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에 지난해 4분기 실적 시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웃지 못하는 업종이 몇 개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산업이 바로 석유화학업계입니다.
업황 자체가 부진하여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일부 사업을 매각하거나 또는 다양한 찌라시에 시달리면서 공시를 통해 반박을 내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는 적에게 완전히 포위되어 희망이 없는 고립무원의 상태를 사면초가라고 합니다.
현재 석유화학업종이 딱 사면초가인 상황인 것이죠.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석유화학제품 수출액은 457억달러(한화 62.6조원)으로 전년 대비 15.9% 감소했습니다.
여기서 대중(對中) 수출액은 170억달러(한화 23.3조원)로 같은 기간 대비 17.6% 감소했죠.
또 지난해 국내 주요 나프타 분해시설(NCC)의 평균 가동률은 73%에 그쳤습니다.
이렇게 수출액이 감소하고 가동률이 줄어든 이유는 중국이 설비 증설을 통해 자급률을 높이고, 시장에 저가 공세를 취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입지가 점점 더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치킨게임을 방불케 하는 저가공세로 인해 롯데케미칼, LG화학, 한화솔루션, SKC, 금호석유화학 등 석유화학 기업들이 모두 골로가고 있는 중입니다.
오죽하면 PBR이 1배 미만이면 저평가라는 대중적인 평가를 뒤로하고, 석유화학업계는 예외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단순히 중국이 저가공세만 취하는 것이 아닌 최근에는 기술력까지 높이고 있습니다.
또 위에서 말했듯이 중국이 자급률을 100%로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이기에 이에 대한 타격도 클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상황이 좋지 않자, 정부는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는 공급과잉 NCC설비의 합리화, 글로벌 시장 경쟁력 보강, 다운스트림분야에서는 고부가 제품으로의 전환 같은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쉽게 말해 지금 이대로 가다가는 다 죽을테니까 지금이라도 고부가산업으로 갈아타자는 것이죠.
이에 석유화학 기업들은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습니다.
기존 플라스틱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생분해 플라스틱 같은 친환경 소재개발에 눈을 돌리고 있죠.
한편 중국만으로도 벅찬데, 문제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내년 가동을 목표로 서부 메디나주에 세계 최대 정유·석유화학 통합 공장(COTC)을 짓고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산유국이 해당 산업에 뛰어든다?
이거 그냥 글로벌 석유화학 기업들 다 죽이겠다는 소리밖에 안됩니다.
게다가 중동에서만 이런 ‘꿈의 공장’ 8개가 동시에 건설 중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이제 곧 중국산보다 저렴한 중동산 범용 화학제품이 쏟아질 예정입니다.
이 때문에 현재 석유화학기업들의 투자지표는 거의 무쓸모에 가깝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