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10만㎢ 남짓의 국토에서 극명하게 다른 문제들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사람들이 너무 밀집한데 따른 각종 도시문제가 넘쳐난다. 반면 지방은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따른 농촌문제가 심각하다.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당면과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청년들의 귀농이다. 하지만 이 역시 농사는 물론, 여러 사람 사는 문제와 얽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사위크>는 청년 귀농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기, 그 험로를 걷고 있는 용감한 90년대생 동갑내기 부부의 발자국을 따라 가보자.
귀농 이후 농사와 정착에 집중해온 우리는 이제 하나 둘 조경을 시작하고 있다.
귀촌생활하면 넓고 잘 꾸며진 마당 또는 정원도 빼놓을 수 없는 ‘로망’이다. 하지만 그건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 아니다. 무언가 구상해서 돈을 들여 꾸미고 관리하는 것 모두 시간적·체력적·금전적·정신적 소모가 상당하다.
지난 5년 동안 우리는 ‘귀농’에 집중해왔다. 다른 사람 농장에 찾아가 어떻게 수익을 올리고 있는지, 어떻게 판매하고 있는지 공부하며 먹고 사는 것에 대해 고민했다. 그리고 이제 ‘귀촌’에 어울리는 생활도 하나 둘 시작해보고 있다. 아직도 부족하지만 천천히 시작하는 단계다.
우리는 조경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 애초에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귀농 초기인 1~2년차에는 정말 농업을 선택할지 고민했던 시기였고, 3년차에는 집을 짓느라 4년차에는 농장을 정리하느라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
5년차에 접어들어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우리 집 주변 조경을 생각하게 됐는데 막막했다. 조경을 멋지게 해놓은 곳을 가보면 너무 대단하게 느껴지고, 그렇게 꾸미려면 많은 돈이 필요할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가족이나 친척, 친구들이 놀러오면 집주변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거창하게는 아니어도 소소하게 예쁘게 꾸며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그렇게 시작하게 됐다.
귀촌의 멋, 잔디
잔디를 까니 참 보기 좋다. 하지만 관리는 귀찮은 일이다.
일단은 뒷마당에 잔디를 심는 일부터 시작했다. 잔디는 씨를 뿌리면 된다는 사람들도 있고(유튜브를 보면 실제로 성공한 사람들이 있다), 판잔디를 사서 심으라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는 1년 전에 집 바로 옆 경사면에 토양 유실을 막기 위해 20만원을 들여 잔디 씨를 뿌린 적이 있었다. 실패였다. 잔디가 하나도 자라지 않았다. 생돈을 땅바닥에 그냥 뿌린 거다. 이런 실패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엔 판잔디를 사서 심었다. 그리고 우리의 ‘검색 능력’을 발휘했다. 비슷한 물건들 중에서 비교적 저렴하게, 즉 ‘가성비 좋은’ 걸 찾는 것도 중요한 검색 능력이다.
인터넷에선 80평 기준으로 약 250만원에 운송비 30만원을 더해 280만원이 드는데, 다른 채널이나 직거래를 찾아보면 훨씬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우리는 거의 3분의 2 가격으로 잔디를 구매해 시공했다. 씨를 뿌렸으면 50만원도 안했을 수 있지만 관리차원에서도 판잔디를 심는 게 옳다.
시공까지 해주는 업체도 있지만 인건비까지 계산하면 가격이 부담스러워 우리가 하기로 했다. 잔디 심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가족과 친적들이 와서 도와줬기 때문이다. 온통 잔디만 깔면 삭막할 거 같아 청양나무시장에 가서 에메랄드 그린이란 나무도 약 30개 정도 구매해 심었다. 큰 나무들을 사면 더 좋겠지만, 천천히 꾸민다고 생각하고 3년생 정도 되는 작은 나무를 사서 키우고 있다.
휑했던 흙바닥에 잔디가 하나둘 깔리니 참 보기 좋았다. 이래서 사람들이 마당에 잔디를 심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보기에는 좋지만, 잔디를 심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관리가 어렵다” “일거리가 늘어난다”고. 우리가 약 2년 동안 잔디를 관리해보니 귀찮고 힘들다. 여름이면 2주에 한 번은 잔디를 깎아줘야 하는데, 수확철인 여름에 잔디까지 깎으려면 진이 다 빠진다. 또 봄에 가뭄이 들면 물도 줘야 하고, 사이사이 잡초가 나면 뽑아줘야 한다. 우리가 귀농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일을 많이 만들지 말자인데 잔디하나 심었더니 일거리가 너무 늘었다. 그래도 우리는 조만간 농어촌민박을 시작할 예정이라 그것도 고려해 관리해주고 있다.
우리의 로망, 캐노피
야외 공간을 즐길 수 있는 캐노피와 온실하우스를 생각하던 차에 협찬을 받아 설치했다.
카페나 펜션에 가면 멋진 캐노피(천막)을 볼 수 있다. 우리도 누군가 우리 집에 놀러오면 야외에 쉴만한 공간이 마땅치 않아 캐노피나 온실하우스를 갖고 싶었다. 이곳저곳 비교도 하고 어떤 게 좋을지 고민하던 차에 한 업체에서 우리에게 협찬을 해주겠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올 여름 캐노피와 온실하우스를 협찬 받아 설치했다.
여름 장마기간에 설치하느라 고생은 좀 했지만, 삶의 질이 높아졌다. 아직 여름이라 밖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진 못했지만, 지인들이 놀러왔을 때 저녁에 캐노피에 모기장을 치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분위기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가을과 겨울이 오면 더욱 많은 시간을 그곳에서 보낼 수 있을 거 같아 기대가 크다.
결국은, 나무
절대 심지 않으려 했던 과실나무를 결국 심었다
우리는 전에 지금 잔디마당이 된 곳에 있던 10그루 이상의 과실나무들을 다 베어버리며 이곳에 절대 나무를 심지 않을 거라 다짐했다. 과실나무들은 관리를 해줘야하고, 벌레도 많이 꼬여 일거리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나무를 벨 때 가족들은 반대했다. 수확해서 먹으면 좋을 걸 왜 베냐는 것이었다. 우리는 과일이 드시고 싶으면 사드리겠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렇게 한동안 대립이 이어졌다. 그러다 작은 나무 한 그루 정도는 심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단풍나무나 소나무를 마음에 두고 있던 차에 어머니가 앵두나무를 사오셨다.
부모 이기는 자식 없다. 어쩔 수 없이 심었고, 생각보다 예뻐서 만족은 했다. 하지만 나무가 심자마자 몸살에 걸려 죽으려고 해 가지치기를 해줬고, 지금은 조금씩 살아나는 중이다. 나무를 사니 또 주변을 꾸며줘야 예쁠 거 같아 철물점에서 벽돌을 사서 둘러줬다. 또 그 안도 꾸며줘야 될 거 같아 아산에 있는 돌파는 곳을 찾아가서 돌도 구매했다. 그리고 주변 잡초정리를 확실하게 하기 위해 파쇄석도 더 사서 바닥에 뿌렸다.
뭔가 하나 하면 또 뭔가가 필요하다. 조경은 계속 뭔가를 해야 하는 것이라 내 스타일하고는 안 맞는다. 근데 와이프는 이런 걸 좋아하는지 계속 무언가 고민하고, 구매하고, 관리하고 있다. 어찌됐건 결과적으로는 예뻐져서 좋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게 근사하고 멋진 조경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10년 뒤를 생각하며 우리 삶의 맞춰 하나씩하나씩 바꾸는 ‘귀농 맞춤형 슬로우 조경’이라 생각한다. 굳이 처음 설계한대로 쭉 갈 필요가 있을까? 그때그때 필요한 걸 사서 꾸미는 조경이 우리에게 더 잘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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