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노숙인 추모제
추도문 追悼文
칼바람이 부는 동짓날
가장 춥고 밤이 긴 이날에
서릿발 이슬 맞으며 고단했을
그대들을 떠올리며 슬퍼합니다.
사람이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까닭은
타고날 때부터 신의 지문을 지닌 탓이요- 국충국 신부
사람이 사람을 돌아보지 않는 까닭은
악마의 유혹에 빠져버린 탓입니다.
하지만, 분명히 압니다.
나도 언젠가 저승으로 향할 것이고,
죽은 뒤 길을 안내할 수 있는 것은
돈도, 명예도, 권력도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천국과 지옥의 최후심판대에 서 있을 때,
나를 위해 변명해줄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연약했던 사람들
가장 보이지 않던 사람들임을 압니다.
세상에서 고통 속에 고단했던 삶
이제 아브라함의 품속에서 편히 쉬소서.
그리고, 꼭 기억해주소서.
주렸을 때 먹였던 손
목말랐을 때 마시웠던 손
의복을 벗어주었던 손
나그네를 대접했던 손
병들었을 때 돌보아주었던 손
옥에 갇히고
억울하게 사로잡혔을 때 찾아주었던 손
그리고 이렇게 당신을 장사하여 주는
이 귀한 손들을 기억해 주소서.
세상 마지막 날은 날로 가까이 오니
그날, 우리 함께 만나, 손 맞잡고, 그 나라에 들어갑시다.
평안하소서. 평안하소서. 영원토록 평안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