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바조의 ‘과일 바구니’,
1597~1600년경, 캔버스에 유채, 54.5×67.5cm, 이탈리아 밀라노 암브로시아나 미술관.
■ 먹고 마실 것을 주신 예수님
거창한 식탁 차림은 아니다.
흰색 식탁보 위에는 빵과 포도주가 담긴 병이 있다.
저녁식사 자리지만 잘 차려진 식탁이 아니라 최소 음식만 갖춰졌다.
예수께서는 제자들과 성찬례를 거행하고 있다.
빵은 생존에 꼭 필요한 양식으로 성찬례의 신비와 결합해 고유 의미가 있다.
포도주는 인간의 죄를 용서하기 위해 흘리신 그리스도의 계약의 피를 상징한다.
흰색 식탁보는 그리스도 수의의 기억으로 죽음과 부활을 상기시킨다.
이 작품에는 아주 소박한 식탁 차림이지만, 카라바조의 다른 그림들에는
식탁 위에 각종 과일이 담긴 바구니가 많이 등장한다.
그는 과일을 대개 상했거나 썩었거나 벌레가 파먹어 온전치 않은 모습으로 그렸지만,
작품 속 과일은 수많은 상징을 담고 있다.
포도는 포도주와 마찬가지로 예수님의 피와 성찬례의 신비를 상징한다.
더욱이 청포도는 부활을, 검은 포도는 죽음을 나타낸다.
썩은 사과와 색이 변한 무화과, 복숭아는 인류의 원죄를 상징하고,
석류는 과즙과 껍질의 붉은색 때문에 그리스도가 흘린 피, 곧 수난을 의미한다.
하지만 열매의 달콤함 때문에 그리스도의 부활 후
하느님으로부터 선택받은 이들이 누리게 될 기쁨을 의미한다.
예수께서는 식탁에 힘과 기쁨의 음식인 빵과 포도주를 먹고 마실 수 있도록 마련해 주신 것이다.
윤인복 교수
(아기 예수의 데레사·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