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고흐에서 비발디까지
미술수업 첫 시간 감상이라는 소문을 엿듣고 가벼운 마음으로 미술실에 들어섰다.
그런데 감상만 하는 게 아니라 감상문을 적어야했다. 미술계엔 전혀 관심이 없었던 나에겐 감상문은 너무 큰 과제였다. 평소 그냥 그림을 보던 것도 의아해하며 흥미가 없었지만, 보고 느낀 걸 글로 적어라니 !! 내 의지와 상관없이 동영상을 틀어졌고 처음엔 어찌할 바를 몰라 멍하니 영상이 흘러가는 것만 보고 있는 동안 내 옆 친구들은 작품과 화가 명을 받아 적기 시작했다. 이름도 생전 처음 듣고 그림도 생소하기만 했다. 친구들도 ‘이게 뭔가...’ 하는 사이 그림이 지나가서 탄식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나도 뭔 진 모르지만 적어야지 하는 생각에 받아 적기 바빴다. 그러는 사이 감상은 안중에도 없고 영상은 계속 흘러갔다.
영상의 중반 쯤 일까? 아이들이 나와 지구를 그리고 큰 캔버스에 물감(페인트)을 이용해 자기들만의 예술세계에 빠져있는 듯한 장면이 나왔다.
이제 받아쓸 것이 없다며 열심이 아이들의 장난 같은 그림을 보며 비웃기 시작했다. 유치원 때 많이 하던 마블링이나 찍기 그리기 등 어찌 보면 자기마음대로 손이가는대로 그리는 그림을 보며 옛날생각이 났다. 그러면서 한가지의문이 돌았다. 아이들이 그린그림들이 과연 예술적가치가 있을까? 역대 화가들의 명작에서도 정말 추상적인그림 이게 무슨 명화고 가치가 수천억에 다라는 작품인가 싶은 그림이 많다. 나는 그런 예들을 생각하며 아이들 그림역시도 자기마음의 흐름을 그림으로 담은 맑은 영혼으로 그린그림이라 더욱 가치가 있을 것 같았다. 조금의 안정을 찾은 뒤 또 이어 영상이 빨리 지나갔다. 이젠 클래식음악이 귀에 들어왔다. 그 당시 곡명도 모르고 작곡가도 몰랐지만 이영상의 대부분은 귀에 익숙한 클래식곡이였다. 약간의 흥얼거림이 감상의 여유를 줬다. 노래가 느리면 작품도 더 여유롭게 볼 수 있었다. 곡이 빠르면 긴장감 있고 웅장함과 역동적 느낌을 잘 살려 주었다. 왠지 파도는 물결이 살아있는 것 같았고 황소는 뛰어다니며 그림을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음악과 그림은 어우러졌다. 같은 그림도 음악 없이 봤을 때와 음악이 추가 되었을 때 느낌은 하늘과 땅차이이다. 음악에 따라 작품의 해석은 달라지는 것 같다.
초반부분 쯤에 나온 고요하고 평온한 달들과 후반쯤에 나온 어항은 내 기억에 가장 오래 남았다. 작품명이 쉬웠고 나도 평온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림이 대부분 유화였던 것 같다. 그래서 더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이 났었다. 평소에는 유화를 접해보지 못해서 그런지 나에겐 좀 색다르게만 보였다.
옛날에 미술교과서에도 나왔었던 그림을 볼 때면 괜히 그림이 반가웠다. 그중에서도 -A Sunday on La Grande Jatte-라는 작품을 예전부터 좋아했다. 보고만 있어도 내가 공원에 누워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며 따스한 햇살이 나만 비추고 있는 듯한 한낮의 기분 좋은 소풍을 온 느낌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반가운 작품이 있다면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들이다.
반 고흐의 작품은 유명하면서도 매우 인상이 깊다. 비록 고흐가 죽고 난 뒤에 그림의 가치가 알려졌지만 자신의 그림이 인정받지 못해 더욱더 추상적인느낌이 더해져 모든 이들의 기억 속에 남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반 고흐의 그림을 보면 매우 우울해 보인다. 하지만 난 우울함 뒤에 숨겨진 선의 아름다움이 더 끌렸다. 선이 이어지며 곡선을 이루는 모습이 난 아름답고 우아하게 보였다. 선의 이어짐은 그림을 상상하게 만든다. 반 고흐의 그림이 명작이 되기에서도 뭔가 의미심장한 붓터치가 묘한 느낌을 자아내서가 아닌가하는 추측을 해본다. 반 고흐는 불후한 환경에서의 빛을 찾기 위해 살아 움직일 듯한 해바라기를 그리진 않았을까? 다시금 반 고흐의 인생을 이해하게 된다. 이렇게 화가와 그림은 하나가 되어 화가의 일생을 담고 있는 그림의 가치가 그래서 어마어마한 것 같다. 이렇게 유명한 명화들을 한번에 모아서 보긴 처음이였다. 많은 작품을 보며 이런게 있었지 다시 생각하고 느끼게 되었다.
다음과제때는 여유롭게 그림을 감상하고 내느낌을 더욱 살려 감상문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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