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한잔이 그리운 절집,
'만월산 명주사'
강원도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길 93-229
만나는 것으로
비워내고, 채워주는 절집이 있다.
작은 절집이 간직한
여유와 풍요가 마음에 닿는다.
茶한잔이 그리운 풍경이다.
강원도 양양 시내에서 59번 국도를 따라 달린다.
길은 남대천과 함께 유유히 흐른다. 이내 어성전에 닿으면 만월산으로 길을 바꾸고 작은 산길을 따라 길게 오르면 이내 천년 역사를 간직한 절집, 명주사(明株寺)다.
만월산 서편자락에 자락에 자리한 작은 절집이지만 그 험난한 내력은 자그마치 천년 세월의 흥망성쇠를 품었다. 지금이야 번듯한 모습을 갖춘 작은 절집으로 죽전지혜스님의 서화로서 더 많이 알려져 있으나 절집의 역사는 지금과 같은 넉넉함이 아니었다.
명주사 동종 (유형문화재 제64호)
1730년(숙종30)에 제작된 동종으로, 쌍용의 용뉴와 하대를 지닌 혼합형으로 18세기 범종의 특성을 가진다.
1009년(고려 목종2), 혜명(惠明)스님과 대주(大珠)스님이 함께 창건한 절집으로 두 분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을 딴 이름이 절집의 이름이 되었다. 창건 당시에는 화엄종계의 절집으로 비로자나불을 모셨다고 전한다.
그러던 1861년(철종12), 큰 불로 인하여 소실 된 것을 월허(月虛)스님이 중건하였으나 1879년(고종16)에 다시 불이 난 것을 1880년에 중건했다. 그러나 1897년 다시 큰 화마를 입게 되면서 소속 암자였던 원통암으로 절집 이름을 옮겨 달고 중창과 중수를 거듭하였으나 1950년 한국전쟁으로 또 다시 폐허가 되고, 1963년이 되어서 다시 불사하여 현재에 이르는, 조계종 3교구 본사인 신흥사의 말사다.
천년에 걸친 화마에 몸살을 앓았던 절집이다.
동해 바다를 막고 서 있는 만월산(滿月山)의 서쪽 자락으로 자리를 잡은 절터의 문제일까,
어찌 그러한 사지를 몇 차례나 거치고 다시 세워 놓았는지 모를 일이다. 작은 절집은 이제 번듯한 가람의 틀을 지니고 푸른 숲에 자리한 조용한 가람이 되었다.
주차장으로 사용되는 너른 마당을 두고 축대를 세워 한 칸 위에 밑 빠진 ㅁ자형으로 가람들이 배치되었다.
중심부에 정면3칸, 측면3칸의 팔작지붕을 가진 ‘극락전’이 우람하게 서고, 그 뒤로 ‘삼성각’이, 마당의 끝으로 ‘동종각’이 선다. 마당의 건너편으로 명주사 현판이 걸린 종무소가 그 뒤로 요사가 자리하고 있다.
절집 자체는 소박하지만 절집이 내어주는 한가로움과 편안함이 여느 절집과 다르다.
그도 그럴 것이 절집에 들어서면 ‘죽전지혜(竹田智慧)스님’의 서화가 절집의 돌멩이들, 나무들, 가람의 기둥 보와 창살의 한지에까지 전해져 있는 이유다. 이러한 스님의 시, 글, 그림은 지금도 이어져 새로운 서화들이 자리를 찾아 가고 있다.
통나무를 파서 물길을 내어 아래로 내리며 상탕, 중탕, 하탕이라 하고 시를 더했으며, 종무소와 요사채의 주련에도 마음 움직이는 글귀들이 새겨졌다. 화선지 바른 문창살에도 스님의 마음 담은 글귀들이 가득하다.
천천히 음미하며, 아로 새기며, 마음에 담아두며 걷다보면 절집에서의 시간은 밖-속세-에서의 그 시간과는 다름을 알게 된다.
무엇인가를 알게 되는, 무엇인가를 깨우치게 되는, 그러다가 “아~!” 하며 감탄하게 되고, 아련한 마음으로 다시 읽어보며 가슴에 새기게 된다.
‘화두(話頭)’,
어찌 보면 스님은 화두를 던져 놓은 듯하다.
명쾌한 답이 아닌 자신에게 묻는 그러한 글귀들이다. 그렇지 않으면 친한 이들과 함께 茶한잔 나누고자 하는 스님의 마음을 담아내었다. 또한 스님의 서화로서 과거 절집의 화마의 몸살을 막아내고자 하는 마음도 담겨 있으리라.
명주사 부도전 (도 문화재 제116호)
부도는 승려의 무덤을 상징하는 것으로 유골이나 사리등을 모셔두는 곳이다.
명주사 부도전에는 총12기로 원당형7기, 석종형5기로 이루어져 있으며, 비석4기가 있다.
풍경 좋은 절집에 여유로운 서화까지,
명주사는 지금도 아주 느리게 변해가고 있다. 급한 마음 없이 느린 마음으로, 아는 체 없는 묵언으로, 튐 없는 스밈으로 찾으면 좋은 절집이다.
맑디맑은 차 한 잔이 그리운 만월산의 서편 그림자에 숨은 절집, 명주사다.
글, 사진 자유여행가 박성환
www.한국기행.kr
첫댓글 와~~ 한마디로 감탄.. 인터넷에서 쉽게 접하는 여행기록?과는 완젼 다른거 같아요. 뭔가가 많이다른듯한 감이...암튼 맘에 듭니다.. 감사합니다.
과찬에 늘 감사드립니다. 건강 하세고요~.
아름다운 절집의 풍경이 그립습니다
잘 구경하고갑니다
작은 숨은 절집입니다. 그래도 볼거리는 풍성한 곳입니다.
건강하세요~.