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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왜 독일선거에 이리 관심이 많은 지 좀 어리둥절하다. 물론 당연히 많이 엉뚱한 결론을 내리지만 말이다.
아마 2000년쯤인가 나는 <독일은 통일되지 않았다>라는 제목의 책을 낸 적이 있다.
책의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독일은 정치, 경제등 ‘시스템통합’ 혹은 이른바 흡수통합에는 성공?했지만, ‘사회통합’에는 실패했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이후 20년 가까운 동독출신 우파총리 ‘메르켈시대’에 가려 이 눈에 보이지 않는 분단체제는 잠행하고 있었다. 또 독일경제는 세계화의 승자편이었다. 시스템통합을 유지하기엔 큰 문제가 없었다. 소위 ‘극우’문제도 경제력으로 제어할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하지만 사단이 벌어졌다. 독일은 아니 정확히 독일의 네오콘 정권이 호기롭게 러시아 가스관을 앞장서 잠궜고, 노르트스트림 파이프라인 폭파사건도 애써 모른 척했다. 결과는 대재앙이었다. 하늘이 내린 재앙은 피할 수 있어도 자초한 재앙은 피할 수 없다는 말이 어디 맹자에 나오던가.
2차 대전이후 미국의 대유럽전략은 이랬다. ‘아메리카 인in, 러시아 아웃out, 독일 다운down’! 미국에게는 ’독일의 자본+ 러시아 자원‘를 저지하는 게 최대목표였다. 바이든의 전쟁 즉 우크라이나전쟁의 목표는 한편으로 러의 전략적 약화와 다른 한편으로 ’독일 다운‘ 나아가 유럽 봉신국을 미국의 이익에 결박하는 것이었다.
후자와 관련 바이든 외교는 일견 성공했다. 전자는 ’의도하지않은 결과‘를 초래했다. 즉 우크라전쟁은 중러를 결속시켜 새로운 세계질서 즉 다극질서를 촉발, 가속화시켰다. 고립된 것은 러가 아니라 집단서방이 되어 간다.
트럼프주의는 전후 미국외교의 최대 실책에 대한 뒤늦은 정정 내지 교정시도다. 중러를 재이간시켜 중을 고립시키겠다는 말하자면 미중데탕트의 재해석, ‘리벌스 닉슨reverse Nixon’이다. 이 전략이 성공할 지는 다른 기회에 다루자.
다시 내 청춘의 절반을 보낸 독일로 가자. 사민+녹색(실은 갈색)+자민 연정은 즉 독일네오콘정권의 외교전략은 대미맹종 즉 바이든 ’편승‘, 머리라곤 싹 비운 광적인 루소포빅 영구전쟁이었다. 그렇다고 거의 있지도 않은 독일군 파병은 아니다. 바이든 따라 돈대고 무기대겠다는 말이다. 영원히 말이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정산타임이 된 것이다. 독일네오콘의 몰락은 그 정산의 결과이다. 구 동서독국경을 따라 그어진 보이지 않는 신국경은 사회경제적 격차의 선이다. 에너지위기에서 촉발된 독일경제의 침몰의 후과는 당연히 불평등하게 배분되었다. 구서독보다 구동독지역이 더 불리했다.
이번 선거는 독일네오콘정권의 글로벌주의에 대한 구동독지역 주민의 대반격이었다. 사민주의 네오콘은 치명상을 입었고, 댄디-베지태리언 부르주아 전쟁전쟁인 녹색당은 목숨은 구했다. 좌파당과 여기에 떨어져 나간 사라 바겐크네히트의 신생당은 고작 14,000표 정도 부족으로 -의석배분 요건인 - 5% 허들을 넘지 못해 250만여표를 날렸다.
하지만 이 양당표를 합하면 갈색당(구 녹색당)을 넘는다. 그리고 좌파당은 심지어 동베를린지역을 장악했다. 하지만 역시 최대 승자는 독일대안당이었다.
좌파당과 사라당을 영문으로는 far-left라 고 한다. 그런데 누구도 ’극좌‘당이라고 하진 않는다. 하지만 독일대안당은 far-right라 쓰고 ’극우‘라고 옮긴다. 그래서 나는 이 네오콘 글로벌리스트적인 용례가 사실에 부합되지 않아 차라리 ’먼‘ 우파라고 - 좀 우스꽝스럽지만- 옮기고자 한다.
대안당 부상은 네오콘에 대한 항의 투표의 결과다. 독일파시즘을 오랬동안 연구해 온 내 입장에선 대안당이 실제 나치당으로 전화될 수 있을 지는 또다른 여러 조건을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이들을 나치라고 부르는 쪽은 이들의 역사성과 독일네오콘에 대한 전적인 무지에 서있다. 구동독 지역의 사회경제적 조건이 더 악화될 수록 더 급진화될 것은 자명하다.
아다시피 트럼프진영이 대안당에 우호적 시그널을 발신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 계산은 이렇다. 유럽의 친바이든 네오콘세력을 분쇄하기 위해 유럽의 정치세력을 분할하자는 것이다.
즉 독일대안당-프랑스 마리르펜 - 헝가리 - 슬로바키아 그리고 여전히 논란중인 루마니아 죠르제스쿠 대선 1위후보를 지원해 EU내 네오콘 지도부, 영국 스타머, 프랑스 마크롱등 이른바 ’아틀란티스트‘를 이이제이하자는 말이다.
선거후 선택지는 대연정외에는 없어 보인다. 기민/기사당이 대안당과 연정할 수는 없다. 대안당은 이들 전통보수에게 좌파와의 연정에 대해 경고를 날리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 선택지는 전혀 넓지가 않다.
이제 유럽은 스스로의 힘으로 몰락을 막을 수 있을 지 이 또한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또 미국이 제안한 ’역할분담‘ 즉 유럽안보는 유럽이 책임지고, 남은 모든 역량을 대중국 억제에 올인하겠다는 트럼프의 구상에 유럽의 네오콘 지도부가 순응할 수 있을 지의 선택이다.
유럽이 자력으로 나토를 운영할 수 있을까. 그러자면 나토예산의 66%를 미국이 감당하는 현상태에서 방위비 예산을 유럽이 전담하자면 방위비 100%를 인상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유럽의 복지국가예산을 덜어내야 한다. 그러면 유럽의 사회적 위기가 촉발되고 이는 정치적 위기로 연결된다. 즉 단순히 방위비 증액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2차 대전 이후 유럽은 단 한 번도 대미 종속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그래서 이번에는 독립?할 수 있을까. 이미 새로운 세계질서에 유럽의 자리는 없다. 대신 중국이 그리고 인도가 그 자리에 들어서 있다. 독립한다고 잘 될 거라는 확실한 보장은 물론 없다. 그러면 그냥 봉신국 즉 속국으로 계속살 것인가?
한국도 그 처지와 형편이 유럽하고 별로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