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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소녀 영자를 기억하시나요?
△ 강도에게 살해 당하기 전 아버지 이원연씨와 행복한 모습을 보여준 이영자씨.
가끔은 언론매체가 한 사람의 일생을 또는 그 주변 사람의 일생을 송두리째 바꿔놓기도 한다. 그게 좋은 방향으로 바꿔 놓던 나쁜 방향으로 바꾸어 놓던 항상 그 끝은 찝찝하게 끝이나고 만다. 조용히 잘 살고 있는 사람에게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부터 개인의 인생은 없어지고 서로 물고 물리는 이권으로 진흙탕 싸움이 되고 마는 것이다.
아직도 마음 깊숙히 남아 있는 산골 영자 이야기부터 해보자.
이야기의 발단은 1997년 산골마을에서 아버지와 조용히 살고 있던 영자. 그때 나이 15세였다. 마침 오지마을에 대한 문화를 조사하던 모 잡지사의 눈에 영자 부녀가 눈에 띄었고, 2년이 지난 1999년 97년 조사할 때 알게 되었던 영자의 이야기를 잡지에 실게된다.
그 후 KBS에서는 기어코 그녀의 주소를 알아내고 "인간극장"이라는 프로에 방송을 하게된다. 아버지와 조용히 산골마을에서 살면서 책 읽기를 좋아하고 문학소녀가 되고 싶었던 그녀의 일상이 방송되면서 시청자들의 가슴은 그녀의 순수함에 감동 받았다.
2000년 10월에는 산골소녀 영자의 CF가 전국의 방송을 탔다. 이제 영자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얼굴을 다 알 정도로 유명인사가 되어버린 것이다. 불과 2년만에 그저 그냥 산골에서 살던 시골 아이가 유명 인사가 된 것이다.
문제는 그때 부터 시작되었다.
영자의 주소를 알게된 시청자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책을 보내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방안에 쌓아 둘 곳이 없어서 마당에.. 마당도 모자라서 마당 한켠에 새로 작은 건물을 지어 책을 쌓아 둬야 할 정도로 책에 파묻히게 되었다. 실로 엄청난 양이 쌓였고 방송이 끝난 후에도 계속해서 책은 밀려들었다.
순수한 문학소녀는 죽을때까지 읽어도 다 못읽을 책을 받았다.... 읽고 싶은 책이건 안 읽고 싶은 책이건 무차별적으로 보낸 책은 그만큼 무겁게 광에 가득찼고 방안이고 마당이고 발도 들여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쌓여버린 것이다.
또한 각지에서 그녀에 대해서 대학 졸업따까지 후원해준다는 사람이 줄을 섰다. 정말 읽고 싶은 책 마음껏 읽고, 공부하는데 돈 걱정 없이 공부하게 도와 준다니 방송의 힘은 실로 대단했다.
행운과 불행은 동시에 찾아 온다고 하지 않던가. 2001년 2월. 그녀의 아버지가 강도에 의해 살해당한다. 그 강도는 영자에게 보태준 후원금을 노리고 혹시 집안에 돈이 있을까 해서 찾아 갔지만 돈은 못 구하고 그녀의 아버지를 죽이고 나온 것이다. 그때 영자의 나이 19살.. 세상의 관심을 받고 사랑을 받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녀의 가족을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았다.
영자의 불행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영자의 아버지가 살해된지 얼마 되지 않아 2001년에 "영자야, 산으로 돌아가자"라는 시집이 발간되었다. 하지만 이 시집 역시 영자와는 전혀 관련 없는 사람들이 그들을 이용해서 만들어낸 창작물이었던 것이다. 또한 그 추모시의 인세로 고작 100만원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불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설상가상으로 영자의 후원자를 자처한 사람이 영자의 돈을 빼돌린 사건까지 발생한다.
그리고 영자는 아버지와 19년동안 조용하며 세상을 꿈꾸고 아름답게 살던 그 집과 마을에서 조용히 사라진다. 하지만 언론사들은 영자의 행방에 불을 켜고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밝혀낸 사실은 영자가 절에서 숨어 지낸다는 것이었다.
영자가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 처음 절에 찾아 왔던 영자를 돌봐주었던 "혜설스님"의 말을 빌어보자 "절에 처음 찾아왔을 때 한동안 음식을 못하고 피까지 토했으며 대인기피증이 심했다". 자구책으로 여신도들만 있는 수원 화운사로 아무도 몰래 옮겨 간다. 이때 언론에서는 "영자가 실종됐다"면서 끊임 없는 관심을 표했다.
물론 그 관심은 이 산골 소녀의 비참한 말로를 보고자 하는 것인지 황색저널리즘의 극치를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절에 있다는 사람을 왜 굳이 찾아가서 심정을 묻고 싶은 것일까? 인간이라면 영자씨가 어떤 마음일지 알지 않을까?
사람들이 서커스를 보는 이유가 기막히게 아슬아슬한 공연을 보고자 하는 이유도 있지만 마음 속 깊은 곳의 "사고에 대한.. 은밀한 기대"라는 것이다. 언론이 바란 것이 이런게 아닐까? 기삿거리라면 아마 영자가 있는 절간 안으로 숨어들어갔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녀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
”제발 더 이상 저를 찾지 마세요.” 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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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저 이슈거리만 된다면 주인공의 마음은 헤아려주지 않는 세상에 안따깝습니다.
부디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길 바랍니다.
언론의 폐혜를 그대로 대변해주는 안타까운 사연이네요
우리 모두가 특히 언론이 많이 반성을 했으면 합니다.
안타까운 사연입니다.
누구나 있을수있는데...,,,
한 바가지 물이면 족할텐데
홍수를 부었네요...
안타까운 이야기였습니다,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나를 위해서는 남의 피해도.........많은생각을 준 글 감사합니다.
마음이 아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