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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시와 김해시 진영, 진례면에 걸쳐 있는 정병산(精兵山)은 고려시대 웅천지방(현 진해시)에 왜구의 침입이 잦자 이를 물리치기 위해 여기서 군사를 훈련시킨 곳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본래 전단산(?檀山), 또는 단산(檀山)으로 불렸다고 하는데, 전단(?檀)이란 인도 특산의 향나무를 이르는 말이다. 전단산이 우리말 지명을 차자 표기한 것인지 본래 한자말 지명인지는 분명치 않다.
정병산은 그동안 일제시대 잔재라는 논란과 함께 봉림산과 혼동돼 불리어 왔다. 결국 옛 문헌과 고지도를 분석한 결과 정병산(전단산)은 봉림산과는 별개의 산이라는 것이다. 한학자 안경석 선생에 의하면 고려 말에 ‘오합지졸 정병어단산(烏合之卒 精兵於檀山)’이란 구절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비음산에 가야시대부터 존속되어 오던 진례산성(進禮山城)을 지키던 병사들과, 고려시대 일본 정벌을 위한 원나라와 고려군의 연합군이 이곳 산록에서 훈련했다는 사실과도 부합된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 산은 예로부터 군과 인연이 깊었던 듯하다. 일제 때는 일본군의 야포훈련이 이곳에서 있었고, 한국동란 때는 정병산 우수령에 미군의 방위선이 구축됐을 정도다. 최근까지 우리 해병대의 훈련장도 있었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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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병산에서 남쪽으로 낙남정맥 마루금을 잇는 봉우리들이 능선을 숨긴 채 겹겹이 포개지면서 실루엣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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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종합사격장에서 출발, 용추계곡으로 하산
산행 들머리는 창원시 사림동에 있는 창원종합사격장. 사격장으로 향하는 가로변에는 하늘로 쭉쭉 뻗은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가 잎을 피울 채비를 한다. 사격장 정문에 닿기 직전 오른편 우회로로 접어든다(사격장 안으로 가로지르는 지름길도 있음). 사격장 울타리를 끼고 오르면 산불감시초소를 만나고 뒤이어 시원한 물줄기를 내뿜는 약수터가 있다.
길섶에는 생명력을 자랑하는 풀꽃들이 고개를 내밀고, 산야는 온통 만개한 꽃들의 향연으로 봄기운이 완연하다. 곧장 오르면 소목고개로 사거리 갈림길(정상 1.2km, 소목마을 1.2km, 봉림사 1.7km, 사격장 1.3km)이다.
여기서부터는 낙남정맥 마루금을 따르게 되는데, 상당히 가파른 오르막이다. 빤히 보이는 정상까지 1.2km는 고르지 못한 돌계단과 나무계단으로 30여 분 올라야 한다. 등줄기에 땀이 밸 무렵이면 운치 있는 소나무를 지나고, 나무계단이 끝나면서 산등성이에 올라서게 된다.
이정표(용추고개 3.5km, 비음산 정상 6.7km)와 전단쉼터라는 팻말이 붙은 사각정이 있어 땀을 식히고 휴식을 취하기에 알맞은 장소다. 정병산 상봉은 왼편 암봉. 지금은 산정표석도 봉림산에서 정병산으로 바뀌어 있고, 삼각점(창원 24, 1992 재설)도 보인다. 천지개벽 때 산꼭대기에 징 하나를 얹을 정도만 남고 모두 물에 잠겼다고 하여 징산이라고도 불렀다는 이 산정에 올라서면 산과 들, 도시 모두가 발아래로 펼쳐진다.
사방은 막힘이 없어 망대에 올라선 느낌이다. 북쪽에는 구룡산, 백월산이 솟아있고, 그 오른편으로 호수 같은 주남저수지와 기름진 평야가 보인다. 시계방향으로 눈을 돌리면, 낙남정맥의 황새봉, 금음산이 동쪽으로 뻗어가고, 발아래로는 남해고속도로를 따라 성냥갑 같은 자동차들이 질주한다.
남쪽으로는 멀리 굴암산, 불모산, 장복산이 동서로 뻗고, 일직선상의 산릉은 비음산을 넘어 대암산, 용지봉 등이 이어진다. 오른편 산자락의 넓은 창원시가지는 계획도시답게 바둑판처럼 잘 정비돼 있음을 읽을 수 있다. 그 너머로 멀리 무학산, 천주산이 스카이라인을 그으며 마산, 창원 지역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형국이다.
다시 전단쉼터로 내려선 뒤 남쪽 능선으로 발길을 옮긴다. 헬기장을 지나면 암봉으로 연결되는 날등을 타고 오르내려야 한다. 몇몇 위험지역에는 계단과 로프, 쇠난간을 설치해 놓았지만, 암릉을 통과하는 산길에서는 조심해야 한다. 또 곳곳에 이정표가 잘 설치돼 있어 길 찾기에는 어려움이 없으며, 체력에 따라 언제든지 어느 쪽으로든 하산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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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봉림산과 혼동돼 불리면서 많은 논란이 있었던 정병산의 정상표석. 2 내정병봉은 창원시가지의 전모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전망대다. 3 용추고개로 내려서면서 볼 수 있는 비음산과 날개봉, 그 사이를 헤집고 흘러내리는 용추계곡. 4 약 2km의 용추계곡은 골이 깊고 물이 맑아 사철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5 등산객뿐만 아니라 운동복 차림의 사람들도 눈에 띄는 등산로변의 간이체육공원.
-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산길로 내려서면 아기자기한 암릉이 연이어지면서 눈앞에 정병산 취봉(鷲峯·독수리바위)이 위용을 드러낸다. 대여섯 개의 바위봉우리를 넘어서면 취봉에 이른다. 깎아지른 절벽 능선에 우뚝 솟은 이 암봉은 시원한 주변 조망과 함께 정병산의 백미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이 암봉 사이에는 창원대학으로 내려설 수 있는 갈림길이 있다. 취봉을 뒤로하고 계단길로 내려선다. 15분 정도면 길상사 갈림길(이후 길상사 갈림길은 두 차례 더 만남)을 지나고 다시 10분이 지날 즈음 내정병봉에 닿는다. 조그마한 표석과 함께 안전을 위한 난간이 설치돼 있다. 이곳은 창원시가지의 전모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아닌가 싶다.
등로를 이어가면 굵직굵직한 소나무가 숲을 이룬 등산로변에 간이체육공원이 있다. 물병 하나만 달랑 들고 등산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운동복 차림의 사람들도 눈에 띈다. 이는 창원 시민들이 그만큼 많이 찾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체육공원을 지나면 다시 계단길을 만나고 정면의 야트막한 봉우리를 넘어서면 전망 좋은 바위가 나온다. 비음산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정면의 상봉과 오른편 날개봉의 자태는 물론이고, 두 봉우리 사이를 헤집고 흘러내리는 용추계곡의 속살도 훔쳐볼 수 있다. 취봉이 정병산의 백미라면 용추계곡은 비음산이 숨겨놓은 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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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례산성은 도기념물 제128호로 역사가 깊은 포곡식 석축산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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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음산에 홀린 듯 내려서면 용추고개. 정병산 상봉에서 출발한 지 1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이곳에는 이정표(정병산 3.3km, 용추계곡 입구 1.3km, 비음산 정상 3.4km)가 서있다. 여기도 간이체육시설이 있어 창원 시민들의 휴식처로 이용되는 곳이다. 여기까지는 잦은 갈림길을 만나지만 계속 능선길만 따르면 된다. 중간에 산행을 접고 싶다면 오른편 창원쪽으로 하산하기를 권한다. 왼편 우곡사쪽은 교통편이 불편하다.
용추고개부터는 비음산·대암산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른다. 비음산까지는 다시 올려치는 산길이지만 1시간30분이면 넉넉하게 닿을 수 있다. 우곡사 갈림길을 지나 20분 정도 된비알로 오르면 삼거리봉. 왼편은 진례 방면의 노티재로 뻗어가는 지능선으로, 비음산은 오른편 길이다. 차츰 고도가 높아지면서 용추계곡 입구를 지나고,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는 봉우리 서너 개를 넘어서면 벌거숭이 벚꽃동산이라는 다소 의외의 표지목이 서있는 486m봉에 이른다.
곧이어 무너진 성터를 끼고 나란히 이어지는 산길로 진행하면 비음산 갈림길에 닿는다. 왼편의 우뚝한 봉우리가 낙남정맥이 뻗어가는 대암산이다. 비음산 상봉은 오른편으로 둔덕 같은 봉우리 하나를 넘어 10분 가량이면 닿는다. 정상은 널찍한 터에 사각정자와 정상석(510m)이 가장자리를 차지하고, 이정표(대암산 3.0km, 진례산성 남문 0.5km)도 보인다. 조망 또한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옛날 창원 사파동에서 소리를 지르면 비음령 넘어 진례면까지 그 소리가 들렸다 한다. 그래서 소리가 날아다닌다 하여 이곳 사람들은 비음령을 날음고개라고 하며, 비음산(飛音山)의 유래도 여기서 비롯됐다고 전한다. 이 산은 진달래 군락지로 꽤 알려진 곳이다. 매년 4월 진달래꽃이 연분홍색으로 물들 때면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멀리 북쪽의 정병산을 바라보며 정상석 왼편의 계단길로 내려서서 10분이 안 돼 비음령 쉼터에 도착. 이곳에서 경사진 비탈길로 곧장 내달으면 진례산성 남문터.
역사 깊은 진례산성은 도기념물 제128호다. 창원시와 김해시 진례면 경계의 비음산 능선에 축조된 이 성은 포곡식 석축산성으로 신라시대에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성에서 내려다보면 김해평야와 창원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와 당시 군사적 요충지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성 안에는 사람이 농사를 지으며 살았던 흔적이 남아 있고, 넓은 터가 있어 많은 병사들이 주둔하기에 충분한 곳이다.
네 갈래 갈림길인 남문터에서 왼편은 토월괴산약수터를 만나는 가장 빠른 하산길. 정면의 가파른 산길은 비음산 날개봉(鳳翎峰·520m)으로 오를 수 있지만, 오른편 용추계곡으로 내려선다. 이 계곡은 지금의 창원 용동에 살던 어느 농부가 한여름 뙤약볕 아래 논에서 일하고 있을 때 천년 묵은 용(龍)이 이 골짜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목격했다는 전설의 현장이다.
계곡을 따라 5분쯤이면 포곡정 정자를 만난다. 약 2km의 이 계곡은 골이 깊고 물이 맑아 사철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도심지 인근에 흐르는 맑은 계곡으로 여름이면 창원 시민들이 더위를 피해 찾는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하는 곳이다. 용추10교에서 시작된 다리는 계곡 입구의 용추1교까지 이어지는데, 다리를 벗어나면서 이내 등산안내소를 만나게 된다. 여기서 용추저수지를 지나 20분 정도 걸으면 경남도청과 경찰청 건물이 보이고 시내버스 정류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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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길잡이
○창원종합사격장~소목고개~정병산~취봉~용추고개~비음산~진례산성 남문터~용추계곡~용추저수지~시내버스 정류장 <5시간 소요>
○창원종합사격장~소목고개~정병산~취봉~용추계곡~용추저수지~시내버스 정류장 <3시간30분 소요>
○창원종합사격장~소목고개~정병산~취봉~용추고개~비음산~청라봉~남산치~진례저수지~초전 버스정류장 <6시간 소요>
○창원종합사격장~소목고개~정병산~취봉~용추고개~비음산~청라봉~남산치~대암산~대방동 대암초등교 <6시간30분 소요>
교통
정병산 산행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마산이나 창원 종합버스터미널(055-288-5090)을 기점으로 삼으면 된다. 마산·창원은 전국 어디서든 교통망이 좋아 고속버스는 물론이고 시외버스, 열차를 비롯해 항공편을 이용할 경우 공항버스까지 다양한 대중교통 이용이 가능해 편리하다. 또 산행 들머리와 날머리를 창원으로 할 경우 그다지 바쁘지 않다면 시내버스로 이동할 수 있다.
열차를 이용할 경우 마산역이나 창원역에 내려 광장 건너편에서, 마산 합성동 시외버스터미널에 내렸을 경우에는 길 건너지 않고 시내버스 60, 60-1, 64번을 타고 창원대학교에서 하차(창원대에서 사격장은 10분 거리). 창원 종합버스터미널에 내렸을 경우 터미널 반대편에서 시내버스 61번 또는 좌석 312번을 이용하면 된다.
산행 날머리에서 창원 종합버스터미널행은 시내버스 58, 101번이 있다.
서울→창원 동서울터미널(02-446-8000ARS)에서 1일 4회(09:00~17:30) 운행 / 강남고속버스터미널(02-535-4151)에서 20분~1시간 간격(00:00~23:20) 운행.
부산→창원 서부시외버스터미널(051-322-8301)에서 10~15분 간격(06:20~21:30) 운행.
대전→창원 동부터미널(042-624-4451ARS)에서 20분~1시간 간격(07:00~22:10) 운행.
숙식(지역번호는 055)
창원이나 마산은 숙식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호텔을 비롯해 시내 어디를 가든지 깨끗한 장급 여관은 물론 모텔 등이 많다. 마산의 불종거리나 어시장 주변에는 싱싱한 해산물을 재료로 하는 먹거리집이 많다. 창원은 상남시장의 국수가 유명하고, 산행 후 출출한 배를 채우기에는 경남도청 직원들이 자주 찾는다는 참복정(282-0245)의 복국이 유명하다. 또 창원시청쪽의 대원순두부(283-6732)도 이름난 맛집이다.
/ 글 사진 황계복 부산시산악연맹 부회장 |88년 눔부르봉(6,954m) 등반,
98년 낙남정맥, 2001년 낙동정맥, 2002년 백두대간, 2004년 낙남정맥 완주. 91년 부산시산악연맹 우수 산악인상 수상, 99~2003년 석봉산악회 회장 역임.
현 부산시산악연맹 부회장. 저서 <영남알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