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란?
《한비자》는 전국(戰國) 시대 말엽
한(韓)나라 공자의 하나였던 한비(韓非; ?-기원전 233)와 후학들의 저술이다.
법가(法家)의 대표적인 저서로서
군권(君權)의 강화와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중심으로 서술하였는데,
모두 20권 55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진(秦)나라의 시황제도 이 책을 즐겨 읽었다고 전하여 진다.
한비는 말더듬이여서 변설(辯說)에는 뛰어나지 못하였으나, 저술에는 능하였다.
한비는 이사(李斯)와 함께 순자(荀子)에게서 배웠으나,
훗날 이사의 시기로 투옥되었다가 옥중에서 일생을 마쳤다.
■ 십과- 설난- 화씨- 망징편
[1] 亡國之音(망국지음 ; Music which is ruinous to a country) [2] 餘桃啖君(여도담군 ; To make a king eat a remained peach) [3] 逆鱗(역린 ; A backward scale) [4] 和氏之璧(화씨지벽 ; Mr. Hwa's jade) [5] 優柔寡斷(우유과단 ; Hesitant and lacking determination) |
▶제10 십과(十過)편
○ 亡國之音(망국지음 ; Music which is ruinous to a country)
「음란(淫亂)하고 사치(奢侈)스러워 나라를 망칠 음악」을 말한다.
「亡國之聲(망국지성)」이라고도 한다.
십과편에는 위(衛)나라 영공(靈公)이
진(晉)나라로 가는 도중에 들었다는 멋있는 음악에 관한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 .... 진(晉)나라에 도착한 영공은
진나라의 평공(平公)에게 산동의 복수(복水)라는 곳에서 들었던 음악을 자랑하였다.
당시 진나라에는 사광(師曠)이라는 유명한 악사가 있었는데,
그는 이 음악을 듣고 깜짝 놀라 '이건 망국의 음악이니 더 이상 연주해서는 아니 됩니다
(此亡國之音, 不可遂也)'라고 말하며 연주를 중지시켰다.
평공이 그 연유를 묻자,
사광은 그 음악의 내력을 이렇게 설명하였다.
"이것은 주나라의 악사인 연(延)이 주왕(紂王)을 위해 만든 음탕한 음악입니다.
무왕(武王)이 주나라를 정벌하자 연(延)은 복수까지 도망 와서는 물에 빠져 죽었습니다.
그러므로 이 음악은 복수 강변에서만 들을 수 있으며,
최초로 듣는 자는 반드시 나라를 빼앗긴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 衛(지킬 위) 靈(신령 영{령}) 晉(나아갈 진) 복(강 이름 복) 曠(밝을 광) 延(끌 연)
【English】
-Effeminate and sentimental music. (나약(懦弱)하고 감상적(感傷的)인 음악(音樂))
-Music without manly strength.(씩씩한 힘이 없는 음악)
▶제12 설난(說難)편(1)
○ 餘桃啖君(여도담군 ; To make a king eat a remained peach)
「사랑과 미움, 기쁨과 분노(憤怒)가 늘 변함」을 비유한 말이다.
「餘桃之罪(여도지죄)」라고도 한다.
춘추 시대,
위(衛)나라 영공(靈公)의 총애를 받던 미자하(彌子瑕)는
어느 날 밤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러나 밤중에는 황궁 밖으로 나갈 수 없었으므로,
몰래 국왕 전용 수레를 타고 어머니를 뵈러 갔다.
당시 위나라의 법률에는 사사로이 국왕의 수레를 탄 사람은
발목을 자르는 월형(월刑)에 처하기로 되어있었다.
그러나 국왕은 이 사실을 알고도
처벌하기는커녕 오히려 '효성이 지극하도다'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 후, 어느 날
미자하는 국왕과 함께 과수원을 거닐다가 복숭아를 따먹었는데,
그 맛이 너무 좋아서 다 먹지 않고 절반을 국왕에게 먹게 하였다
(與君遊于果園, 食桃而甘, 不盡, 以其半啖君).
국왕은 반쪽의 복숭아를 먹으면서도 칭찬하였다.
"참으로 나를 끔찍하게 생각하는구나. 이 맛을 참고 나에게 먹도록 해주다니."
세월이 흘러 미자하의 용모가 쇠퇴하자,
국왕의 총애도 식었다.
국왕은 옛날과는 달리
미자하의 모든 행동이 눈에 거슬렸다.
그러던 중, 미자하가 죄를 범하게 되자,
국왕은 그를 꾸짖었다.
"이 천한 것아! 네가 감히 이럴 수가 있느냐?
지난 날 국왕의 명이라면서 과인의 수레를 훔쳐 타고,
또 먹다 남은 복숭아를 나에게 먹이다니. 정말 돼먹지 않았구나."
* 靈(신령 영{령}) 彌(두루 미) 瑕(티 하) 월(벨 월) 遊(놀 유)
園(동산 원) 甘(달 감) 盡(다될 진)
【English】
-The unexpected always happens. (예기(豫期)치 않은 일은 늘 일어나는 것)
-Vicissitudinous emotion.(변화무쌍한 감정(感情))
-Vicissitudes feeling.(감정의 변화(變化))
-Change of mind.(변심(變心))
▶제12 설난편(說難篇)(2)
○ 逆鱗(역린; A backward scale)
「군주(君主)의 노여움」을 비유한 말이며,
군주의 노여움을 사는 것은 「觸逆鱗(촉역린)」이라 한다.
鱗(비늘 린{인}; 魚-12획)
한비자는 앞의 이야기를 통하여 군주를 설득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먼저 군주의 애증(愛憎)을 잘 살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그는
용의 역린(逆鱗)을 예로 들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용은 유순한 짐승이어서 친하게 길들이면 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목 아래에는 거슬려 난 비늘이 하나 있는데 지름이 한 자나 된다.
만일 이것을 건드리는 날이면,
용은 반드시 그 사람을 죽여 버리게 된다.
군주에게도 또한 이러한 역린이 있다
(喉下有逆鱗徑尺, 若人有영之者則必殺人. 人主亦有逆鱗)."
용은 본시 상상의 동물이지만,
봉(鳳), 인(麟), 귀(龜)와 더불어 네 가지의 영물(靈物),
즉 사령(四靈)중의 하나이다.
또한 용은 비늘(鱗) 달린 짐승 중의 으뜸으로
구름을 일으키고 비를 몰고 온다고 한다.
이러 점 때문에
중국에서는 군주(君主)를 높여 용에 비유하였다.
용상(龍床)이나 용안(龍顔) 외에도,
황제의 후대를 뜻하는 용자(龍子), 황제의 수레인 용여(龍輿) 등은
그 권위와 존엄성을 나타낸 말들이다.
* 愛(사랑 애) 憎(미워할 증) 逆(거스를 역) 鱗(비늘 린{인})
喉(목구멍 후) 徑(지름길 경) 영(갓난아이 영) 顔(얼굴 안)
【English】
-A monarch's rage.(군주의 격노(激怒))
-A king's fury.(왕의 격분(激憤))
-Achilles heel.(아킬레스의 발뒤꿈치; 유일한 약점, 급소(急所))
=Achilles tendon.(아킬레스 건(腱))
-A home question.(급소를 찌르는 질문(質問))
▶제13 화씨(和氏)편
○ 和氏之璧(화씨지벽 ; Mr. Hwa's jade)
「천하의 보물(寶物)」을 비유하는 말이다.
유사한 표현으로 「和璧隋珠(화벽수주)」라는 말이 있다.
초(楚)나라 사람인 화(和)씨가
좋은 옥을 발견하여 여왕(勵王)에게 같다 주었으나,
그는 옥공이 돌로 판정하자
화씨의 왼쪽 발을 베어버리게 했다.
이후 화씨는
무왕(武王) 때에도 같은 일로 오른쪽 발이 잘리게 되었다.
문왕(文王)이 즉위하자 화씨는
그 옥을 안고 초산(楚山) 아래에 가서 슬피 울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왕이 사람을 시켜 그에게 물었다.
"천하에 월형(월刑)을 받은 사람이 많은데 어찌 그리 슬피 우는가?"
화씨는 '저는 발 베인 것을 슬퍼하는 게 아닙니다'라고 하며,
그 옥을 다시 감정해주기를 청하였다.
그 결과,
이번에는 정말 옥(玉)이라는 판정을 받게 되었는데,
사람들은 그 옥을
'화씨지벽(和氏之璧)'이라 부르게 되었다.
* 勵(힘쓸 려{여}) 월(벨 월)
【English】
-Very precious treasures.(매우 귀중(貴重)한 보물)
-A highly prized article.(높게 평가(評價)되는 물건)
▶제15 망징(亡徵)편
○ 優柔寡斷(우유과단 ; Hesitant and lacking determination)
「우물우물하기만 하고 딱 잘라 결단을 하지 못함」이라는 뜻이다.
유사한 표현으로
「優柔不斷(우유부단)」 「躊躇不決(주저부결)」이라는 말이 있다.
한비자는 나라가 멸망할 수도 있는 여러 가지의 징조를 제시하였는데,
특히 군주들을 경계(警戒)하는 대목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군주가 겁이 많아서 나라를 잘 지키지 못하고,
재앙이 일어날 실마리를 보고도 우유부단하여 손을 쓰지 못하며,
결단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머뭇거리다가 시기를 놓치면 나라는 망하게 된다
(蚤見而心柔懦, 知有謂可斷而弗敢行者可亡也). .... "
* 蚤(벼룩 조) 懦(나약할 나) 弗(아닐 불) 敢(감히 감)
【English】
-To be shilly-shally.(우유부단하다, 주저(躊躇)하다)
-Irresolute and hesitant.(결단력이 없고 머뭇거리는)
-Incapable of taking strong decision. (강력(强力)한 결정을 하지 못하는)
-Neither off nor on.(결단(決斷)을 내리지 않고)
-Yea and nay.(판단(判斷)이 수시(隨時)로 바뀌는)
-Spineless.(척추(脊椎)가 없는, 결단력이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