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예술의 전당과 오페라 하우스가 들어선다면 어디가 적지일까.부산발전연구원은 9일 '부산시 문화공연시설 확충 방안 기본구상' 용역보고회를 통해 부산 하얄리아 부대와 북항 재개발 구역을 각각 최적지로 제시했으나, 입지의 타당성이나 예산 확보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입지 선정과 관련해 이번 용역 보고회에서는 다른 후보지와 비교해 정확한 수치 자료로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예술의 전당이 들어설 적지로 꼽힌 하얄리아 부대는 입지조건상 부산시 전체 상업 면적의 약 30%를 차지하는 도심권에 자리해 있고, 공원이 함께 어우러진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오페라 하우스 자리로 꼽힌 북항 재개발 지역은 지리적으로 부산역과 연안여객터미널에 인접해 있는데다 지하철 1호선이 바로 연결되는 등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다른 바닷가 후보지를 제치고 두 번째로 좋은 점수를 얻었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 내용이 현실화될 지는 미지수다. 9일 개최된 보고회에 참가한 자문위원들은 예술의 전당 등 새로운 공연시설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예술의 전당과 오페라하우스 건립 추진 과정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아 논란을 야기했다. 부산시 차원에서도 향후 예산 확보 등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보고회에 참석한 김원명 경성대 음악학과 교수는 "부산 예술의 전당과 오페라 하우스를 별개의 시설로 지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예술의 전당이 부산의 상징적인 공연시설이 되기 위해서는 미국의 링컨문화센터처럼 다양한 기능을 하는 시설들을 모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부산대 건축학부 서치상 교수도 "문화회관 등 기존의 시설과는 다른 독자성을 가져야 하는데 예술의 전당의 기능이 모호하다"며 "예술의 전당이 어떤 기능을 담당하느냐에 따라 위치도 달라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부발연 황영우 연구위원은 "두 기관의 통합과 분리 문제는 부발연 차원에서는 다루기 힘든 부분"이라며 "현장의 의견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예산 확보 문제도 이슈가 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건립 비용으로 부지 비용을 제외하고 예술의 전당은 763억 원이, 오페라하우스는 354억 원이 필요하다. 부산시 배태수 문화관광국장은 "시 재정 상황으로는 당장 추진하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건립 우선 순위를 정해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예총 최상윤 회장은 "비교적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오페라 하우스는 기업의 협찬을 받아 추진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동의대 건축학과 정량부 교수는 "예술의 전당은 건축 연면적보다 야외 공연이나 이벤트를 할 수 있는 외부 공간이 따라줘야 한다"며 "그러자면 사적인 단체보다는 공공기관이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부산건축문화제조직위원회 강병준 공모분과위원장은 "오페라 하우스와 예술의 전당 건립은 국제적으로도 이슈가 된다"며 "해외의 건축가는 물론이고 일반 시민들까지도 건립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부산을 홍보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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