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신종 코로나(COVID 19) 확진자가 연일 하루 6천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하루 확진자 판명 건수로는 세계 2위이고, 전체 확진자 수로는 세계 8위권이다. 신종 코로나의 팬데믹(대유행) 초기에 '3대 재앙국'으로 꼽힌 중국과 이탈리아, 이란 가운데 중국과 이란의 발병 규모를 넘어섰다. 푸틴 대통령이 4월 한달간 시행한 전국민 '자가 격리' 조치를 내달 11일까지 연장한 이유이기도 하다.
러시아의 신종 코로나 사태를 지켜보면 특이한 게 두가지다. 무증상 감염자의 비율이 어느 나라보다 높은 반면, 치사율은 현저하게 낮다는 것. 둘 사이의 상관관계도 적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무증상 확진자가 적지 않게 나오고 있지만, 모스크바 등 러시아에서는 일찌감치 무증상 환자의 대량 발생이 특이사항 중 하나였다. 신규 확진자중 무증상 감염자가 43~45%에 이른다. 얼마 전까지는 45~50%에 이르렀다.
신종 코로나 방역 우등국으로 꼽히는 우리나라는 최근 사례로 서울 구로구 콜센터 집단감염에서 약 8.2%, 의정부성모병원 약 30%, 예천군 약 36%가 확진 당시 무증상으로 나타났다(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발표). 러시아에 비하면 10% 포인트 가량 낮은 편이다.
러시아에서 무증상 감염자가 많은 가장 큰 이유로는 자택에서도 감염 여부를 진단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무차별적인 검사를 꼽을 수 있다. 지난 달 초 하루 2천500건에 불과했던 러시아의 진단 건수는 이제 15만 건에 육박하고 있다. 확진자가 집중된 모스크바는 급성호흡기 질환, 즉 감기 증세를 보인 모든 환자는 의무적으로 신종 코로나 진단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치사율이 현저하게 낮다는 사실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국내 신종 코로나 치명률은 2.24%로, 감염 인원이 1만명이 넘는 16개 국가 중 러시아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권 부본부장은 그 이유로 조기 검사와 신고, 그리고 건강보험 체계 등을 꼽았다.
그렇다면 러시아가 우리나라보다도 치사율이 낮은 이유가 뭘까? 각국 발표에 따르면 유럽의 주요 선진국은 지난 24일 기준으로 치사율이 10%를 넘어섰다. 프랑스가 18.1%로 가장 높고 스페인(10.4%), 이탈리아(13.4%), 영국(13.6%), 벨기에(15.2%), 네덜란드(11.7%) 등도 최소한 10%를 넘는다. 그러나 러시아는 같은 날 기준 확진자 6만2천773명 중 555명이 사망해 치명률이 0.9%에 불과하다.
우선 서방 언론의 시각으로만 보면 러시아 방역당국이 뭔가 감추고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러시아의 낙후한 의료시설을 감안하면, 그 가능성이 없지도 않다.
다만, 분명하게 확인되는 이유도 있다. 우리나라처럼 많은 검진이 이뤄지면서 무증상 감염자가 확인되고, 그들에 대한 의학적 관찰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무증상 감염자가 중증 상태로 진행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확진자의 절반 이상이 45세 이하다. 모스크바 방역당국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신규 확진자는 14%에 불과하다. 이중 9%가 65~80세, 5%는 80세 이상이다. 러시아 전체로는 60세 이상이 15%, 어린이 5% 나머지가 80%를 차지한다. 신종 코로나에 감염되더라도 사망에 이를 환자의 비율이 처음부터 아주 낮다고 봐야 한다. 모스크바 등 주요 지역이 취약 연령대인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일찌감치 '자가 격리' 제도를 도입하고 긴급 지원 제도를 도입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종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의 절반(47.54%)이 80세 이상이었다. 70대가 29.92%, 60대 14.34%, 50대 6.15% 순으로 분포됐다. 일단 감염되면 위험한 수준으로 발전할 취약 계층 환자들이 많았던 것. 우수한 치료시설과 의료진의 말없는 희생으로 그나마 치사율을 낮췄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