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기법(11)-맥주 세 병 안주 하나
-호응은 혈맥이다 -
권대근
문학박사, 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
한여름에 두꺼운 솜옷을 입은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그는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 것이다. 또한 정장 차림으로 등산을 하는 사람을 보고 우리는 웃지 않을 수 있을까? 여름에는 여름옷을 입는 것이 당연하다. 또한 등산을 할 때는 등산복이나 간편한 옷을 입는 게 당연하다.
문법에서 호응관계라 함은 문장에 한 요소가 나타나면 다른 요소가 반드시 나타나야 하는 제약적 관계를 말한다. 국어의 호응관계를 논할 때는 항상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 부사어와 서술어의 호응, 그리고 목적어와 서술어의 호응이 문제가 된다. 문장을 구성하는 각 어휘도 다른 성분과 어울리는 것이 있고, 어울리지 않는 것이 있다. 이러한 문법 개념을 일컬어서 호응(呼應)관계라 하는데, 이는 문장을 구성할 때 주어와 서술어의 어울림, 꾸밈말과 꾸밈을 받는 말의 어울림 등을 가리키는 것이다.
(1) 우리나라의 정보화 수준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호응 관계의 오류 중에서주어와 서술어의 비(非)호응은 학생들이 자주 범하는 오류 가운데 하나이다. 예문 (1)의 경우 주어에 해당하는 정보화 수준과 서술어인증가하다는 서로 어울리는가? 우리말에서수준이 증가하다라고 표현하지는 않는다.수준이 높아지다라고 써야 어울린다.
(2) 기업은 이윤을 최대로 하기 위해 모든 생산 요소를 합리적으로 결합시킨다.
예문 (2)는 목적어와 서술어가 어울리지 않는 경우를 예로 든 문장이다.이윤을 ~ 하다라는 말은 성립하지 않으므로 당연히 이윤을 얻다라고 고쳐 써야 한다.
(3) 기업의 투자가 해외로 많이 유출되어 국가에 별 도움이 못 된다.투자가 ~ 유출된다는 표현에서 주어와 서술어가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 투자란이윤을 얻기 위해서 밑천(자본)을 대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자본이 유출되는 것이지 투자가 유출되는 것은 아니다. 투자가 이루어지다 또는 투자가 편중되다와 같이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
(4) 먼저 이 문제의 성격이 인권 침해와 연관되기 때문이다.문제의 성격이 연관되는 것이 아니라 문제 자체가 인권 침해와 연관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문제가 인권 침해와 연관되기 때문이다.와 같은 문장으로 바꾸어 주어야 한다. 굳이 길게 쓰고 싶으면,이 문제의 성격이 인권 침해와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써야 한다.
다음은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자주 쓰는 호응 관계의 오류를 예로 든 것이다.
(5) 정부와 여당이 날치기로 노동법을 개정하는 것은 빅뉴스에 값하는 사건이다. (6) 어떤 기업체는 이윤을 우선하는 관계로 폐수를 마구 흘려 환경을 오염시키는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예문 (5)에서값하다는밥값하다,사람값하다와 같이그 값에 맞는 일을 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이 말을해당하다의 의미로 쓰곤 한다. 관용적인 표현의 하나라고 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중복된 의미로 해석될 수 있으므로 문장에는 적합하지 않다. 예문 (6)에 쓰인 ~ 관계로는 중의적인 표현을 논하기에 앞서 엄연히 문법적으로 잘못된 표현이다. ‘관계라는 말이 원인과 결과를 나타내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때문에라고 분명하게 인과 관계의 의미를 밝혀 주는 것이 좋다.
주술 관계의 호응은 우리 몸의 혈맥과 같다. 피가 원활하게 막힘없이 통해야 건강할 수 있듯이 문장의 호응은 생명적이다. 문장의 호응 관계를 제대로 지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쓴 문장을 다시 꼼꼼하게 점검해 보는 습관을 기른다면, 여러분은 어느 순간에 훌륭한 문장 감각을 갖춘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