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이는 파도에 거품이 되어 13
삼정 빌딩 옥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덕수궁
궁정 처마 끝은 독수리가 비상하는 모양같
이 휘어 오른 기와가 돋보이는데 여기저기
아람들이 나무들 곱게 잎을 물들였고 정원
으로 구르는 이파리들 궁정 뜰을 각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가을은 소리 없이 다가왔고
반 달 만에 출근한 석근의 손에는 감았던
붕대가 보이질 않았다.
우락부락하던 콘크리트, 철근 공들 새로운
공사판 찾아 떠났고 미장, 타일, 도장공
들이 건물의 마감을 손질하고 있다.
위생 기구들이 화장실로 옮겨지고 타일에 바른 매지 양생이 된 다음 들어가는 공정이 시작된 것이다.
터치램프 불로 배수 연관을 가열하여 기구 배수 금구에 연결하고 거치용 뿌락켙이 장착된 곳에 올려
지는 소변기, 세면기 뒤이어 화장경, 화장대, 휴지걸이 등등 수광형 콧노래 소리에 화장실 모양이
만들어지고 있다.
“수광형!”
‘응”
“형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가 참으로 멋있네요”
그 질문에 월남에 가서 일하던 3년의 세월이 반시간 가량 설하여지고 형 특유에 으쓱거림이 열 번은
넘었을 것 같다.
어둠이 내려앉는 시간 삼삼오오 가방을 들러 매고 건물을 빠져 나오는 사람들 뒷 골목의 포장마차에
는 지글거리는 고기 내음 피어오르고 카바이드 등불 바람에 흔들리며 열기에 빛을 발하고 있다.
“오늘은 내가 한 잔 살 깨”
항상 웃는 얼굴의 수광형 예의 수정으로 덮인 손목시계에서 무지개 빛이 어린다.
닭 모래주머니의 졸깃한 맛에 들이키는 막걸리 하루의 피로가 멀리 가버리는 듯
수광형 월남 가서 겪었던 일들이 또 다른 안주가 되어 입맛을 돋운다.
삼정빌딩 현장 준공 후 남대문 옆 혜성빌딩 현장으로 골조가 3층 올랐을 때 왔다.
슬리브 작업을 하며 3층에서 내려다본모습
북창동 먹자골목은 언제나 사람들이 북적인다.
나일론 바지를 파는 장사꾼 오늘도 변함이 없다.
두 명이 동업을 하는 듯 사람이 모여들도록 바지를 돌돌 말아 “째지지 않는 특수 바지 단 돈 이 천 원”
소리소리 질러댄다.
사람들이 몰려 서면 동업자 한 친구 불이나케 끼어들어 두 게를 산다.
그리고는 건물을 한 바퀴 빙 돌아 산 바지를 가슴속에 밀어 넣고 다시 그곳으로 간다.
여기저기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들 일명 따리꾼의 장사는 오늘도 성업 중이다.
먹거리들로 가득한 북창 시장은 언제나 활기에 넘친다.
포장마차에서 닭똥집을 안주로 소주를 마시는 네 친구 석근, 권영, 운효, 필굉이 하루의 일을 마치고
봉급 봉투를 받아 주머니에 넣고 한 잔을 하는 날
“야! 너희들 왜 나 한태만 술값을 내게 하냐”
필굉이의 어눌한 말이 세 사람을 웃게 만든다.
“야 마 너희 집이 제일 부자 아니냐 너 맨날 너의 집 부자라고 자랑을 하니까 술값이 문제냐 더 한 것도
네가 내야지” 운효의 말에
“아하 참”
만을 찾으며 말을 잊지 못한다.
혜성 빌딩 현장이 시작되어 만난 비슷한 또래 그중 필굉이는 조금 정상이 아니어서 가끔씩 놀림의 대상이
되었다.
지하층에 천정으로 돌아간 배관의 주관들의 가공과 설치는 한 조가 되어 작업을 하였고
입상배관은 서로 경쟁을 하듯 작업을 하며 다져진 친목이어서 흉허물 없는 사이가 되었는데 필굉이 틈만
나면 자기 집 자랑에 침이 마른다.
하여 지난번 두 차례 술값을 내게 하였더니 그 불만을 이 자리에서 털어놓는 것이었다.
“요번에는 너를 빼고 셋이서 술값을 낼 태니 그리 알고 다음 너의 집 잘 산다고 자랑을 하면 그때부터는
네가 전부 내어야 할 거야”
북창동 시장은 조용하여 지는데 포장마차의 카바이드 등은 점점 그 밝기를 더 하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