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 그릇 하나를 깎아내며
문득 홍랑이가 떠올랐다.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다 끝내 만나지 못하고도
한평생 그 마음 놓지 않았던 여인.
세월이 강물처럼 흘러도
마음 하나만은 처음 꽃피던 날 그대로 간직했던 사람.
나 또한 나무 앞에 앉으면
조금은 홍랑이의 마음을 닮아가는 듯하다.
비바람 견디며 살아온 느티 한 토막을 품에 안고
금 가고 옹이 박힌 자리까지 쓰다듬으며
“이 나무도 어디에선가 긴 세월 외로웠겠지…”
혼자 중얼거리게 된다.
칼끝이 지나갈 때마다
나무 속에 숨은 세월이 드러나고
사포질을 거듭할수록
거친 생은 차츰 따뜻한 결로 살아난다.
사람 사랑도 그러하지 않을까.
좋은 것만 사랑하는 게 아니라
상처 난 자리까지 오래 바라보아 주는 것.
기다림마저 사랑으로 품어내는 것.
홍랑이가 평생 한 사람을 가슴에 품었듯
나는 오늘도 느티 한 점을 붙들고
나무의 생을 다정히 어루만진다.
그래서 산방의 그릇들은
단순한 목기가 아니라
기다림과 정성과 세월이 담긴 작은 사랑의 그릇인지도 모른다.
언젠가 이 느티 그릇에
따뜻한 차 한 잔 담기는 날이면
홍랑이의 애틋한 마음도 함께 피어나
은은한 나뭇결 사이로 오래 머물 것만 같다.
느티그릇
지름 140
높이 50
옻칠로 마감
카페 게시글
生活束 雜記場
홍랑이
은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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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6.15 08:36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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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함경도 홍원의 관기였다고.......고죽 최경창을 사모....백경현 손곡 이달과 더불어서 조선시대 3대 시인이라네요
자신은 3대 기생 황진이와 이매창과 더불어서
신분의 구별없이 남여의 사랑이란 조선시대나 지금도 변함없는가 합니다
최씨집안에서 홍랑의 지고지순한 사랑의 진정성을 인정받아 정식 가문의 여인으로 인정 했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