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앤에스.보령메디앙스
정부가 저출산 대책을 최우선 정책목표로 잡고 저출산 고령화에 대비한 조세제도 개혁방안 마련에 나선다.
이에 따라 세계 꼴찌 수준인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이른바 '한국형 출산장려 세제' 만들기 작업에 착수했다. 그동안 저출산 대책을 후순위로 미뤄놨던 정부가 마침내 기업의 연구개발(R&D) 지원을 위한 세제혜택에 버금가는 파격적이고 근본적인 제도개편을 통해 출산율 제고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선진국의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를 바탕으로 우리 실정에 맞는 대대적인 세제 개편안을 이르면 내년 초 내놓을 예정이다.
2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재정부 세제실은 세계 주요국가의 저출산 대책을 평가하고 이를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용역보고서를 최근 외부기관에 발주, 내년 2월 받을 예정이다.
지금까지의 정부 저출산 정책이 예산을 쓰는 세출정책에만 치우쳐진 나머지 다자녀 가구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세입정책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판단하에 근본적인 출산 장려 세제개편 작업에 나선 것이다.
재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제까지 우리나라의 저출산 지원 세제들이 백화점식 나열에 그쳐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저출산 대책을 정부의 최우선적 정책목표로 삼고 이에 걸맞은 세제지원책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정부의 다른 한 관계자는 "세금 100만원 깎아준다고 해서 출산율이 오르는 게 아닌 만큼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구체적이고도 정교한 작업이 필요하다"며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조세제도 개혁방안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007~2008년에 1인당 기본공제를 1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확대하는 것을 비롯해 ▦자녀 교육비 및 의료비 공제한도 확대 ▦기저귀ㆍ분유 등 부가가치세 면세 ▦자녀 보육수당에 대한 소득세 비과세 등의 출산장려 세제개편안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정부가 이제까지 마련한 출산율 제고를 위한 세제혜택은 기업투자 활성화 및 저소득층 지원 등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
그나마 이제껏 마련된 세금혜택들은 대부분 소득과 상관없이 모든 계층에게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에 막대한 감세효과에 비해 출산율 제고효과는 떨어진다는 지적이 컸다.
실제로 서울경제신문이 지난 8월 창간 49주년을 맞아 한국리서치와 공동으로 전국 19~49세 성인 남녀 1,002명을 상대로 한 저출산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0%가 정부 저출산 정책에 대해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당시 응답자들은 저출산 정책의 문제점으로 '정책예산이 충분하지 않고 비효율적으로 집행된다(23.8%)' '정책 자체가 현실적이지 않다(19.3%)' 등을 꼽았다.
이 같은 판단하에 재정부는 우선 주요 선진국들의 사례와 성공요인을 분석해 우리나라의 특성에 맞는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존 소득공제제도의 효과성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 과연 다자녀 가구에 실제로 현 제도가 유리한지를 우선적으로 따져볼 방침이다.
이를 바탕으로 수혜 대상자들이 원하는 혜택과 이에 따르는 정책별 수혜대상자를 분석해 이른바 '한국형 출산율 제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매긴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마련을 통해 소득공제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은 물론 ▦연금소득 과세문제 ▦다자녀 가정 다각적 지원 등까지 저출산 고령화 문제와 연관이 있는 모든 세금제도를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부 관계자는 "저출산 문제에 관한 수많은 연구와 대책들이 나와 있지만 정작 세금제도에 초점을 맞춘 것은 참고자료조차 변변치 않다"며 "단순히 출산율을 올리는 것을 떠나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앞으로의 세제 운용에 기본 프레임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