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걸 보면
세상이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봄이 온다는 것만으로 세상이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밤은 짧아지고 낮은 길어졌다
얼음이 풀린다
나는 몸을 움츠리지 않고
떨지도 않고 걷는다
자꾸 밖으로 나가고 싶은 것만으로도
세상이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몸을 지나가도 상처가 되지 않는 바람
따뜻한 눈송이들
지난겨울의 노인들은 살아남아
하늘을 올려다본다
단단히 감고 있던 꽃눈을
조금씩 떠보는 나무들의 눈시울
찬 시냇물에 거듭 입을 맞추는 고라니
나의 딸들은
새 학기를 맞았다
-『부산일보/오늘을 여는 詩』2025.02.11. -
계절 중에서는 봄에만 ‘새’라는 접두사가 붙습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없었던 봄이 새로운 봄이 오고 있습니다. 봄에 참여하는 생명들처럼 따듯해진 밖으로 나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시인의 생각처럼 생각만으로도 나아진 세상이 펼쳐져 있길 기대해 봅니다. 시절을 견디고 있는 모든 것들이 새 학기를 맞는 딸들처럼 설레었음 좋겠습니다.
겨울보다 못한 봄이 올까봐 쓸데없는 걱정도 하게 되지만, 희망찬 앞날을 준비해 봅니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있는 것들을 위해 꽃망울들처럼, 꽁꽁 언 땅을 밀어 올리는 어린 순들처럼 힘을 모아 봅니다. 긴 밤을 지나오는 새벽처럼 얼음 풀리는 봄을 기대해 봅니다.
생존을 위해 꽃부터 피우는 봄의 전략은 오래전부터 준비된 계획이었다는 것, 매서운 겨울의 냉기를 거쳐야만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것 생각해 봅니다.
〈신정민 시인〉
Sting - My One and Only Love - OST Leaving Las Veg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