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모토 세이초 소설가 1909년 12월 21일~1992년 8월 4일. '일본 문학의 거인', '일본의 진정한 국민 작가', … 이런 수식어로도 마쓰모토 세이초를 전부 표현할 수 없다. 보편적인 테마로 인간을 그리고, 역사와 사회의 어둠을 파헤치려 했던 세이초의 창작 영역은 픽션, 논픽션, 평전, 고대사, 현대사 등 무궁무진했다. 41세 늦은 나이로 문단에 들어서 숨을 거둔 82세까지 세이초는 '내용은 시대의 반영이나 사상의 빛을 받아 변모를 이루어 간다'는 변함없는 신념을 가지고 현역으로 글을 썼다. 그가 남긴 작품은 천여 편에 달한다. 1958년에 발표하여 베스트셀러가 된 추리 소설 '점과 선', '눈의 벽' 은 범죄의 동기를 중시한 '사회파 추리 소설'로 불리며 세이초 붐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한 가지 형태나 일정한 범주에 가둘 수는 없었다.
그 때문에 원래 나오키 상(대중 문학 상) 후보작이었던 '어느 고쿠라 일기전'이 제28회 아쿠타가와 상(순문학 상)을 받는 파천황 같은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또한 그는 뛰어난 전기 작가이자 쇼와사 연구가이기도 했는데, 그가 쓴 논픽션 '일본의 검은 안개'는 '검은 안개'라는 유행어를 만들 정도로 많은 이들의 뇌리 속에 깊은 인상을 주었다. 대중적인 인기는 물론,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의 편집을 직접 맡은 미야베 미유키, 마쓰모토 세이초 연구서를 다수 발표한 아토다 다카시, 세이초 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두각을 드러낸 요코야마 히데오, 야마모토 겐이치 등 일본의 많은 작가들이 마쓰모토 세이초를 읽고 사랑하고 있다.
‘일본을 뒤흔든 12개의 충격적인 미스터리 논픽션’
누적판매 부수가 1억 권이 넘는 사회파 미스터리의 창시자,
마쓰모토 세이초(松本淸張, 1909-1992)의 ‘미스터리 논픽션’
『일본의 검은 안개』 출간
‘검은 안개’가 싹 사라지고 활짝 개는 일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도 있을 수 없습니다.
슬픈 일이지만 인간이 국가와 사회를 주관하는 이상 그것은 냉혹한 현실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검은 안개’를 정확히 꿰뚫어 보는 눈이 필요하고
그것을 걷어치우겠다는 의지를 잃지 말아야겠지요.
_미야베 미유키, 『일본의 검은 안개』에 대해
픽션 이상의 전율과 감동이 있는 논픽션 『일본의 검은 안개』
이 책은 마쓰모토 세이초가 월간 『문예춘추』에 1960년 1월부터 12월까지 1년 동안 연재한 논픽션을 단행본으로 묶은 것이다. 패전 뒤 일본이 미국에 점령되었던 시대에, 참으로 기묘하고 수수께끼 같은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이때 일어난 12개의 괴이한 사건들은 하나같이 미해결로 남아 모두 묻히고 말았다.
1948년, 폐점 직후에 은행에 들어가 은행원 전부에게 독극물을 마시게 한 뒤 아비규환 속에서 현금과 수표를 털어 달아난 ‘제국은행 사건’, 1949년 일본국유철도 초대 총재 시모야마 사다노리가 출근 중에 실종되었다가 이튿날 사체로 발견된 ‘시모야마 사건’, 1952년 탑승자 37명 전원이 사망한 일본항공(JAL)의 ‘목성호 추락 사건’ 등 충격적인 사건들이 미궁에 빠진 채 남겨졌다.
또한 혼란한 시대에 등장하게 마련인 스파이 관련 사건들, 즉 이토 리쓰 사건, 라스트보로프 사건, 가지 와타루 사건 등이 속출했다. 거기에 더해 권력자들의 탐욕이 드러난 대형 비리 사건들, 노조 탄압 및 불온사상 척결이라는 광풍이 몰아치면서 숱한 희생자를 낳았다.
세이초는 이 미해결 사건들을 집요하게 추적해서 자료를 수집하고, 각각의 사건에 참신한 가설을 세워 추리를 펼쳤다. 그리고 그것을 누구나 쉽게, 그리고 ‘사실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논픽션이라는 형식에 담아 간결한 문체로 써내려갔다. 결국 이 연작 논픽션은 연재가 시작될 때부터 일본 사회를 요동치게 만들었고, ‘검은 안개’는 곧바로 일본에서 시대를 풍미하는 유행어가 되었다.
그는 『검은 안개』를 집필하면서, 실제 사건들을 정력적으로 조사해서 ‘자료를 가공 없이 배열하고, 그 자료들을 추리를 통해 연결하는’ 독자적인 논픽션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완성한 ‘미스터리 논픽션’은 신문이나 공식 발표에는 드러나지 않는 실제 사건의 안과 밖, 그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욕망, 그 사이의 점과 선을 샅샅이 해부해서 픽션 이상의 전율과 감동을 안겨 주었다. 독자들은 논픽션의 정의가 무엇인지 그것의 정체를 채 고민하기도 전에, 『일본의 검은 안개』를 읽고 논픽션의 정의와 논픽션의 길을 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