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7월 천정궁서 한학자 개인금고 발견, 관봉권 포함 280억, ‘정치자금 저수지’ 의혹
2018년 접촉 전재수, 정자법 시효 연말까지, 경찰, 로비 가능성 등 뭉칫돈 용처 파악 집중
정치권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이 통일교 가평 천정궁 등 10곳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한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본부에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2025.12.15.
경찰이 15일 통일교 천정궁과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사무실 등 10곳에 대한 전방위적으로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이미 구체적인 진술이 나온 상황에서 관련 물증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8월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에서 내놨던 진술을 12일 재판 과정에서 번복하면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통일교 측 회계 자료와 정치인들의 출입 기록 등을 확보해야 수사가 진전될 수 있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특히 통일교의 ‘불법 정치자금 저수지’로 거론된 한학자 총재의 개인금고 280억 원의 용처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을 예정이다.
● 警, 천정궁 출입기록 등 물증 확보에 주력
경찰이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의 정치권 불법 지원 의혹에 대해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에 나선 15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사무실에 수사관들이 압수수색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 2025.12.15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전담수사팀은 가평군 설악면 송산리 일대에 모여있는 통일교 천정궁과 예배당인 천원궁 성전, 사무국 격인 천승전 등에 수사관을 보내 각종 자료와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특히 천정궁 압수수색에 공을 들였다고 한다.
2006년 완공된 천정궁은 한 총재가 거주지로 사용한 공간으로,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 유력 인사들이 다녀갔다는 의혹의 진원지로 꼽힌다. 경찰은 이곳의 출입기록을 확보해 전 의원을 비롯해 전 민주당 임종성, 김규환이 실제 이곳을 다녀간 적 있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앞서 윤 전 본부장은 통일교 한 총재에게 보고하는 2018년 9월 10일 특별보고에서 “천정궁에 방문했던 전재수도 (통일교 관계자) 600여 명이 모인 부산 5지구 모임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며 “우리 일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고 적은 바 있다.
통일교 측은 그간 한 총재의 면담 상대 등을 기록화해 보관해왔다고 한다.
● 천정궁 금고 속 280억 뭉칫돈 정조준
경찰이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의 정치권 불법 지원 의혹에 대해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을 펼치며 강제수사에 나섰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전담수사팀은 15일 오전 9시부터 경기 가평 통일교 ‘천정궁’ 등 10개 장소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5.12.15
천정궁은 또 한 총재 개인금고가 보관된 곳이기도 하다. 앞서 김건희 특검은 7월 통일교 천정궁을 압수수색하면서 한 총재 개인 금고에서 관봉권이 포함된 원화와 엔화·달러로 이뤄진 현금뭉치를 다수 발견했다.
당시 발견된 현금은 280억 원에 달했는데, 특검은 금고 관리인을 조사한 이후 별다른 수사를 진행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한 총재 금고에 있던 뭉칫돈이 정치권 로비에 전방위적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용처 파악에 수사력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한 총재 금고 속 현금이 통일교 회계와 별개로 사용이 된 만큼, 여야 정치인에게 전달된 정치 자금이나 고가 선물의 자금원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이 특검으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은 지 5일 만에 ‘속도전’에 나선 배경에는 공소시효가 임박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고 한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공소시효는 7년으로, 2018년에 발생한 불법 행위는 올해 안에 기소하지 않으면 처벌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경찰은 2018년 금품을 수수한 전재수에 대해선 정치자금법 대신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해 대가성 여부까지 함께 살펴보고 있다.
뇌물죄 공소시효는 최대 15년이기 때문이다.
● 한학자, 전 부회장 등 윤영호 윗선 소환 예정
경찰은 금품이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시기인 2018년~2020년 당시 윤 전 본부장에게 실권이 없었다고 보고 한 총재와 정치권 접촉 창구 중 한 명으로 알려진 이모 전 부회장 등도 조만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윤 전 본부장은 2020년 5월 세계본부장으로 승진하기 전 통일교 사무총장직을 맡고 있었는데, 당시는 대내외 협력을 총괄했던 세계본부장 때와는 달리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하진 못했다고 한다.
실제로 2020년 4월 총선 때까지는 이 전 부회장 등이 정치인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회장은 윤 전 본부장에게 ‘김건희 여사 핫라인’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준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경찰은 또 통일교 내 의사결정이 한 총재의 재가 없이 이뤄지기 힘들다고보고 압수물 분석 후 한 총재 역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은 이날 한 총재가 수감된 서울구치소를 압수수색하며 한 총재 접견을 시도했지만, 한 총재의 특검 관련 재판 일정으로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