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언어를 부정하는 시어는 그만큼 본질을 포착하기 어려운 현실의 조건에 대한 예리한 반응이다. 돌에 새겨진 금석문 한두 줄은 사실 인간의 혀끝에서 나온 말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는 시인은 어쩌면 절망하는 시인인지도 모른다. 불치병처럼 새기기를 마다하지 않는 시정의 비석거리를 보라.
돌은 거짓말하는 세계를 바라보며 불멸을 추구하는 말들의 쓰레기장으로 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생각하고 있다. 뾰족한 쇠끝에서가 아니라 바람과 눈보라 속에 문장이 돋아날 때까지 그냥 두라. 돌아갈 곳이 있는 자를 돌에 새겨 막아서지 마라. 그래서 돌 닳아 없어진 부분에 진실한 말이 있는 법이며, 부정의 힘을 내장하고 있는 시의 언어는 자신을 드러낼 때 가장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