받아 죽기전 박사가 남긴 유언중 일부
를 살펴보자.
"내가 죽은 뒤 너희들 형제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하지만 걱정할 것은 없다. 마징가 Z가 있는 한 너는 강하다! 세계제일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살펴볼 수 있는 것은 손자들을 생각하는 카부토 박사의
따뜻한 마음이다. 그는 아버지 어머니 없는 손자들이 자신의 사후에 당할
무수한 이지메, 왕따를 어떻게 견뎌나갈 것인가를 걱정한 나머지 전 재산을
다 투입해서 손자들의 보디가드용으로 마징가 Z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것
은 아무래도 어린 아이에게 생선을 주기 보다는 생선 잡는 법을 가르쳐라
라고 하는 탈무드의 조언을 나름대로 해석한 결과가 아닐까. 10대의 손자들
이 엉뚱한 곳에 막대한 재산을 모조리 써 버리거나 재산을 보고 달려들 날
파리 같은 인종들을 우려한 박사가 험난한 세파로부터 손자를 지키기 위해
최선책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마징가 Z였다!
일반인이 생각하기에 손자를 이렇게 까지 심각하게 생각하는 할아버지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 글을 읽으면서도 그런 헛소리 하지 말라 라고 할
지도 모르지만 여기엔 깊은 이유가 있다. 실은 카부토 주조 박사는 자신의
손자들에게 큰 죄를 지은 것이다. 그것은 바로 그들의 아버지이자 자신의
아들인 카부토 켄조 박사 부부를 실험중 사고로 죽게 만든 것이다. (물론 잘
알다시피 카부토 켄조 박사는 자신을 사이보그로 개조한 다음 과학요새연구
소와 그레이트 마징가를 만들어서 미케네인의 습격에 대비하고 있었지만 일
단 여기서는 죽은걸로 하자) 사고로 아들 부부를 죽게 만들고 손자들에게서
부모를 빼앗았다는 죄책감은 그에게 큰 짐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리고 손
자들에게 뭔가 그 죄책감을 만회할만한 선물을 주고 싶다는 심리가 마징가
Z로 이어진 것이다.
손자를 사랑하는 할아버지의 강한 애정……이라고 좋은 쪽으로 해석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해도 슈퍼로봇을 선물한다는 것은 어딘지 앞뒤가 안 맞는
다. 죄책감을 씻을 방법은 다른 것도 얼마든지 있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반
야심경을 몇 년이고 베껴쓴다든지, 절에 들어가서 참회하면서 기도한다든지
…….
자신이 죽은 뒤 손자들의 행로를 걱정했다면 상속세의 대책이나 유산관리
를 변호사에게 맡겨서 코지와 시로의 생활대책을 세웠어야 할 것이다. 결국
현재의 시점에서 당시의 박사의 심정을 추측해 보자면, 처음에는 손자에 대
한 선물로 마징가 Z를 만들기 시작했지만 만들어 나가는 도중에 이 로봇을
사용해서 세계를 정복해 보고자 하는 야욕이 싹텄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70이 넘은 자신의 몸으로 마징가 Z의 조종이 힘들자(* 역자주 - 이 글을 읽
는 분들은 스스로 마징가 Z의 머리위에 앉아 조종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시
라. 마징가 Z처럼 온몸을 던져서 싸우는 로봇의 경우 조종실은 하늘과 땅을
무대로 회전, 전후좌우 운동을 수십, 수백회에 걸쳐서 하게 된다. 어지간한
체력으로는 이런 격렬한 움직임을 견딜 수 없을 것이다) 핏줄을 이은 카부
토 코지를 대신 세계의 정복자로 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이런 박사의 심리는 다음과 같은 대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너는 마징가 Z를 손에 넣었다. 바로 지금부터 너는 인간을 초월하게 된
것이다. 너는 초인이다! 아니 그 이상의 존재다!"
"너는 신도 악마도 될 수 있다. 신이 되어 인류를 구원하는 일도! 악마가
되어 세계를 멸망시키는 일도!"
"너는 자유다! 네가 선택할 수 있다! 네가 원하는 대로 세계를 멋대로 갖
고 놀 수 있다! 세계는 너의 것이다!"
이 대사를 할 떄의 박사의 얼굴은 어지간한 악당 두목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엄청나다. 그러나 겨우 로봇 한 대로 정말 세계를 구할 수 있을까?
로봇 한 대로 세계를 파멸시킬 수 있을까? 그건 아니라고 봐!
마징가 Z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다이옥신이나 환경호르몬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 것인가? 못한다. 마징가 Z는 물속에서는 수상보트보다 느리고
스크랜더를 달지 못하면 하늘로 날아오르지도 못하고 땅위에서 기어다녀야
하는 불쌍한 존재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로봇을 가지고 세상이
너의 것이라며 광기어린 웃음을 내뱉는 카부토 주조 박사는 어딘지 과대망
상의 증상이 농후하다. 어쩌면 카부토 주조 박사는 아수라 남작의 공격에
목숨을 잃지 않았다고 하면 정신병동에 수용되어 철침대에 묶이거나 전두엽
젤제 수술을 받아 멍하니 입을 벌리고 침을 흘리면서 여생을 보내야 하는
신세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
마징가 Z는 왜 혁신적이었나?
마징가 Z는 로봇의 설계사상에 혁명을 몰고 왔다. 철인 28호 이래로 면면
히 이어져 오던 원격조작으로 로봇을 조종한다고 하는 방식으로부터의 전환
을 꾀해, 모빌슈츠라는 방식을 채용하게 된 것이다.
조종자를 로봇에 조립해 넣음으로써 조종성은 비약적으로 업그레이드 되
었다. 로봇의 시점에서 제어가능하게 된 것이다. 말하자면 인간의 의지를 로
봇을 통해서 피드백 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로봇에서의 피드백 기구의 확립, 이것이야말로 카부토 박사의 독창적인
발명이었다. 피드백은 흔히 인구에 회자되는 말이다. 어떤 의미인가? 직역하
자면 [원래 행동을 유발하게 된 원인에 결과를 반영한다]라는 의미다. 즉
공학에서는 출력의 일부롤 입력측에 되돌림으로써 출력의 조정을 행하는 것
을 의미한다.
뭔가 어려운 듯이 보이지만, 별로 어렵지도 않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매
일 경험하고 있는 일이다. 예를 들어서 보행, 워킹이 바로 그것이다. 먼저
오른 발을 내민다, 그리고 그 감각을 받아서 왼쪽 발을 내민다(물론 좌우 어
느 쪽이건 먼저 내밀어도 상관없다). 교대로 조절하면서 발을 내밀고 때로는
개똥같은 장애물을 피하면서, 또 어떤 때는 길을 따라 진행한다. 이렇게 생
각해서 걸어가는 것. 이것이 바로 피드백이다.
마징가 Z의 경우 피드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전거나 자동차의 운전을
이미지해보면 간단해진다. 자동차의 경우 핸들을 오른쪽으로 너무 꺾었다면
왼쪽으로 되돌린다. 마징가 Z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카부토 코지가 콕핏에서
핸들이나 레버를 움직여서 마음 먹은대로 조종한다. 카부토 코지의 감각이
조종장치를 통해서 그대로 아웃풋 되는 것이다.
원격조작에서는 이렇게 움직일 수는 없다. 예를 들어 RC카의 경우, 아무
리 연습을 열심히 하더라도 일반적인 승용차를 조종하는 것처럼은 조종할
수 없다. 머신이 조종자의 시계로부터 사라지면 피드백이 곤란해지는 것이
다. 그 점에서 마징가 Z는 인간과 로보트 사이에 조화를 이루기 위한 피드
백 기구를 형성하고 있다. 코지는 생각한 움직임을 머신을 통해서 자유롭게
실현(피드백)할 수 있는 것이다.
피드백기구와 연동하게 되는 것이 주요한 발명이지만, 또 하나 카부토 주
조 박사의 오리지날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마징가 Z의 컴퓨터 부분을
본체와 분리시켰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콕핏이 소형의 호버 크래프트(호버 파일더라고 명명)로써 독립된 머신으
로 되어 있다. 코지가 그것을 타고 마징가 Z의 본체와 합체하게 되는 것이
다. 콕핏에는 오토바이와 같은 핸들과 레버가 붙어 있고 계기반이 다수배열
되어 있다. 그러나 많다고 해봐야 비행기와 비교해보면 없다고 할 정도로
미미하다. 이것만으로도 마징가 Z의 복잡한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다니 엄
청난 조작성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카부토 코지가 마징가 Z의 조종법을 마스터 할 때까지는 엄청난
희생을 치렀다는 것이 사실이다. 카부토 박사는 코지에게 조종 매뉴얼을 남
기지 않았던 것이다. 대단히 멍청한 짓이라고 하겠지만, 이것은 평범한 일에
는 신경쓰지 않는 천재로서는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메뉴얼이 없기 때문에 카부토 코지는 처음으로 접하는 로봇을 무면허로
조종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물론 로봇 조종면허가 있다면의 이야기지만……
원래 오토바이 타는 솜씨가 있은 데다 조종간도 손자의 취미를 반영한 것
인지 오토바이의 조종간과 별 차이가 없다. 그렇다고 해도 오토바이처럼 간
단히는 안된다. 코지를 태운 마징가Z는 폭주하기 시작한다. 카부토가의 지하
공장으로부터 시가지로 뛰쳐나와서는 무차별적으로 파괴를 전개해 나간다.
민가는 밟아 부수지, 고속도로는 박살내 버리지, 오피스 빌딩은 꺾어버리지,
마음 내키는 대로 날뛴다. 코지가 드디어 조종법을 마스터했을 때는 이미
도시는 폐허화하여 엄청난 사상자를 낸 뒤였다. 이렇게 고귀한 희생을 지불
하고서야 처음으로 마징가 Z의 피드백 기구가 확립된 것이다.
이 외에도 카부토 박사는 마징가 Z를 제조하면서 수많은 독창적인 기술을
구사하고 있다. 그 중에서 몇가지를 소개해 보자.
보디에 사용되는 금속은 박사가 발명한 미지의 합금이다. 그 이름은 초합
금 Z.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강한 금속이라고 불리고 잇다. 자위대의 전차부
대가 일제사격을 가해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아슈라 남작(* 역자주 - 아슈
라가 백작이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많이 있는데, 명확히 밝히고 넘어가자. 아
슈라는 헬 박사가 기계수의 발굴과정에서 발견한 남녀- 아마도 부부- 의 미
이라를 하나로 합쳐서 만들어 낸 인간으로써 작위는 남작이며 거느리는 것
은 철가면 군단이다. 그의 라이벌이자 2차대전의 망령이라고 해도 좋을 브
로켄은 작위는 백작이며 철십자 군단을 거느리고 있다. 이 외에도 기묘한
환술을 주로 구사하는 피그미 자작이 있는데 이 캐릭터는 만화에는 나오지
만 애니메이션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이 조종하는 기계수 토로스 D7의
뿔에 의해 구멍이 나는 일이 있지만, 보디가 파손된 것은 그때 한 번뿐 이
다. 발군의 내구성을 자랑하고 있다.
마징가 Z의 동력원은 획기적인 광자력 에너지다. 종래의 원자력 에너지로
는 핵폐기물질처리나 핵의 우발사고의 가능성 등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너
무나 많다. 따라서 빛을 에너지로 삼는다면 특별히 문제될 일은 없을 것이
다. 오염이나 사고와는 거리가 먼, 지구에 부드러운 동력원인 것이다.
태양으로부터는 매초 약 40조 킬로칼로리의 에너지가 지구로 방사되고 있
다. 40조 킬로칼로리라고 한다면 얼핏 머리에 잡히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7
천만톤의 석탄을 단숨에 태워서 발생하는 열량과 맞먹는다고 한다. 이쪽도
숫자가 너무 커서 머리에 쉽게 들어오지는 않지만 한 마디로 말해서 태양
에너지는 거의 무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징가 Z가 이것을 동력으
로 삼는 이상 에너지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오비 원 케노비보다 앞서, 죽은자가 대 활약
이상 카부토 주조 박사의 천재정을 검증해 왔지만, 실은 원작에서 박사는
등장하자마자 죽어버리게 된다. 원작의 표지부터 헤아려서 36페이지째에서
불쌍하게도 저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중앙공론문고판에서는 4권에 걸친 장편의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벌써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등장하는 장면은 겨우 39컷(손이나 발등 일부분
이 등장한 예를 제외하고)에 불과하다. 마징가 Z를 제작하는 중에 지진에
의한 사고로 죽어버린 것이다. 서글픈 최후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카부토 박사의 획기적인 점은 발명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죽어도
중요 등장인물로써 이야기를 지탱해 나가고 있다는 점에 캐릭터로써의 박사
의 획기성이 있다. 말하자면 사후에도 살아있는 것이다.
물론 배후령이라든지 오컬트 류의 영혼이야기가 아니다. 코지의 마음속에
서, 의식속에서 살아있는 것이다. 마징가 Z가 핀치에 빠지게 되면 모습을 드
러내서는 코지를 꾸짖고 격려해준다.
이런 장면은 뭔가 다른 작품을 연상하게 하지 않는가. 그렇다! 스타워즈에
서의 오비 원 케노비와 루크 스카이워크의 관계가 바로 그러하였다.
카부토 박사도 코지가 핀치가 되면 너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야! 세계무적
의 초인이야! 라고 격려하는 것인지 무책임하게 다만 부추기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말을 멋대로 해 대는 것이다. 물론 코지에게는 그런 박사의 모습이
보일(아마도) 것이다.
오비 원 케노비, 카부토 주조. 어느 쪽도 지혜 있는 노인이 육체를 잃어버
린 뒤에도 젊은이의 모험을 계속해서 지원해 주고 있다는 구조를 취하고 있
다.
카부토 켄조 박사
좀비와 같이 부활하는 카부토 켄조 박사.
카부토 주조박사에게는 죽은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앞서서 나열했다. 그
죽음때문에 카부토 주조박사가 손자에 대해 이상할 정도의 애정을 보였다는
점도.
카부토 주조 박사의 아들의 이름은 켄조. 실은 이 사람도 과학자였다. 주
조박사의 후계자였던 것이다. 천재박사의 피를 이어받은 만큼 그 자신도 뛰
어난 학자였다. 이 사실만으로도 그의 죽음이 주조박사에게 미친 영향이 얼
마나 심각한 것이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하나 정정해두도록 하자. 켄조 박사는 실험사고로 죽었다고 썼었
다. 그러나 그것은 정확한 것이 아니다. 박사는 한번 죽었지만 부활한 것이
다. 물론 조지 A 로메로나 바이오 해저드 처럼 좀비로 되살아난 것은 아니
며 켄조 박사는 아버지인 주조박사의 손에 의해 반기계인간 사이보그가 되
어 되살아난 것이다.
주조박사의 이런 행동은 어떻게 생각해도 편집광적인 광기를 느끼게 한
다. 아무리 사랑하는 아들이라고 해도 죽은 자를 살려낸다는 것은 인륜에
위배되는 일이다. 더구나 반기계인간이라면 말이다. 이렇게 죽은 인간을 억
지로 살려내려고 하는 시도를 다룬 작품은 이제까지도 무수하게 등장해 왔
었다. 메어리 셀리의 프랑켄슈타인도 그러했고 원숭이의 손을 입수한 부부
도 그러했다. 그러나 그렇게 부활을 시도한 사람들에게는 단지 불행만이 돌
아갔을 뿐이다. 아들 켄조박사에 대한 애정과 아들을 되살려내려는 이상한
욕망에 의해 주조 박사는 매드 사이언티스트로 뒤바뀌어 버린 것은 아닐까.
주조박사는 사이보그가 되어 부활한 아들 켄조박사에게 명령을 내린다.
미지의 적이 습격해 올 것에 대비해서 그레이트 마징가를 만들고 과학요새
연구소를 건설하라고 한 것이다. 더구나 이 모든 것은 일체 일반 사회와는
관계를 끊고 지하에서만 활동 할 것이 전제조건이었다.
켄조박사는 사랑하는 아들 코지와 시로와 만나는 것 조차도 금지되었다.
주조, 켄조 부자에게서 발견하는 박사라는 존재의 업
그것은 가혹한 지령이었다. 그러나 켄조 박사는 아버지의 명령에 묵묵히
따른다. 뿐이랴 오히려 아버지의 연구성과를 능가하는 업적을 이루게 된다.
켄조 박사가 만든 그레이트 마징가의 성능은 아버지가 만든 마징가 Z를 초
월하고 있다. 보디도 초합금 뉴 Z. 모든 점에서 파워업한 기체다.
켄조 박사의 행동에는 일점의 의혹도 없다. 세속의 즐거움이나 환희를 일
체 거부하고 오로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만 살아온 사람이 바로 카부토
켄조 박사인 것이다. 왜 그렇게까지 그는 아버지의 명령을 따랐을까……주
조를 신뢰하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두려워했기 때문일까.
이것만큼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본래라면 죽었어야 할 자신을 사이보그
수술에 의해서 소생한 케조 박사는 아버지가 채운 고리로부터 벗어날 방법
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는 것을. 그것은 바로 죽음이다. 또다시 죽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무서운 강적 지옥대원수(헬 박사가 미케네인의 기술로 부활
한 존재)를 스스로의 과학요새연구소로 끌어들인 다음 연구소와 함께 자폭
하는 장렬한 최후를 맞이하였다. 자폭함으로써 그는 아버지의 주박으로부터
벗어나게 된 것이다.
마징가 Z를 둘러싼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는 어딘지 말로는 형용하기 힘
든 비장한 '업'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다.
여기서 잠시 화제를 돌려 편역자가 나름대로 조사한 거대 로봇에서의 각
종 조종 시스템으로 옮겨가 보자.
거대 로봇의 조종시스템
인간의 움직임을 어떻게 하면 보다 간편하고 보다 정확하게 전달함으로써
로봇으로 하여금 인간과 같은 동작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이것은 수십
년에 걸쳐서 만화를 그리는 만화가, SF소설가, 애니메이터들이 고민하게 만
든 과제였다. 그리고 그런 고민의 결과 방대한 양의 실험작이 등장하게 되
었는데 하나씩 살펴보기로 하자.
잘 알려져 있듯이 거대로봇만화의 원점에 서 있는 것은 철인 28호다. 요
코야마 미츠테루가 그린 이 만화에서 주인공인 쇼타로(정태랑(正太郞)는 마
치 도시락에 뿔단 것처럼 보이는 원격조종기를 사용해서 철인을 움직였다.
이것이 즉 로봇을 멀리서 조종하는 원격조종시스템이다. 이 유형의 로봇은
조종자가 항상 로봇과 같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로봇 자체에 어느 정도의
AI시스템이 내장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두 번째로 등장한 것은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짱가(80년대 초에 국내에서
방영되었던 애니메이션. 이후에 태어난 세대는 거의 본 적이 없을 것이다)는
살아있는 금속으로 된 로봇으로써 주인공은 조종자라기 보다는 동료와 같은
관계다. 물론 로봇 자신의 의지로 움직이며 활동한다. 데츠카 오사무의 만화
에 등장하는 제트 마르스나 철인 아톰 등의 소형 로봇이 주로 이 계통에 속
한다.
세번째는 계기나 레버등의 기계적인 장비를 사용해서 조종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많은 거대 로봇들의 조종시스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대표적인 예로써 마징가 제트, 그레이트 마징가, 그렌다이저, 헤비메탈 엘
가임, 전국마신 고쇼군, 기동전사 건담 기타 무수한 슈퍼로봇들이 이에 해당
된다.
네번째는 앞서 말한 기계적인 스위치의 약점을 보완한 것이다. 기계적인
조종기구는 컴퓨터에 수록되어 있는 특정한 움직임 등을 손쉽게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면 인간의 부드럽고도 섬세한 움직임을 전달하지
못한다는 약점이 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보조적인 방법을
사용하게 된다. 보완책으로는 광속뇌신 알베거스에서 처럼 음성으로 전달하
는 방법, 푸른 유성 SPT 레이즈나에서처럼 음성과 조종용 AI 컴퓨터를 도
입하는 방법, 헤비메탈 엘가임이나 오라배틀러 단바인처럼 요정의 도움을
얻는 방법, 라이딘 처럼 위기시에만 해결책을 알려주는 AI 황금회로가 작동
하는 방법, Z건담이후의 뉴 타잎 기체에서는 거의 상식이 되다시피한 사이
코뮤나 바이오센스 등 바이오 컴퓨터 혹은 바이오 칩의 내장에 의해 인간의
뇌파를 직접 기체에 전달하는 방법 등등 다양하다.
다섯 번째는 직접 주인공의 움직임을 로봇에게 전달하는 방법이다. 이것
은 계기나 레버, 스위치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특수한 센서에 의해서 직
접 주인공과 로봇을 연결시킴으로써 가장 인간에 가까운 움직임이 가능하도
록 한 것이다. 이 분류에 들어가는 것은 격투사 아이반호우, 애플시드에 등
장하는 각종 파워드 슈츠, 로보트 태권 V 등이다.
이외에도 특이한 조종법이 있긴 하나 이들 다섯 분류중 어느 것의 변형인
경우가 대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