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도로라 하기엔…
대천마을 롯데캐슬마스터2·한일아파트 후문으로 이어지는 도로
대천마을 롯데캐슬마스터2와 한일아파트 뒷길로 이어지는 도로가 있다. 신도시 개발 당시 소외된 지역이라 도로가 좁아 민원의 대상이 되던 곳이었다. 그러다 이곳과 중앙하이츠 아래 지역에 소방도로 설치 공사가 시행되었다. 지난 2013년 12월~2014년 5월까지 1억 5천9백만 원의 예산을 들여 110m에 걸친 도로공사와 건물 철거작업이 이루어졌다. 그 후 공사가 일시 중단되었다가 2016년 6월부터 8월까지 3천6백만 원의 예산을 들여 도로 60m를 연장하는 마무리 공사가 시행되었다.
● 이해하기 힘든 도로공사
1차 공사시 도로변의 낡은 집들이 사라질 때만 해도 주민들은 넓고 제대로 된 도로가 들어설 거라고 크게 기대했다. 하지만 2차 공사가 마무리될 시점에 보니 기대와는 너무 동떨어진 결과가 나왔다. 우선 도로가 확장될 줄 알았는데 도로 포장만 이루어졌다. 허물어진 집터에는 새로운 건물이 들어섰다. 일반적으로 새 건물은 기존도로에서 물러서서 건축되는데 이곳에서는 이런 규정도 해당되지 않아 도로에 바짝 붙어 지어졌다. 도로 폭은 그대로고 오히려 새로 지어진 건물 앞에 주차되는 차량만 늘어났다.
그리고 롯데캐슬마스터2 반대쪽에 마련된 인도의 경우 도로 중간 부분에만 겨우 조성되어 있어 제구실을 아예 못하고 있다. 소방도로 양쪽 입구에는 인도가 확보되지 못한 기형적인 구조다. 특히 “사유지라 예산문제로 인도를 확보하지 못한 구간이다”라고 구청이 이야기한 곳은 지금도 경작지로 남아 있다. 인도 구간도 불법주차 차량들이 대부분 점령하고 있고 주차금지 바리게이트까지 설치되어 있어 새로 조성된 인도를 이용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 걷기 어려운 인도
인도를 너무나 형식적으로 만든 것에 대해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다양한 이유를 들었다. 먼저 인도 폭 1.5m를 확보하지 못해 어차피 인도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한다고 했다. 또한 차도와 인도의 경계지점을 표시하려고 보니 점포 바로 앞에 경계석을 세우면 상가에서 너무 불편해지므로 할 수없이 도로 위에 선을 그어 인도를 표시했다고 한다. 그리고 인도 구분선이 소방도로 중간부분에만 그려진 사실에 대해서는 나머지 구간이 사유지라 보상이 힘들어 확보하지 못했다고 한다.
인도 구분선이 그어져 있는 부분도 1차 측량과 2차 측량 때 지적도가 서로 달라 지주와 마찰이 일어났다고 한다. 궁중아구찜의 경우 1차 측량 때는 사유지로 나타난 부분이 2차 측량 때는 구청부지로 나타나 그냥 주차장 부지를 소방도로에 내줄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했다고 한다. 결국은 궁중아구찜에서 양보를 하여 소방도로를 건설했는데 다른 부분은 사유지라 도로를 확장하지 않고 기형적으로 소방도로를 건설했다.
인도를 점한 불법주차 차량들
인도를 점한 주차금지 바리케이트
인도 끝에 위치한 건물
차도 폭을 측정하고 있는 관계 공무원
도로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심윤정 구의원(왼쪽)과 해운대라이프 신병륜 이사
소방도로를 내면서 사유지 보상문제로 인해 인도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면 애초의 도로건설 목적이 상실되어 버린다. 그런데 근처 주민들은 그 이유가 다른 곳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곳에 투입될 소방도로 예산이 현 제일여성병원 옆 소방도로로 투입되었다고 이야기하는 주민도 있다. 그 결과 이곳에 기형적인 소방도로가 만들어졌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건설된 중동 중앙하이츠 아래 소방도로의 경우 왕복 2차로 규모에도 양측에 인도가 잘 확보되어 있어 좋은 대비가 되고 있다. 이 소방도로도 주변 사유지를 매입하여 도로를 건설했는데 문제의 소방도로는 사유지라서 매입을 못했다는 말은 설득력이 없다. 소방도로를 건설하려고 예산을 편성했으면 사유지 매입 등에 필요한 비용도 함께 책정해 인도와 차도를 제대로 조성해야 하는데, 이렇게 중간에 하다만 공사처럼 어설프게 도로가 개설된 이유를 모르겠다. 혹여 주민들의 주장이 옳은 것은 아닌지 그 진위를 따져보고 싶을 정도이다.
● 문제는 있지만 해결책이 없다
현재 건설된 소방도로 폭도 좁은 곳은 7m를 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현재 조성된 인도라도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불법주차 차량과 설치물을 좀 치워달라는 민원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계속되는 민원에 해운대구 심윤정 의원과 해운대구청 관계자가 지난 11일 현장을 찾았다. 이런 저런 내용을 확인하고 난 뒤에 구청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고 했다. 이곳의 소방도로에 관한 모든 문제는 관련 부서가 다 같이 의논해도 풀기기 어렵다고 한다. 다만 현재 인도가 끊어진 부분을 새로 측량하여 도로 부지라도 나오면 인도 연장공사는 할 수 있다고 했다. 측량도 올해는 예산이 없어 할 수 없고 내년 예산이 편성되면 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
좁은 소방도로로 차량과 사람들이 섞여 지나다니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 특히 한일아파트 후문을 나와 이 도로로 등하교하는 학생들이 많아 더욱 개선이 시급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심윤정 구의원은 좌동 지역 시의원들과 구의원들이 함께 문제 해결에 나서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무엇보다 지역 주민들이 이 소방도로의 모순점을 개선하고자 노력할 때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것이다. 해당 지역 주민들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