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데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볼 때마다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와 한번 볼 때는 재미있어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영화가 있는데, 나에게 트루먼 쇼는 첫 번째에 해당하는 영화다. 처음에 이 영화를 보게 되었을 때는 주연 배우가 짐 캐리라서 단순한 코메디 영화로 생각을 했다. 기존에 찍었던 마스크나 에이스 벤츄라, 덤 앤 더머, 라이어 라이어 같은 영화에서 슬랩스틱 코메디의 진수를 보여준 그였기에 오랜만에 웃기는 영화 좀 봐야겠다며 비디오를 들고 가게를 나섰다. 그렇게 트루먼 쇼를 보게 되었다. 웃기는 얘기지만 이렇게 장난처럼 선택한 영화가 지금은 좋아하는 영화 목록 상위에 랭크 중이다.
트루먼 쇼를 처음 봤을 때는 트루먼의 고군분투 동물원 탈출기를 보느라 정신을 빼앗겼었다. 덕분에 트루먼 쇼에서 보여주는 세상에 대한 풍자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는데 두 번째 보게 되니 전에는 눈치 채지 못했던 트루먼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구조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트루먼 쇼의 화두는 현실이다. 트루먼 쇼의 현실이 비현실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아니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의 반영이며 그 현실에 대해 현대인의 무의식중의 두려움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았다. 이제 트루먼 쇼에서 어떻게 현실을 보여주고 있으며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1)트루먼의 가정환경
트루먼은 어렸을 때 아버지와 요트를 타고 바다에 나갔다가 아버지가 폭풍에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래서 아버지 없이 어머니의 손에 키워진다. 또한 그는 대학시절 만나 연애한 여자와 결혼을 해서 살고 있다. 그의 집은 전형적인 미국 중산층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아주 평온해 보이기까지 한다. 아버지가 죽는 것을 보았다는 것만 빼면 트루먼에게는 아주 순탄한 생활을 하는 것처럼 설정이 되어 있다. 그러나 나는 평안해 보이는 이 환경이 많은 문제를 않고 있다고 봤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아버지의 상실이다. 아버지는 애증의 대상이다. 아이는 아버지의 보살핌을 받으며 성장하며 아버지를 사랑하지만 동시에 성장함에 있어서 아버지는 극복의 대상이다. 성장기에 겪는 고통은 성인이 되기 위한 과정에서 오는 것인데 진정한 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위에 군림하는 아버지의 존재를 극복해야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독립심과 자신의 존재에 대한 성찰이 가능해 지는 것이다. 그런데 트루먼은 아버지를 상실하게 됨으로서 진정한 성인이 될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
결국 그는 자신의 어머니의 손에 키워졌으며 자신의 선택이 아닌 무언의 강요에 의해서 원하지 않는 여성과 결혼함으로서 수동적인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또한 트루먼의 가정은 아이가 없으며 아버지도 없고 어머니는 존재하지만 비중 있게 나오지도 않는다.(실제로 진짜 어머니도 아니다.) 부인 또한 남편을 사랑하지 않으며 결혼생활이라는 틀 속에서 안주하고 있을 뿐이다. 결국 트루먼 쇼에서 평안해 보이는 가족은 내부적으로 붕괴되어 있는 상태를 보여준다.
부모와 자식 간의 소원해짐과 결혼제도의 결속력 약화 등을 자식과 부모의 부재 그리고 비정상적인 부부관계를 통해서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트루먼 쇼를 제작하는 사람들은 그러한 가정을 안락하고 가장 좋은 가치로 표현하려고 하는 노력이 눈에 쉽게 띤다. 그것은 어머니와 부인이 트루먼에게 가족 앨범을 보여주며 즐거워하는 모습이나 자상하게만 보이고 언제나 웃고 있는 부인을 보면 알 수가 있는데 영화 속의 트루먼 쇼가 가족이라는 구조를 미화하면 할수록 역설적이게도 영화 밖의 트루먼 쇼를 그 가족 제도를 비웃는 것처럼 보인다.
(2)트루먼의 사회적 관계
트루먼은 부동산 중개회사에 다니고 있다. 상부에서 지시한 일이 배를 타고 가야하는 일인데 물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는 그가 일자리를 잃게 될까봐 울며 겨자 먹기로 떠맡는 모습을 보면서 힘없는 봉급쟁이의 모습을 느낄 수가 있었다. 영화상에서 트루먼의 주변인물을 보면 직장과 관련된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인간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어떠한 인물 도 찾을 수가 없다.
직장에서는 상하의 수직적인 관계만 존재하며 대등한 입장에서의 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죽마고우인 말론이 유일하게 트루먼과 정상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데 실제로 말론은 가장 위험한 존재다. 트루먼을 현 상황에 안주시키는 것이 그의 주된 목적이라는 것이다. 말론은 트루먼에게 고민이 생길 때나 새로운 환경을 원할 때마다 나타나서 그와 대화를 나누고 고민을 들어주면서 그에게 변화는 좋은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현재의 안락함이나 현재의 유지를 현명한 행동이라고 말하며 트루먼을 안심시킨다.
트루먼 쇼에서는 사회의 수직적인 인관 관계와 우리가 일반적으로 긍정적인 인간관계로 생각하는 동성간의 우정과 같은 존재가 사회의 수직적인 계급제도나 가족제도에서 발생하는 불만을 그것이 어떠한 실제적인 행위로 이어지기 전에 무마시키는 마취제와 같은 효과를 하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3)트루먼 쇼의 외적 존재
내가 살고 있는 곳, 나의 활동 영역, 내가 가본 곳, 가보지 못한 곳, 내가 알고 있는 것, 내가 알지 못하는 것... 누구나 그렇겠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많은 것을 알고 있고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어 할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 나도 역시 내가 알고 있는 현실이 진실이라고 믿고 싶다.
그것들이 모두 진실이어야만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과 생각들이 그리고 사회 속에서의 나의 위치가 진짜가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나의 짧은 생각이지만 이 세상에 내가 배우고 믿어왔던 진실이라고 알려진 많은 것들이 거짓이었음을 알게 됐을 때 뭔가 거대한 음모의 존재를 인정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트루먼 쇼에서는 나름대로 그 음모의 실체를 제시해 주었는데 트루먼의 현실을 조작하고 만들어내는 자들을 그 실체로서 제시하고 있다.
트루먼 쇼는 전 세계에 1년 365일 라이브로 생방송이 되는 말 그대로 쇼다. 거대한 세트를 짓고 그 안에 수많은 배우들이 연기를 하고 수천대의 카메라와 조명 그리고 특수효과로 이루어진 가상의 현실인 것이다. 사람들은 이 쇼를 보며 트루먼의 일 거수 일 투족을 관찰한다. 이 모든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거대 자본을 가진 자본가들을 만들어 내었고 현실을 조작하는 권력자(정치인)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들은 일반인으로 대변되는 트루먼 쇼의 배우들 스탭들에게는 전지전능한 존재다. 그들의 말 한마디에 현실은 좌지우지 되며 심지어 기후까지 멋대로 조절된다.
무엇보다 그들이 위험천만한 이유는 모든 것을 산업적인 논리로 이해한다는 것이다. 한 사람의 인생보다 그의 인생을 조작하고 연출함으로써 생기는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예를 들면 트루먼이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와의 재회를 상업적으로 이용해 먹는 장면이 그것인데, 그 순간은 분명 너무나 감동적이고 숭고한 장면이지만 이 장면에 조명과 음향이 입혀진 채로 매스컴을 통해 전파되는 순간 상업적인 도구로 이용이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또한 더욱 인기 좋은 배우를 쓰기 위해 트루먼이 사랑을 느낀 첫 사랑을 정신병자로 바꿔 버리고 추방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간간히 이루어지지 못한 아련한 사랑을 회상시키며 드라마적 장치로 이용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눈에 띠는 것은 산업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인 광고를 하는 방법인데 그가 입고 먹고 마시는 것들과 그 이외에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트루먼의 생활과 함께 방송하고 있다. 똑같은 자리를 빙빙 도는 벤츠나 출근길에 볼 수 있는 벽의 간판 까지도 말이다.
이러한 권력과 자본의 속성은 결국 영화 후반부에 극단적인 모습으로 표현된다. 배를 타고 세트를 벗어나려는 트루먼을 감독은 폭풍우로 저지하려하고 자본가들은 방관한다. 결국 그들은 트루먼이 죽더라도 자신들의 권력과 자본을 지키려는 모습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참으로 재미있는 것은 조금은 극단적인 얘기지만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진 자본과 권력이 사람의 삶을 지배하고 인생이 바뀌어져 버리는 모습이 내가 살고 있는 작금의 현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 것은 나만의 착각은 아닐 듯 하다.
(4)트루먼 쇼의 관객
트루먼 쇼 내부의 시청자나 나의 입장이 뭐가 다를까? 트루먼 쇼 내부에서는 쇼를 보는 시각에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들이나 나나 트루먼의 행동을 관찰하며 관음증환자가 되어버린 죄 없는 죄인일 뿐이다. 하지만 분명히 구분해야할 것들이 있다. 유사한 점이라면 우리는 똑같이 쇼를 보면서 그 안에서 보여 주는 이미지들을 소비하며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본다는 행위자체가 소비가 되고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광고를 소비하면서 연속된 소비를 강요받게 되는 것이다.
새로울 것 없는 물건들이 외형을 바꾸고 등장해서 옛것은 나쁘고 새것이 좋은 것이라는 가르침과 함께 소비의 달콤함에 젖어들 것을 강요받고 있다. 하지만 트루먼 쇼라는 영화는 다행히도 영화 밖의 관객에게는 끊임없이 카메라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도록 효과를 더해줌으로서 트루먼 쇼에 함몰 되지 않도록 배려를 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참 고마운 설정이 아닐 수 없다.
결국 트루먼 쇼를 보면서 쇼의 시청자로서의 입장과 주인공의 시각을 동시에 공유하면서 영화를 보게 됨으로서 영화가 이데올로기적 국가기구로서 개인을 주체로 만드는 효과를 무력하게 만드는 것이다. 다양한 입장에서 각자가 다른 시각으로 영화를 보는 것 관객의 경험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트루먼 쇼의 현실은 굉장히 복잡하다. 마치 양파의 껍질처럼 여러 층으로 겹쳐지는데 이러한 장치들이 우리에게 말해 주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트루먼 쇼를 보면서 현실이라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트루먼이 나와 다를 것이 없었던 것이다. 변질된 가족의 틀 안에서 살고 있으며 자본주의의 조직 안으로 편입되기 위해서 관심도 없는 공부를 한다.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이다.
돈을 많이 벌어야 이 사회에서는 성공한 사람이 되고 자신의 욕망을 해결할 수 있다. 그 욕망의 대상은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생산된 재화들인데, 나는 TV와 영화, 잡지, 신문을 통해서 광고들을 보며 물건을 구입하고 상표가 새겨진 옷과 물건들을 들고 다니며 비록 의도적이지는 않지만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 시킨다. 슬프지만 나 역시 트루먼과 같이 자본주의의 부속품이며 걸어 다니는 광고판인 것이다. 그것도 무료로 광고를 해주는... 하지만 트루먼 쇼를 보면서 이런 생각만으로 머릿속이 가득차게 된다면 나는 결코 오늘 트루먼 쇼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트루먼 쇼가 암울한 현실을 부각시키기는 하지만 역설적으로 허례허식에 가득 찬 미국 중산층의 문화를 비판하고 자본주의를 비판하며 그러한 자본과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저항하는 몸짓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트루먼은 자신의 인생을 되찾기 위해 자신의 인생과 목숨까지 내버리며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죽음의 순간에 그들의 유혹하는 듯한 구원의 손길을 뿌리치고 자신의 신념을 버리지 않는다. 신념이 강한 자가 승리하는 법, 트루먼은 결국 자신의 시작 멘트인 ‘굿 모닝~! 굿 에프터눈~! 굿 나잇~!’을 외치며 프로의 종영을 알린다. 그가 세트(구조)를 벗어남으로서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세트의 문 너머로 우리가 아무것도 볼 수 없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의미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트루먼의 행복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의 미래를 선택했고 자신이 만들어내는 세상에서 살 것이기 때문이다. 트루먼은 매트릭스에 존재하는 의식화된 네오와 같은 존재일 테니까 말이다. 결국 트루먼 쇼의 마지막 장면에서 트루먼이 세트를 나간 뒤에 남겨진 문을 쳐다보며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느낀 것은 트루먼이 너무나 부러웠기 때문이며, 그의 용기와 그의 선택이 나의 현실 속에서도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이지만 나에게 주어진 현실의 무게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첫댓글 나에게도 첫번째에 해당하는 영화이당! ^-^ 갠적으로 짐캐리는 상당히 불운한 배우라고 생각하지요~ 참!! 마제스틱두 함 보세요~~
네 마제스틱도 재미있는 영화죠 그런데 왠지 매카시즘을 비판하면서 미국의 군국주의를 미화하는 불온한 기미가 보여서 슬쩍 기분이 나쁘더군요...
글의압박^^ 하지만 트루먼쇼 무쟈게 충격적으로 봤습죠^^ 이거보고 칭구들한테 이야기하니 칭구들도 스토리에 경악했던 기억이^^ 이 기운을 받아 마제스틱!! 기대의 기대를 봤는데..저 엔간해선 영화관 안나오는데 그거 보다 나왔습니다. 미국찬양의 역겨움에^^ 트루먼에 한표
아 정말 [!!] 트루먼쇼의 스토리는 충격 그자체였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