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종강 이후 얼추 달포가 지났을 뿐 이 건만 시창작반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은
지구 중력보다도 더 큰 느낌이다.
지난 한 학기 동안 웃고 떠들고 그러다가 소곤거리기도 하고, 서로의 작품에
감탄을 보내기도 한 시간이었기에 더욱 그리한 그리움이리라.
그래도 방학 특강이라고 오전 느지막이 11시에 만나서 선배 시인들의
작품 공부도 하고 숙제도 회람하며 감상하였다.
철길 / 김정환
철길이 철길인 것은 만날 수 없음이 당장은, 이리도 끈질기다는 뜻이다.
단단한 무쇳덩어리가 이만큼 견뎌오도록 비는 항상 촉촉히 내려 철길의
들끓어 오름을 적셔주었다. 무너져내리지 못하고 철길이 철길로 버텨온 것은
그 위를 밟고 지나간 사람들의 희망이, 그만큼 어깨를 짓누르는 답답한
것이었다는 뜻이다. 철길이 나서, 사람들이 어디론가 찾아 나서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내리 깔려진 버팀목으로, 양편으로 갈라져 남해안까지,
휴전선까지 달려가는 철길은 다시 끼리끼리 갈라져 한강교를 건너면서
인천 방면으로, 그리고 수원 방면으로 떠난다. 아직 플랫포옴에 머문
내 발길 앞에서 철길은 희망이 항상 그랬던 것처럼 끈질기고, 길고
거무튀튀하다. 철길이 철길인 것은 길고 긴 먼 날 후 어드메쯤에서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우리가 아직 내팽개치지 못했다는 뜻이다.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길이 이토록 머나먼 것은 그 이전의, 떠남이 그토록
절실했다는 뜻이다. 만남은 길보다 먼저 준비되고 있었다.
아직 떠나지 못한 내 발목에까지 다가와 어느새 철길은 가슴에
여러 갈래의 채찍 자욱이 된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김정환은 1954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에서
영어영문학을 공부하고 1980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했다.
2017년 제32회 만해문학상과 2009년 제8회 아름다운 작가 상을
수상하였고 한국문학학교 교장을 역임하면서 꾸준한 작품 세계를 펼쳐왔다.
철길이라는 소재를 통해 끝없이 이어지는 평행선 끝에서의
만남과 희망을 노래하였다. 철길이라는 소재의 특성을 잘 표현한 작품으로 해석된다.
두 번째 학습 작품
차창 밖, 풍경 빈 곳 / 정은기
철길은 열려진 지퍼처럼 놓여있다, 양 옆으로
새벽마다 물안개를 뱉어내는 호수와
<시골밥상>이니 <대청마루>니 하는 간판의 가든 촌이
연대가 다른 지층처럼 어긋나 있다
등 뒤로 떨어지는 태양이 그림자로 가리키는 북동의 방향으로
질주하는 춘천행 무궁화호 열차
지퍼를 채우듯 뜯어진 자리를 꿰매며 달려가는 것은 열차의 속도
였다
기차의 머리가 향하는 방향을 보여주는 것은
긴장을 잃고 곡선으로 휘어지는 구간에서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그곳에 자리를 튼 마을이 호수에 기대어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이제 <가정식 백반>의 가정을 찾아 속도에 몸을 싣고
거꾸로 달린다
이곳에서는 두고 온 먼 곳의 시간을 추억하는 일도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관람하기 위해 돈을 지불하고
박물관을 찾는 일만큼이나 자본주의적이다
직선의 끝에는 목적지가 있어
마을은 머지않아 먼지의 전시관이 될 것이다
곁길로 샐 수 없는 것이 슬프다는 것을 호수는 알고 있을까
뜯어진 굴곡을 따라 살을 드러낸 풍경의 허리를 휘감고
돌아가는 기차, 가끔씩 밖으로
활처럼 휘어지는 기차의 곡선을 본다면
퇴락을 거듭하는 호숫가 옆, 한 마을이 생각날 것이다
이 작품은 시인 정은기의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이다.
시인은 1979년 충북 괴산에서 태어나 200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이렇게 두 작품 감상을 통해 공부를 하였으니 이제 방학 숙제
중간 검사를 해 볼까나? 그런데 이게 웬 말. 이것은 숙제인가?
작품인가? 감탄사의 연발이다.
이성덕 문우의 시경집전 필사본은 학습을 위한 선을 넘고야 말았다.
그냥 숙제가 아니다. 서양화를 전공한 미술 학도답게 가히 예술 작품이라 해야
마땅하다. 정지용 시선집으로 꾸민 좋아하는 시인의 작품 필사 또한 어떠한가?
자작시 5편 쓰기는 또 어찌. 방학숙제 한 가지라도 못하면 지구가
두 쪽 날 기세로 열심히 하셨다. 이성덕 문우의 자작시 역시 얼마나 아름다운가.
임선영 문우의 시경집전은 또.
아~. 우리 모두는 감히 감탄사마저 표출하지 못하고
그저 감동에 젖어 쳐다보고만 있을 뿐이다.
신입들이여. 선배들 기도 좀 살려다오. 열심히 하는 모습들에
그저 화이팅, 아니 뽜이팅입니다.
이제 공부는 했으니 뭐 한다? 두뇌 작용을 했으니 이제 다시
에너지 보충 해야지요.
오늘 창작 에너지는 서희정 문우님께서 해 주셨다.
우리의 단골집 차이나스푼. 짜장면에 버섯특밥에 탕수육까지.
두뇌 노동 이후에 먹는 밥, 이보다 더 맛있는 밥이 있을까?
이어지는 티타임. 역시 서희정 문우의 후원이다.
이번엔 도너츠까지 한몫. 바쁜 일정으로 막바지 티타임에 합류하신
최혜순 문우님까지 더해서 어찌나 화기애애하고 사랑스러운 모습들인지.
확정되진 않았지만 다음 2차 특강은 동해로의 문학기행을 모색 중이다.
준비 상황은 차후 공지키로 하고 임병옥 총무의 깜짝 발표로
잠시 술렁인다. 직장 형편상 2학기 등록이 불가하여 총무를
사임하게 됨에 따라 서동화 문우께서 총무를 이어가기로 하였다.
다음 특강을 기대하며 모두 헤어짐이 아쉬어 뒷걸음으로 손을 흔든다.
특강은 특약, 방학 동안의 그리움 해소
떠남. 그리고 인사
일신상의 형편으로 잠시 가천대 시창작반을 떠납니다.
아직은 배울 것도 많고 작품 활동도 하여야 하겠기에 그저 잠시 떠날 뿐입니다.
변변찮은 마음과 일천한 성실함으로 그저 열심히 한다고 하였건만
그리 예뻐해 주신 문복희 교수님, 그리고 선배님들과 문우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매주 올리는 학습 후기는 일천한 문장력으로 부담이기도 했지만
오히려 나 자신의 글쓰기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늘 칭찬해 주심에 더욱 용기 내어 쓴 학습 후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꼴랑 세 학기 출석하였건만 잠시 떠나려니 인사가 길어집니다.
아마도 사랑의 흔적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동안 “우리 막내 우리 막내” 하시면서 사랑해 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도 많이 많이 “사랑합니다” 보고 싶을 겁니다.
눈물이 흐르네요. 손수건을 찾아 키보드를 놓습니다. 안녕.
2022. 7. 11. 월. 가천대 시창작반 총무 임병옥 정리.
첫댓글 여름방학 특강 내용과 사진을 멋지게 디자인해주신 임병옥 총무님, 감사합니다.
한학기동안 마지막회까지 수고 많으셨습니다. 지방에 내려가셔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서희정 선생님, 맛있는 점심과 커피와 도넛을 풍성하게 베풀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임선영, 이성덕 선생님, 제출하신 과제물이 매우 훌륭합니다.
앞으로 총무직을 맡아주실 서동화 선생님, 감사합니다.
가천 시창작반 식구들, 건강하게 잘 지내시다가 8월에 만나요...
교수님 사랑 듬뿍 받아서 공부 열심히 했습니다
비록 잠시 떠나지만 늘 관심갖고 카페에서 함께 하겠습니다.
그동안 감사합니다.
임병옥 총무님 그동안 너무너무 수고하셨습니다. 총무남을 알게되어 반가웠습니다.
어디에서건 늘 건강하십시오. 가천 시창작반이 생각나시면 언제든 방문해 주시구요.
8월에 뵙겠습니다.
신임 총무님의 활약을 기대합니다.
늘 댓글로 화답해 주시고 따듯한 말씀으로 격려해 주심은 잊지 않겠습니다.
카페에 자주 자주 들러서 소식도 보고 공부도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떠난 다는 말 만 들어도 그렁 그렁 해 지는 건 아직 철이 덜 들었다는 건지..
난 누군가 함께 있다 떠나는 것 자체가 미련이고 아픔입니다~,
누군가 그랬습니다
정이나 주지 말 걸! 은근 미워집니다~
그래도 종종 볼 수 있음 좋겠습니다
임 총무님의 콧소리 애교를 종종 들을 수 있게 말 입니다~
8월에 뵙겠습니다
교수님의 학식과 덕망은 이번 수업에서도 빛을 발 하셨습니다~
각 작품마다의 해석이 얼마나 중요 한지 알게 된 시간 이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
서희정 문우님~ 점심에, 커피 , 후식 도너츠 까지 감사했어요 ~
신입 문우님들 덕분에 기가 팍 죽었지만 앞으로 도 꾸준 한 작품이 지속 되길 바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