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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산악회 목요방 산행 계획에 따라 '수라리재 → 예미산 → 뱃재 → 새비재 → 질운산 → 삼거리 → 임도 → 단독 2교 주차장'의 13.5km 오지 코스를 6시간 동안 달릴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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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강원도 영월군 산솔면 이목리와 정선군 신동읍의 경계에 있는 산.
[개설] 예미산(禮美山)은 두위지맥(斗圍枝脈)이 백운산, 두위봉, 질운산을 거쳐 망경대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에 있는 해발 989m의 산이다. 예미산의 동쪽 사면은 급경사인데, 강원도 영월군 산솔면 이목리에서 정선군 신동읍 길운으로 넘어가는 고개 뱃재가 있다. 과거에는 상당히 큰길이었지만 현재는 이 길을 따라 임산도로가 있을 뿐이다. 예미산의 북쪽 사면은 다른 방향의 사면에 비하여 경사가 완만하여, 영월군 산솔면 석항리나 정선군 신동읍 쪽으로는 꽤 넓은 들이 펼쳐져 있다.
[명칭 유래] 예미산은 일제 강점기에 예미산으로 이름을 바꾸기 전까지 ‘여미산(女美山)’으로 불렸다. 예미초등학교 뒤의 창가산에서 보면 여자가 다리를 벌리고 누워 있는 모습인 데다 용주골 샘터가 여자의 음부에 해당하는 곳에서 흐른다고 하여 ‘여미산’으로 불렀다고 한다. 산솔면 수라리재에서 보는 산세가 여자가 모로 누워 있는 아담한 모습이어서 ‘여미산’이라고 불렀다고도 한다.
[자연환경] 예미산 지역은 과거에는 강원도의 오지 중의 오지였다. 그러나 국도 제31호선과 국도 제38호선이 개통되고, 태백선이 부설되면서 접근이 쉬운 산이 되었다. 예미산 북쪽의 석항천은 동강의 지류 중 하나이다.
[현황] 예미산의 등반은 주로 수라리재 정상에서 시작하여 뱃재로 내려오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현재는 국도 제31호선에 수라리재터널이 뚫려서 수라리재 마루턱은 구(舊)도로로 가야 한다. 영화 「터널」의 촬영지로도 유명해진 수라리재터널은 2013년에 개통되었다. 수라리재는 고려의 마지막 임금 공양왕이 폐위되어 삼척으로 가는 길에 ‘수라’를 들었다는 전설에서 이름이 나왔다. -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
[정의] 강원도 영월군 산솔면 직동리 한밭골에서 정선군 신동읍 방제리로 가는 고개.
[개설] 새비재[鳥飛峙]는 매봉산[1,268m] 맞은편에 있는 질운산의 왼쪽 날개 부분에 해당한다. 새비재에는 예부터 “앞산인 매봉산은 매이고 조비치산은 새이기 때문에 조비치 마을 남자가 매봉산 마을 여자와 결혼하면 남편이 일찍 죽어서 서로 혼인하지 않는다.”라는 이야기가 전하여 온다. 새비재는 의병, 6·25전쟁과 같은 슬픈 역사와 국민의 애환이 서려 있는 고개이다. 1949년 좌익 빨치산에 의하여 동네의 우익 청년 단원 10여 명이 학살당하기도 하였다.
새비재에는 165㎡의 고랭지 채소밭이 있는데, 채소밭에서 북쪽으로 바라보는 경관은 최고의 전망지로 유명하다. 새비재는 예전에 직동리 주민들과 새비재 화전민들이 콩이나 옥수수를 가지고 함백장을 넘나들던 고개이다. 1970년대까지도 직동리 주민과 신동읍 방제리 사람들이 호미씻이 하는 날 낫을 가지고 함께 새비재의 풀을 깎고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2021년 현재 고랭지 채소 농사를 짓고 있다.
[명칭 유래] 새비재라는 지명은 산의 형상이 새가 날아가는 모양과 같다고 하여 유래하였으며, ‘조비치’, ‘조비재’라고도 한다.
[자연환경] 새비재는 질운산에 있으며 해발 750m의 높은 고개이다.
[현황] 새비재마을은 정선군 신동읍 방제리에 있다. 1970년대는 작은 오솔길을 따라 직동리 사람들이 녹전장보다 가격이 싸고 물건이 많은 함백장으로 걸어서 가는 데 1시간이 걸렸다. 2021년 현재는 임산도로를 이용하여 고랭지 채소밭이 있는 새비재로 다닌다. 새비재마을은 1967년 울진 삼척 무장 공비가 출몰하자 정부에서 20여 가구의 집단 부락을 만들었는데, 2021년 현재 신촌(新村)이라 한다. 새비재를 내려오면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주인공들이 사랑을 약속하며 타임캡슐을 묻었던 소나무가 있다. -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
[정의] 강원도 영월군 중동면과 정선군 신동읍에 걸쳐 있는 산.
[내용] 높이 1,172m. 일명 질운산이라고도 한다. 태백산맥의 중앙산맥에 속하며 북쪽에 죽렴산(竹簾山, 1,059m), 서쪽에 예미산(禮美山, 989m)·망경대산(望景臺山, 1,088m), 동남쪽에 매봉산(梅峰山, 1,267m), 동쪽에 두위봉(斗圍峰, 1,466m) 등이 솟아 있다.
북쪽 사면을 흐르는 계류는 남한강의 지류인 의림천(義林川)으로 흘러 들어가고, 남쪽 사면으로 흐르는 계류는 옥동천(玉洞川)으로 흘러가 역시 남한강으로 흘러간다.
북쪽 사면은 정선탄전 지대 중 가장 먼저 개발된, 이른바 함백탄광(咸白炭鑛) 지대로 함백탄광·동원탄좌(東原炭座) 등이 있으며, 신동읍 조동리 지역은 전형적인 광산취락으로 발달한 곳이다. 함백선의 예미역과 함백역은 이 지역 무연탄 수송의 중요한 거점이다.
철도 외에도 영월과 태백시를 잇는 국도가 예미를 지나고, 예미에서 함백을 지나 문곡·무릉리로 이어지는 지방도가 통하고 있어 교통은 편한 편이다.
서북쪽은 경사가 완만하여 약초·메밀·잎담배·고랭지채소·토종꿀 등의 생산이 많다. 특히, 해발 500m까지의 평탄면은 대부분 밭으로 개간되어 고랭지채소의 중요한 산지가 된다. - [출처]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열차를 이용해 정선의 민둥산과 두위봉 산행을 할 때면 들머리인 민둥산역 직전 인적 없는 '예미'라는 이름의 간이역이 강하게 인상에 남았다. 그리고 그 뒤로 보이는 과히 높아 보이지 않지만 능선이 아름다운 산도! 그러다, 2024년 5월 29일 목요방 산행 계획이 산악회 게시판에서 등록될 시점이라, 일정 게시판을 찾아보니, 예상대로 목요방 산행으로 '영월/정선 예미산+단곡계곡' 등록된 걸 발견했다. 해서 이미 빠른 산꾼들이 선수를 쳐, 원하는 자리는 아니지만, 바로 한 자리 신청했다. 그리고 이 예미산이 내가 아는 그 예미역과 관련이 있는지 등록된 산행 계획을 대충 훑어봤다. 맞다. 역 뒤의 그 산이다. 그런데, 고작 동네 뒷산 정도로 생각한 예미산의 높이가 1,000m에서 고작 11m 부족한 989m로 꽤 높다는 걸 알았다. 목요방 산행 계획을 보기 전까지는 나지막한 무명의 동네 뒷산이라, 산악회에서 찾을 거라곤 상상도 못 해, 기회가 되면 야유회 겸 열차 산행으로 다녀올 생각이었다. 역시 보이는 것과 실제는 다르다!
아직 산행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은 시점이라, 예미산은 잊어버리고 있다가, 산행 일주일 전쯤 다시 계획을 확인하고 세부 사항을 검토하다가,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수라리재를 들머리로 예미산과 질운산을 거쳐 단독계곡의 단독 2교 주차장을 날머리로 하는 산행으로, 산행 계획의 타이틀을 예미산으로 한 건 질운산의 유명도가 예미산에 못 미친다는 얘기라, 별 기대 없이 질운산을 구글링해 봤다. 그런데, 질운산이 아니라. 직운산(織雲山)으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올라와 있어 약간 놀라며 내용을 확인했다. 그리고 약간이 아니라, 깜짝 놀랐다. 질운산의 높이가 1,172m로 계획을 세워 열심히 오르고 있는 천고지다. 역시 강원의 평창, 정선, 영월의 산행은 실망하게 하지 않는다. 어쨌든 질운산이라는 새로운 천고지를 발견해 천고지 목록이 192개로 하나 더 늘었고, 목요일 산행 후 오른 천고지도 하나 더 늘 예정이다. 그럼 앞으로 올라야 할 천고지 수는 변함이 없지만, 어쨌든 그렇게 천고지 목록을 늘리는 재미가 있다.
기상청 중기 예보에 의하면 산행 당일 강원 영서 지방은 구름이 약간 끼고, 최저 24℃에서 최고 32℃에 이르는 기온이라, 산행하기에는 꽤 더운 날씨가 될 듯해, 거기에 맞춰 산행 준비를 한다. 물론 산행 하루 전 단기 예보를 확인하고 최종 준비한다. 그런데, 산행 하루 전 예미산과 가까운 태백산 산악날씨에 의하면, 기온은 영상 26℃~28℃, 바람은 2m/s로 최근 날씨 기준 다소 선선한 편이나, 12시부터 13시까지 소나기가 내린다는 예보로 중기예보와는 차이가 있다. 말인즉 폭염은 피할 듯한데, 우중 산행은 피할 수 없을 듯하다. 해서 지난 월요일 불볕더위와 폭우에 대비해 준비했던 시스템을 이번에도 그대로 적용해, 2차 테스트를 진행할 생각이다. 그 외 김밥이나 다른 준비는 다른 산행과 같고, 목요방의 특징인 하산주는 '숯불구이 초원의집'이라는 식당인데, 날머리에서 4km에 이르는 거리라, 산행이 일찍 끝났다고 걸어갈 상황은 아니다. 고로 무리하게 일찍 내려오려고 애쓰기보다는 전망이 좋다니 유유자적 주변을 감상하며 오지 산행을 즐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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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마누라와 한잔한 덕분인지, 평소와 달리 5시 알람에 놀라 잠이 깨, 서둘러 아지트로 나와 볼일을 보며, 밤새 변동 사항을 확인했다. 산행은 변동이 없고, 일기예보 또한 변함이 없어, 시원한 소나기가 불볕더위를 막아 줄 듯하다. 초미세먼지는 '보통', 미세먼지는 '좋음'이라 전망도 좋을 듯하다. 이후 끓인 누룽지로 아침을 먹고, 5시 45분 집을 나서, 열차로, 사당으로 향해, 6시 43분경 도착했다. 그리고 승차장 종합 판매대가 아니라, 개찰구 밖 즉석 빵집에서 채소 김밥 한 줄을 사 바람막이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화장실에 들른 후 1번 출구로 나가, 산악회 버스가 정차 중인 공영주차장으로 갔다. 그런데, 버스 주차 구역으로 우회전 하니, 예미산과 덕항산의 강원 영동과 영서로 향하는 두 대가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당연히 예미산행 버스로 가, 배낭을 짐칸에 넣은 후, 거기서 물가방과 비상식, 보조 배터리가 든 슬링백을 꺼내 들고, 차에 타, 1주일 만에 보는 익숙한 얼굴들과 인사를 나누며 자리로 가 앉았다.
7시 정각 버스가 출발하고, 양재와 죽전에서 나머지 승객이 탔다. 그런데, 양재에서 탄 대장에 의하면, 일행 중 한 명이 참석할 수 없다고 문자를 보냈다고. 고로 한 자리가 비었다. 설마 나처럼 전날 폭음이나 소나기 때문은 아니고, 신청했다가 취소하고 다시 신청한 거로 봐선 다른 일정과 겹친 듯하다. 어쨌든 버스가 죽전을 떠나,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하자 잠이 들어, 실내등이 들어오고, 인솔 대장이 치악휴게소에서 20분간 휴식한다는 안내 방송에 깼다. 두위봉 갈 때는 무궁화호 열차로 가서, 어느 고속도로를 타야 하는지 몰랐는데, 중앙고속도로였다. 볼일을 본 후 버스로 돌아와 조금 기다리자, 차가 출발하고, 인솔 대장이 코스 소개와 주의 사항에 관행 설명을 시작했다. 시작부터 급경사에, 길도 중간중간 없어져 선두 조가 잘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새비재까지는 기복이 심해 힘드나, 새비재에서 질운산은 고도는 높으나 완만한 경사의 능선이라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고 했다.
다만 새비재에서 단곡2교 주차장까지 5km로 꽤 머나, 완만한 능선이고, 질운산에서 내려가면 주차장까지는 임도라 대략 2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다. 고로 적어도 새비재에서 2시 전에 도착해야 마감인 4시까지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다. 해서 원계획에는 없던, 새비재에서 탈출하는 B 코스가 만들어졌다. 날머리는 단곡2교 1km 아래의 '석탄더미에 묻힌 꿈'이라는 공원이다. 끝으로, 애초 '숯불구이 초원의 집'에서 하산주를 겸해 늦은 점심을 먹을 예정이었으나, 메뉴가 오삼불고기 하나라, 거기서 3.5km 거리의 '착한 한우'로 바꿨다고 했다. 메뉴는 불고기 정식과 취나물 정식! 당연히 주당은 불고기 정식에 다 손을 들었다. 그리고 다시 취침 상태로 들어가, 버스가 힘겹게 오르는 느낌에 깨어 보니, 고개로 올라가고 있다. 예미역을 보고 싶었는데, 자느라 보지 못한 게 유감이다. 10시 2분 폐위된 공양왕이 유배 중 수라들 들었다는 수라리재에 도착했다. 물론 도착 전 양말을 신고 아쿠아 슈즈의 끈을 조이고, 슬링백과 물가방을 분리한 후, 정차하는 순간 그 두 개를 크로스로 메는 걸로 산행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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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내려, 앱이 동기화하는 동안, 주변을 둘러봤다. 수라리재라는 큰 표지석이 있는데, 음각된 '수라리재'라는 글 위에 '88 서울 올림픽 기념'이라는 글도 있다. 올림픽과 이 고개가 어떤 관계가 있는 거지? 혹시 그때 수라리재를 넘는 도로가 개통했나? 그리고 그 옆에는 수라리재라는 명칭의 어원을 소개한 화강암이 있다. 그 글을 읽고 나서, 동기화가 끝날 시점에 앱으로 고도를 확인했다. 536m~543m, 질운산은 임도를 지나야 하니, 다른 산이라 보면, 예미산의 높이가 989m니, 446m~453m로 고도차는 크지 않고, 한국의 평균적인 수준으로 생각된다. 고도차를 확인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벌써 선두는 풀숲을 가로질러, 예미산으로 향하고 있고, 급하지 않은 산꾼은 이제 막 등산 준비를 하고 있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선두의 뒤를 따라 바로 산행을 시작했다. 그런데, 시작부터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원래 예열이 오래 걸리는 인간이라, 페이스 유지하며 선두의 뒤에서 급경사를 오르자, 산불 감시 초소다. 물론 지금은 산방 기간이 아니라, 요원은 없다. 소문에 의하면 원래 산림청에서 고용했던 마을 주민을 예산 문제로, 지자체로 넘기면서, 예산 부족으로 요원을 고용하지 못한다 던데, 가을철 산방 기간에 보면 알겠지!
산불 감시 초소라는 게 주변이 잘 보이는 가장 높은 봉우리에 있는 게 일반적이라, 이 봉우리 또한 꽤 높을 거로 예상했다. 말인즉 예미산과 거의 비슷한 높이라, 예미산이 멀지 않을 거로. 해서 앱의 지도로 고도와 예미산까지의 남은 거리를 확인했다. 400m 축척의 지도에는 예미산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다. 그리고 등고선으로 봤을 때 올려야 할 높이가 올라온 높이보다 훨씬 높아, 최소 300m 이상 올려야 한다. 두위지맥이기는 하나, 역시 오지는 오지라, 길이 중간중간 끊어져, 길을 찾으며 올라야 했으나, 지맥이라 그런지, 급경사에는 잡고 오르내릴 수 있도록 나무와 나무를 연결한 밧줄도 있다. 와중에 최근에 내린 비로 낙엽 쌓인 급경사는 미끄럽기까지 해, 살기 위해서는 밧줄을 잡고 올라야 했다. 와중에 이정표도 없어, 수시로 앱의 지도를 현 위치와 남은 거리를 확인했다. 물론 길이 애매할 때는 방향도. 10시 36분 확인한 지도에 의하면, GPS는 현 위치의 고도를 762m~784m라 표기하고 있으나, 등고선으로 보면, 예미산과 고도차가 150m가 채 안 된다. 그리고 앞에 있는 급경사만 오르면 이후는 예미산 정상까지 완만한 경사의 능선이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아직 예열이 안 끝난 몸을 이끌고 마지막 깔딱을 올라서자, 예상대로 산세는 완만한 능선으로 바뀌어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맞다. 꽤 먼 거리의 정상까지 기복이 있다고 해도, 50m 내외다! 이제는 기록을 위해 동영상을 촬영해야 하는 시점이라, 수시로 예미산 정상까지의 거리를 확인했다. 그런데, 네이버 지도에는 없지만, 산경표에는 길목에 966봉이 있다. 해서 정상에 우리의 '준·희' 남긴 두위지맥 명패가 있을 거로 생각하고 정상에 도착해 주변 나무를 다 찾아봤으나, 없다! 설마 '준·희'가 두위지맥을 빠트리지는 않았을 거고, 주요한 봉우리가 아니라 지나친 거로 생각하고, 아래로 내려가, 다시 위로 향하는 지점에서 다시 지도를 확인했다. 그 지점에서 수직으로 40m가량 올리면 정상이라.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 11시 8분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석 대신, 나무에 명패를 박은 정상 표지와 '백두사랑산악회'에서 그 옆 나무에 매단 '두위지맥, 예미산 989.6m' 명패가 있다. 그리고 앞선 선두가 그걸 배경으로 인증을 남기는 걸 구경한 후 선두 조 넷이 모여 단체 사진을 찍은 후 일행의 도움으로 단독 인증도 남겼다.
예미산 정상에서 해야 할 일을 마치고, 다음 봉우리로 가기 위해 내려가는데, 올라올 때와 같이 하산 구간 또한 급경사로 쉽지 않아, 당연히 나무와 나무를 연결한 밧줄이 있다. 그런데, 내려가도 너무 내려가는 게, 이름을 알 수 없는 고개의 높이가 들머리인 수라리재보다 낮아 보여, 기댈 건 지도라 지도를 확인했다. GPS는 747m~774m, 등고선을 보면, 40m가량을 더 내려가야 하니, 700m~730m 정도로 생각된다. 들머리인 수라리재보다는 높으나, 989m에서 순식간에 수직으로 250m가 넘게 내려왔다. 고로 그만큼 올려야 해, 인솔 대장이 코스 소개 때 얘기한 기복이 심해 쉽지 않은 산행이라고 한 게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 어쨌든 지도의 등고선이 증명하듯 능선은 완만한 경사로 이어진다. 와중에 무성한 풀숲이라 길이 애매하다. 그런데, 완만한 경사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는데, 반대편에서 산꾼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심마니라 생각했는데, 눈에 익다. 즉 우리 일행으로 우리 선두 조를 앞질러 간 두 명 중 한 명으로 길을 잃은 거다. 그 일행의 증언에 의하면 일단 직진은 길이 없다. 당연히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네이버 지도에는 아예 등산로가 없고, 산경표에 의하면 오른쪽으로, 거의 직각으로 꺾인다.
이정표가 없으니, 길을 찾아 헤매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해서 지도를 보며, 우회전해 경사를 내려가 잡목 숲을 헤치며 전진하자, 나뭇가지에 매달린 산악회 리본이 보인다. 그리고 거기서 조금 더 내려가지, 길다운 길이 나타난다. 앞장서 길을 찾으며 내려가다가, 완만하나 경사를 오른 후 뒤 오른쪽에 하늘이 뚫리는 곳이 있는 듯해 등산로에서 벗어나, 그곳으로 갔다. 울창한 숲 사이로 예미산의 전모는 아니나, 정상의 모습은 감상할 수 있어, 기록으로 남겼다. 이곳이 예미산을 감상할 수 있는 첫 번째 전망대다. 물론 내가 찾지 못한 전망대도 있을 거다. 다시 등산로로 즉 두위지맥으로 돌아오자, 능선은 다시 고개로 내려간다. 도대체 얼마나 내려가야 하는지 궁금해 역시 지도를 봤다. 현 위치 694m~665m로 700m대를 뚫고 600m대로 내려왔다. 그리고 지도에 의하면 뱃재 갈림길까지 수직으로 채 20m를 안 내려가니, 뱃재의 높이는 680m~650m 수준으로 보인다. 인솔 대장이 코스 소개 때 뱃재에 관행 언급했는데, 정확히 뭐라고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11시 48분 뱃재 갈림길에 도착해 주변을 둘러봤으나, 이정표 따위는 없으나, 왼쪽에서 차량 소리가 요란한 게 도로가 멀지 않아 보인다. 좌회전하는 등산로가 향하는 곳이 궁금해 지도를 확인했지만, 이거 다 하는 지명은 안 보인다. 어쨌든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두위지맥이라, 계속 전진하자, 다시 작은 언덕으로 올라서고, 그 뒤로 예미산의 모습이 아까보다 더 잘 보일 거 같아, 등산로에서 벗어나 그곳으로 갔다. 예상대로다. 두 번째 전망대다. 그 사이 선두 조가 나를 앞질러 갔고, 전망대에서 나와 그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 조금 지나니, 선두 대장이 점심 먹고 가자고 날 부르는데, 뒤에서 답하자 언제 뒤로 갔냐고 묻기는 하나, 워낙 천방지축으로 돌아다녀, 이제 놀라지는 않는다. 어쨌든 등산로 옆 평지에 각자 자리를 잡고 준비한 점심을 먹었다. 나야 당연히 사당역요 즉석 빵집의 틈새 상품 김밥이다. 와중에 속속 도착한 일행이 하나씩 맛보라고 준 곶감과 방울토마토 등으로 배를 채우고, 12시가 조금 넘어 식당에서 떠나, 급경사를 올라, 12시 11분 우리의 '준·희'가 만들어 매단 '두위지맥, 748.5m' 명패가 있는 748.5봉에 도착했다. 고작 750m대의 봉우리를 힘들게 올라왔으면 도대체 얼마나 내려간 걸까?
748.5봉 옆 울창한 숲 사이로 예미산이라 생각되는 봉우리가 보여,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아무 생각 없이 완만한 경사의 능선을 따라 15분가량 가지 생각지도 못한 명패가 매달린 나무가 있다. 역시 '준·희'가 매단 거로, 778.7봉이다. 그 명패만 기록으로 남기고 다시 완만한 경사의 능선을 따라 고개로 내려간 후, 내려갔으면 올라가야 한다는 진리에 맞게 다시 급경사를 올라가며 보니, 울창한 숲사이로 꽤 높은 봉우리가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게 보인다. 그리고 정상에 도착했으나, 어떠한 표지도 없어, 지도로 GPS만 확인했다. 어느새 800m대로 올라왔다. 그럼, 앞에 그 봉우리는 900m대일 확률이 높다. 앞서가는 선두의 뒤를 따라, 유유자적 가는데, 산행에서는 오랜만에 보는 꽃이 보여, 그걸 사진으로 남겼다. 초롱꽃 같은데, 확실히 하기 위해 구글링하자, 초롱꽃과의 '잔대'란다. 그렇게 노닥거리며 가니, 다시 급경사로 고지가 멀지 않아 보여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 12시 55분 '백두사랑산악회'에서 매단 '두위지맥, 922.2m' 즉 922.2봉에 도착했다. 역시 예상대로 800m대에서 900m대로 점프했다. 산경표에 의하면 예미산의 남은 봉우리는 990봉이다.
앞에 있는 봉우리가, 990고지라면, 예미산 정상보다 높다는 건데, 무언가 이상하지만, 앞서가는 선두의 뒤를 따라, 깔딱을 오르는데, 이건 예미산 깔딱 못지않아, 무명의 고지에 도착해서는 발걸음을 멈추고 물 한 모금 하는 시간을 가졌을 정도다. 그 고지에서 990봉까지의 남은 거리가 궁금해 늘 그렇듯이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990봉과 쌍봉으로 그보다 약간 낮은 고지로, 990봉까지는 완만한 경사로 이어져 있다. 그렇게 잠깐의 휴식을 가진 후, 완만한 능선으로, 수직으로 10여 미터 내려간 후, 동영상을 촬영하며 마지막 경사를 올라, 1시 20분 두위지맥 983봉에 도착했다. 정상 나무에는 역시 '준·희'가 만들어 매단 명패에 990m가 아니라, '두위지맥, 983.0m'라고 적혀 있어, 산경표의 고도와는 약간 차이가 있다. 정상의 명패를 기록으로 남기고, 다음 고개로 향하는데, 완만한 경사가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임도로 바뀐다. 현재는 사용하지는 않는 듯하나, 과거에는 많이 사용한 듯한 임도다. 그리고 왼쪽에서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고, 가끔 총소리도 들린다.
다른 건 그러려니 하는데, 총소리는 갈수록 커지는 게 고개가 가까워질수록 바로 옆에서 쏘는 듯하다. 소리로만 봐서는 멧돼지 사냥 중인 듯했다. 그런데, 우리와 너무 가까워 다섯의 일행 모두가 공포를 느껴 총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여기 사람 있다고 큰 소리를 질렀을 정도다. 그리고 1시 37분경 갑자기 숲이 사라지고 왼쪽으로 고랭지 채소밭이 나타나 모두 깜짝 놀랐고, 그 경치에 감탄을 연발했다. 또 하나 다행은 그 총소리의 정체를 파악했다는 거다. 실제 총을 쏘는 게 아니라, 짐승을 쫓기 위해 규칙적으로 총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런데, 네발짐승이 아니라 두발짐승이 그 소리에 놀랐다. 어쨌든 새비재가 가깝다. 그리고 흙길 임도가 끝나고 포장 임도로 변했다. 그 임도를 따라가며, 앞을 보니, 고랭지 채소밭 옆으로 높은 봉우리가 우뚝 솟아 있다. 질운산이다. 실제 가봐야겠지만, 인솔 대장이 소개한 대로 봉우리가 높기는 하나, 완만한 경사로 이어져 체력적으로 힘든 산행은 아닐 듯했다. 그리고 1시 40분 타임캡슐 공원 갈림길에 도착했다. B 코스는 여기서 공원 방향으로 좌회전해 하산하면 되고, A 코스는 직진하면 새비재로 정자가 있는 갈림길이다.
정자로 가까이 다가가 보니, 직진은 두위봉으로 7.7km 거리다. 그리고 정자 옆에는 아라리고갯길(새비재) 안내문이 서 있으나, 비바람에 시달려, 글을 읽는 게 쉽지 않다. 그리고 그 옆에는 이 임도가 운탄고도임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서 있다. 현재 시각 1시 41분 A 코스 마지노선인 2시까지는 20분 가까이 남았다. 고로 우린 질운산으로 가도 된다. 해서 임도로 두위봉 방향으로 가는데, 앞서가던 산행 대장이 여기가 길이 아니라며, 다시 돌아온다. 해서 정자에서 완전히 방향을 틀어갔으나, 역시 길이 아니다. 등산로는 두 임도 사이의 능선에 있다. 그리고 그 입구는 운탄고도 이정표 뒤에 있으나, 등산객이 많이 찾지 않아, 수풀이 우거져 길이 잘 안 보인다. 간신히 입구를 찾아 능선으로 올라서, 본격적인 질운산행을 시작했다. 등산객이 많이 찾지 않아, 능선 위의 등산로 상태는 과히 좋지는 않으나, 경사가 완만한 능선이라, 생각보다 산행은 어렵지 않았다. 다만, 기복이 많은 편으로 오르내림이 많아, 여기가 질운산 정상이 아닌지 착각하는 일이 몇 번 있었다.
예미산과 같이 이정표가 없으니, 수시로 정상까지 남은 거리 확인을 위해 앱을 살펴보며 달려, 2시 9분 마지막 깔딱(?)은 아니고, 지금까지 보다는 약간 경사가 있는 능선을 따라올라, 2시 20분 정상이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당연히 거기서부터 동영상을 촬영하며 전진해, 2시 23분경 도착했다. 거기에는 정상석 대신 삼각점 안내문 기둥에 ‘질운산, 1,172m’라는 명패가 붙어있고, 그 옆 나뭇가지에는 '백두사랑산악회'에서 만든 명패가 달려있다. 거기에는 '두위지맥, 1173.8m'라 적혀 있어, 개인적으로는 천고지 중 하나에 올랐다. 먼저 정상 표지와 명패를 기록으로 남기고, 선두 조 단체 사진을 찍은 다음 단독 인증도 남겼다. 그런데, 예미산이나, 질운산이나, 정상 표지가 붙어 있는 방식이나 만듦새를 보면 공식 표지는 아닌듯한데, 누가 만들었는지에 관한 정보는 없다.
질운산에서 날머리인 단곡2교로 내려가야 하는데, 인솔 대장이 배포한 지도를 보면, 질운산 정상에서 왼쪽으로 등산로가 있는 거처럼 표현되어 있다. 그런데, 정상 주변을 아무리 찾아봐도 왼쪽으로 길은 없고, 직진하는 두위지맥 위에 등산로가 있을 뿐이다. 해서 앱의 지도도 확인했지만, 역시 없다. 그럼, 인솔 대장의 지도는 잊어버리고, 두위지맥을 따라 내려가, 임도에서 단곡2교로 가는 게 맞다. 그 길을 따라 내려가며 보니, 길 상태가 좋은 건 아니나, 길을 잃어버리거나, 위험한 구간은 없어, 상태보다는 쉽게 내려갈 수 있었다. 그리고 2시 40분 갑자기 거의 직각으로 길이 꺾이더니, 2시 44분 포장 임도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는 임도를 따라 날머리까지 내려가면 된다. 해서 진행 방향으로 50여 미터를 가자 임도 사거리로 직진은 두위봉, 좌회전은 단곡2교, 우회전은 차단봉으로 막혀 있다.
당연히 좌회전해 임도를 따라 내려가며 보니, 무언가 이상해 앱의 지도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고도가 1,000m가 넘는다. 그리고 지도를 보면 경사가 심한 산기슭이라, 임도가 거대한, 갈지를 쓰고 있어, 그걸 가로지르는 등산로가 있다. 3시 1분 두리봉 갈림길에 도착해서 보니, 임도 위로 직진해 올라가면 두위봉, 좌회전하면 단곡계곡이다. 말인즉 지름길로, 임도 이전부터 있었던 등산로로 보인다. 그런데, 그 경사가 너무 심하고, 상태가 좋지 않아, 계속 임도로 갔다. 그리고 그다음 지름길에서는 상태를 무시하고 내려가니, 아래에 '등산로 아님' 경고문이 서 있다. 이후 3시 5분경 공식적으로 이정표가 있는 지름길 입구에 도착해 그 길로 아래로 내려가, 3시 10분 다시 임도에 도착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공식적으로 단곡계곡이 시작되는 지점으로 왼쪽 아래 계곡이 있고, 임도는 그 오른쪽에서 계곡을 따라 내려간다. 당연히 씻을 만한 소가 있는지 살피며, 날머리로 향하다가, 3시 20분경 적당한 장소를 발견했다.
사람들의 보는 눈은 다 같아서, 계곡으로 내려가는 희미하나마 길도 있어, 그 길로, 계곡으로 내려가, 먼저, 양말을 벗고, 아큐아 슈즈는 다신 신은 다음 윗도리를 다 벗어 수건과 함께 계곡에 던져 넣은 후 바지를 걷고 물로 들어갔다. 그리고 늘 하듯이 깨끗이 땀을 씻고, 윗도리를 깨끗이 빨아 입은 후 일행 중 끝에서 두 번째로 계곡에서 나와 날머리로 내려갔다. 급한 거 없고, 아무리 생각해도 4시 마감은 불가능이라, 유유자적 내려가는데, 시멘트 포장도로에 무언가 꿈틀거리는 게 있어 내려다보니, 뒤집힌 사슴벌레다. 당연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주운 나뭇가지로 자세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이후 날머리까지 남은 거리를 지도로 확인도 하며 내려가, 3시 43분 임도 차단봉이 설치된 곳에 도착했다.
위에서 내려올 때부터 왼쪽 계곡에 인적이 있어 당연히 우리 일행이라 생각했는데, 도착해서 보니, 차를 가져온 피서객으로 거의 별장 수준의 텐트를 치고 즐기고 있다. 분위기로 봐서 소수만 알고 있는 계곡 피서지다! 계곡물을 그냥 마셔도 되나, 그래도 의심이 많은 사람을 위해서인지 금상첨화로 약수도 가까운 곳에 있다. 당연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보리차를 담아왔던 빨갱이 병을 꺼내, 약수를 받아 일단 마신 후 다시 가득 채운 다음 냉장을 위해 물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날머리로 가면서, 주차해 있는 차량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승용차 두 대에, SUV 하나로 가족 내지는 친구 사이로 보인다. 그리고 계속 내려가, 3시 48분 단곡2교에 도착해 건너를 보니, 빨간 산악회 버스와 캠핑카가 주차해 있다.
3
3시 49분 산악회의 빨간 버스에 도착하는 거로 산행을 종료했다. 알려진 것보다 코스가 길고, 오지 중의 오지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 물론 체력 소모도 많았고. 해서 6시간 내에 주파할 산꾼이 얼마나 되려나 궁금해졌다. B 코스도 새비재부터는 임도라 오지의 등산로보다 상황은 좋지만, 거리는 A 코스 못지않아, 역시 6시간 내 다 주파할 수 있을지 궁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어쨌든 단곡계곡에서 땀을 씻고, 빨아 입은 옷은 여기까지 대략 1km 정도를 내려오는 동안 다 말랐다. 고로 옷을 갈아입을 필요는 못 느꼈지만, 그래도 땀 냄새가 날 거 같은 슬링백을 들고 버스에 타는 건 민폐라는 생각이 들어, 짐칸에 있는 배낭에 넣기로 하고 버스 짐칸을 열었다. 그런데, 배낭이 없다! 혹시 다른 칸에 넣고 착각하고 있는 거로 생각해, 다른 칸도 열어봤다. 역시 없다. 혹시 같은 브랜드의 다른 배낭이라도 있으면, 실수로 내 배낭을 가져갔을 거로 여기고 일행이 모두 도착하기를 기다리면 되나, 짐칸은 텅 비었다. 말인즉, 배낭 두 개를 짊어지고 간 산꾼이 없는 한 내 배낭은 사라진 거다.
정신이 멍해지는 순간이라, 일단 모든 짐을 들고 버스에 탔다. 그리고 혹시 승객 공간에 배낭이 있나 둘러봤다. 역시 없어, 자리에 앉아 상황을 정리해 봤다. 들머리에서, 배낭을 꺼내 둘러메고 가야 할 등산객이 걸리적거리는 내 배낭을 내려놓고, 자기 배낭을 꺼냈을 확률이 높다. 그럼, 다시 내 배낭을 짐칸에 넣어야 하는데, 그걸 안 했다. 오히려, 배낭을 꺼내 준 걸 고마워해야 한다고 자찬했을 거다. 그럼, 모두가 산행을 시작하고, 버스가 날머리로 떠나기 전 기사가 주변을 확인해야 하는데, 안 한 거다. 물론 추측이다! 그렇다면 내 배낭은 들머리에 그대로 있을 확률이 높다. 일단 인솔 대장을 만나서 상황 파악하고, 버스를 들머리 돌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때까지는 쓸데없는 추측은 안 하기로 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산행 시작 후 얼마 안 되어 일행 중 한 명이 같은 아큐아 슈즈를 신었다고 동질감을 나타내고, 점심 때는 3시에 날머리에 막걸리가 도착할 거니, 선두, 즉 우리에게 마시라고 했다.
당시에는 본인이 가져온 막걸리를 버스 냉장고에 뒀으니, 그걸 꺼내서 마시라는 거로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3시에 친구라는 사람이 막걸리 한 박스를 가져왔다는 거다. 그리고 먼저 도착한 일행이 막걸리 한 병씩 챙긴 후에도 여섯 병이나 남아 있었다. 마감 시간은 지났으나, A 코스로 몇 명이나, 출발했는지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통신 불통 지역이라 B 코스로 내려간 인솔 대장과도 연락이 안 되는 상황이라, 대충 수습해 출발하려는 순간 몇이 도착해 씻겠다며, 계곡으로 내려간다. 평소라면 화가 날 상황이지만, 배낭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그런지, 뭐 그러려니 하고, 막걸리 상자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 상주 출신 산꾼이 뜯어온 나물을 안주로 막걸리를 마셨다. 그리고 4시 15분경 인솔 대장이 아니라, 산행 대장이 A 코스로 출발한 산꾼은 다 온 듯해 출발하려고, 씻으러 간 산꾼을 찾아 계곡 여기저기를 뒤져, 간신히 찾은 후 4시 20분경 날머리인 단곡2교 주차장을 떠나, B 팀이 기다리는 공원으로 갔다.
B 팀이 기다리기로 한 공원에 도착했으나, 역시 예상대로 B 팀도 마감을 맞추지 못해 막 도착한 일행이 씻으러 가는 바람에 4시 30분이 돼서야 식당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 물론 그동안 인솔 대장에게 배낭 분실 사건을 얘기했고, B 코스로 내려간 산꾼 중에 버스 밖에서 뒹굴고 있던 내 배낭을 봤다는 증인이 두 명이나 됐다. 정확히 추측한 그대로다. 그러자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느낀 인솔 대장이 초면의 등산객을 뺀 목요방 선수들에게 만 원씩을 걷었다. 물론 내기 싫은 사람은 안 내고, 그렇게 걷은 115,000원을 준다. 이걸 받아야 하는지 감이 안 와, 친한 산꾼에게 물어봤다. '받아야 하냐?'라고. 그러자, 일단 받고, 나중에 따로 처리하는 게 좋겠다고 해 받았다. 그리고 인솔 대장에게 산악회 게시판에 보상을 요구하는 글을 쓸 예정인데, 혹시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을지 묻자, 그냥 쓰란다. 뭐 대충 그렇게 정리하고, 공원을 출발한 버스는 4시 46분경 바뀐 하산주 식당에 도착했다.
예약한 식당에 도착하니, 주문에 따라 이미 세팅 되어 있어 우리 주당도, 식탁 하나를 차지하고 앉았다. 이후 먼저 소맥으로 무사 산행(?)을 축하하고 있는데, 인솔 대장이 내게 와 여기서 수라리재가 8km 가 조금 넘으니, 택시를 불러 갔다 오는 게 어떻겠는지 묻는다. 오지라 택시비만 7~8만 원 든다. 물론 배낭이 그냥 있을 확률이 높으나, 난 잘못한 게 없는데, 바쁘게 돌아다니는 게 마음에 안 들어 무시했다. 그러자 산악회 소속 버스 기사에게 다녀올 수 있는지 묻는 듯한데, 역시 가차 없이 거절당한 거 같다. 해서 평소 이런 사태가 발생할 수 있을 거라고 산악회 운영진에게 수없이 얘기했던 인솔 대장이 더 열 받은 듯하다. 어쨌든 주당 넷은 불고기 정식 6인분을 안주로 이슬이 7병, 맥주 한 병을 마셨다. 이후 5시 45분경 식당에서 출발한 버스는 죽전에서 1차로 승객을 내려주고, 8시 10분 양재 국립외교원 앞에 도착해, 인솔 대장을 포함 몇이 치맥으로 2차를 했다. 그리고 집으로 향해, 11시경 도착하는 거로 산행을 최종 마감했다.
안내산악회 목요방 계획대로 '수라리재 → 예미산(989m) → 뱃재 → 749봉 → 779봉 → 922봉 → 983봉 → 새비재 → 질운산 → 두위봉 갈림길 → 임도 → 두위봉 갈림길 → 임도 차단봉 → 단곡2교 주차장'의 16.75km, 6시간 9분의 두위지맥 탐험이었다. 실제 날머리 도착 시간은 3시 49분이었으나, 배낭이 없어진 걸 알고 정신이 없어, 앱의 기록 멈춤을 4시 12분에 누르는 바람에 휴식 시간이 그만큼 더 추가됐다. 이동 5시간 22분, 휴식 47분!
폭염 특보 발효 중 산행이고, 시작부터 급경사 깔딱이라, 예미산 정상에 도착했을 때는 일행 모두가 땀으로 목욕 중이었다. 와중에 바람도 전혀 없어, 생각보다 물을 많이 마신 산행이다. 역시 이번에도 기상청이 실망하게 하지 않아 간절히 바랐던, 예보된 소나기는 내리지 않았다!
운탄고도가 옆으로 달리는 울창한 숲이라 보이는 게 없어, 예미산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쉽지 않아, 자주 지도를 확인하고, 그저 앞만 보고 달린 산행이다.
안내산악회의 강력한 정책을 보고 누구나 예상했던 대로 배낭 분실 사건이 발생했다. 문제는 그게 내 배낭이라는 거! 산악회에 보상을 요구했으나, 지금까지 산악회는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