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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의 저녘. 갯일을 나갔던 마을 사람들이 석양을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 |
전남 순천시에는 우리나라 불교문화의 기둥이 되는 두 개의 사찰이 있다. 송광사와 선암사이다. 송광사는 국내 3보 사찰 중 하나이다. 부처의 진신사리가 있는 불보사찰 통도사, 팔만대장경이 있는 법보사찰 해인사, 그리고 많은 대덕고승을 배출한 승보사찰 송광사이다. 선암사는 조계종 다음으로 규모가 큰 종단인 태고종의 본찰이다. 절집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하다.
이 두 절은 순천 여행의 얼굴이다. 그러나 두 절이 순천의 전부는 아니다. 순천은 아기자기한 여행을 즐기기에 더 없이 좋은 곳이다. 특히 일몰과 일출을 모두 볼 수 있는 곳이어서 풍진 세상의 번뇌와 갈등을 씻어내고 새로운 출발의 각오를 다질 수 있다. 속살을 파면 팔수록 재미있고 맛있다.
순천만
순천만은 가을부터 이른 봄까지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국내에서 가장 넓은 갈대밭(약 27만평)이 있다. 갈대꽃이 누렇게 익으면 말 그대로 장관이다. 끝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너른 갈대밭은 도시인의 찌든 마음을 정화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온갖 철새의 군무가 더해진다.
갈대밭에 가려져 있는 보석이 있는데 바로 갯벌이다. 썰물이 되면 순천만 전체가 바다가 아닌 갯벌이 된다. 뻘흙이 곱기로 유명하다. 들어가서 뒹굴면 바로 머드팩이다. 이 뻘흙은 살아있다. 각종 조개, 게는 물론 호남 미식가들이 좋아하는 짱뚱어가 많기로 유명하다.
이 달 초부터 짱뚱어 낚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아무 미끼도 없는 훌치기 낚시이다. 노련한 주민들은 갯벌 위에서 노는 짱뚱어를 마치 카멜레온이 벌레를 잡듯이 낚시바늘로 찍어낸다. 일반인은 흉내조차 낼 수 없다.
순천만은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곳이다. 일출은 순천만을 감싸고 있는 서쪽 반도인 화포에서 본다. 여수 반도 위로 장엄하게 떠 오른다. 일몰은 동쪽 끄트머리인 와온마을이 포인트이다. 앞에 작은 섬 하나가 떠 있다. 이름은 똥섬. 섬은 검은 실루엣만 남는다. 밀려오는 바닷물이 붉은 기운을 반사하고 갯일을 나갔던 아낙네들이 붉은 갯벌을 따라 돌아온다. 평화로운 풍경이다.
작은, 그러나 독특한 암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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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암 쌍향수. |
순천에는 작은 암자들이 많다. 꼭 찾아야 할 곳은 조계산 중턱에 자리잡은 천자암이다. 암자 근처까지 시멘트 포장도로가 나 있어 쉽게 갈 수 있다. 언제 지어졌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암자에는 명물이 하나 있다. 천연기념물 제 88호로 지정되어 있는 쌍향수이다. 중국산 향나무 두 그루가 몸을 비비 꼬며 나란히 서 있다. 수령 약 700년. 이 절을 지은 보조국사가 중국에서 돌아올 때 짚고 온 지팡이를 나란히 꽂아놓았는데 그것이 뿌리를 내려 지금에 이르렀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그 다음은 도선암이다. 운동산 기슭에 지어진 도선암은 고려의 개국에 큰 힘을 보탠 도선국사가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운동산은 엎드린 호랑이의 지세를 가지고 있는 산. 도선암은 호랑이의 입에 해당하는 곳에 있다. 이 암자 덕분에 순천이 호환을 피할 수 있다고 한다.
아름다운 언덕 닐리리
순천만을 굽어보는 수리봉의 9부 능선은 너른 풀밭이다. 군데군데 잡목이 서 있을 뿐 대부분이 억새풀로 덮여 있다. 닐리리언덕으로 불린다. 억새밭까지 비포장도로가 나 있다. 가벼운 트레킹 코스로 제격이다. 1시간 정도 걸린다.
닐리리언덕에 오르다 보면 넓은 흑염소 방목지대가 나온다. 왼쪽으로 샛길이 나 있고 길 끝에 행글라이딩 활공장이 있다. 활공장에 서면 이서천 등 아름다운 풍광이 발 아래로 펼쳐진다. 그 그림속으로 날아가는 행글라이더. 눈과 가슴이 시원해진다.
조계산 산행
조계산(해발 884㎙)은 순천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산이다. 도립공원인 이 산의 양쪽 기슭에 순천을 대표하는 송광사와 선암사가 자리잡고 있다. 이 두 절을 잇는 등산로는 산세가 부드럽고 녹음이 짙은 것이 특징이다. 대부분 송광사에서 시작해 선암사로 하산한다. 4시간이면 충분하다. 아름다운 두 절을 감상하는 것은 보너스이다.
선암사에 거의 도착할 즈음 편백나무숲을 만나게 된다. 거침없이 수직으로 뻗은 아름드리 나무 사이로 쉴 수 있는 벤치가 마련되어 있다. 데이트 장소로 강추!
두 가지의 재미있는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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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산 보리밥. |
순천은 ‘맛의 고장 남도’의 중심에 있다. 맛 뿐 아니라 재미까지 느끼며 먹을 수 있는 것이 있다. 맛(조개)과 산 중턱에서 만나는 보리밥이다.
맛조개는 한반도 서남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개. 조개가 숨어있는 뻘 구멍에 소금을 뿌리면 주둥이를 내밀어 쉽게 잡을 수 있다. 갯벌체험 손님들이 많은 이유다. 그러나 속에 모래를 많이 담고 있어 요리를 하는 방법은 까다롭다. 순천만의 갯벌에서 나는 맛조개는 살이 통통하고 흙이 씹히지 않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그냥 구워먹는다. 철판을 가열하고 그 위에 맛을 올리면 요리가 완성된다. 입을 살짝 벌렸을 때 먹어야 질기지 않고 향이 강하다. 복분자술을 곁들이면 더욱 좋다. 순천만의 서쪽 해안에 맛조개를 구워내는 집이 많다.
조계산 등산로 중간 지점에서는 연일 큰 잔치가 벌어진다. 20년이 넘게 문을 열어온 조계산보리밥집(061-754-3756)이 있다. 산 중턱에서 만나는 식당. 분위기부터 독특하다. 예전에는 모든 음식 재료를 지게로 날랐다. 이제는 조그만 찻길이 닦여 차로 운반한다.
식탁이 없다. 7~8명이 올라갈 수 있는 평상이 10여 개 있다. 그 위에 걸터앉아 쟁반에 내 온 음식을 먹는다. 야채와 푸성귀는 대부분 산비탈의 밭에서 나온 것이다. 구수한 죽순 된장국에 동동주를 한 잔 곁들이면 더욱 좋다. 조계산 등산을 하는 사람들은 점심 시간에 맞춰 이 식당에 도착하도록 일정을 잡는다. 주말이면 자리가 모자란다. 그냥 산길에, 계곡에 주저 앉아 먹는다. 재미와 맛을 함께 먹는 식사이다.
/순천=글ㆍ사진 권오현기자 3D3D3Dkoh@hk.co.kr">3D3Dkoh@hk.co.kr">3D3Dkoh@hk.co.kr">3Dkoh@hk.co.kr">3D3Dkoh@hk.co.kr">3Dkoh@hk.co.kr">3Dkoh@hk.co.kr">koh@hk.co.kr"">3D3D3Dkoh@hk.co.kr">3D3Dkoh@hk.co.kr">3D3Dkoh@hk.co.kr">3Dkoh@hk.co.kr">3D3Dkoh@hk.co.kr">3Dkoh@hk.co.kr">3Dkoh@hk.co.kr">koh@hk.co.kr
첫댓글 잘 보았습니다.
그래서 워찌잔거유ㅡ ㅡㅡㅡ 날 잡장게요 장소 잡고 ^^**
조개..보리밥..젤루 좋아허는디...
정말 유익한 정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