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
나보다 키도 크고 덩치도 크고
토익 점수도 높고 돈도 잘 버는
싸움도 잘하고 조용하며
착하고 남을 도울 줄 알고
책을 좋아하는 그런 말끔한 남자를 만나
맥주와 치킨을 먹고
몰래 양치질을 한 후
키스를 하고
둘만의 잠자리를 가진다면 좋겠지.
ㅡ..ㅡ
새벽 1시
나보다 키도 작고 덩치도 작고
영어 잘하고 알바 열심히 하고 있는
싸움은 잘하는지 몰라도 조용하지는 않은 ㅋㅋ
착하고 남을 도울 줄 알고
책을 좋아하는 그런 귀여운
혹자의 말에 의하면
엄정화보다 천배는 아름다운~ 친구를 만나
맥주와 치킨을 먹고
마주보며 트림을 한 후
양치질도 안 하고
밤새워 둘만의 인터넷 서핑도 아주 좋지. 홀홀홀.
ㅡ..ㅡ
새벽 1시의 약속 난생 처음이야.
약속 시간이 다가올수록
차오르는
피씨방 요금.
피씨방 알바생은 내게 물었어.
몇년생이세요.
내 자신도 제어할 수 없는
완벽한 서른두살어치쯤의 피로를 얼굴에 싣고
팔삼년생인데요.
버스 기사는 그렇게 묻지 않아.
학생? 일반?
난 대학생이야.
난 학생이지.
조용히 잔돈 오백원을 받아
학교로 향하는 버스를 탄다.
합격증을 받으러 가는 고3처럼.
묻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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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성욕이 해결 안되면
되도 안되는 지랄을 한다는 거,
이건 진리야.
고정 파트너가 없어졌다고 해서
그날 당장 해결못하는 건
그 남자 재정상태가 개등신이란 얘기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