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들은 먼 곳에서 온다 [제3편]
다시 한번 시는 목소리다. 만물은 저마다의 목소리를 낸다. 시인은 만물이 내는 소리들을 조용히 귀기울이고 그것을 채집한다. 이때 시는 목소리고, 목소리는 그 자체로 시다. 이를테면 돌, 빛, 벽,길, 창, 겉, 안, 피, 귀, 등, 색, 나, 너, 눈, 별, 꿈, 씨, 알, 뼈, 손, 입, 문, 몸, 신, 꽃, 물, 칼, 흰 등등은 목소리를 통해 거기에 있음을 드러낸다. 그 목소리가 꼭 심오할 필요는 없다. “나는 멍하니 누워 사물들의 아름다운 이야기와 그것들의 양식에 귀 기울인다./그것들은 너무나 아름다워서 나는 들으라고 나 자신을 설득한다.”(월트 휘트먼,「나의 가르침을 완벽하게 배우는 사람」) 물은 물소리를 내고, 구름은 구름의 말을 한다. 북은 북소리를 내고, 비와 우박은 비와 우박의 소리를 낸다. 강과 바다, 들과 동굴들, 사막과 고원, 우물과 화산, 언덕과 나무들은 저마다 제 목소리를 낸다. 사물은 이 목소리로 인하여 비로소 제 심연으로 돌아가는데, 이것은 만물의 웃음소리이고 메아리다. 만물은 소리로써 이야기, 신화, 노래를 품는다. 때때로 이것은 너무나 아름다워서 놀랍다. 시인들은 이 만물의 목소리를 어떻게 들려줄 것인가?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나는 내가 듣는 것을 다른 이에게 말할 수 없다……그것을 나 자신에게도 말할 수 없다……그것은 정말 놀랍다.” 시인은 만물에게서 들은 소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을 때 다만 그것들을 중계한다.
장석주 「은유의 힘」
맹태영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